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8.당신만이 아는 것(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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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으로 헐레벌떡 들어온 순영이다.겉모습은 누가봐도 나 허겁지겁 왔어요를 나타내듯 머리 산발에 교복마이는 흐트러져 있다.
"순영이 왔어?"
쇼파에서 일어난 정한이 힘없이 묻는다.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중학교 3학년 2명만 순영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아무리 남자애들이 컸다라하더라도 중학생이 오늘에 들어오지 않고 내일에 들어오면 부모님들은 다 걱정한다.그러니까 이거 보고있는 중딩들은 젭알 12시전에는 집에 들어가길 바란다.젭알이라고 쓴 이유는 중딩애들 눈높이에 맞춘거다.나도 맞춤법 다 안다고는 못 하지만 어느정도는 안다.오해하지 말아달라.제발
"부승관은?최한솔은?"
솔직히 형제들끼리 성 안붙이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미안하다.우리집 사례로만 일반화 시켜서 미안하다.아무튼 순영은 오자마자 사랑스러운(반어법아니다) 두 동생들을 찾기 바쁘다.
"아직"
찬이의 말에 순영이 침만 삼킨다.한솔과 승관이 나가서 연락도 안되고 집에도 아직 안 들어왔다는 명호의 전화에 먹던 음료수도 내팽겨치고 왔건만 기대와 다르게 두 동생은 아직도 집에 부재중이다.
"다들 들어가서 자라"
승철의 말에 정한과 부재중인 두 사람의 눈을 뺀 9명의 눈이 승철에게 간다.특히 찬이는 아까 지옥의 식탁(유치한 이름이지만 사실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에서 형제들 중 유일하게 모든걸 목격했기 때문에 더 그런다.상처받은 아빠의 눈을 봤는데 지금의 승철은 오히려 덤덤했다.
"어차피 다 큰 남자애들이 늦게 와밨자 친구집이지"
".."
"내일 다들 학교 가잖아"
".."
"얼른 들어가서 자"
맞는 말이여서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결국 제일 큰 형인 지수가 먼저 일어나서야 거실에 있던 아이들이 제 각각 방으로 들어갔다.제일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찬이였다.
"아빠"
"응?"
"사랑해요"
가족끼리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무언가 간질한건 왜인지 모르겠다.남남인 연인사이에서 혹은 친구한테 장난으로 하는 말처럼 쉽게 나오는게 사랑한다는건데 가족끼리는 왜 어려운지 모르겠다.찬이는 자기가 내뱉고도 민망해서 얼른 방문을 닫았다.
".."
정한이 승철을 보자 희미하게 웃고있는게 보인다.역시 자식은 많이 낳고 봐야한다는 옛어른들 말씀이 틀린건 아니다.
"우리도 자자 정한아"
정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승관아"
"내가 다 봤단 말이야"
울먹거리는 승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 한솔이 우선 승관을 일으켜세웠다.
".."
"씨발 진짜 거짓말 아니야"
"알겠어"
".."
"그러니까 울지마"
".."
그러더니 주머니속에서 꼬깃꼬깃 꺼낸 만원짜리를 건네준다.정한이 준 용돈의 일부분이다.
"오늘은 그냥 찜찔방 같은데 가서 자"
".."
"여기서 자면 감기걸려"
".."
"가서 씻고 푹 자고 일찍 일어나서 학교로 와"
"너는"
"나는 집가야지"
한솔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승철과 정한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역시 안 주무셨네요"
새벽 1시,형제들과 정한에게 자라고했던 승철은 거실쇼파에 앉아있었다.수척해보이고 피곤한 모습인덴도 눈만 반짝반짝 거린다.한솔은 저 아빠의 눈이 오늘따라 물기있다고 생각한다.
"잘 수 있겠니"
"아니요"
".."
"아빠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승관이는"
승철이 나지막히 묻는다.
"찜질방 갔어요"
"돈은"
"있어요"
".."
이제 됐다며 승철은 쇼파에서 일어난다.이미 눈치챈 한솔에게 승철은 이제서야 졸림이 밀려온다며 괜히 눈을 비빈다.
"그래 너도 얼른 자라"
".."
"이따 학교가야지"
발걸음을 옮기려던 승철이 우뚝 멈춘다.
"아빠"
"응?"
"사랑해요"
역시 아직 중학생들이라며 승철은 유하게 웃어보인다.11형제를 자신의 집에 데려온게 절대 미친짓이 아니였음을 다시 깨닫는다.
"고맙다"
이제 정말 안방으로 들어가려는데,딱 안방까지 3걸음정도 남긴 상태에서 승철이 굳었다.
"아빠가 살인자라도 말이에요"
아직 새벽이였다.아침이 오기까지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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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와서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화에 암호닉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한솔의 비밀
1.승관을 좋아한다
2.???
3.???
이벤트 결과로 한솔의 비밀 1이 공개되었습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