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어?"
내팔을 매섭게 콱 하고잡아온다. 팔을 풀으려고 이리저리 흔들어봤지만, 세게잡은탓인지 나만 아파올뿐
나의 팔을 잡은 손을 뿌리치지못했다.
"안미쳤어요. 그러니까 저 좀 놔주실래요?"
나보다 더 큰 김종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제는 떨지않는다.
떨이유도 없고 너와 난 아무상관이 없어.
마치 내 생각을 알아차린듯이 김종인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래 항상 난 너의 굳을 얼굴을 무서워했었지
"그만하고가요. 어차피 당신이랑 나랑은 아무사이도 아니잖아?"
"..."
꽤 당차게 나온 내말에 당황한듯 싶다가도 다시 강경하게 내 어깨를 잡는다.
"너가 하지말라해도 할거야"
"..."
"아무사이? 아무사이가 아니면 어쩔건데"
"..."
"너가 사라져도 나 너를 찾아다닐거니까 알아서해"
경고하듯이 말하는 김종인을 보다가 다 귀찮다는듯이 어깨에 올려진팔을 쳐내니까 이번엔 순순히 내려놓는다.
"어디찾아봐요."
"..."
"당신이 찾으면 찾을수록 난 더 멀리숨어버릴거니까"
"..."
"어쩌면 당신은 더좋아할지 모르겠네요"
"..."
"이런거 좋아하는거 아니였나?"
순간 화가 오른듯이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너는 계속거기서 그러고있어
한번더 쳐다보다가 이내시선을 돌리고 그를 지나쳐서 짐이있는곳으로 갔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아직 살아갈방은 못구했지만 오늘만 어떻게든 그의안에서 벗어나면 모든게 다 수월하겠지.
벗어나지 못하는걸 알면서도 자꾸 그에게서 멀어지려는 나의 모습을 보며 한심하단듯이 웃었다.
하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냥.. 내 눈 앞에서만 안보이면 돼
마지막 남은 짐들을 가지고 내려가 차에실었고, 놓고온건없을까 하고서 다시 방에 들어가려고 했을때까지도
그는 계속 그자리에 서있었다.
그냥 모르는척하고 집안을 한번 둘러보다가 나오는데 그의 목소리가 날 붙잡았다.
"떠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너도 날 붙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밖을 향해 걷던 몸을 뒤로돌려 그를 바라봤다.
"정신차려"
"..."
"우린 이제 학생이 아니잖아"
말을 내뱉은뒤 보란듯이 미소를 한번 짓고 그대로 내려갔다.
차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켰고, 난 그를 놔둔채로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아깝지 않냐고 물어보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냥 얼버무렸었는데, 다시생각해보면 시원섭섭한것같다.
학생때부터 모든 일을 다 겪어왔던 과거의 열매일수도있었지만, 결국은 잘못자라 다 썩어문드러진 열매니.
과거에 발묶여있는건 너무 멍청하고 미련한짓이니까.
과거는 과거일뿐이다.
그러니까 너도 제발잊어. 종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