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철칙
함부로 정을 주지 말아라
09.
"아니 거기 말고!"
"그럼 여기요?"
"아! 거기!..."
탕!
"... 말고..."
"어, 언니 죄송..."
이상한 생각한 사람 다 나와.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수정 언니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조준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내 예상을 벗어난 곳에 발사가 되니... 이렇게 되면 조직원들의 목숨이 위험하다...! 어쩔 수 없네 난 총을 쓰면 안 되겠다 ^^! 라는 생각을 하며 슬쩍 총을 내려놓자, 언제 왔는지 다시 총 들어라. 하며 장갑을 끼는 민윤기가 보였다.
"왜 오셨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수정이 제대로 가르쳐줄 것 같진 않아서."
"저게."
민윤기와 수정 언니는 볼 때마다 으르렁 거렸다. 사실 으르렁이라기 보다는 수정 언니가 짜증을 내면 민윤기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받아주는 거였지만. 어쨌든 사이 좋은 그들에게 쿠키를 물으니, 네가 왜 내 아들을 찾아. 하며 시큰둥하게 장갑을 다 끼고는 총을 드는 민윤기다. 오늘도 존나 싸가지가 없다. 투덜거리며 나도 같이 총을 들자, 민윤기가 쿠키 망개랑 놀러 갔다. 나 하는 거나 잘 봐. 한다. 오, 맞아. 시범을 보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시선을 거기에 고정시키는데, 내 귀를 막아주는 수정 언니. 왜요? 하고 물으니 저거 소리 꽤 쎄. 하며 내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린다. 민윤기는 아주 자매 납셨네. 하며 자세를 잡았고, 전문가스러워 보이는 모습에 와, 하며 기대를 하고 있는데,
탕!
"으앙ㅏ으아!"
"뭔 소리야 방금."
"... 탄소 비명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애 맞지 너?"
"맞는데요."
나도 모르게 괴상한 소리가 나가버렸다.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엄청난 굉음에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민윤기는 이걸로 한참을 우려먹을 것 같았다. 짜증이 나 여전히 수정 언니의 손에 귀를 막힌 채 놀랐잖아요! 하고 소리지르자 민윤기가 그러게 정수정이 막아줬잖아. 예상은 했어야지. 하는 뻔뻔한 소리를 해온다.
"어쨌든, 아까 내가 하는 거 봤지."
"네."
"총알이 어딜 뚫었어."
"... 오!"
딱 정면이다. 점수로 따지자면 제일 높은 10점짜리. 민윤기는 씩 웃으며 내가 이런 사람이야. 를 씨부리길래 그냥 놔뒀다. 수정 언니는 다시 해보자. 하며 총을 내 손에 쥐어주었고, 나는 아까 수정 언니가 가르쳐준 대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곧 훅 끼쳐오는 익숙한 향수 냄새에 몸이 굳어버렸는데, 민윤기가 내 뒤에서 백허그를 하며 자세를 잡아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놀라서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는데 민윤기나 수정 언니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 사람들은 이러는 게 특기야...? 혹시 이 사람들이 하는 살인은 반반한 얼굴들로 하는 심쿵사인가...?
"야, 뭐 해."
"... 네? 아 그..."
"정신 차려. 실전 나가서도 이럴 거야?"
"아니요..."
"앞에 봐. 과녁 보라고."
"네."
조용히 총을 들어 조준표의 10점을 쳐다보자 장전하고, 이제 방아쇠 당겨. 하고 귀 가까이에 속삭인다. 아이 씨발 간지러워.
"저, 그..."
"당기라니까."
"아니 떨어져 주시면..."
"뭐?"
"귀 간지럽..."
"가지가지 해라 진짜."
내 말에 빵터져 일어나지를 못하는 수정 언니와 결국 내 옆에서 떨어진 민윤기. 나는 다시 자세를 잡고 조준표를 통해 과녁을 쳐다보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가 8점에 꽂혔다. 어느새 정신차린 수정 언니는 와, 뭐야? 내가 가르쳐주니까 0점을 맴돌더니 민윤기가 가르쳐주니까 와... 하며 배신감 서린 얼굴을 했다. 아니, 언니 그게 아니고... 하는데 민윤기가 예의 그 싸가지 없는 웃음을 지으며 네가 실력이 없다는 증거지. 한다. 이런 씌발. 수정 언니 표정 굳어가는 거 안 보여요?
"자, 이제 총은 이만하면 됐고."
"예? 연습 안 해요?"
"네가 배울게 총만 있는줄 알아? 매일 와서 연습해."
"아니 그래도 감은 익혀야하지 않..."
"자 가자."
을까요... 그렇게 문장의 나머지 부분은 내 입 안으로 먹혀 들어갔다. 민윤기가 수정 언니와 나를 데리고 들어간 곳은 칼이 가득한 방.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곳이었다. 벽지도 거무칙칙한 게...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
"아니, 칼은 박지민이 가르치기로 했잖아?"
"박지민 임무 나갔어."
"이 개새끼!"
"넌 입만 좀 곱게 쓰면 남자가 달라붙을텐데."
"이미 달라붙어."
"그럼 뭐해 회사에서 사는데 사내 연애가 안 되잖아, 넌."
"씨발 새끼야."
둘은 또 투닥거린다. 버리고 칼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긴 것부터 짧은 것까지. 없는 게 없는 듯 했고, 모든 칼에는 코드 네임들이 적혀있었다. 자기 것이라는 표시인가. 간부진들과 매치되지 않는 칼 종류에 웃으며 구경하는데 눈에 띄는 칼 하나. C라고 적혀있다. 저거 내 코드 네임인데. 조용히 집어들어 이거 제 거예요? 하고 물어보니 민윤기가 눈을 가늘게 떠 칼을 확인하고는 끄덕거린다.
"언제 만드셨대요?"
"전부터 있던 칼에 네 이름 새긴 것 뿐이야."
"아 그래요? 신기하다, 내 칼이래."
"작아서 몸에 지니고 다니기 좋을 거야."
민윤기는 골랐으면 이제 훈련하러 가자. 하고 나를 잡아 이끌었고, 방에 딸린 작은 문을 열자 그 방 안은 더 거무칙칙한 벽지에 피 냄새가 도는 것 같기도 했다. 쇠 때문에 내 착각인 것 같았으나 그 생각은 테이블 위에 놓인 사람 팔을 보자 싹 사라졌다. 심장이 쿵쿵거렸다. 저게 정말 사람 팔인가...? 손가락 다 달려 있고, 그 손가락엔 손톱도 있지만 믿기 싫다. 민윤기는 팔짱을 끼고 나를 보더니 냉정한 얼굴로 이상한 소리를 뱉었다.
"베어 봐 이거."
"...?!"
"베어보라고."
"이, 이걸 어떻게 베요...?"
나는 베기는 커녕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계속 눈을 가리고 가만히 서있자 민윤기가 짜증난다는 듯 사람 벨 일이 없을 거 같아? 하고는 또 내 뒤에서 백허그를 해 팔목을 잡고 그 살덩어리에 다가갔다. 아, 잠시만!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하지만 민윤기 사전에 신입이라고 봐주는 것은 없었다.
"이걸, 이렇게."
"아, 으, 미, 친 헐!"
"아 가만히 좀."
"아 진짜 이 느낌 이상해요!"
"고기 자른다고 생각해. 저녁에 고기 사줄게."
"미쳤어요?"
결국 칼을 집어던지고 민윤기를 뿌리친 후 화장실에 가 속을 게워냈다. 수정 언니는 황급히 나를 따라와 등을 토닥여주었고, 십 분 후에 다시 마주하게 된 민윤기는 너 진짜 비위 약하다. 하며 인상을 찌푸리곤 옆에 있는 헝겊으로 칼을 닦더니 케이스에 집어넣어 내 옷 안에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저거 진짜 팔 아니야."
"예?"
"저거 정수정이 만든 가짜 팔이라고."
"..."
"일종의 테스트인데, 넌 칼 잡으면 안 되겠다."
하고는 총만 연습해. 하며 나가버렸다. 조용히 고개를 돌려 수정 언니를 쳐다보니 웃는 얼굴로 축하해, 일이 줄었네? 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럼 지금 둘이 나 짜고 속인 거? 둘 다 이 세상에서 사라졌음 좋겠다.
10.
민윤기가 그렇게 나가고 수정 언니와 함께 총을 좀 더 연습하고 난 후 방에 들어와 죽은 듯 잠만 잤다. 다른 사람들처럼 손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 살이 박힐 때까지 한 것은 아니었지만 첫 날인 내게 오늘은 너무 고된 날이었다. 아무리 가짜였다 한들 기분 나쁜 촉감은 잊혀지질 않았다. 만약 속을 게워내지 않고 참아서 그 칼질을 견뎌냈다면 평생 그 기분 나쁜 촉감을 안고 살아야 했겠지. 그렇게 이상한 기분을 안고 잠에 든지 2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나는 쿠키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파파! 마망이 안 이러나!"
"네 마망 오늘 피곤하다. 깨우지 말고 계속 자게 놔둬."
"우응! 긍데 나 마망이랑 놀고 시픈데."
"마망이랑 그만 놀고 태태나 짐니한테 놀아달라고 해."
나를 생각해 쿠키를 말리는 민윤기였지만, 잠도 다 깼겠다 그냥 몸을 일으켜 세워 침대 헤드에 기댄 후 쿠키야, 하고 부르며 안기라는 듯 팔을 벌렸다. 쿠키는 마망! 하며 내게 달려와 안겼고, 나는 쿠키에게 망개랑 잘 놀다왔어? 하는 질문을 던졌다. 쿠키는 어린 아이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했다.
"망개가아 키즈카페 가고 싶대써! 그래서 가치 가줬능데 거기에 다른 노미 우리 망개를 데려가려고 하능 거야아!"
"어구, 그 남자애가 나빴네."
"응! 그래서 쿠키가 구해조써!"
"잘했어, 우리 쿠키."
쿠키를 안아 둥가둥가 해주며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데, 민윤기가 일어나더니 묘하네. 하며 방에서 나갔다. 그런 민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쿠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밖에서 수정 언니가 탄소 깼으면 나와! 하고 말한다. 그에 따라 쿠키를 안아들고 거실로 나오자 모두 휘황찬란한 수트를 빼입고 난리도 아니다. 전정국이 나를 발견하곤 인사를 건넨다.
"잘 잤어?"
"네."
"얼굴이 폈네, 난 들어왔을 때 막 3kg 빠지고 그랬는데."
"그건 너 서포트 해야 해서 체중 관리 한다고 그런 거잖아."
"어쨌든요."
"근데 왜 다들 수트 차림이세요...?"
"아, 세원 그룹에서 창립 50 주년이라고 파티 한대."
"아... 그런 곳도 가시는 거예요?"
"우리가 겉은 기업이잖아."
"인맥 관리 뭐 그런 명분인 거지."
그때, 민윤기의 방 문이 열리더니 조직원들과 똑같이 수트를 차려입은 그가 손목에 시계를 차며 나오는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얼굴이 빨개졌다. 민윤기는 나를 한 번 보더니 넌 또 왜 얼굴이 토마토야. 정수정, 쟤 옷 갈아입혀. 하며 내 옆에서 쿠키를 데려갔다. 쿠키는 파파! 빤짝이 입기 씨러! ;ㅅ; 하며 민윤기의 손에 이끌려 방에 들어갔고, 나는 수정 언니의 손에 이끌려 머리가 손질되고 얼굴에 색칠이 된 후 옷이 갈아 입혀졌다. 중학교 이후로 처음 입어보는 치마였다. 고등학교 땐 운동을 명분으로 교복 바지를 입고 다녔으니까. 기분이 이상해 치마를 이리저리 흔들어보는데, 수정 언니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숄을 걸쳐주었다. 아직 밖은 쌀쌀해. 이 말을 덧붙이며.
"근데 저 아직 총도 잘 못 다루는데 위험한 일이라도 생겨서 간부진들이 위험해지면..."
"괜찮아, 그 파티에는 다른 그룹 사람들이랑 정치계 인사들도 오니까. 설마 미쳤다고 그런 자리에서 총을 쏘겠어? 넌 민윤기만 잘 따라다니면 돼."
"..."
그래도 불안한데. 수정 언니가 나가고 따라 나가자 민윤기를 비롯한 모든 간부진들이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어색함에 고개를 땅에 쳐박고 있자, 쿠키가 제일 먼저 내 앞으로 다가와 마망! 마망 지짜 예뻐! 하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런 쿠키에 하나 둘 예쁘다 칭찬을 해주었고, 민윤기도 씩 웃으며 예쁘네. 하고 말해주었다. 왜 저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빨개질까. 진짜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냥, 간부진들이 해주는 예쁘단 소리에 참다가 민윤기가 해주는 예쁘단 소리에 터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가서 사고치면 안 된다."
"네."
"탄소, 네 파우치 안에 총 있을 거야. 위급 상황엔 그거 쓰고."
"네? 총을 써요?"
"소음 제거기 달아놨어."
그 말에 안심하며 파우치를 만지작 거리는데, 정호석이 내 옆에 있던 김태형과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으며 말을 건넨다.
"오늘 가면 맛있는 음식도 많고, 잘생긴 남자들도 많을 거야. 배우들도 오거든."
"아 그래요? 잘생긴 배우라니...!"
"너도 예뻐, 분명 오늘 네게 한 번쯤은 날파리가 꼬일 걸. 번호, 사업 제안 등..."
"... 아."
거울을 보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눈물을 훔친다)
"물론 넌 보스 옆에만 붙어다니겠지만 혹시 몰라. 만약 날파리가 꼬이면, 최대한 싸가지 없게 대해."
"...?"
"그게 그 사람을 지키는 길이야. 생판 처음 본 사람이 너 때문에 죽는 걸 볼 수는 없잖아?"
"죽어요?"
"넌 이제 BTS 간부진이야. 호시탐탐 네 약점을 노린다고. 그 놈들은 친해보이면 그냥 죽여."
"...?"
"그렇게 도발을 하는 거지. 아, 얠 죽이면 우리가 도발하는 것이 간부진들에게 느껴지겠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는 정호석.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럼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소리잖아. 혹시 민윤기가 날 처음 봤을 때 했던 말이 그 뜻인가.
'부모님께는 해외에서 경호원으로 스카웃 되어 급하게 가게 되었다고 전해놨고, 삼 억 빚도 갚아 드렸다. 집에는 한 달에 한 번만 가는 걸로 하자. 어쩌면 한 달에 한 번도 힘들 수 있고.'
'왜요?'
'그런 게 있어, 임마. 그렇게 알고 잠이나 자러 가 빨리.'
그렇게 되면 부모님을 뵙는 것도 쉽지는 않겠는데. 단시간에 많은 정보를 알게 됨으로써 우울해졌다. 내 표정을 눈치챘는지 민윤기가 백미러로 나를 바라보며 피싯, 웃음을 흘렸다.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엄마 못 본다고 우울해있어."
"... 엄마 못 봐서 우울한 거 아니거든요."
"아직 애기잖아요, 탄소."
"ㅋㅋㅋㅋㅋㅋ 쿠키랑 정신 연령이 비슷하지."
"쿠키가 더 높을 수도 있어."
이 사람들이... ^^? 왜 순식간에 나를 까는 분위기가 된 거죠? 먼저 시작한 김태형을 조용히 째려보자 고개를 돌리며 창 밖을 바라본다. 민윤기는 김석진이 운전하는 옆에서 다리를 뻗고 뒷머리를 좌석 헤드에 파묻으며 나는 가자마자 마티니나 한 잔 해야지 하고 눈을 감았다. 김석진은 요즘 술이 좀 잦으셨습니다, 줄이세요. 하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뭐, 오늘같은 날에 좀 마셔줘야지."
그때는 오늘같은 날이라는 말이 단순히 파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11.
"어? 이게 누구야. 어서 오세요, 민회장님."
"김회장님,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저야 늘 잘 지내지요."
"흰머리가 좀 준 것 같네, 요즘에는 아들이 말썽 안 피우나봐요."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착실하게 학교 수업을 듣네요."
"이야, 거 잘됐네. 아, 저희 새로운 간부진입니다. 인사 드려."
"안녕하세요, 김탄소입니다."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민윤기와 내가 짝, 수정 언니와 김남준, 쿠키가 짝, 나머지는 각자 노는 걸로 뿔뿔이 흩어져 이렇게 끌려다닌 것도 2 시간 째. 미쳐버릴 것 같다. 민윤기는 이 파티장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걸 작정인지 나를 끌고 이리저리 잘도 다녔다. 그래도 처음 신어본 힐이 이제야 좀 적응이 되었는지 사람답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위로가 되었다. 발이 좀 아프긴 하다만.
"많이 힘드냐."
"BTS 유명하다면서요... 왜 우리가 인사를 하러 다녀요..."
"정확히 말하면 인사 받는 거지."
"으흥... 힘들어."
"저기 앉아서 좀 쉬고 있을래?"
"그래도 돼요?"
"그러면 안 되는데 하도 힘들어하니까. 금방 끝내고 올게. 10 분 정도 걸릴 거야."
"다녀오세요."
"여차하면 총 써라."
"..."
그렇게 나는 파티장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 의자에 앉아 조금 쉬게 되었다. 클러치를 테이블 위에 두고 다리를 문지르고 있는데, 다른 여자들과 수다 중인 수정 언니와 언니의 허리를 감싼 상태로 한 쪽 팔엔 잠든 쿠키를 안고 함께 웃고 있는 김남준이 보였다. 저 둘은 외부에 커플이라고 알려졌다고 들었다. 수정 언니에게 들어오는 혼담을 막기 위해서랬나. 뭔 간부진한테도 혼담이 들어와. 총이랑 칼만 들었지 완전 재벌이네 재벌. 궁시렁거리며 파우치를 딸칵이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온다. 순간적으로 정호석의 말이 지나가며 오지 마 오지 마!를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알 턱이 없는 그 남자는 결국 내 앞으로 와 반대편 의자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같이 즐기라고 연 파티에서 왜 혼자 계세요?"
"신경 끄세요."
"기분 안 좋은 일 있으셨나? 왜요, 윤기랑 말다툼이라도 했어요?"
"...?"
내가 민윤기랑 같이 왔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아는 사이인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웃으며 오해하지 말아요, 아까 우연찮게 봤을 뿐이니까. 하고는 들고 있던 와인잔을 들어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벌써 세 마디나 나눴다. 이러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혼자 불안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눈에 띄는 사람은 없다. 다들 자기 얘기하느라 바쁘지. 남자는 서운한데, 내가 앞에 있으면 나 좀 봐줘야하는 거 아니에요? 하며 다시 말을 걸어온다.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생글거리며 웃는다. 드디어 봐주네요, 하며.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다만 그래서 더 불안했다. 이대로 노출되어 버리면 끝인데. 만약 남자가 존나 기분 나쁜 사람이었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수다를 떨어줄 수 있는데. 그럼 바로 표적이 될테니까.
"신경 끄시라니까요, 가던 길 가세요."
"어떻게 그래요, 여자가 혼자 있는데."
"... 아니, 저는 혼자가 아니라 곧 ㅁ..."
"뭐하냐."
곧 민윤기가 올 거예요, 하려던 내 말은 허리에 감겨지는 따뜻한 손에 의해 들어가고 말았다. 내 어깨에 손을 얹은 것은 민윤기.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이 다시 화악 달아올랐다. 아 진짜 왜 이러지, 이 나이에 갱년기인가. 시덥잖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자는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싱글거리며 오랜만이네, 윤기야. 하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민윤기의 반응은 싸늘했다.
"뭐하냐고."
"뭘? 그저 네가 여자를 혼자 뒀길래 말동무라도 해주고 있던 참이었어."
"말동무? 너에게는 말동무가 아니라 후리는 거겠지. 아무에게나 뿌리는 값싼 멘트로."
"...?"
"이번에도 우리 간부진인가? 왜, 또 꼬셔서 데려가려고?"
"..."
"대주는 경호원이 필요하면 직접 뽑아, 이 병신아."
날이 섰다. 분명 민윤기는 웃고 있는데 말은 날이 섰다. 이 남자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그럼 저 남자 싸이코 아니야? 사이 안 좋은데 저렇게 실실거리며 말을 걸다니.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시 표정을 바꿔 이번엔 비웃음을 내비쳤다.
"그 아무에게나 뿌리는 값싼 멘트에 희아는 넘어오더라."
"..."
"천하의 민윤기 여자가. 아, 이제는 과거형이지? 민윤기 여자였던."
"..."
"아이는 잘 지내? 지금쯤 다섯 살인가."
"남의 아이한테 신경 끄지."
"엄마가 도망간, 피가 섞이지 않았을 수도 있는 아이를 거두다니, 참 대단해."
"말 조심해."
"이래서 BTS, BTS 하나봐."
뭐든 다 받아주잖아. 거지건, 아이건, 여자건. 남자가 나를 쳐다보며 여자건, 이라고 짓이기듯 중얼거렸다. 내 허리를 잡은 민윤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 남자의 말을 조립해보자면 희아라는 여자가 쿠키 엄마고... 쿠키 엄마는 지금 도망갔고... 그럼 저 남자랑 바람이 나서 도망간 건가?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그 더러운 주둥이 숨기느라 안 나올 줄 알았더니, 파티에는 나왔네. 하긴, 넌 여자 없으면 못 사는 놈이니까."
"뭐?"
"요즘 거하게 사고 하나 쳤더라. 네 회사 연예인들 스폰해주다 걸렸다고 그랬지?"
"..."
아 나 이 사이에서 뭐하니 진짜... 남자가 반박하려 입을 열려던 그 때 수정 언니가 우릴 발견하고는 (정확히 남자를 발견하고) 화난 듯 김남준의 손을 뿌리치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짝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세게 뺨을 때렸다.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고, 곧 화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김남준은 뒤에서 못 말린다는 듯 이마에 손을 얹고 있었다.
"너 이 미친 새끼가, 어디서 그 더러운 면상을 들이밀어! 어?"
"... 정수정?"
"그래, 정수정이다. 이 새끼가 진짜, 그때 맞은 걸로 정신을 못 차렸어? 어?"
"ㄱ,"
"됐고, 연희아 데려와."
"정수정 그만해."
"뭘 그만해!"
"연희아 버렸어."
"뭐?"
"버렸다고."
한 달 전에. 남자는 볼을 감싸며 민윤기를 쳐다보았고, 똑똑히 그 말을 전했다.
*
이쯤되면 조직물이 아니라 치정물... 드디어 쿠키 엄마에 대한 단서가 조금 나왔네요. 조금인가...! 그리고 댓글에 스포는 자제해주세요ㅠㅁㅠ 저 진짜 깜짝깜짝 놀라요 독자님들이 추리를 해놓으셔서... 근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괜찮은 것들이 많더라...! 차라리 그걸로 나갈까 한 적도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희아들 미안해요...... 흔하지 않은 이름으로 하려 했는데 머리가 저거밖에 안 내놓네요^ㅁ^... 제발 내 독자님들 중엔 희아가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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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청한 작가를 욕해주세요... 암호닉 수정했습니다! 만약 비회원 분들 중에 그래도 내 암호닉이 없는데 하시는 분들은 암호닉 방 다시 가셔서 제가 댓글 단 거 봐주세요! 암호닉이 겹쳐서 제가 답글을 달았는데 못 받아보신 분들이 꽤 계세요! 현재 [흥탄♥] 님, [부사랑둥이] 님, [헤온] 님, [오빠미낭낭] 님 이렇게 네 분이 암호닉이 겹치시니까 암호닉 방 한 번만 더 가주세요! 사랑해요~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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