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치명적인 민윤기와 기묘한 동거일기.txt 02
(부제 : 삼각관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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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묘와 동거를 시작한 지 어언 한 달 반이 넘어가던 날, 난 느끼기 시작했다. 민윤기가 좀 변하고 있다는 걸.
아니 그렇다고 까칠한 성격이 어디가거나 그런건 아닌데.. 그냥 뭐랄까, 처음 봤을 때 이미지랑 점점 달라지는 느낌?
다름이 아니라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친구도 조금씩 사귀고 동아리다 뭐다 모임에도 참석하다보니 점점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지긴 했다.
솔직히 난 민윤기가 걱정을 하나도 안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있어도 애교 피울 때도 가아아아끔씩 있지만 일상은 까칠+도도+옛다관심 이정도라
늦게 들어와도 눈꼽만치도 신경 안 쓸 것 같았는데 조별과제를 막 시작한 어느 날이었다.
"주인."
"왜?"
"언제까지 늦게 들어올꺼야?"
"응? 아아, 모르겠어. 이젠 조별과제 시작해서 더 늦게 올지도 모르구.."
"짜증나네."
"어어?"
"주인 술 좋아해?"
"아니, 나 술 진짜 못마셔. 저번에 맥주 두 잔먹고 쓰러져서 10시간 꼬박 잠들었었거든."
"...다행이다."
"응? 뭐라구?"
"주인."
"와이?"
"옷 입어."
"...??"
"산책가자."
01-1
"윤기야! 나 오늘도 늦을 거 같아!"
"주인, 밥은?"
"난 밖에서 사 먹어야지 뭐.. 흐엉"
"아니 주인말고 내 밥 말이야."
"..알아서 해먹어. 라면 먹던지."
"냉장고 텅텅 비었는데?"
"몰라 알아서 해."
"잘 다녀와 주인."
"..치"
"술은 안돼."
"....."
"대답."
"응, 윤기야 오늘도 해피데이~"
대학의 꽃은 뭐다? CC? 아니죠~ 바로 조별과제. 그렇다. 조별과제로 한창인 지금은 따사로운 봄이다.
맘 같아선 이런 날씨에 귀찮다며 절대 바깥으로 안 나가는 민윤기를 들쳐업고라도 꽃구경도 가고 소풍도 가고 하고 싶지만
이 놈의 망할 조별과제를 처음 해보는 난 얼떨결에 조장을 맡게 되었고 민윤기를 재워주는 시간을 제외하곤
불성실한 조원들 덕분에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며 도통 집에 붙어있질 못하였다.
이 짓거리도 하루이틀이지, 천상 집순이인 난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민빠답인 내게 민윤기없는 바깥생활이 뭐 그리 즐겁겠는가, 그것도 유흥도 아닌 과제인데.
차라리 우리 이쁜 민윤기 목소리 들으며 심부름 390번하는 게 백배는 낫겠다.
그리고 강의실을 벗어나 단과대학 내에서도 개싸가지에 별나다고 소문이 파다한 놈과 같은 조를 이루게 되는 불상사까지 겹쳤으니
몸져눕지 않은게 이제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래도 어찌보면 다행스러운게 내겐 든든한 조원이 하나 생겼다. 이름은 박지민이고 나랑 동기에 나이도 동갑. 키도 윤기랑 비슷한게 남자치곤 아담하면서도
내 옆에 앉아 과제를 도와주며 슬쩍슬쩍 닿았을 때 느낀건데 이 놈 팔뚝이 참말로 튼실허다. 허허. 아니 그렇다고 제가 변태는 아니에요.
우리 단과대 안에서 박지민은 유명하다. 사람을 홀리기로. 아니 그렇다고 얘가 늑대라거나 선수는 절대 아니다. 왜, 그런 거 있잖나.
정작 본인은 모르는 섹시함? 외모는 귀염터지는데 행동이나 말투에서 이상하게 묘한 섹시함이 흘러 넘친단 말이야. 똥멍청이인 나도 그걸 눈치챌 정도면 게임오버-
덕분에 내 친구들은 모였다하면 박지민. 오늘은 지민이가 무슨 커피를 마셨네, 나보고 웃어주더라, 아냐 그거 나보고 웃어준거야 등등
여대생들에게 숱한 오해를 안겨다주고 그녀들 가슴에 불을 지르는 방화범이었다. 물론 민윤기가 있는 한 난 그정돈 절대 아니지만.
하지만 남녀노소 구분없이 사람 홀리는 박지민이 유일하게 못 꼬시는 사람이 바로 그 개싸가지 복학생이었다. 진짜 미친새끼야.
암튼 우리의 민윤기, 험하디 험한 대한민국 사회생활을 알겠는가. 그저 주인이 해주는 따순 밥 먹으며 티비 보고 주인 놀리는 재미로 사는 애인데.
내 눈엔 아직 어린 철부지 귀요미인 민윤기에게 속사정을 털어놓을 순 없었다. 또, 만약 윤기가 내 걱정을 한다면 그건 정말 못견딜만큼 맘 아픈 일이니까.
민윤기 차갑고 까칠한 하극상 캐릭터인건 사실이지만 점점 나와 가까워지며 정을 준 건지 내가 힘들어할 때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었다.
일주일 전인가 내가 손을 베였을 때만 해도.
'아야!!'
'뭐야 주인 왜 그래?'
'아니.. 그게.. 윤기야'
'.....'
'오늘따라 칼이 잘 안들더라고 하하..'
'.....'
'이 놈의 양파가 문제네! 양파시키..'
'.....'
'저.. 윤기야 나 진짜 괜찮..'
'손.'
'어?'
'손 줘보라고.'
'아냐. 윤기야, 나 정말 괜찮은데..'
'손 주세요. 주인.'
조별과제로 바쁘게 살던 중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간 나는 그동안 못해줬던 찌개를 윤기에게 해주기 위해 부엌 이곳저곳을 설치고 다녔다.
한동안 요리도 안한 주제에 이것저것 하려던게 화근이었을까, 엄살이라곤 1도 없는 내가 신음소리까지 낼 정도로 손가락을 칼에 깊게 베이고 말았다.
윤기를 재워줄 때 말곤 별 대화도 없던 때라 서먹서먹했었는데 내가 다치자마자 윤기는 한달음에 달려와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괜히 다친 것이 창피해 손을 보여달라는 윤기의 말에 극구 사절한 결과, 윤기는 특유의 그 차가운 표정을 풀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을 달라고.
그렇게 민윤기에게 결국 져버린 내가 손을 내어주자 민윤기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혈을 해준 후 내 손을 직접 씻어주고 치료해주었다.
사실 그 때만 떠올리면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게 범상치 않은 기분이었지만 어색함도 하루이틀, 민윤기와 난 다시 누가 주인인지 모르는 주종관계로 돌아와있었다.
여전히 난 민윤기의 잠을 책임지고 있고 윤기는 내 음식 맛을 평가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평화가 오래 지켜지겠는가.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01-2
조별발표 하루 전, 조원들끼리 카페에 모여 마지막으로 PPT와 자료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렵게 모인만큼 알차게 시간을 보내자 다짐했건만
여전히 개싸가지 복학생은 뭐가 그리 잘나신지 제일 늦게 도착한 걸로도 모자라 자료가 이게 뭐냐며 타박이란 타박은 다 주는 게 아닌가.
아니 그렇게 잘나셨으면 지가 준비하고 조사하면 되잖아. 이제 와서 열심히 조사한 박지민과 나에게 면박이란 면박은 다 주고 개싸가지는 화려하게 퇴장했다.
너무 황당하고 억울해 내 눈엔 어느 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버렸고 박지민은 제외한 몇몇 조원들은 어색함에 먼저 인사를 하며 하나둘씩 자리를 떠버렸다.
첫 과제고 처음으로 맡은 조장의 역할에 적어도 실망은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망한건가.
결국 조원들이 떠나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끝까지 내 옆자리에 앉아 날 달래주던 박지민의 깊은 한숨소리에 눈물을 우악스럽게 벅벅 닦았다.
코가 막힌건지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금 떠올려보면 이불킥이었지만 그 땐 그냥 내 앞의 박지민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 눈물만 흘렸었다.
"미안해.. 지미나.. 나 때무네..흐극..망한거야?"
"아냐, 탄소야. 괜찮아. 우린 우리대로 최선을 다 했잖아."
"짜증나.. 미친새끼 개새끼..흑"
"욕은 내가 할 테니까 그만 뚝 그치자 탄소야. 내일 발푠데 눈 팅팅 부어가면 놀림당한다."
"지미나 미안해.. 담엔 나보다 더 좋은 조장 만나."
"싫은데."
"응?"
"너랑 같은 조 할꺼야."
"왜에, 미친놈이랑 또 만날 수도 있자나.."
"그래야 내가 너 미친새끼한테서 지켜주지. 오늘처럼 남아서 눈물도 닦아주고."
"..이제 나 괜찮아! 가자."
"그래. 어서 가자. 어두운데 데려다줄까?"
"...저기.. 지민아."
"어?"
"나 술 좀 사주라."
맥주 두 모금에도 기절하는 내가 술이라니. 막상 말을 꺼내놓고 화들짝 놀라 박지민을 쳐다보니 잠시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진 지민이 말을 꺼내려 하는 순간
미안해! 내일 발표날인데 술이나 사달라 하고 내가 사줘도 모자랄 판에 지민아 잊어 잊어! 하하..
라며 두손을 열심히 퍼덕이며 손사래를 쳤지만 박지민은 그런 내가 우스운지 눈이 접히도록 환하게 웃어보였다.
"아냐, 사줄게. 당연히 사드려야죠."
01-3
김탄소 일쳤다. 물 흐르듯 박지민은 날 카페 건너편 술집에 데려갔고 박지민은 이 곳이 익숙한 듯 술과 안주를 시켰다.
매너가 몸에 벤 녀석이라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 앞에 놓아주고 티슈를 내 쪽으로 가까이 밀어주었다.
여긴 마늘치킨이 맛있다며 내 맞은편에서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씨익 웃는 박지민의 모습은 술집의 주황색 무드등에 비쳐 꽤 섹시했다.
평소에도 귀여운 것 같으면서도 어떨 땐 섹시하다 생각은 하고 있었다만. 마치 우리 윤기처럼.
미친, 김탄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신차려. 아직 술도 안 들어갔는데.
박지민의 주도하에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다보니 어느 새 안주와 술이 테이블에 세팅되어 있었다.
내가 술에 약하다는 건 어찌 알아챈건지 박지민은 굳이 안 마셔도 된다며, 몇 모금만 마시면서 기분만 내라고 말해주었다.
놈의 배려에 감동받으면서도 괜한 오기가 생겼다. 결국 맥주 두 잔의 주량을 두배나 넘기자 정신이 나간건지 박지민이 민윤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박지민이랑 민윤기 둘 다 머리색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해.. 목소리도 좋고 섹시하고..
"...미늉..기.."
"응? 탄소야? 뭐라고?"
"..으응? 아냐 지미나 암 것도 아니야아.."
"탄소야."
"...으응?"
"술 먹으니까"
".....히끅"
"더 귀엽다."
"나도 아라.. 멍청아.."
"그럼 이것도 알겠네."
"뭔데? 다 말해봐 다 맞춘다.. 내가"
"내가 너 좋아하는 것도."
'참고로 난 술 싫어합니다.'
왜 이 상황에서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
갑자기 급전개라 놀라셨나요? 삼각관계 빨리 만들고 싶어서 안달났냐구요? 네!!! 맞습니다!!! 제가 좋아합니다 민윤기의 질투를 매우 많이.
그래서 새벽이고 하니 글도 좀 치명치명하게 써지네요. 우리 짐니 요즘 한 치명하지 않습니까?
암튼 독자님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ㅠㅠㅠ 분량이 괜찮으려나 부족하진 않겠죠..? 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많이많이 애껴요 애!!껴!!!
그리고 암호닉은 꼭 []표시에 최근화에 댓글로 남겨주세요ㅠㅠ 지난화에 남겨주시면 암호닉 신청받을 때 제가 빠트릴 수 있어요ㅠㅠ
그리고 조만간 새로운 공지가 나갈건데 그건 꼭 읽어주셔요ㅠㅠ 댓글이 필요한 관계로 부득이하게 포인트를 약간 걸어놓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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