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는 빅스에서 '여자'를 맡고 있습니다!
01. 내가 힘들어야 할 이유
태양은 일찍이 자신의 임무를 끝낸 저녁이었다. 아니, 저녁보다는 새벽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길거리에 잔뜩 늘어선 가로등이 각각 다른 빛깔의 주황색을 뽐내며 달님마저도 구름 뒤로 숨어버려 어두운 거리를 대신 비추고 있었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고개를 푸욱 숙이고, 시린 바람에 금세 굳어버린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주머니에 넣은 손에 잡히는 핸드폰은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람이 잔뜩 쌓여있을게 분명했다.
도착지 앞에 섰다. 숙였던 고개를 들고 뻐근한 목을 주물렀다. 주머니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에 닿는 손은 차갑기만 했다.
나의 긴 하루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나에게 ‘힘들다’라는 말은 사치와도 같았다.
나는 얼굴도 모를 그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기도하며, 또는 라이벌이기도 하며, 혹은 질투의 대상이기도하며, 자랑이기 때문이다.
후-, 크게 숨을 내쉬고 손잡이를 잡아당겨 연습실로 들어섰다.
“다녀 왔습니다.”
“왔어? 핸드폰 왜 안봤어?”
“매니저 형은?”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득달같이 일어나 핸드폰을 왜 안보냐며 잔소리를 하는 목소리도 들렸고 혼자 들어선 내게 매니저 오빠의 행방을 묻는 목소리도 들렸다.
무거운 패딩을 벗고 연습실 한편에 걸려있는 커다란 후드티를 입었다. 치렁치렁 늘어뜨린 머리도 질끈 묶었다. 그 때까지도 잔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빠가 얼마가 걱정했는지 아느냐,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냐-, 애들이 내 말을 안듣는다, 이제는 푸념까지 들려왔다.
“우리 리더님 걱정도 많으셔 얼른 연습합시다. 막내 힘들어요”
찌릿- 새침하게 쳐다보는 오빠의 눈빛을 무시하고 잔뜩 긴장한 몸을 죽죽 늘렸다.
연습하자 연습!, 리더 오빠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해지자 연습실 여기저기에 널부러져있던 몸들이 바로 섰다.
대열을 갖추고 몸에 익은 안무를 수없이 반복했다. 거울 속의 나는 얼굴이 잔뜩 붉어져 있었고, 묶었던 머리는 풀려있었으며 등이 젖어있었다.
아, 내가 지금 힘이들구나- 그런생각이 들자 하루가 보람차졌다. 그리고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쉽게 올라왔다고 했다. 그 정도 노력이야 누구나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난 힘들어야만 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영원한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한다.
꿈같은 지금이 영원할 수는 없으나 조금이라도 지금을 오래 꾸고 싶기에 난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내가 힘들기를 소망한다.
아이돌 그룹 빅스, 빅스 메인보컬, OST강자, 그리고 빅스 홍일점 내가 힘들길 소망하는 이유들이다.
+) 여자 |
으아닛,, 낯설어라 인스티즈라는 공간이 낯설지만! 그래도 안녕! 반가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