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병 걸린 너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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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남편 박찬열
08
스웨덴 세탁소-우리가 있던 시간
*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그래서 더 값지고,소중한 것을.
그래서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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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셨으면 댓글 한 줄만ㅠㅠ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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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징이랑 찬열이는 어느덧 결혼 3주년이 되는 신혼부부야.
서로 아직도 너무 사랑하고,서로 너무나 아껴서 연애와 결혼포함 6년이 되가는데도 큰 권태없이 잘 살고 있어.
다만 서로 아쉬운 점이라면 아이가 아직도 없는 점이라고나 할까?
둘다 너무 간절히 원하긴 하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생기겠지 하는 편한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어.
이 부부에게 문제점이라곤,찬열이가 아직 철들지 않은 철부지같다는 점이야.
항상 징어는 찬열이가 치고 다니는 사고 뒷감당을 하기 바쁘고 말야.
하지만 이렇게 서로 장단점을 채워주고 사랑하느라 항상 둘은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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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통보를 받은 그 이후 너징은 회사를 그만 뒀어.
물론 찬열이에게는 태교에 집중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을 했고,
너징이 이 말을 꺼내기보다 전에 먼저 항상 회사를 쉬는게 낫지 않냐고 물어오던 찬열이라,쉽게 이해해주고,너징의 결정을 따라줬어.
회사를 그만 둔 너징은 새로운 신혼이 또 시작되는 것만 같았어.
매일 아침 시간의 구속 속에서 너징은 바빠하지 않아도 됬고,격일로 하던 아침 식사 준비를 자신이 매일 하기 시작했어.
잠귀가 밝은 너징과 달리 잠귀가 꽤나 어두운 찬열이여서,
6시에 너징의 핸드폰에서 알람 진동이 부르르 울리기 시작하면 너징은 찬열이가 자는데 방해될까봐 얼른 알람을 끄고 품 속에서 나와 아침을 준비했어.
오늘 아침도,6시 정각에 부르르 울리는 진동에 먼저 깬 너징이 찬열이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빠져나와선 침대에서 내려왔어.
겨울이 바짝 가까워진 날씨에 따뜻한 찬열이 품에서 나온 너징은 몸을 잘게 떨었어.
어젯밤 보일러 온도를 낮추고 전기장판을 틀고 잔 탓에 집안의 공기는 상당히 차가웠어.
팔뚝에 닿는 서늘함에 너징이 양 팔을 팔짱끼고 제 팔뚝을 비벼 문질렀어.
그렇게 팔을 문지르고 있던 너징은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하면서 제 팔을 문지르던 것을 서서히 멈추었어.
두 팔을 감싸쥔 채 그 자리에 멈춰선 너징은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표정으로 고갤 돌려 침대에서 자고 있는 찬열이를 바라봤어.
찬열이 품 안에 살다가 죽으면 이런 느낌일까,
이렇게 추울까,
이렇게 시릴까.
*
안방에서 나온 너징은 부엌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혹시라도 자고 일어난 찬열이가 추울까봐,집의 보일러 온도를 좀더 높여놓았어.
간단히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간단한 반찬으로 시작해,보글보글 소리가 나는 된장찌개까지.
너징은 온 부엌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아침식사 준비를 했어.
취사가 완료 됬단 소리가 밥솥에서 나오고 너징은 달궈진 후라이팬에 달걀을 툭 까넣었어.
달걀을 꽤나 좋아하는 찬열이와 너라서,일부로 세개를 까넣고는 부치고 있었어.
어느새 잠에서 깬 건지 안방에서 부슬부슬 일어난 찬열이가 부엌으로 들어와 가스레인지 앞에 서있는 너징을 뒤에서 껴안았어.
너징도 갑자기 훅 풍겨오는 찬열이의 체취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베시시 웃으면서 계란을 굽고 있었어.
"여보랑,나랑,우리 아기다."
"..그러게,자기랑,나랑 우리 아기다."
후라이팬에 올려진 노른자 세 알이 크기가 어떤 건 크고,어떤 건 작고,어떤 건 중간만하고,다 제각각이였어.
그런 노른자를 보던 찬열이가 비죽비죽 웃으면서 손으로 달걀을 가르키며 웃었어.
그런 찬열이의 말에 너징도 같이 웃으면서 너징의 허리에 감겨진 찬열이의 팔을 꼭 잡았어.
찬열이는 또 그런 너징의 팔을 잡아 제 손과 겹쳐서 너징의 배에 가져다 대었고 말야.
찬열이에게 씻으라고 한 너징은 다 된 아침 상을 차리고 있었어.
따뜻한 밥을 퍼서 자리에 놓고 찌개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젓가락과 수저를 두개 놓았어.
밥상을 차리면서도 너징은 생각했어.
이 식탁 위에 밥 그릇이 세개가 놓이고,
젓가락과 수저가 세개가 놓이고,
제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반찬으로 올려진 세 가족의 식탁을 말야.
*
매일 회사 때문에 시간에 쫓겨 하지않았던 설거지였지만 시간이 여유로운 너징은 설거지를 했고,
너징이 고무장갑을 벗고 물을 끄고 식탁을 정리하고 있으니 찬열이가 안방에서 나왔어.
항상 그렇듯 찬열이가 넥타이를 들고 나오고,너징은 그런 찬열이를 보며 웃으며 넥타이를 받아들었어.
혹시라도 찬열이가 입은 와이셔츠에 넥타이가 안 어울리다 싶으면 제가 다시 드레스룸으로 가 넥타이를 다시 골라오기도 했었고 말야.
키가 큰 찬열이에게 넥타이를 든 너징이 까치발을 들고,찬열이는 살짝 허리를 숙여주었어.
"여보 앞으로 넥타이 혼자 좀 매."
"왜,우리 여보가 매주는게 제일 예쁜데.."
"..나 없음 어쩌려구."
"여보가 어떻게 없어.매일 내 옆에 있을건데."
"..그런가."
찬열이에게 넥타이를 매주면서도,몇 개월 후면 자신이 찬열이의 넥타이를 매줄 수 없다는 사실에 너징은 다시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어.
꾹 참은 눈물은 눈에 그렁그렁 고여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고,뿌연 시야에 너징은 넥타이 매는 것을 몇번이나 틀렸는지 몰라.
결국엔 따뜻한 찬열이의 손이 너징의 손 위에 겹쳐 올라와서 넥타이를 매주었어.
눈물을 가까스로 삼킨 너징이 마지막으로 넥타이를 정리해주면서 '멋있다.우리 남편'이라며 찬열이를 올려다봤어.
우리 찬열이,우리 남편.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
나는,나는.
나는..너 없으면 어떡하지.
*
현관 앞에 서서 찬열이가 수트를 입은 말끔한 모양으로 발을 동동 굴렀어.
너징은 그런 찬열이를 보면서 맑게 웃으면서 '안돼.얼른 회사가.'라고 말했고,찬열이의 입은 더 삐죽나왔어.
소리내어 작게 웃은 너징이 찬열이 입에 몇번 뽀뽀를 해주었고,입은 삐죽내밀면서 좋은지 입꼬리는 자꾸 실룩실룩 거렸어.
"여보 내가 전화하면 꼭 빨리 받아야되요."
"알아 알아"
"그럼 나 가기 전에 뽀뽀 한 번만 더."
전화하면 얼른 받으라고 걱정스런 투로 말하는 찬열이에 너징은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렸어.
그 모습에 웃은 찬열이가 뽀뽀해달라며 제 입을 툭툭 쳤어.
너징은 못 말린다며 그 입에 또 뽀뽀해주었고,찬열이는 너징의 볼을 잡고 이마에 작게 키스해주곤 손을 흔들었어.
"여보 안녕,우리 아가도 안녕,아빠 빨리 올게."
현관문이 닫히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손을 흔들던 너징은 현관문이 닫히자 마자 웃던 입꼬리와,손을 흔들던 제 손을 내렸어.
아까부터 지끈대는 머리에 밝은 척을 하느라 제 머리는 더 깨질 듯 아파왔어.
머리를 감싸쥐고 현관 앞에 주저 앉은 너징은 다시 눈물을 툭툭 떨궈냈어.
그래,잘 선택한거야.
차라리,이 삶이 더 좋은 거야.
만족하자,만족하자.
만족해야지..만족..해야지.
*
찬열아,오늘은 평소보다 날씨가 조금 더 추웠어.이제 제법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오늘은 아침에 네가 내가 엉덩이 안 두드려도 혼자 일어나서 신기했어.요즘따라 피곤한 일이 많은지 일어나서도 힘들어보이는 네 모습 보니까 내가 더 슬퍼.피곤하지 말아야 하는데.아프지 말아야 하는데..우리 여보.오늘도 역시 네가 가져온 넥타이를 내가 또 매줬어.이제 넥타이는 혼자 매야지.나 없으면 누가 넥타이 매주나..우리 찬열이.나 없다고 또 와이셔츠랑 안 어울리는 넥타이 매서 백현 씨한테 구박받지 말고,여보가 잘 골라서 해버릇 해.우리 아기가 크면 아빠 넥타이 매주려나.우리 아기가 딸이면 넥타이 잘 매줄거 같아.그렇지 않아?식탁엔 여전히 두개의 밥그릇이 놓일거고,그 나머지 하나가,내 것이 아니고 우리 아기 꺼겠지..?오늘 낮에는 밖에 나가서 털실을 사왔어.와인색 털실이랑 연분홍색 털실.와인색 다섯 뭉치,연분홍색 세 뭉치 사왔는데 다 뜰수 있을까 걱정된다.와인색은 우리 여보 목도리 떠야지.연분홍색은 우리 아기 많이많이 컸을 때 낄 수 있게 장갑 만드려구.목도리 뜨면 여보 검은색 코트랑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일부로 와인색 사왔어.겨울이 점점 다가온다.배도 같이 불러오고 있어.우리 아기가 점점 커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우리 아가,내가 더 아프기 전에 얼른 만나야 할텐데..찬열아.나는,무섭긴하지만,그렇지만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치료 속에 아파하면서 너와 내가 둘이 힘들 많은 시간 보다,우리 아기와,내가 사랑하는 너와,이렇게 셋이 보내는 이 시간이 나는 더 값지고 소중해.찬열아,넌 나의 빛이야.항상 같은 곳에,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찬열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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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브금은 우리가 있던 시간 입니다.
글과도 어찌보면 연결될 수도 있는 노래에요.
우리가 있던 시간,그건 지금 현재 징어와,찬열이와,아기 셋이 있는 이 시간입니다.
하지만 얼마후 징어에게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되버리네요.
사람은 보통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후회하지 않아야 하는 건데,자꾸만 후회를 하게 되죠.
제가 꼭 그래요..
그리고 연재에 관한 얘기를 잠시 하려합니다.
매일 오는 걸 목표로 했는데 이제 시험을 2주 앞두다 보니 막연하게 매일 올수도 없는 것 같네요..
다음 주 부터는 아마 격일로 오는 날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아요.죄송해요..ㅠㅠ
그리고 이글은 16편 완결을 생각에 두고 있습니다.그 보다 더 짧아질 것은,더 길어질 것은 장담을 못 드리겠어요.
외전으로 두개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자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외전 하나는 기적적으로,시한부의 기한 보다 더 오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차기작은 벌써 생각에 두고 있습니다. 절반까지 온 이상 차기작도 어느정도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평소보다 조금 짧은 글,죄송합니다ㅠㅠㅠ공부를 해야되서..엉엉
항상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사랑을 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제 마음을 여기에 첨부할 수도 없고..우럭우럭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암호닉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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