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대는 방법도 모르면서 들이대는 직장상사 권순영
X 의도치않게 철벽치는 너봉
장난치지 마요~
아 진짜 속고만 살았어요?
그렇다면요?
슬그머니 몰리는 뜨거운 공기의 압박 속엔 난 할수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게 이별을 고할수도 , 받아드릴 수도 없었다. 이건 답이 이미 유출된 채로 하는 추측이지만 방심은 언제 상처를 불러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도 사람이고 여자인지라 조금씩 떨려오는 음성은 어째 막을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나란히 있던 자리를 벗어나 괜히 머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빙그르르 돌아보았다. 그는 평소와도 같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렇다 그는 오래전부터 날 그렇게 바라봤고 또 그렇게 웃어보였다. 한결같은 그의 뚝심은 감정없는 나를 설렘에 뒤척이게 했고 가장 큰 존재를 조금이나마 덮어주었다.
원우오빠
왜 불러요 너봉씨?
뭐 그냥, 한번 해봤어요.
싱겁네요.
좋아하지 말아요.
뭘요?
알면서 그럴거에요?
하하, 나 지금 들킨거죠?
네 그럴게요. 한번 잊어는 볼게요.
근데 만약에 실패하면 내게 오진 않더라도 밀치지는 말아줘요.
그에게서 처음으로 고백을 하고 받음을 마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허무함과 실소가 번갈리며 터졌다. 잊고있었다. 난 짝사랑의 애절함과 엇갈리는 마음을 다룬 드라마를 볼때면 손가락질 하기 일쑤였고 혀를 차길 바빴다. 그런 경험도, 무용담도 없던 나였기에.
난 지금 그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표현으로는 무어라 전부를 설명치 못할, 조금더 커다랗고 부푸는 감정. 이게 사랑이였다. 난 뜻밖에 첫사랑의 아픔을 겪는것이다. 그로 말이다.
_ _ _ _
사실 조금은 마음이 무겁다. 그녀의 집을 알기에 잠시 만나러 갔던 그때의 내 발걸음이 도착 후 원망스러울만큼 마음이 찌릿했다.
그녀와 원우씨의 모습은 영락없이 연인이였고 그 둘 사이는 그세 친밀해진듯 했다. 한발치 멀어진 나무 뒤에서 주저앉아 듣는 내 처지가 참 볼품 없었고 그렇게라도 듣는 나 역시 찌질했다.
원우오빠
덜컹 내려앉는 심장에 참아온 숨들이 턱 터져버렸답급히 두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온 신경을 그들에게 쏟아부었고 계속해서 맴도는 그녀의 호칭이 너무나 신경 쓰였다.
대화 내용을 전부 들어버렸다. 차라리 듣지라도 말걸. 오히려 더욱 가능성이 생겨버리니 욕심이 나길 시작했다. 역시나 원우는 그녀를 오랫동안 좋아하는게 맞아들었다. 위험했던 인물이 이렇게 신경쓰이긴 또 처음이다. 괜시리 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사실 밤새 뒤척이며 쉽사리 잠 들지 못했다. 계속해서 감도는 그녀의 말투와 상황들이 온통 뒤죽박죽으로 나만 괴롭혔고 머릿속 한 가운데는 그녀의 얼굴이 뿌옇게 날라가고 있었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하지? 난 뭘 해야하지? 이것은 전쟁이고 실전이다. 지금 그녀를 놓치면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다. 아니 영원히 안 올수도 있다. 너봉아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너봉씨 잠시 팀장실로 들어오세요.
결국 그녀생각에 뜬 눈으로 새 날을 맞이하고 고민의 답은 직설화법이였다. 그녀도 , 또 나도 행복해지기 위해선 내가 당당해져야 한다. 그녀에게도 말 해야하고.
오늘 저녁에 시간 있습니까?
선약은 없습니다.
저랑 밥 한끼 합시다.
네? 저랑요?
왜요 싫습니까.
얼마만일까. 그녀에게 조금의 미소를 보이는게. 또 부드러운 어투로 말을 거는게. 모든게 반갑고 기쁜 내 모습에 그녀는 사뭇 당황이라도 한건지 삑사리까지 내가며 자신도 모르게 기쁨을 방출하고 있었다. 난 바보같이 또 이것마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폭풍만 같은 업무가 드디어 끝이나고 그녀와의 식사를 위해 의자에 걸쳐둔 코트를 다시 입곤 향수도 두어번 뿌리고 손을 호호 불어대며 나만을 기다리는 그녀에게로 성큼성큼 걸어나섰다.
순영씨! 순영오빠!
갑작스래 날 향해 인사 해오며 말을 놓는 김영희 사원으로 인해 자동으로 뒤를 돌아보는 그녀에 그저 머쓱해 뒷머리를 긁었고 그녀 역시 슬쩍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그것도 잠시 김사원과 나를 보곤 씁쓸해 보이는 내려가는 입꼬리 때문에 난 곤란스러웠다.
저 김사원, 전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볼테니 어서 귀가하시죠.
잠시 저랑 차도 못 마시세요?
네 안 마십니다.
아 그래도,
김사원 저희가 언제부터 말을 놓자고 했었죠?
네?
우리 관계는 '순영오빠'가 아니라 '권팀장님'이 일반적인 겁니다. 아시겠죠?
벙찐 김사원을 내버려두곤 그녀에게 다가가 은근슬쩍 팔을 내놓았다. 이게 뭐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곤 입술을 살포시 앙 다무는 모양새가 이쁘디 이뻐서 심장이 간질거렸다.
팔짱.
예?
팔짱 끼우시라구요.
아 네. 허둥지둥 가방을 반댓팔로 옮기며 바보같이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못해 괴로웠고 입안이 마치 설탕을 퍼먹은 것처럼 달다 못해 속이 쓰렸다.
도착한 식당에서도 그녀는 추웠는지 손을 호호 입김으로 달랬고 식탁위에 의식없이 얹었다. 그녀의 손은 얇고 길며 빨갰다. 달아오른 그녀의 손을 내 손으로 감싸버리니 그녀가 참 화들짝 놀라더라. 회심의 미소를 띄웠다.
아니 뭐 손이 시려 보이길래. 담담하게 웃으며 넘기는 말에 그녀는 아직도 어리둥절한지 시선을 피하다 이내 맞잡힌 두 손으로 옮겼다.
저 팀장님
여기 회사 아닌데
어, 그렇,죠?
그래서 나도 오빠소리 듣고싶은데
어쩌면 마지막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달달하게 밀어붙이며 거리를 좁혔다. 이젠 손이 멀쩡하니 볼이 말쌍이다. 볼에 불길이라도 번진 마냥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젠 저 볼까지 손으로 감싸야 하는건가.
저 그래도 팀장님인데 제가 어떻게..
왜요, 왜 못해요 난 너봉이라고 부를건데.
수많은 어색함과 설레임이 오가는 분위기를 깨기가 싫었다. 분명 그녀에게 말하러 왔는데 난 막상 꿀먹은 꼬맹이에 불과했다. 더이상 그녀의 일그러진 미소를 보기가 싫었다. 나중에 , 나중에 , 나중에. 미루고 미루다 벌써 그녀와 식당을 빠져나올 시간이 다됐다.
팀장님 저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괜시리 나쁜 기분에 침묵을 잇다가 마지못해 무엇이냐고 되물었고 그녀의 표정은 혼란, 그 자체로 설명을 할수밖에 없었다. 엄청나게 고민과 고민이 엮여서 풀리지않고 갇혀있는 답을 갈구하는 표정. 그녀는 이미 나와 같은 감정을 겪고있던 것이였다. 아니길 바랬건만.
팀장님이 제게 왜 이러시는지 전 이해 못하겠어요.
푹 꺼진 고개와 작게 몽글거리는 말들에 가슴은 답답했고 당장이라도 그녀의 고개를 잡아올려 입을 맞추고만 싶었다. 마치 누구에게 엄청나게 혼난 어린아이가 끝내 강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늘어놓듯이 그녀는 참으로 슬퍼보였다. 뭔가 그녀만이 가진 밝지만은 않은 밝음이 어쩐지 도드라졌다.
너봉씨는 왜 그래요?
제가요? 뭘요?
왜 나 괴롭혀요? 턱 끝까지 차오르는 한 글자, 한 글자들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의 표정에 묻혀 내 속을 가뒀다.
아니예요.
뭔데요? 제가 뭐 잘못한거 있어요?
정말 알고싶어 하는 그녀의 표정에 참아왔던 웃음이 터졌고 그녀는 억울하단 표정과 궁금함을 못 참겠어요란 표정이 미묘하게 조합되어선 간질거리게 했다.
아니 왜 그러는거냐구요..
왜요 우리 너봉이 슬퍼요?
씨 난 진지해요 , 장난마요.
귀여워서 그래요. 귀여워서
그러게 누가 귀여워래요?
나 팀장님 여동생 아니거든요? 동생취급 싫어요!
어라 아닌데? 나 여자취급 했는데요?
그것도 썸타는 여자급으로.
요즘 다 짜증나는데 확 그냥 우리 둘이서만 떠날까요?
권수녕 |
유독 오늘 더 짧은것 같다 느끼시는건 ㄱ,기분탓일걸요....? 크 드디어 나왔네요 순영X너봉 캐미~~~~~~~크~~~~~~달달함을 연출하고 싶었는데 뭐 잘나온듯 합니까??? 원우도 간혹 출연하니 잊지마라요!!!! 그리고 제가 언제가 Q&A 한번은 올릴겁니다.넘나 하고픈것... |
암호닉은 제일 최근에 올린 편에 적어주세요! 시야가 좁은 작가를 위해 잘 보이게끔 [괄호] 꼭 써주세요❤
❤수녕이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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