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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택엔] 구름을 바라보다. 01

구름을 바라보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정신을 차리면 그 선배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는 여전히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친구들이 재롱을 부릴 때 간간히 웃어줬었는데, 그 미소를 본 날이면 나는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배에게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물론 내가 소심했기 때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여태껏 선배의 외투를 돌려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선배가 내게 외투를 건네주고 사라졌던 그날 돌려주려 했었지만,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선배에게 다가설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매일 선배의 외투를 쇼핑백에 싸가지고 다니면서 선배가 먼저 돌려달라고 말을 하길 기다렸지만, 날이 풀려서 더 이상 그 외투를 입을 수 없는 날이 될 때까지 선배는 내게 다가와주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이렇게까지 흘러가자 이젠 선배의 외투가 내게는 켕기는 것이 됐습니다. 이제 와서 돌려주는 것도 이상할 것 같고, 선배는 이미 나를 ‘야, 좀 빌려 줘 봐라.’하고 돌려주지 않는 양아치 애들로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이런 나의 소심한 생각은 어느새 선배를 피하도록 만들었고, 그로인해 나는 1학기가 마무리 될 때쯤 완벽한 아웃사이더가 되어있었습니다.

  *

  결국 그렇게 종강을 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선배 생각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늘어가면서 나에게 지각은 생활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내가 강의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날도 좋고, 수업은 지루하니 땡땡이 좀 쳐보자 마음을 먹고 건물을 벗어났습니다. 아니, 사실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뒤늦게 들어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도서실 뒤편의 벤치로 향했습니다. 가끔 이곳에선 진한 사랑을 나누는 커플과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살피는 것은 꼭 해야 할 절차입니다. 이곳을 처음 발견하고 두 번, 세 번 그리고 네 번째 찾아간 날, 보지 말아야할 것을 본 후에 내가 만든 절차입니다.

  다행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안도하며 빠른 걸음으로 벤치로 향했습니다. 잠시 앉아서 풀 냄새를 맡던 나는 머지않아 벤치 위로 길게 누웠습니다. 이렇게 맑은 날은 누워서 하늘을 보면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늘을 보는 것은 내가 선배를 피해 다니느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생긴 버릇입니다. 손을 뻗으면 저 맑은 구름을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 닿을 수 없다는 것은 요즘 초딩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버릇 적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쓰다듬어도 보고 가끔 심통이 나면 마구 찔러도 봤습니다. 정택운. 그 선배의 이름입니다. 운이라는 이름의 한자가 구름 운일지도 모릅니다. 하얗고 뭉실뭉실하고 부드럽게 생긴 것이 꼭 닮았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물어볼 수 있을 리 없었습니다. 때문에 그냥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어쨌거나 구름과 선배는 많이 비슷하니까 말입니다.

  한참 동안 구름을 바라보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가끔 너무 조용해서 고장 난 것이 아닌 가 흔들어보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리다니, 뭔가 일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조심히 잠금을 풀어보자 우리 과 단톡 방에 공지가 올라와있었습니다. 오늘 종강파티가 있으니 빠지지 말고 참석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빠진다고 해서 알 사람, 뭐라고 말할 사람도 없을게 분명해서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은, 두 달 동안 보지 못할 선배를 마음껏 봐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다시 휴대폰을 꺼내들어 시간과 장소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곤 하늘에 유유히 떠있는 구름에 대고 손가락으로 쿡, 한번 찔러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사물함에 넣어둔 선배의 외투를 챙겨야했기 때문입니다. 2층에 있는 우리 과 사물함은 원래 4명이서 하나를 써야했습니다. 그러나 멍청한 나는 사물함 열쇠를 잃어버렸고, 같이 쓰는 아이들에게 열쇠를 빌려달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습니다. 뭐, 덕분에 나는 구석에 자물쇠가 고장 나서 놀고 있는 사물함 하나를 혼자 쓰게 되었습니다. 훔쳐갈 것도 없으니 문제될 것도 없었습니다. 쇼핑백에 고이 담아둔 선배의 외투를 꺼내고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오늘은 그냥 몰래 선배 옆자리에 갖다놓자! 아자! 파이팅! 할쑤이쒀!! 코럼!! 미쎤 임퐈쒀블!! 아...? 이건 불가능하단 거였나... 하, 진짜 이 멍청이!! 우억!”

  그날 나는 사물함이 아주 단단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혼자 중얼대던 나는 스스로가 매우 멍청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물함에 머리를 박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물함이 생각보다 단단해서 나도 모르게 우억, 이라는 나약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부디 나약하다는 말을 그냥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나는 쇼핑백을 품 안에 넣고 사물함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봤습니다. 아이 씨. 욕한 게 아니라 영어한 겁니다. 아이 씨. 정말입니다. 영어입니다.

  “저기, 괜찮으세요?”

  “아, 네, 네네. 괜찮, 괜찮습니다.”

  바로 앞에서 걸어오는 두 남정네를 봤습니다. 한 남정네는 걱정스런 눈길로 내게 괜찮냐며 물어왔고, 그 옆에 있던 남정네는 정수리만을 보이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정수리만 보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여 운 선배였습니다. 나는 잔뜩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 손사래치며 그들을 지나쳐 바로 옆에 있는 코너를 돌아 벽에 붙었습니다. 그리고는 세차게 뛰어오는 심장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했습니다.

  “이거 우리 과 사물함인데, 너 방금 그 사람 누군지 아냐?”

  목소리로 추정하건데 나한테 괜찮냐며 물어온 사람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선배의 대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 고개 짓으로 대답했을 겁니다. 고개를 내밀어 선배의 대답을 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왜냐하면 선배의 고개는 짧게 좌우로 흔들렸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선배는 원래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고작 그날 그 짧은 시간을 기억할리 없습니다. 품에 안고 있는 그의 외투가 너무도 슬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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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학연이 하는 행동이 너무 귀여워요ㅠㅠ혼자서 꼼냥꼼냥 거리는 것 같아요ㅎㅎㅎㅎ운이 진짜 기억 못하는 건가? 외투보면 기억날텐데ㅠㅠㅠ
10년 전
독자2
아진짜 좋다..♥ 이런느낌이 너무좋아요 빨리 ㄱ다음이야기~ 금손빨리와요유ㅠ 학연이ㅠㅠㅠㅠ 설레 택운아
10년 전
독자3
우와...요니가너무귀엽네요..ㅠㅠ근데 택운이는 기억을 못하는건가요?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서그런걸까요..??잘읽고갑니다ㅎㅎ 신알신할게요!
10년 전
독자4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요ㅠㅠ 근데 태긔는 기억을 못하는걸까요 사물함에 학연이를 잘 못봉걸까요! 기억했으면 좋겠건만..ㅠㅠㅠ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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