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지난지 5분 정도 지났다.
상점 안에서는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가 조용히 공기처럼 흐르기만 했다.
상점밖엔 빛이 흘러들어오는 걸 보고 반대편 골목 끝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가벼운 걸음걸이로 앙증맞은 스텝을 밟으며 문 앞에 섰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편지를 들고는 또 버리고 갔어 라면서 자신과 비슷한 높이에 있는 문고리를 잡고 상점으로 들어갔다.
딸랑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그녀는 눈처럼 하얀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자 레이스가 살랑살랑 춤을 추는 듯 움직였다.
어중간한 갈색 생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아저씨! 저 왔어요!"
소녀는 크게 말했지만 안 쪽에서 아무 대답이 오질 않자 두리번 거리면서 높은 키를 가진 시계들을 가로질러 구석으로 들어갔다.
빨간 벨벳커튼으로 가려진 부엌, 그 틈새 사이로는 또 다른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커튼을 조금 걷어 들여다보니 안 쪽에서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식탁에 앉아 누렇게 바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마카롱을 포함한 간식과 각설탕이 들어있는 컵이 있었다. 반대쪽에서는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가 났다. 막바지에 다란 주전자는 큰 소리를 내며 입으로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주전자에 뭍히자 성큼성큼 걸어가 불을 꺼버렸다.
"아저씨!"
그제서야 들리는 목소리. 남자는 읽고있던 신문을 내리자 안경을 쓴 얼굴로 웃으며 대답해줬다.
"어, 별빛왔구나!"
"또! 내가 주전자 끓이면서 신문보지 말라고 했잖아요!"
"신경쓰고 있었어"
"거짓말"
별빛이는 입을 내밀며 그의 옆에 있던 의자를 들어다가 반대편 쪽에 앉았다.
그리고는 눈으로 마카롱 색을 신중하게 고르더니 장미빛 색을 골라 입에 넣었다. 별빛이에게는 색을 고르는게 중요한 일이였지만 그에게는 그저 좋아하는 색을 고르는게 귀여워 보였다.
"코코아 마실래?"
"네"
그는 신문을 고이 접어 탁자위에 올려놓고 아까 끓여놨던 주전자로 가 자신의 커피와 별빛이의 코코아를 탔다. 별빛이의 취향을 꽤고있는 그는 되도록이면 진하게 탔다.
"문 앞에서 편지 주웠어요."
"아..내가 또 흘렸나보다. 누가 보낸거야?"
"그냥 '레오에게' 라고 적혀있어요."
"뜯어서 읽어봐"
별빛이는 편지봉투가 망가지지 않게 조심스레 뜯었다. 접혀있던 종이를 펴 읽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레오에게.
너가 내 물건을 가져갔다는거 다 알고 있네. 모를 줄 알았나?
다른사람이였으면 벌써 암살자를 고용했을지도 모르네. 나인것을 감사히 여기라고.
이왕 가져가 버린거 내가 여행다녀올 동안 잘 보관해 주길 바라네.
안그래도 불안했는데 당신의 상점에 놔두면 괜찮겠지.
추신 : 이번에는 아이슬란드로 갈 예정이야. 사진 보내도록 하지.
"...결국 들켜버렸네."
"뭐 한두번도 아니지만..누구껄 가져온거에요 이번엔?"
"이탈리아에 사는 장인 있어. 그자는 기가막히게 디자인을 잘해"
"그래서 가져왔다구요?"
"..응"
별빛이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소가 터져나왔다. 그는 어디가서 맘에드는 시계가 있으면 꼭 여기로 가져와야 했다.
전부 그에게 결국 이기지 못하고 건네주는게 태반이였다. 앞면도 있고 친한 사람들꺼는 막 가져오기도했다. 아마 돈주고 가져온것 보다 막무가내로 가져온게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뒤늦게 눈치 챈 장인들은 멀리서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가끔 그 시계들의 주인들이 상점에 찾아와서 자신의 시계가 잘 있나 보고 가기도 한다.
그 사람들이 이렇게 그를 믿고 자신의 물건들을 건네주는 이유는
그의 상점에 있으면 시계가 살아난다고 할 정도로 보관이 잘되고, 신비한 힘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왜 그런 소문이 돈건지는 모르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듯했다.
그래서 그가 모은게 이만큼.
"보여줄까?"
"네!"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둘은 부엌을 나갔다.
검은 천으로 덮어놓은 시계. 레오는 먼지가 나지 않게 살살 천을 걷어냈다.
"..와 정말 예뻐요."
큰 괘종시계의 몸통안에는 수많은 반짝이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세계가 움직이는 듯 했다.
레오는 별빛을 번쩍 안아들더니 목마를 태우고는 말했다.
말했잖아. 아름답다고.
"모든 사람들은 겉을 아름답게 하려고 노력하지. 하지만 그 자는 겉보다는 안이 더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
"이제 가자 곧 손님들이 올꺼야."
곧 찾아올꺼야. 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안녕하세요 장미빛 고래입니다!
드디어 시계상점 프롤로그가 끝났어요!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다른 멤버들이 등장합니다.
이 글을 좀 몽환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는데 잘 전달이 됬는지 모르겠네요.
브금은 제가 좋아하는 인생의 회전목마!
이름 바꾸기 가능해요!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