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건 작년 겨울 쯤이었다.
엄마랑, 곧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된다는 사람의 아버지 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집 밖으로 나와 아파트 복도에 주저앉아 우중충한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그냥 나온지라 찬 바람이 그대로 옷을 뚫고 들어왔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는데, 타박타박 가벼운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앞에 보인 신발 두 짝. 검은 아디다스 운동화를 난 똑똑히 기억한다. 왜 안비켜, 하고 고개를 들자 하얀 얼굴로 눈을 접어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 굉장히 어려보였고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그가 누군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카키색 야상에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모범생이라던 말과 달리 호일펌을 한 남자.
아마, 우리 집에 온다던 그.
"니가 지호야?"
남자가 입술을 열자 하얗게 김이 만들어졌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또다시 순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나는 잘 웃지도 않을 뿐더러 웃어봤자 비웃음이나 자조적인 웃음 뿐이었는데, 내 앞의 사람은 웃는 게 자연스러울 뿐더라 보기도 좋았다.
"니가 우지호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난 이태일이라고 해. 내 얘기도 들었지?"
웃으며 말하는 그에게 나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 반가워."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다가, 문득 보인 이태일의 웃는 얼굴을 보고 그만 손을 내려, 나 혼자 힘으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이태일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나보다도 한참이나 작은 이태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가 사이좋게 지낼 일은 앞으로도 평생 없을 거야."
그리고 문을 열고 그냥 안으로 들어가다가, 살짝 뒤를 돌아보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이태일을 본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린 나였다.
더보기 |
ㅎㅎㅎ 소유욕 어떻게 쓰는거에여 누가 좀 알려줘여 전 모르겠어옇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