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학생이 우리 반으로 배정 받았다.
어쩌다 미리 마주친 아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양같이 생긴데다가 툭 치면 울 것 같은데 크고 맑은 눈에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음, 근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네.
지금 내 옆에 앉아있는 이 아이가 바로 그 전학생이다.
이름은 서명호, 중국에서 와서 한국말이 서툰데...
미친 그게 정말 귀엽다...
반장이라는 것에 난생 처음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 움... 어... 00아 지굼 무슨 시가니야? 나 한국어 잘 모라..."
" 지금 체육, 명호 체육 잘 해? "
내 말이 끝나자마자 손뼉을 짝 치더니 해맑게 웃는다.
" 00! 나 체육 조아해! 나 춤도 잘 출 수 이써! "
"우와 진짜? 그럼 명호 나중에 나한테 보여주기야!"
" 당여나지!"
아이같이 손가락까지 걸어가며 약속을 했다.
걱정했던 거와 달리 명호는 모든 활동을 잘 해냈다. 친구들도 만들고.
그러나 명호는 자릴 바꾸려 할 때 마다 선생님께 아직 적응 못 한 척 그 특유의 순수함을 이용한다.
그래서 결론은 나와 명호는 쭉 같이 앉게됐다.
그런 명호에게 교과서 끝을 살짝 찢어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삐뚤삐뚤 서투른 한국어를 바라보고 있자니 괜시리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어느새 학년 말이 되었다.
축제 연습에 한창인 와중에 우리의 명호도 혼자 서야 될 무대를 준비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내 시끼 잘하고 있나 걱정되는 마음 반, 보고 싶은 마음 반에 명호가 좋아하는 간식을 챙겨들고 찾아나섰다.
연습실 문을 열자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는 명호가 보였다.
문을 여는 소리를 들은 명호는 헐레벌떡 뛰어와 내 두 눈을 가렸다.
" 아, 아직 안대 00! 축제 때 보여주꺼야! "
" 명호... 알겠으니까 발 좀... "
" 으악! 미아내! 그럴려구 그론게 아닌대... "
급하게 달려온 나머지 내 발을 밟고있던 명호가 그 사실을 알곤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했다.
그렇게 꽁꽁 숨겨줬던 명호의 춤이 드디어 오늘 공개된다.
서둘러 앞자리에 착석 한 후 공연들을 즐기다 명호의 이름이 호명되자 아주 열심히 응원을 해댔다.
그것도 잠시 명호의 무대는 내 정신을 홀닥 빼놓기에 충분했다.
내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 아이들의 환호 소리가 거슬렸지만
그래도 명호의 춤을 보고 있으니까, 서명호가 나만 보고 웃으면서 춤을 추고있으니까.
그걸로 됐다.
오늘은 아침부터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명호는 그 날 이후로 부쩍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 근거론 지금 내 옆 책상에 잔뜩 쌓이다 못해 흘러 내리는 빼빼로들이겠지.
에휴, 우리 명호 내 껀데...
정작 그 주인공은 마냥 해맑은 게 탈이지만.
아까부터 내 표정이 좋지않자 명호가 조심스레 팔을 잡고 물어왔다.
" 00... 무슨 일 이써? 표정 안 조아... "
" ... 명호야, 너 질투 알아? 질투. 나 지금 질투나서 그래. "
질투라는 단어를 당연히 모를 줄 알고 진심을 내뱉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명호는 큰 눈을 깜박이다 이내 예쁘게 웃더니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나 그거 알아, 질투 먼지 알아! 나도 그런 거 느껴써. 00 인기 너무 많아서 속상해써... 마마가 이거 질투라 그래따! "
" 어...? "
" 00 조아해, 마니. "
어마무시한 발언 후 명호는 늘 그랬듯이 예쁘게 웃으며 내 품 가득 빼빼로를 안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