"자, 여기선 말이야"
따분한 국어시간이다. 그냥 서로 말만 통하면 되지 내가 왜 이렇게 시 같은걸 배워야 하냔말이지.
우현이 볼펜을 딸깍거리며 시계만 멍하니 쳐다본다. 국어는 언제나 따분하다. 특히 시는 더. 뭐가 뭔지 하나도 이해가 안되니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어이 거기,"
"..예?"
"수업 듣고있냐?"
네, 우현은 뻔뻔하게 대답하곤 턱을 괸다. 빨리 국어 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성규쌤 보지,안그래요? 국어선생님
수업이 마치는 종이 치자마자 우현의 얼굴에서 국어시간 내내 띄지않았던 미소가 띈다. 옆자리에 앉는 성열이 미친놈, 또 시작이다. 하고 책상에 엎어진다. 그러든 말든 우현은 미리 수학책을 꺼내놓고 쉬는시간 10분 내내 가만히 앉아 교실 문 쪽을 바라본다. 그 덕에 교실과 복도를 왔다갔다 왕복하는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했다는건 비밀.
띵동댕동 이 소리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후다닥 앉는 아이들 사이로 언제나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성규가 보였다.
원래 우현은 수학은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만 할 줄 알면 된다며 잠만 퍼질러잤으나 원래 계시던 수학 선생이 건강 악화로 빠지고 성규가 들어오자 그 순간부터 태도가 바뀌었다. 선생이라기엔 젊은 나이와 아이돌도 아니면서 꽃단장한 모습이 우현에게 묘한 첫 인상을 남겼다.
"그러니까, 이 x를 여기다가 대입해서 풀면.."
"선생님, 그거 틀리셨어요."
어? 당황하는 성규의 모습이 보인다. 어떤 새끼가 감히 하고 보니 우리 반에서 얼굴마담을 맡고있는 명수다. 얼굴마담주제 어딜.
"그게아니라 저기다가 하셔야죠"
"....아,맞네!똑똑하네-똑똑한 친구는 이름을 외워둬야지"
교탁에 붙은 자리배정표를 보곤 아-명수? 외워둘께, 고갤 끄덕거린다. 사실 성규가 이반 저반 다 가르치다보니 학생이름을 잘 못 외워 언제나 거기나 저기 화나면 야! 정도 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름을 외워둔다는 말을 한 것이다. 우현은 명수와 성규를 번갈아보다 인상을 마구 구겼다. 질투난다. 성열이 그 모습을 보고 우현의 옆구릴 찔렀다.
"야, 너 어떡하냐?"
"닥쳐"
"어이구-우리 우현이 질투났쪄요?"
"닥치라고,좀"
"저기...나?"
네?..아,아니 죄송합니다.. 우현이 고갤 숙이고 성규에게 사과했다. 한참 성규가 다시 수업하는데 우현이 닥치라고 하니 자기한테 한 말 인 줄 알고 착각했나보다. 옆에서 성열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오늘따라 수학은 집중되지않는 국어같았다. 거기다 덤으로 짜증까지. 수업이 끝나자 우현이 책상에 엎어졌다. 성열이 옆에 꼭 붙어 앉아 너 명수한테 선생님 뺏기겠다? 어쩌면 좋냐- 그러게 너도 공부 좀 하지그랬냐? 지금 4교시니까 7교시까지 3시간..아니 4시간 정도 있네- 깐족거린다.
우현은 결심했다. 그래,시발 나도 공부한다.
점심시간을 그렇게 좋아하던 우현이 점심도 조금만 먹고 매점도 안가고 주구장창 수학공부를 한다. 오랜만에 수학공부를 하자니 이게 이거같고 저것도 이거같고.. 괜히 샤프로 지우개를 찌르며 화풀이한다. 모르면 애들한테 물어보든가..성열이 중얼거리자 우현이 말없이 노려본다. 성열은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살기를 느꼈다.
5교시 과학때도 과학 책 밑에 수학을 펴놓고 있었으며 6교시 체육때도 축구 하자던 친구들을 뿌리치고 혼자 계단에 앉아 수학을 공부했다. 어지간히도 이름불리고 싶었나보다. 아님 명수에게 엄청난 질투를 느꼈다거나..
7교시. 드디어 성규가 들어왔다. 우현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칠판을 쳐다봤다.
"야, 남우현"
"뭐?"
"너 미친듯이 공부하더니..새끼-여유로운데?"
"이름 외우게하고 만다,진짜"
평소에도 좀 그렇게하지? 성열이 샤프를 집으며 비아냥거리자 우현은 남이사 시크하게 대답해준다.
"혹시 이 문제 아는사람?"
올 것이 왔구나. 우현이 어벙하게 칠판만 보고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손을 들었다.
"한번 나와서 풀어볼래?"
"네-"
방긋방긋 웃으며 자리에 일어나 칠판 앞으로 나간다. 문제를 푸는 손이 거침없다. 이것이 예습의 효과...아니, 질투의 효과이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제를 술술 풀어나가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는 선생님으로써의 뿌듯함 일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학생을 잘 가르쳤나 하는 자부심도.
"...맞죠?"
"똑똑한데? 잘했어,들어가"
응? 내이름은 안물어보나요 선생님? 우현이 속으로 외쳤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규는 우현이 푼 문제를 설명하며 착실히 수업을 진행했다. 우현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성열이 또 옆에서 깐죽거린다.
"쌤이 너 싫나봐,이름도 안묻는다"
우현이 또 애꿎은 지우개에게 화풀이를 해댄다. 곧 있으면 수업도 끝나는데..이럴려고 공부한게 아닌데..
결국 우현이 다시 손을 들었다.
"저기요,선생님"
"어? 또 뭐 잘못됐니..?"
"아니 그게아니라 제이름 안물어요?"
아니 갑자기 수업중에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성규가 우현을 쳐다보았다. 니 이름은 왜?
"4교시에 똑똑한 친구는 이름 외운다면서요"
아- 알았다는 듯이 자리배정표를 본다. 우...현이? 남우현? 잘했어,잘했어 뒤늦게 이름을 불러준다. 우현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올라간다.
"나무새끼...입 찢어지겠네"
"찢어져도 여한이 없다"
"뭐가 그리좋냐? 내가 어이가 없어서"
"넌 좋아하는 사람이 이름 불러주면 안좋냐?"
"거기 우현이하고 옆에. 조용히 수업들어줄래?"
아씨, 너때문에 걸렸잖아. 성열이 짜증을 낸다. 그래도 뭐가 좋은지 네-하고 밝게 대답하는 우현이다.
주절 좀 떨어볼까 |
내..내가 황금 손 여신들 사이에서 글을 쓰다니... 큰일이야 묻히겠네요. 첨 써서 완전 어색어색하고ㅠㅠㅠㅠㅠ흑흑 짧고 짧네요..
머릿속엔 나쁜 상상이 가득하지만 처음은 가벼워야겠죵? 가볍고 흐릿하게 시작해서 나중엔 퐝퐝 코피퐝 강렬하게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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