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눈을 뜨자 많은 이들이 소리내어 기뻐했다.
아이들과 남자는 여자를 부둥켜안으며 행복한 얼굴을 짓는다.
-
[힘현] bless
서둘러 들어온 식장에는 이미 축가가 울려퍼진 뒤였다.
이미 배가 부른 신부가 늙은 남자의 손을 잡고 신랑에게로 걸음을 옮긴다.
"신랑 김힘찬 신부 이..."
분명 축하해주기 위해 나온 자리였다.
미련없이 행복을 빌어줄거라고 내자신을 믿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곧 촉촉해지는 눈가에 급히 고개를 숙였다.
대충 고인 눈물을 닦아내고 고개를 드는데 힘찬이형과 눈이 마주쳤다.
놀란듯 멍하게 나를 바라보는 힘찬이형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형 결혼축하해요"
힘찬이형에게 까지 들리지 않을걸 알면서도 꿋꿋이 말을건넸다.
말을 끝내기 무섭게 다시 눈물이 앞을 가로막아 시야가 흐릿해진다.
끝까지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않는 힘찬이형을 신부가 이상한듯 바라보았다.
피해를 주고싶지 않았다. 나는 급히 식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
그날 이후로는 다시 힘찬이형을 볼 수 없을줄 알았다.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 였다, 들려오는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에 한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침대 위에 여자는 눈을 붕대로 감싼채로 누워있었고 남자는 우는 아이를 보살필 여유가 없는지 고개를 푹 숙인채 벽에 기대어있다.
잠시후 남자가 푹 숙이고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고 동시에 나의 초점이 심하게 떨렸다.
힘찬이형....?
몇번이고 다시 보았지만 분명 힘찬이형이였다. 몇년이 지났지만 변한것이 없는 그였다.
**
힘찬은 아내의 퇴원 후 각막 기증자 가족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다시 병원에 찾아가 담당의사를 만났다.
하지만 그에게 가족은 없다고했다. 결국 힘찬은 기증자의 유골함을 찾기로했다.
기분나쁜 느낌에 힘찬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진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은 슬픔에 젖어 이미 곁을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62893번. 도착지에 이르자 힘찬이 걸음을 멈춰섰다.
..........?
힘찬이 불안한 시선으로 위태롭게 앞을 응시했다.
믿기지않는지 어쩔줄 몰라하며 떨리는 손으로 환하게 웃고있는 대현의 사진을 매만졌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힘찬은 계속 같은 말만 중얼거리더니 어느새 눈가에 잔뜩 눈물이 고였다.
끝내 슬픔의 고통을 참지못하고 소리내어 울기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대현의 사진 앞에서 어린아이 처럼 울었다.
**
저를 대신해서 눈 가득히 그를 담아내주세요.
저는 그걸로 행복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