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outu.be/6G2tmefsyTw
1verse.
그래, 들어 왔냐? 제이홉, 나, 나의 이름. 그게 내 이름이다. 간단히 나에 대해 말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할게. 나 방년 22세. 태어나서 춤만 추다가 힙합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됐고 얼마 전에 나 혼자 부른 믹테 하나 냈어, 그거 이름이 원벌스고.
"야, 정호석 뭐하냐."
그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 이 녀석도 양반은 못 되는지, 어떻게 제 이야기 시작한 거 알고 딱 들어올 수가 있냐. 지금 시간은 1시 a.m. 녀석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물을 두컵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저거 저거, 또 작업실에 물 들고 들어오네. 또 한번 엎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저번처럼 기계에 다 엎고 나서 울어도 난 이제 모른다.
"야. 저기 테이블에 올려 놔."
"어.. 아! 뜨거워!"
그럴 줄 알았다. 춤도 못 추는 놈이 춤 추는 것처럼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뛴다. 결국 손에 뜨거운 물을 부어버렸구나. 셀프 고문도 아니고. 진짜 얜 왜 이러고 사냐.
"쯧쯧."
나는 빨개진 손을 보고 손목을 잡고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차가운 물에 식혔다. 하, 참나. 웃기지도 않다. 한달에 한번은 꼭 이러는 것 같으니... 어디 데이거나, 어디 박거나, 그래서 피 나거나, 멍 들거나. 이젠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넌 머리 좋은 거 어따 쓰냐."
"... 뭐, 컵이 그렇게 넘어질 줄 알았나... 야! 아파! 살살해."
"뭐래. 나 지금 네 손 건들지도 않고 있거든? 좀 찡찡거리지 좀 마."
말은 날카롭게 했지만 아프긴 아픈건지 건들지도 않았는데 아프다고 지랄을 한다. 그런 김남준이 답답할 정도로 멍청해보여서 정강이를 살짝 찼는데 이젠 또 정강이가 아프다고 징징거린다. 은근히, 엄청나게 투덜거리고 징징거린다, 김남준은. 정말 첫 인상과는 딴 판으로 말이다.
"약 안 발라도 되겠냐."
"가방에 네가 준 연고 있을걸?"
"... 갖고 다니냐?"
그래도 갖고 다니나 보네. 워낙 다쳐서 내가 김남준한테 3개나 선물했었다. 제발 하나는 숙소에, 하나는 캐리어에, 하나는 평소에 들고 다니라고. 내 말대로 해 줬네. 그래도 말은 잘 듣네. 마른 손이 차가운 물 때문에 빨개질 때까지 화기를 뺀 다음 나는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김남준 가방을 열었다. 아, 찾았다. 거의 반밖에 남지 않은 연고가 아무렇게나 들어 있다.
"손 봐봐."
연고를 죽 짜서 살살 발라주는데 아픈지 미간이랑 입술이 쭈물거린다. 내가 찡찡거리지 말라고 해서 그런가. 아프면 아프다고 하면 덜 아프지 않나...
"아프면 그냥 소리 내."
그래서 말했던 건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끄응- 하며 앓아댄다. 일부러 참고 있었나 싶어서 좀 귀엽기도 하고, 다친거 자체가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서 재빨리 약을 바르고 살짝 들어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주었다. 또 분명히 주의주지 않으면 움직이다가 덧날게 분명하기에 이렇게 덧붙였다.
"나 녹음한거 듣는 동안, 절대로 움직이지 마."
라고 말이다. 그렇게 등을 돌려 녹음했던 걸 들려 주고 어떠냐고 물었다. 이럴 때는 표정이 또 진지해진다. 그리고 분명히,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있을 텐데도 좋은데? 하고 만다. 분명히 고치라는 소리다. 이 너그러운 김남준이 이정도 반응이면, 다른 형들은 아마 다시 수정하는 게 좋겠다고 하겠지. 하. 언제 쯤이면 한번에 괜찮다는 피드백을 받아 볼까...
"야야, 정호석. 진짜 괜찮아서 괜찮다고 한거야. 진심~"
"그래~?"
뭐, 빈말이여도 그 배려심에 고마워서 살짝 웃어주었는데, 아.
"아악!!!"
... 보나마나다. 다쳤다. 이건 백퍼다.
"야!!!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으어... 진짜 아프다. 진짜 심각하게 아프다. 하아. 진짜 이건 쓰라림이 진짜. 아오. 진짜."
말 잘하던 놈이 진짜만 몇번을 말하는 건지. 휴. 흘끗 바라보니 물집이 생기던 살이 그대로 튿어져 있었다. 엄청 쓰라리고 따갑겠지. 아, 저 새끼 또 약은 어떻게 발라주냐.
"야 김남준. 약 바르고 붕대하자."
"붕대 하면 나 최소 사망각."
"... 붕대 안하고 다니다가 또 다른데 치여서 덧내려고?"
"...."
그래, 김남준 새끼야. 쫌 말 좀 들으라고. 다친지 10분도 안 되서 또 다칠 수 있다니. 역시 파괴신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하며 팔목을 꾹 잡았는데, 불현듯 예전의 일이 떠오른다. 무슨 상처였더라... 그때도 아무튼 무슨 상처가 생겨서 약을 발라주고 있었는데, 내가 뭘 잘못 건들인 건지 김남준이 엄청난 괴성과 함께 정확히 내 턱을 가격했었다. 덕분에 턱을 잘못 맞은 나는 얼얼함을 느끼며 동시에 입에선 피가 흘러나왔었다. 혀를 씹었었기 때문에.
"뭐, 뭐냐. 왜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뚫어지게 봐. 졸라 무섭게."
"... 김남준아."
"뭐, 뭔데."
"이번에도 발광떨면 진짜로..."
"..."
"3차 찰과상 나는 수가 있다."
그렇게 으름장을 놓으니 김남준은 풀 죽은 강아지마냥 시무룩해진다. 자기도 좀 미안하긴 할 거다. 다음날 음악 방송에서, 덕분에 나는 부어올라서 퉁퉁해진 혀로 랩을 해야 했으니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발음에, 화가 났던 나는 그저 내 자신에게 화가 났었고, 김남준은 그런 내 마음을 백번 이해하기에 미안해했었다. 고의도 아니라서 김남준을 탓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으..."
치료가 시작되고 김남준은 눈을 꾹 감고 고개마저도 저 쪽으로 돌려버린다. 진짜 아프긴 할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쓰라려 보이니까.
"후우... 다 됐어."
그렇게 붕대를 다 둘러매주니 붕대가 닿은 곳이 얼마나 쓰라릴까,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싶어서 김남준을 내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고 하고 이것 저것 물어봤다. 여긴 어때? 어색해? 고치는 게 낫겠지? 아... 또 잠 못 자겠네.
"아냐. 그건 괜찮아~억!"
"하아...."
정말 얘를 어쩜 좋지? 왜 멀쩡하던 의자가, 다리가 부러지지? 그리고 넘어지면서 폭신한 방음제가 깔려 있는 바닥인데 하필이면 책상 기둥에 다리를 박지? 응?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야."
"아. 존나 아파."
"그럼 아프지 안 아프겠냐!!!"
"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답답해서 그런다! 소리라도 안 지르면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아서...!!!"
결국 김남준은 그날 30분만에 3번 다쳤다. 10분에 한번. 신기록 경신이다.
"제발...! 제발 좀 1절만 해라. 어?"
"내가 다칠라고 다쳤나."
"후우. 야! 그냥 너 소파에 누워만 있어."
".... 그럼 네가 다 해야 되잖ㅇ.."
"내가 다 할테니까!! 후우. 어서 누워."
제발. 제발 좀. 1절만 하자, 김남준. 자꾸 네가 다치고 그러면, 내 기분도 답답하고... 썩 그리 좋지가 않단 말이다. 결국 하던게 손에 안 잡힌다. 소파에선 애가 끙끙거리고 있지, 바닥은 젖은 물 때문에 축축하지.. 하...!
"아, 몰라! 야 나 숙소 감. 너 혼자 작업 하든지 말든지."
그렇게 따라 나오지 말라는 듯 작업실을 나섰지만 녀석의 발걸음이랑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리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다음부턴 좀 조심해. 아프잖아."
"...어."
내 뒤에서 눈치만 보던 녀석이 내 조금 풀린 목소리에 실실 웃으며 내 옆에 와서 선다. 허우대는 멀쩡한 게, 진짜 뭐람. 날아 눈이 마주친 김남준이 허허거리며 민망하게 웃는데, 병신같다. 참.
"웃지말고 앞 보고 걸어."
"오케이~"
대답은 참 잘하지.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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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이였나요? (맞나? 아닌가?)
얼마전에 남쥰이랑 홉이랑 같이 트위터에 게시한 글 보고 새삼 떠올라서 써 봤어요. 어쩌면 지금 작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후후.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여러분. (김남준 화온스 콘서트 보이스레코더에서.)
또 다쳤어... 하아. 김남준 너 또 다쳤잖아. - 정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