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5년을 만났다.
"우리 손잡을래?"
시작은 어렵게, 하지만 끝은 쉬웠다.
수없이 만났던 시간을 '우리 그만하자.' 한 마디로 정리해버릴 수 있는 관계였을까, 우리가 과연 그랬을까.
"우리 그만하자."
그래, 나도 잘한 건 없지.
그런데 말이야. 너도 잘한건 없어.
날 그렇게 만든건 너였어.
나는 우리가 너무 이기적이였다고 생각해.
"왜 너는 너만 생각해? 나는 보이지도 않아? 내가 어디까지 비참해져야해?"
"야, 이창섭.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처음엔 네가 미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는 날 미워할까?
그게 나는 슬플 뿐이야.
"나중에 엄청 큰 마당에 엄청 큰 개 다섯마리 키우자!"
"다섯마리나? 아기는? 아기는 안키우고 개만..?"
"아니? 나는 딸만 다섯에 음, 아들도 다섯!"
우리가 함께 그렸던 결말은 아주 예뻤지.
내가 다 망쳐버린 것 같아 마음이 쓰려.
모든걸 처음한 너라서 더 쓰린걸지도 모르겠다.
"그 선배 뭐야? 뭔데 너를 우리창섭이 라고 부르는거야? 흥이야, 정말."
"뭐야, 질투하는거야? 나는 관심도 없어서 그 사람 이름도 몰라."
"생얼이여도 예쁘네."
"여자친구랑 놀이동산 처음와봐, 그게 너여서 더 좋다."
"너가 더 귀여워."
"사랑스럽다, 너는 온 몸이 사랑스러워."
내 모든걸 사랑해준 너인데,
나는 언제까지만 널 사랑한걸까?
"지겹다, 나 혼자 사랑하는 것 같아서 지겨워."
"넌 변한게 없어. 너만 생각하지."
"우리 관계 시간을 좀 갖자."
"너는 자존심 덜 버렸어."
너는 차가웠다.
예전에 했던 따뜻한 말이 떠올라 내게 가시처럼 박혔다.
변한건,
나인지, 너인지.
우리 모두인지.
우리 둘 다 너무 어려서, 처음이여서, 서툴러서 그렇다고 할까?
"사랑해."
그래도 넌 나에게 아주 소중했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오다가다 마주치지 말자. 그럼 진짜 힘들 것 같아.
너를 잃어서 너무 마음 아프다.
누구든 나와 너에게 괜찮다고 다독여줬으면 좋겠다.
나의 추억이 되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