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작은 마을에 웬만한 계집아이 뺨 후려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사내 아이가 살았어요.
그 사내 아이는 어머니를 쏙 빼 닮았는데 가엾게도 어머니는 사내 아이가 3살 때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말았죠.
하지만 사내 아이는 철이 일찍 들어 홀아버지에게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며 커 갔어요.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사내 아이는 아이라 칭하기 민망할 정도로 아버지보다 까매지ㄱ 아니, 키가 커졌어요.
그런데 요즘 소년의 아버지가 저녁에 나가서 밤 늦게 귀가하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아부지, 또 어데 가요?"
"아, 앞에 마실 나간다. 내 기다리지말고 언능 자라."
"..."
소년은 아무리 여름이라 한들 아버지가 이 시각에 마실 나가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신의 촉은 엇나간 적이 없다며 대충 궁예를 해보았죠.
'아, 우리 아부지가 새엄마를 데꼬 올라는 갑다.'
하고요.
-
태형이의 궁예는 정확히 들어 맞았어요.
태형이의 아버지는 몇 달 후, 돌아가신 어머니 만큼 예쁘신 미모의 새 어머니를 데리고 오셨지요.
"네가 태형이구나?"
아버지가 데려 오신 새 어머니는 서울에서 오셨는지 서울말을 쓰셨어요.
분칠을 과하게 한 새 어머니의 얼굴이 순수한 태형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태형이는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되새기고 또 되새기며 새 어머니께 웃으며 인사를 드렸어요.
"예, 안녕하세요."
"엄마, 한 명 더 있단 말 나한테 안 해줬잖아. 아 진짜.."
"아휴, 얘는. 지금 말하면 되지. 정국이는 형 생겨서 좋겠다~"
"뭐야, 나보다 나이 많은거였어? 근데 나랑 키가 왜 비슷해?"
아버지는 새 어머니만 데리고 오신게 아니셨어요.
새 어머니의 예의 없어 보이는 아들 한 명도 같이 데리고 오셨죠.
태형이는 저렇게 생각 없는 아이랑 형제가 된단 생각에 머리가 멍해졌어요.
"뭐, 일단 이제 한 지붕 아래 사니까 인사는 해줄게. 난 전정국이야. 김태형 이라고 했지?"
태형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가 지금 들고 있는 곡괭이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궁금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