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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上

w. 굥기











가사가 없으니 편하게 들어주세요. :)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上 | 인스티즈






1







귓가를 울리는 의미없이 반복되는 소리가 둥둥 떠오른다. 파란색이라기에는 모호한, 오묘한 색을 품고 있는 파도가 뭉툭한 엄지발가락 끝을 툭 건드렸다 물러난다. 또 한차례 다가와 이번엔 발바닥 전체를 적신다. 검푸르게 보이는 환영이 얌전히 모여있는 발을 힘껏 움켜쥐었다가 또다시 멀어진다. 태형은 그제야 다리를 접어 모았다. 양반다리를 한 채로 턱을 괸 태형은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끝없이 이어진 바닷물들이 모여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그 끝에는 지독하게 반듯한 수평선이 보였다. 반듯, 태형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햇빛이 쨍하게 태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을린 태형의 피부를 뚫을 기세로 쏘아대고 있었다. 태형은 더이상 타오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동네에는 변변한 화장품 가게 하나 없었다.


평소와 다르게 사뭇 진지했던 태형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는지 꼬리를 한껏 흔들며 태형의 볼가를 핥아대는 강아지 한 마리였다. 이 동네에 이렇게 작고 귀여운 강아지는 살지 않았다. 아무렴 ,귀엽기만 하니 의심 하나 없었다. 강아지의 털을 쓰다듬으며 어디에서 왔어? 하고 물었다. 강아지는 답이 없었다. 젖은 모래가 묻은 강아지의 발이 태형의 불긋하게 달아오른 얼굴까지 닿는다. 차가운 느낌이 든다. 차갑다. 파도처럼.



"토토야!"



저 멀리 들리는 목소리에 품에 있던 강아지가 폴짝 뛰어올랐다. 언제부터인지 휑했던 동네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한 여자아이가 강아지에게로 뛰어왔다. 놀랬잖아, 없어진 줄 알고.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아이는 부끄러운 듯 강아지를 홀랑 안고는 곧장 뒤를 돌아 뛰었다. 다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아이를 붙잡을 새도 없었다. 태형이 처음 이사를 왔을 때부터 비어있었던 옆집 앞에 낯선 트럭이 하나 보였다. '이 사' 흐리게 보이는 글씨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덩이에 뭍은 모래를 대충 털어버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거 태형이네 아줌메 친구라는데?"


"그려?, 그럼 서울 사람이겠구먼."


"신기하네, 또 저렇게 세련된 사람이 있구먼."



북적거리는 인파 사이로 들어갈 자신은 없었다. 태형은 저만치 떨어져서 그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낯선 얼굴들이 웃으며 그들을 대하고, 인사하고, 아까 봤던 여자아이도 보였다. 여전히 토토라는 강아지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 옆에는 태형보다 한 뼘 이상은 작아 보이는 앳된 얼굴의 남자아이도 있었다. 동생일까, 엄마, 여자아이, 동생.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태형의 엄마와 비슷하게 주름살이 지어있는 여자를 포함한 그들의 가족들 또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옆집 누구야?"


"엄마 친구네야, 이번에 이사 왔어."


"아, 그렇구나."


"태형이 엉덩이에 똥 쌌네."


"어?, 아냐. 안 쌌어."


"엄마가 젖은 모래에 막 철푸덕 앉지 말랬지, 바지 벗어. 또 다 젖었잖아."



아침 일찍 일어나 밖으로 달려나갔던지라, 태형은 급히 피곤이 밀려왔다. 옆집 아줌마가 사오셨다는 도시 애들이 먹는다는 간식들을 품에 안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태형의 방은 심플했다. 방 한쪽에는 책장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중 태형이 읽은 책은 단 두 칸, 만화책 칸이었다. 태형은 봉투 안에서 카스텔라를 꺼냈다. 별로 맛있어 보이지도 않는구만, 태형은 망설임 없이 포장을 뜯어 입안으로 넣었다. 생전 처음이었다. 입안에서 녹았다. 혁명이다, 그런데 혁명이 무슨 뜻이지. 어디선가 보았던 말이었다. 태형은 금세 신경을 장난감으로 옮겼다. 열 살의 태형은 단순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上 | 인스티즈






2






"태형아, 저녁 먹어야지. 일어나."



태형은 졸린 눈을 비비며 이불 속으로 더 기어들어갔다. 결국 찬바람이 시리도록 한 번에 벗겨진 이불에 몸을 덜덜 떨었다. 팬티 바람으로 잠이 들어 맨다리가 시려웠다. 나가서 옆집 아줌마랑 애들 좀 불러와, 같이 저녁 먹게. 내가? 우리 아들, 말 잘 듣는 우리 아들. 싫은데... 태형은 베개 옆에 놓인 바지에 다리를 집어넣었다. 꾸역꾸역 들어가는 바지에 자리에서 껑충 일어났다. 이제 바지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해안가 횟집' 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이 태형의 머리 위로 보였다. 태형은 목 부근을 긁적이며 무심결에 주위를 살폈다.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모래사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항상 그랬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낯선 뒤통수가 보였다. 허리까지 오는 머리칼을 한번 쓰다듬어 보고 싶었다. 얼마나 부드러울까, 작은 어깻죽지가 축 쳐져 있었다. 뭐하는 거지, 옆집은 조용했다.



"어디에서 왔어?"



태형이 숨겨놨던 헤픈 웃음을 뽐내며 여자아이의 옆에 철푸덕 앉았다. 축축한 느낌이 팬티를 통해 스며들었다. 또 혼나겠다.



"...서울."


"서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이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앞만 보고 있었다. 아까의 태형이 떠올랐다. 태형과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위치에 있었다. 또다시 발가락 사이사이로 차가운 바닷물이 스며들어왔다. 발가락을 간질이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이름이 뭐야?"


"탄소."


"몇 살이야? 여덟 살? 일곱 살?"


"열 살."


"어, 나랑 똑같다."



분명 아까 봤던 남자아이와 키가 엇비슷해 보였다. 아이 또한 태형과 비교한다면 한 뼘 정도 차이를 보였다. 좁은 섬마을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유일했다, 태형처럼 어린아이는.



"너 이름은 뭐야?"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여자아이에 태형은 깜짝 놀라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나? 응. 가까이서 본 아이는 인형 같았다. 인형, 인형이 뭐지. 예쁜 건가, 예쁜 건 뭘까.



"김태형."


"......"


"태형이라고 불러줘."



태형의 특기였다. 한없이 밝은 웃음을 지어 사람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탄소라고 통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탄소는 태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덩이에 묻은 흙을 대충 털어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왜?"


"가자, 나 배고파."



탄소도 입가에 웃음을 달았다. 귀여워. 태형이 탄소의 손을 잡고 모래사장을 뛰었다. 깜빡하고 슬리퍼를 두고 왔다. 내일 주워오면 되겠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내일이면 이미 슬리퍼는 저 멀리 일본까지 흘러내려 갔을 것이다. 맨발로 푹푹 밟히는 모래들이 태형의 젖은 발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태형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저 멀리 여태껏 보지 못했던 간판이 달려있었다. '해안가 식당' 아줌마, 안녕하세요!





3





"나 왔어!"


"...안녕."



저녁 시간이었다. 정신없이 찌개를 끓이던 탄소의 엄마가 고개를 돌렸다. 왔어? 집 가까우니까 너무 좋다. 그러게, 일찍 올 걸 그랬어. 공기 너무 좋다. 오자마자 쉴 새 없이 들리는 수다 소리에 멀뚱히 서 있었다. 어느새 탄소는 사라지고 없었다. 식당 안쪽에서는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친해진 줄 알았는데, 낯을 많이 가리는 탄소에 태형이 시무룩해졌다. 식당 밖에서는 강아지의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하나 없네. 태형은 어지러운 머리를 콩콩 때리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 작은 몸집에도 목줄을 하고 있는 강아지는 참으로 안쓰러운 눈을 하고 있었다. 풀어주세요, 하는 듯한 눈빛에 결국 그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토토라고 했나?



"토토야."



토토는 또 발길질을 했다. 발길질이 취미인가. 여전히 더러운 발을 태형의 하나뿐인 체크무늬 셔츠에 열심히 문질렀다. 내가 아끼는 건데, 괜찮아, 귀여우니까. 이렇게 쪼끄만 애는 목줄 안 해도 되는데. 식당 안에는 여전히 수다스러운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애들은 어디 갔지. 주위를 살피던 태형이 슬쩍 토토의 목줄을 풀었다. 이렇게 안고 있으면 괜찮아, 얌전하잖아.



"누구야?"



엄마아! 갑작스레 들리는 목소리에 태형은 그만 뒤로 쿵 하고 넘어졌다. 토토 또한 놀라 태형에게 뒷발질을 하며 폴짝 뛰었다. 토토를 놓쳐버렸다. 엉덩방아를 찧은 태형이 고통에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을 때, 저만치 뛰어가 버린 토토를 발견했다. 토토야! 어느새 정국은 도로로 뛰어가는 토토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안쪽에서 아줌마가 나왔다. 토토를 놓쳤어요, 저기 뛰어가고 있어요. 불안감에 관자놀이를 박박 긁으며 말했다. 탄소야! 나와봐!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대체 어디 간 거야... 태형의 아른거리는 눈동자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닦을 수도 없을 만큼 많이 흘렸다. 토토를 잡으러 떠났던 정국이 사라졌다. 물론 토토도 함께. 마을 구석구석을 살폈다. 온 가족이 함께 나서 이곳저곳을 살폈다. 요만한 여섯 살짜리 남자애랑 강아지 한 마리 못 보셨어요? 또 없대, 어떡해...



"그만 좀 울어, 찾을 수 있어. 코딱지만 한 마을에서 애 하나를 못 찾겠어?"



탄소는 열 살이었다. 하지만 태형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 결국 탄소가 태형의 손을 붙잡았다. 태형은 코를 삼키며 눈물이 한가득 맺힌 눈으로 탄소를 바라봤다. 가자. 탄소는 어른스러웠다. 태형은 탄소의 손에 붙잡혀 질질 끌려다니며 아이들을 찾았다. 정국아, 토토야. 다들 어디로 간 거야.


여자들의 목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졌다. 세 여자는 큰 목소리를 내며 동네를 쏘다녔다. 태형은 중간에서 질질 짜며 탄소의 뒤만 쫓을 뿐이었다. 탄소는 점점 마을 깊숙이 들어갔다. 낯선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곳 지리는 다 안다는 듯이 쏘다녔다. 태형은 또 불안했다. 여긴 나도 안 와본 곳인데, 무섭지 않아? 굉장히 어두컴컴한 집이었다. 겨울날 눈바람이 한번 휩쓸고 간 듯 위태위태해 보였다. 커다란 울타리로 둘러싸인 집 내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태형은 눈을 꼭 감았다 떴다. 환영이 보이나? 눈을 몇 번이고 비볐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정국아!"



탄소의 목소리가 들렸다. 토토를 품에 꼭 껴안고 허름한 집에서 나오는 정국이 보였다. 정국은 누나! 하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탄소가 뭐라 말할 틈도 안 주고 태형이 무작정 정국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태형이 정국을 꼭 끌어안았다. 정국은 낯선 존재가 무서웠는지, 인상을 조금 찌푸린 채 으응이라고 작게 대답했다. 탄소는 정국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아까는 얼마나 놀랐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전정국, 다음부터 함부로 막 나가면 안 돼."


"저 형이 먼저."


"전정국."


"...알았어."



아줌마가 큰소리를 내자 정국은 삐진 듯, 입술을 쭉 빼고는 땅을 쳐다봤다. 누가 봐도 나 삐졌어요, 하는 시무룩한 표정에 태형은 자신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보였다. 애가 봐도 귀여운 애였다. 다 먹었으면 들어가서 놀아도 괜찮아, 엄마는 아줌마랑 이야기 좀 더 하다 갈게. 탄소는 나긋나긋해진 아줌마의 음성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국이에게 물었다. 들어갈 거야? 응. 정국이 먼저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정국을 쫓던 시선이 멈추자 자연스럽게 탄소에게 시선이 옮겨졌다. 딱 마주친 눈에 물고 있던 포크를 내려놨다.



"들어올래?"



쭈뼛쭈뼛 티브이를 보고 있는 정국의 앞으로 섰다. 형, 안 보여. 어 미안. 정국은 여섯 살치고는 말을 참 잘했다. 열 살인 태형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 사탕을 물고 있었는지 쭙쭙 거리는 소리가 만화 영화의 소리가 섞여 울렸다.



"김태형."


"...어?"


"들어와, 정국이 만화 영화 볼 때 방해하는 거 싫어해."



탄소가 미닫이문을 열었다. 작은 방이 나왔다. 구조가 태형의 집과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식당과 이어지는 거실, 그리고 방 하나. 태형네 둘이었지만 여기는 넷일 텐데, 많이 좁아 보였다.



"아빠는 언제 와?"



탄소가 바닥에 깔 이불을 꺼내려 장롱을 열었던 손이 멈췄다. 태형은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방안을 살폈다. 탄소는 깔개를 꺼내 바닥에 털썩하고 내려놨다. 탄소가 말했다.



"나 아빠 없어."



어, 태형이 입을 다물었다. 탄소는 깔개가 아닌 차가운 방바닥에 앉았다. 왜 거기 앉아, 엉덩이 시려워. 괜찮아. 태형은 탄소를 따라 깔개를 치우고 차가운 방바닥에 앉았다. 보일러를 안 틀어놨는지 정말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탄소가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태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랑 똑같네."


"......"


"우린 닮은 점이 참 많다."



너도 열 살이고, 아빠도 없고, 옆집이고, 거기다 엉덩이도 시렵네, 그치? 헤, 태형이 멍청한 웃음을 내뱉었다. 우리 완전 천생연분이다. 그런데 천생연분이 무슨 뜻이야? 태형은 눈치는 없었지만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결국 탄소 또한 웃음을 터트렸다.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上 | 인스티즈







4






"피자 먹고 싶다."


"피자? 그게 뭐야?"


"너 피자도 몰라?"


"그게 뭔데?"



탄소가 의심의 눈초리로 태형을 쳐다봤지만, 태형은 정말 모르는 눈치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들이밀었다. 그게 뭔데? 맛있는 거야? 우리 집 오징어 회보다 더? 이만치 멀어져 있던 태형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탄소가 태형을 밀쳤다. 아! 왜 때려! 때린 거 아냐!



"형아 멍청이네."


"...엉?"


"어떻게 피자도 몰라? 열 살이나 먹어놓고."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지. 전정국, 너는 빨랑 들어가서 공부해."


"여기서 무슨 공부를 해, 만화 영화 볼 거야."



탄소가 정국을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여섯 살 정국은 보기보다 똑똑했다. 말도 잘했고, 공부도 잘했다. 서울에서는 영어 유치원에 다닐 정도로 똑똑한 아이였고 수재라 불리었다. 그런 아이가 왜 이런 시골에 내려왔는지 태형을 알 길이 없었다. 알 생각도 안 했다. 그저 태형의 머릿속에서 '피자' 두 글자만 둥둥 떠다녔다.



"탄소야."


"...응?"


"피자라는 거 말이야, 짜장면처럼 생긴 거야? 아니면 물고기처럼 생긴 거야? 아니면 당근? 무슨 색이야?"


"바보야 다 틀렸어, 피자는 원 모양이야."


"...원?"


"동그랗다구, 이만해."



탄소가 팔을 구부려 원을 만들었다. 조금 찌그러지긴 했지만 확실히 피자 모양이었다. 태형은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의 음식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중에 도시로 가면, 그때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사줄게."


"도시?"


"서울말이야, 바보야 말을 왜 이렇게 못 알아들어."


"여기는 도시가 아니야?"


"여긴 완전 시골이지. 섬이잖아. 아무도 못 들어오는."


"우리는 들어왔잖아."


"나 너랑 말 안 해."


"힝, 탄소양."



탄소는 아는 게 많았다. 사실 정국만큼이나, 아니 훨씬 똑똑한 탄소였다. 탄소는 열심히 시골과 도시의 차이를 설명했다. 도시에는 이런 피자도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까지. 태형의 눈이 반짝 빛났다.



"도시라는 곳, 꼭 가보고 싶다."


"난 여기가 좋아. 다른 데는 가기 싫어."


"...왜? 아무것도 없잖아. 바다랑, 하늘이랑, 집이랑. 이게 다인데?"


"그래서 좋아."


"엥?"


"따라와 봐."



탄소의 손에 붙들려 쫓아간 곳은 다름 아닌 집 앞, 모래사장이었다. 지긋지긋하게 보는, 매일 수십 번씩 보는.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면 바로 보이는, 그 바다.



"이거 봐, 예쁘지."


"뭐가? 똑같이 쓸려오는 파도랑, 파란 바다, 모래사장까지. 매일 보는 거잖아."


"조용히 하고 앉아봐."


"야, 너 왜 눕고 그래."



탄소가 제일 싫어하는 태형의 행동이었다. 매번 온몸에 진흙을 덕지덕지 묻히고 온다며 더럽다고 안 놀아주기 일쑤였다. 태형은 이거 똥 아니야! 라고 외쳤지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탄소는 그때의 태형처럼 젖은 모래에 누워 가만히 하늘을 바라봤다. 태형은 그녀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똑같이 자리를 잡고 누웠다.



"저기 하늘 좀 봐. 뭐가 보여?"



태형은 천천히 하늘을 살폈다. 푸른 하늘은 밤중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깜깜했지만 간간히 섞인 파란 점들이 모여 아침에 봤던 파도를 방불케 했다. 꼭 파도가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사이 보이는 별들은 파도를 보고 있던 햇빛이 들켜버린 것 같다. 하늘엔, 파도가 있었다.



"여기선 저런 별들을 볼 수 있잖아."


"......"


"서울에는 없어, 저런 것들이."


"정말? 그럼 어떻게 봐?"


"못 봐. 서울에는 별이 없어."


"저렇게 예쁜 것들을 평생 못 보는 거야?"


"기술이 발달하면 볼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못 봐."


"......"


"그래서 여기가 좋다고,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볼 수 있잖아. 피자를 안 먹어도, 괜찮아."


"피자가 별로 안 맛있는 건 거보다."



태형을 손을 뻗었다. 닿을 듯 말듯, 꼭 조금만 더 올리면 별을 움켜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예쁜 별을 똑 따서 탄소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탄소가 좋아하는 예쁜 별, 평생 간직할 수 있도록.



"갖고 싶긴 하다."


"......"


"예쁜 별."



나도. 태형의 말에 탄소가 대답했다. 탄소는 눈을 감았다. 예쁜 별이 사라졌다. 태형 또한 눈을 감았다. 태형의 감은 눈 속에선 여전히 별이 남아있었다. 두 개였다. 하나는 엄마 주고, 하나는 탄소한테 주고. 잔잔한 파도 소리가 울려퍼진다.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上 | 인스티즈











총 세 편으로 올라옵니다. 분량은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을 거예요.
일주일 간 열심히 써 내려갔어요. 잘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태형이의 열 살은 어땠을까 생각하다가 나오게 된 글이에요. 하지만 다음 편에선 바로 급 성장을 하게 됩니다...ㅎ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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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비림]이에요! 와..... 진짜 예쁘게 담아내셨네요! 어떤 사정이 생겨서 여주네 가족이 오게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주랑 태형이랑 잘지내서 다행이에요!
8년 전
굥기
제자리 걸음과는 다른 형식으로 써 내려갔는데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8년 전
독자2
와 재밌어요..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도 무슨 이야기일자도 궁금하고ㅠㅠㅠ지금도 암호닉 받으시나요???
8년 전
굥기
언제든지 상관 없어요 :)
8년 전
독자3
어그럼 태태로 신청할게요!!!
8년 전
굥기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132.154
와 분위기가 너무 예뻐요 다음편이 무슨 내용일지 기대되요!
8년 전
독자4
헐 독방추천으로 왔는데 분위기에 취저당했어요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신알신하고가요ㅠㅜㅜㅜ
8년 전
독자5
저도 독방추천으로 왔는데 분위기 취저ㅠㅠㅜㅠ 신알신하고 정주행해야겠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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