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아
나야 준면이, 내가 이년동안 너에게 써주는 첫 편지이자 마지막 편지야!
할말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써야될지 모르겠다. 우리 처음 만난게 엊그제같은데,
벌써부터 끝이라는게 다가오니깐 실감도 안난다. 처음 본 세훈이는 진짜 무섭게 생겼었는데,
그 오세훈이 맨날 병원갔다가 학교오느라 늦는 김준면 유인물셔틀 될줄 누가알았겠어!
이제 오세훈은 김준면 없어서 어떡할래, 이거 읽으면서 또 우는거 아니지?
절대 울면 안된다! 내가 마지막으로 너한테 말하는거니깐
이제 세훈이 넌 김준면 유인물 챙기느라 자기 유인물 잊어버리는 일도 없을거고,
오래달리기할때 김준면 속도맞춰준다고 꼴등으로 들어올 일도 없을거야.
또 김준면 아플때 달려와서 병원까지 데려가 병수발 들 일도 없을걸.
이렇게 우리 추억 얘기하다 보면 끝도 없겠다!
내 병 다 낫고 나면 둘이서 평생 행복하게 살자는 약속 못지키고 먼저 가서 미안해.
우리 아직 둘이서 가기로 한 유럽도 못가봤고,
종대랑 경수랑 가기로한 제주도도 못가봤는데.
세훈아, 나 아파서 응급실간날, 나 잘때 니가 말했었잖아,
괜찮다고, 준면아 너 하나도 안아프다고, 세상 누가 널 괴롭혀도 니가 날 지켜준다고.
엿들어서 미안한데, 사실 내가 자면서 다 듣고 있었어.
그땐 니가 장난치는걸로만 생각됬는데. 말도 안되지만 이젠 정말 무서워서 니가 죽음에서 날 구해줬으면 싶다.
아직 우리는 서로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세훈아, 우리 기억 내가 다 간직하고 올라갈게.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가, 니가 올라오면 그때 하나하나 다 알려줄게.
그러니깐 넌, 나를 다잊어버리고. 내 몫 대신 열심히 살다가 후회 없이 올라와줘.
니가 날 잊어버려도, 내가 하나 하나 다 일러줄게.
그러니깐 울지말고 멋지게 살다와 세훈아,
미안하고 사랑해.
쪽팔린 똥글이라... ㄸㄹ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