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너울 입니다. 제가 너무 늦었네요.... 분량도 적고...ㅠㅠㅠ 시험이니뭐니 축제니 뭐니 해서 바빠서 늦어졌네요..... 오늘 오긴 했지만, 다음주 내로 분량 꽉꽉 채워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ㅠㅠㅠㅠ죄송합니다... 으어어어어.....ㅠㅠㅠㅠ
슈크림 슈블리 밍쏙 빙빙감사합니다ㅠㅠㅠ
한순간의 일이 였다. 루한은 일어서자마자 종대의 멱살을 잡고는 벽으로 밀어붙였다. 어디서 더러운 입을 놀려. 루한은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종대를 내려다보았다. 종대는 멱살을 잡힌 채로 그저 루한을 노려다 보았고, 민석은 어쩔 줄 몰라하며 그저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루한과 종대를 말리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무관심한 걸까, 아니면 우리가 포로이기 때문에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민석은 주저하다가 이내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만해요! 종대야 너도..."
"시끄러워! 너도 똑같아!"
"....."
루한은 민석을 밀치고는 종대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너희 때문에, 너희 때문에! 루한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외치며 종대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놀란 민석은 매 맞는 종대를 보며 어딘가에서 끓어오는 분노를 느꼈고, 주먹을 꽉 쥐고 루한에게 달려드려는 찰나,
"...너도 정도껏 해라"
"..놔"
"중위면서 잡일 하는거 싫으면 중위답게 행동하던지. 네가 이러니까 잡일을 도맡아 하는거다"
"쳇"
루한의 손찌검을 막아낸 남자는 종대의 머리를 정리해 주고는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내팽겨져 있는 모자를 집어들고 한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루한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야, 루한"
"아 뭔데 또?"
"모자 주워와"
남자는 모자를 던져버리며 종대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잘했지. 라고 묻는 것만 같은 남자의 눈짓에 종대는 그저 픽, 하고 웃어버렸다.
*
날씨는 여전히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쌓여있는 눈은 치워도 줄어들지 않았다. 종인은 그저 멍하니 서서 주위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나 민석이 저를 찾지는 않을까. 종인의 눈으로 보이는 건 피를 흘리며 걸어오는 사람들, 죽은 사람을 운반하는 사람들...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민석을 생각하며 종인은 물도 마시지 않고 뜬눈으로 민석을 기다렸다. 그런 종인을 보던 한 남자는 종인에게 물병을 툭 던져주며 마셔. 라고 투명하게 말하였다.
"...."
"기껏 살려줬더니, 배은망덕하네"
"...안 마셔요"
"여기선 누가 죽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일단 전쟁터이니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종인은 남자가 던진 물병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들고 남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볼엔 작은 생체기가 있고 헤진 방탄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총을 종인에게 들이밀며 그러니까, 네가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라며 총을 거두고는 종인의 팔을 잡고는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했다. 작은 몸에서 나오는 완력에 놀란 종인은 남자의 발걸음을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천막 안은 건물 안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추위를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온기가 천막 안을 감싸고 있었다. 남자는 의자를 빼고는 종인을 보며 여기 앉아라. 하고는 앞치마를 메고 있는 사람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밥을 먹이려는 걸까, 밥 생각은 없는데. 종인은 남자의 말대로 조용히 자리에 앉아 남자가 자신에게 쥐어준 물병을 내려다 보며 민석이 형은 밥은 잘 먹고 다니려나. 하며 민석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친형제도 아닐뿐더러, 이 난리 통에서 민석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스러운 일 일지도 모르지만, 종인은 어째서 인지 민석을 찾는 것을 포기 할 수가 없었다. 민석이 제게 뻗어준 그 손의 온기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그 따스하던 온기를 한 번더 느끼고 싶어서. 종인은 눈을 감고 굳은 다짐을 하였다. 형, 내가 형을 찾아갈 테니 형은 그저 건강하게만, 아니 살아만 있어줘.
"뭐해, 명상해? 빨리 먹어라"
"...밥 생각 없어요"
"애송아, 지금 여기에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 거 같아? 아마 셀 수 없이 많을 거다. 다들 너와 같은 처지라고"
남자의 말이 맞았다. 자신만 민석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사람도 있을 터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아. 살아남아서 네 가족을 찾던지, 연인을 찾던지. 살아서 네가 하고 싶은 데로 알아서 해"
"...살면, 인민군이 될 수 있어요?"
"너 죽음을 자초하는 구나? 그렇게 죽고 싶어?"
도리도리. 남자의 말에 종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의 반응을 보였다. 민석과 약속한 대로 인민군이 되어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어 작은 힘이라도 되게 노력한 다음, 이 전쟁이 끝나면 이미 폐허가 되버린 도시에 돌아가 예전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종인과 민석의 꿈이였으며, 목표였다. 종인은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은 체 입을 열고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전쟁을 끝내고 살아갈거예요. 고향에 돌아가서, 민석이 형과 다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며 평탄하고 조용한 그런 삶을 살아갈거예요. 그게 제가 인민군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예요"
"너 뭘 모르나 본데, 죽을 수도 있는거야"
"그 정도 쯤은 각오하고 있었어요. 설상, 제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더라도, 나를 대신한 나의 긍지를 잇는 사람이 나 대신 살아주겠죠"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종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체격도 좋고, 잘만 훌련시키면 훌륭한 인재가 될 거 같은데. 하지만 무언가가 부족하였다. 이 소년의 목표 의지는 무엇인가, 그저 도시에 돌아가는 것 뿐일까? 남자는 큰 눈으로 종인을 훑어 보고는 입을 열어 종인의 다짐을 듣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면 너는, 인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그건 싫어요"
"그러면 나는 너의 무엇을 보고 인민군에 지원할 수 있게 도와줘야 되는 거지?"
"저는 인민군을 위해 죽을 순 없어요. 하지만, 대신에 인민군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도와줄 순 있어요"
"죽을 각오는 되있는데 죽기는 싫다?"
종인은 남자의 눈을 쳐다보며 네. 라고 당당히 말하였다. 죽을 각오는 되어있지만, 나는 반드시 살아서, 살아서 민석이 형과 고향에 돌아갈 것이다. 종인은 주먹을 꽉 쥐고는 남자를 향해 두 달만 기달려주세요. 그러면 제가 인민군에 지원할 수 있어요. 라며 남자를 향해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너 참 솔직하네"
남자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종인에게 주먹밥을 들이밀며 먹어봐. 하며 종인에게 주먹밥을 권유했다. 종인은 그런 남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영문도 모른 체 주먹밥을 받아 들고는 한입 물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남자는 주먹밥을 먹는 종인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더니, 종인이 주먹밥 하나를 다 먹었을 즈음, 다시 하나를 건네주고는 먹어. 라고 말하였다. 종인은 그런 남자가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남자는 웃으며 종인에게 말하였다. 잘 먹으면서 왜 안 먹었던 거야. 앞으로 힘 쓸일 많을 텐데, 그때 배고프다고 찡찡거리면 죽어? 그건 자신을 인민군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암묵적인 말이였다. 종인은 놀란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고, 남자는 그런 종인의 시선이 재밌는지 종인에게 남은 하나의 주먹밥을 쥐어주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종인에게 손을 뻗으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 나는 도경수야.
"....뭐해? 내 손 무시하는 거야?"
"저.... 제가 인민군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아직 전 나이도 안되고..."
"그까지게 무슨 상관이야. 병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물 불 가릴거 없지"
종인은 떨리는 손을 뻗어 경수의 손을 잡고는 민석에게서 느꼈던 그 온기를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온기는 나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맞닿은 두 손의 온기가 서로의 추위를 녹여주는 듯 따사로운 온기가 전해진다. 천막 밖에서는 다시금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눈을 바라보던 어린아이는 손에 닿아 사라지는 눈을 보고는 울음을 터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