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온앤오프 김남길 샤이니
굥기 전체글ll조회 775l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해안가 下

w. 굥기




















"예쁜 별을 볼 수 있다면야, 우리 여기서 평생 살자."




"내가 껑충 뛰어서 저 별들 다 너한테 줄게, 나만 믿어. 나 김태형이야. 한다면 하는 남자라고."




"나도 너처럼 책 많이 읽어서 똑똑해질 거야. 정국이처럼 학교도 다니고, 너처럼 글도 쓰고. 꿈을 갖고 싶어. 나도."




"우리도 언젠가는, 서로의 짝을 찾아 이 섬을 떠나게 되겠지?"




"...우리가 서로의 짝이 되어줄 순 없는거지?"




"잠깐만, 거짓말 하지마.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그만해, 제발 그만 해. 나 너무 힘들어 탄소야, 숨이 막혀. 제발 아니라고 해줘.”




"태형아."




"탄소야, 탄소야."




"아닐 거야. 아직 아무 연락도 없고, 정국이도 조용하고.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태형아, 진정해. 일단 진정하고. 흥분하지 마, 태형아."








1






큰 소리의 효과음과 함께 태형이 눈을 떴다. 뿌옇게 변해버린 주변에도 얌전히 몸을 맡겼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작음 소음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태형이 코를 잡았다. 곧이어 눈을 감았다. 발버둥 치지 않아 자꾸만 물 위로 떠오른다. 태형은 발버둥 쳤다. 태형의 머리 위로 조금씩 기포가 떠오른다. 태형이 숨을 참았다. 참아도 참아도 울렁이는 뱃속에 숨어있던 꽃봉오리가 움찔거린다. 태형이 배를 움켜잡았다. 참을 수 없이 커진 꽃봉오리가 결국 맥없이 토를 뱉는다.





꽃이 폈다. 태형의 꽃이.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下 | 인스티즈







꽃은 피어올랐고 태형은 가라앉았다. 마을에 남은 유일한 사람은 단 세 명뿐, 태형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태형을 아무 이유 없이 사랑한 사람들 중 하나. 탄소는 태형을 사랑했다.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그녀가 이어간다. 태형의 꽃이 점점 메말라간다. 툭 하고 떨어진 꽃잎을 주워 담지 않았다. 탄소가 태형을 붙잡고 헤엄쳤다.


모래사장 위에 널브러진 태형이 보였다. 탄소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태형을 깨웠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정국이 탄소를 밀쳤다. 학교에서 배웠다는 인공호흡이 쓸모가 있었다. 몇 번 숨을 불어 넣어주니 태형이 걸쭉한 기침과 함께 침을 토해낸다. 탄소가 그제서야 자리에 주저앉았다. 휘청이는 태형을 바라보던 정국이 커다란 손으로 태형의 머리를 내려친다.



“정국아!”



탄소가 태형의 머리를 감싸자 정국이 탄소를 끌어당긴다. 탄소는 힘없이 모래 바닥에 주저앉았다. 태형의 볼품없이 흐트러진 머리칼에도 정국은 상관하지 않았다.



“뒤질 거면 혼자 뒤져.”


“정국아.”


“우리 누나까지 끌어들여서 다 같이 죽자, 이 지랄 하지 말고 혼자 얌전히 죽으라고.”


“......”


“니네 엄마만 죽었어? 우리 엄마도 죽었어.”



정국의 말에 태형이 움찔한다.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듯 한 표정으로.



“매번 별 지랄을 다 떠는데, 진짜 같잖으니까 쇼 하지 마.”


“......”


“엄마 죽었다고 니 인생이 끝나? 왜 그렇게 병신같이 사는데.”


“......”



몇 번이고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던 정국이 작게 욕을 흘렸다. 태형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로 그렇게 정국의 욕지거리를 다 듣고 있었다. 정국은 더 화가 났다. 지한테 욕하는 버릇없는 동생한테 반박 하나 못하는 병신같은 놈. 차라리 때리라고, 반말하지 말라고, 욕하지 말라고, 예전처럼 내 머리통을 한번 갈겨주라고.



“오늘 이 새끼 집에 들이지 마.”


“정국아.”


“얼굴 보기도 좆같으니까.”







삼 년이 지났다. 작은 섬 동네를 흔들리게 만든 희대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 세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확인 결과 중년의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이었다. 한 명은 태형의 엄마, 한 명은 탄소와 정국의 엄마, 그리고 중년의 남성, 박 씨 아저씨. 태형은 생생했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그럼, 우리 사모님들 전용 드라이버인데.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깔깔거리는 중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홧김에."



정국이 들고 있던 신문이 여러 모양을 내며 구겨진다. 결국 바닥에 내팽개쳐진 신문을 발로 몇 번이나 밟고서야 진정이 되고 만다. 정국은 똑같은 신문이 몇십 장이 있었다. 떠나간 동네 사람들의 집 앞에 놓여있는 신문들을 모두 모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꺼내 읽고, 성질을 내야지만 떨리는 손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미 구겨지다 못해 쭈글쭈글해진 신문이 결국 맥을 못 추리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홧김에 저지른 사고. 홧김에 그들을 죽였다고 한다. 박 씨 아저씨는 이 동네 매우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 집, 예전 정국이 강아지를 잃어버렸던 날, 자신도 모르게 흘려 들어갔던 집. 박 씨 아저씨네 집이었다. 박 씨 아저씨는 정국을 친절하게 맞이해줬다. 그렇게 들어간 집 안에서 정국은 아저씨의 부인을 봤다. 그것은 분명 보통 사람과는 조금 많이 다른 존재였다. 아저씨는 그것을 마치 생명이 붙어있는 사람처럼 소개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국은 웃고 있는 아저씨의 부인이란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입 한번 떼지 않고 있는 부인을 이상하게 보지도 않았다. 아저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부인이란 사람은 곧장 잠이 들었다. 정국은 끝까지 몰랐다.


박 씨 아저씨의 부인은 아저씨가 이 동네에 이사 오기 전 결혼한 상대라고 했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결국 집에서 도망을 쳐 무작정 혼인신고를 해버리고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귀한 집 딸내미라는 부인을 데려온 것이 큰 화근이었다. 금세 발각이 되어 부인은 끌려가고 박 씨 아저씨는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몇 년 전, 우연히 마주친 부인은 양옆에 아이들을 끼고 있었다. 박 씨 아저씨의 아이들이 아닌, 새로운 남편과의 아이들. 뒤에 일어난 참변에 대해 정국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비는 오지 않았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시각은 일곱 시, 정국이 하교하던 길은 열한 시. 뒤늦게 온 비에 정국은 어쩔 수 없이 친한 지민의 집으로 향했던 것이고, 그들은 이미 일곱 시에 선착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그뿐이었다. 다른 어떠한 요소도 없었다. 단지 선착장에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홧김에, 순간 죽은 부인이 떠올라서. 죄책감에 자신의 목숨을 내줬다. 그걸로는 보상할 수 없었다. 차라리 뒤지지나 말지, 내가 죽여버리는데. 정국이 땀에 젖은 손바닥을 닦아냈다. 여전히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얼굴에도 땀이 한 바가지였다. 목에 두른 수건으로 이마를 대충 닦아내자 땀이 흥건하게 묻어나온다. 수건을 빼서 방구석으로 던져버렸다. 핸드폰을 들자 코치님의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내년부터 제대로 된 훈련을 들어간다고. 자꾸만 사라지는 소중한 존재들, 정국은 나약한 존재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생각했다.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下 | 인스티즈






2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下 | 인스티즈





우리 아빠는 내가 두 살 때 죽었어. 내가 말도 제대로 못 할 때.


난 매일 걱정했어. 혹여나 우리 엄마도 나를 떠나지 않을까, 아빠처럼 내가 기억조차 못 할 정도로 갑자기,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을까. 탄소는 그런 나를 혼냈어. 그런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라고. 그래도 이상하게 자꾸만 피어올라. 내가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우리 아빠가 누군지도 몰라. 얼굴도 기억이 안 나,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그렇다? 뭔가가 자꾸 내 심장을 간지럽혀. 자꾸만 보고 싶다고 말하래. 보고 싶지도 않은데. 그래서 짜증만 냈어. 아빠 안 보고 싶다고, 그립지도 않다고, 아빠가 뭔데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탄소는 달랐어. 얘는 매일 아빠 생각을 한대. 나는 얼굴도 몰라서 관심도 없는 아빠를, 얘는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는 거야. 이해가 안 됐지. 아빠가 왜? 뭔데 그러는 거야? 물었지. 탄소가 그랬어. 아빠는, 슬픈 거야. 아무 이유 없이 태형이를 지켜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준 사람들 중 한 명이야. 아빠는 너를 사랑해. 그런데 네가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하늘에서 다 지켜보고 계실 거야. 너희 아빠도, 우리 아빠도. 그러니까 빨리 손 모아. 아빠한테 기도하자. 사랑한다고, 우리 아빠 보고 싶다고. 고백하자.


그날 처음으로 울었어.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었어. 탄소의 말이 맞았어. 아빠는 슬픈 거야. 그렇게 나는 자랐어. 두 살이었던 태형이, 열아홉이 되었어. 빨리 칭찬해줘 탄소야, 나 꽃을 피우려 해.





탄소야, 나는 아빠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우리 아빠가 죽어서, 너무 슬펐어. 그 감정에 아직 익숙하지가 않았어. 그런 데 엄마를 보냈어. 아니 아직 보내진 못했어. 아직도 가게 안에서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을 것만 같고, 엄마가 티브이를 보며 악랄한 시어머니 욕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아. 위로받고 싶어. 우리 엄마가 죽었잖아, 옆에서 따뜻하게 나를 감싸줄 사람이 필요해. 나에겐 그게 엄마이고 너였어. 그런데 이제 위로도 못 받겠어. 너도, 엄마를 잃었잖아. 우리 이제 어떡해. 우리에게 남은 사람이 없어. 우릴 이유 없이 사랑해줄, 아껴줄 그런 사람이. 더는 없어.


탄소야, 나 인제 그만 해도 될까. 너무 힘들어서, 그만 살고 싶어. 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네가 원하던 별도 못 따주고, 같이 네모난 피자도 못 먹어, 더 이상 책도 못 읽어, 학교 교문을 밟아본 적도 없어. 그래도 해피엔딩을 바랬어. 길고 길었던 김태형이의 인생은, 결국 해피엔딩이 아니었어. 내 욕심이었나봐. 미안해.


참 어린왕자는 죽었어. 어른이 된 어린왕자는 그제서야 깨달았어. 뱀에게 나는 그저 하나의 먹잇감일 뿐이었다고. 노란 뱀은 어린왕자를 예뻐하지 않았어. 어린왕자는 결국 새드엔딩이었어. 나랑 똑같네, 신기하다.


이만하면 됐지? 난 새드엔딩은 싫어서, 더이상 이어나갈 자신도 없어. 그래서 고마웠어. 그런 나를 붙잡으려고 했던 너가, 정말 고마워.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거 아는데, 너도 알잖아. 난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촌놈이라는 거. 고맙다는 말 밖에 몰라. 탄소야, 고마워.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下 | 인스티즈




한적한 동네에 터덜터덜 소리를 내며 트럭 한 대가 들어온다. 트럭은 오랜만에 느끼는 자연의 감성에 심취한 것인지, 몇 번이고 동네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 그때 정국은 학교에, 탄소는 식당 안에, 태형은 역시나 바닷가에 있었다. 태형은 요즘들어 매일 같이 바닷가에 가 물장난을 했다. 탄소는 그에 불안하여 바닷가가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글을 끄적였다. 태형은 전과 다를 게 없었다.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만 제외하고는.


그런 탄소의 시야를 방해하는 물체가 생겼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그림자에 탄소가 고개를 들었다. 식당 앞에 당당하게 세워 놓은 트럭이 태형을 가렸다. 누구지, 하는 생각도 잠시 운전석에서 내린 딱 봐도 고급스럽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보인다. 남자는 식당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기지개를 피더니 곧장 태형이 있는 해안가로 떠난다. 태형이가 있는 해안가에, 탄소는 급하게 펜을 내려놓고 남자를 따라갔다.


길쭉한 다리를 자랑하며 태형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던 남자가 모래사장 중간에 우뚝 선다. 태형은 언제부터인지 바다에서 나와 온몸이 젖은 채로 모래사장에 대자로 누워있었다. 일광욕을 할 생각이었는지 얼굴을 반쯤 가렸던 손을 내린다. 태형과 남자의 눈이 맞물렸다. 태형이 인상을 찌푸린다.


탄소는 트럭 뒤에 숨어 그들의 대화를 지켜봤다. 그들은 탄소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들만의 대화에 빠져버렸다. 탄소는 그들의 대화를 숨죽이고 들었다. 어정쩡하게 서 있던 탄소가 털썩 주저앉는다. 그들이 눈치챌까 서둘러 식당으로 돌아갔다. 한참을 글을 끄적였다. 거의 낙서나 다름없었다. 다시 드리우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그 남자였다. 태형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탄소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명함을 내밀었다.



‘김석진, 의사’



연락주세요. 남자는 떠났다.







며칠 뒤 다시 그 트럭이 들어온다. 상황은 똑같았다. 학교에 간 정국, 일광욕을 하고 있는 태형, 그런 그를 지켜보며 글을 끄적이던 탄소. 탄소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탄소는 순간 숨이 멎었다. 곧 딸꾹질이 날 것 같았다.



“탄소라고 했나?, 나중에 또 보자.”



잘생긴 외모였다. 얼굴도 작고, 키도 크고, 꼭 연예인 같았다. 탄소는 그런 그가 반갑지 않았다. 그는 다시 트럭 위에 올라탔다. 트럭 뒤에서 태형이 나왔다. 태형이 인사했다.




“안녕.”




태형은 인사했다.



석진이 아닌, 탄소에게.



텅 빈 횟집에는 먼지 뭉치만 굴러다닌다. 텅 빈 장롱, 책장, 냉장고, 그리고 공허함.



태형이 떠났다.







3






내가 너한테 푹 빠졌던 그때를 기억해.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내가 여전히 소녀일 것 같고 자라지 않을 것만 같아. 평생을 사춘기 소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너의 앞에 서면 소녀인 나를, 소년인 너를, 그런 우리를 사랑이라고 한대.





꽃길을 걷는 것 같았어. 그것도 동화 속, 정말 꿈에서나 볼 법한 그런 꽃길. 꽃들도 그냥 꽃들이 아니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종류별로 나열되어 있어. 중간중간 보이는 할미꽃들은 분위기를 망친다며 꺾어버리려 해. 나는 그런 너를 말려.


그런 꽃길을 걷고 있자면, 내가 공주님이 된 것 같아. 유리구두를 신고 펄럭이는 드레스를 입었어, 드레스에는 수많은 장식이 달려있는데, 모든 게 보석인가 봐 반짝거려. 예쁘게 빛나고 있어. 깡충거리며 뛰자 너는 그런 나를 말려. 질질 끌리는 드레스를 들어주고 손을 내밀지. 나를 향해 뻗었던 손 위에 내 손을 겹쳐. 그렇게 우리는 무도회장으로 향해. 정신없이 놀고 있어, 마시고, 먹고, 춤추며, 기분 좋게 웃으며 우리는 눈을 맞춰. 하지만 열두 시가 되어버리는 순간 깨버리지. 그게 내 마지막 꿈이었어.


무척이나 행복했어. 꿈속에서 만큼이나 내 환상을 이뤄주고, 원하는 것들을 모두 이루어 줬어. 그게 내 소원이였어. 너랑 눈을 마주치며 웃는, 그렇게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게. 그런데 모든 게 꿈이었어. 이뤄질 수 없는, 그런 지독한 꿈이었어.


태형아, 우리가 뛰놀았던 무도회장, 지금 내 눈앞에 펼쳐졌어. 이게 꿈인 줄만 알았어. 반짝거리고 빛나는, 눈이 부셔, 이 모든 게 꿈이 아니야. 비록 내가 신은 게 유리구두가 아닌 밑창이 다 닳은 슬리퍼여도, 내가 입은 게 보석으로 치장된 드레스가 아닌 통 넓은 티셔츠에 반바지 일지라도, 우리가 함께 걷고 있는 곳이 꽃길이 아닌 발이 푹푹 파이는 모래사장 일지라도, 우리를 빛내는 게 치장 아닌 바닷가에 비춰 반사되는 햇빛일지라도. 모든 건 허황한 꿈이었는데, 나에게는 아니었어. 지금이 꿈이고, 꿈이 지금이야. 난 지금 꽃길을 걷고 있어.




태형아, 영원히 내 손을 잡아줘. 함께 춤춰줘. 너랑 있는 지금이 행복해.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좋아, 같이 있기만 해줘. 그러니까, 그러니까 사라지지 말고, 내 곁을 떠나지도 말아줘. 마지막 소원이야. 원하는 건 다 이뤄졌어. 딱 하나 남은 마지막 소원, 영원을 바래. 잠깐동안의 짧은 축복이 아닌, 영원한 행복을 바래, 태형아. 태형아, 김태형. 내 손을 놓지 말아줘. 태형아. 태형아.



“누나, 빨리 일어나.”


“...어?”


“트럭 가져왔어,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그냥 안 깨웠어. 오랜만에 푹 자는 것 같아서.”


“뭐?, 왜 그랬어...”


“다 했어. 옷만 갈아입고 나와.”



탄소가 주변을 바라보자 언제 다 정리를 한 건지 깨끗한 주변이 보였다. 오히려 텅 빈 공간에 홀로 누워있는 모습이 웃기다 생각했다. 탄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국이 놓아둔 깨끗한 옷가지를 챙겼다. 옷을 갈아입고 이불을 챙겨 나오자 탈탈거리는 트럭에 기대어 자세를 잡고 있는 정국이 보인다.



“너 뭐해?”


“쫌 멋있냐?”


“정신 차려.”


“사모님, 타십쇼.”



정국이 보조석 자리의 문을 열어주고, 탄소는 끙차 하며 트럭에 올라탔다. 정국은 다시 한 번 뒤를 점검하더니, 발랄한 걸음으로 운전석에 올라탄다.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다시 확인하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한 정국이 룸미러를 꺾어 자신의 머리를 정리하고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출발할까? 정국의 물음에 탄소가 대답하지 않았다. 누나? 아, 가자. 탄소의 말에 정국이 시원하게 기어를 당겼다. 출발한다!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下 | 인스티즈







트럭이 전진하고 탄소의 머리 넘어 배경으로 바다가 깔린다. 오전 중이라 강렬한 햇빛이 바다를 달구고 있었다. 뜨거운 모래사장, 모래를 밟을 때는 무조건 맨발이야. 그래야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가 우리의 피부를 다 자극하는데, 그게 어찌나 짜릿한데. 그러니까 빨리 신발 벗으라고! 태형의 목소리가 탄소의 귓가에 울렸다. 아 콧물 나와, 탄소야. 나 추워. 매번 대책 없이 겨울 바다에 들어가 놀던 태형은 결국 한밤중에 감기에 걸려 탄소가 급하게 비상약을 들고 쫓아오기 일쑤였다. 너는 물에도 안 들어가? 맨날 거기 주저앉아서 책만 들여다보고 있냐. 남자라면 자고로 아무 물이나 이렇게 막 들어가야 상남자라고 할 수 있지. 엥, 너 남자 아니였냐? 상상 속의 태형이 배를 잡고 웃는다. 탄소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누나.”


“……”


“울어?”



트럭은 빠르게 달려 어느새 집과 멀어진 지 오래였다. 탄소는 울먹이는 얼굴을 들어 뒤를 돌아봤다. 마지막이었다. 다신 안 올, 이곳. 모든 추억이 담겨있는, 그래서 더 힘들었던.


이미 울음바다가 된 트럭 안과 달리 밖은 여전히 환상 같았다. 참으로 아름답고, 그리울 바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럴 순 없겠지. 반짝이는 바다 넘어 태형의 얼굴이 보이는 듯싶다. 태형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에게 추억을 선물해줘서, 그리고 소원을 들어줘서.


태형아, 지금은 이렇게 떠나지만,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꼭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의 아픈 추억이, 더이상 아픈 추억이 아니기를, 많이 무뎌졌으면 좋겠어. 우린 결국 함께하지 못했지만 영원했어. 넌 내 소원 들어준 거야. 고마워. 우리는 매우 큰 산을 넘은 거야. 그만큼 강해졌어.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강해지고 싶지 않아.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어. 다음에 만날 땐 꼭 웃으면서 만날 수 있기를. 고마워, 태형아.





태형아. 잘있어.









"태형아."


"......"


"어린왕자는 죽지 않았어."


"......"


"노란 뱀이 어린 왕자를 위로해준거야."


"......"


"어린 왕자를 안아준거야, 따뜻하게. 예뻐해 준거야."


"......"


"그럼 이제 해피엔딩이지?"


"......"


"......"


"응."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下 | 인스티즈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태태예요!아 태형이는 석진이랑 어디로 간거죠..?진짜 너무 슬퍼요..으어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찌통있는 결말일줄은 몰랐는데ㅠㅠㅠㅠㅠㅠ새벽에 봐서 더 슬퍼요..그럼 작가님의 제자리걸음은 앞으로 연재를 안하지만 단편으로는 오시는건가요..?작가님이 어떤 선택을 하시든 언제나 응원할게요!
8년 전
독자2
새벽에봐서 그런지 더 아련하고 슬프네요ㅠㅠㅠ 태형이는 석진이랑 어디 간걸까요?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45.91
너무 슬프네요 작가님 좋은 글 감사하고 글 잘 읽고 있어요 글이 너무 좋네요ㅜㅜㅜㅜ
8년 전
비회원 댓글
0103 ㅜㅜㅜㅜㅜㅜ작가님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3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혀 깨물면서 봤어요ㅠㅠㅠㅠㅠㅠㅠ기다렸어요...중편까지읽고 얼마나 기다렸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네요.. 하. 진짜 작가님 완전 단편 소설책한권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해요..
8년 전
독자4
진짜 너무 안타까워서ㅠㅠㅠ저 원래 해피엔딩 좋아하거든요.새드나 열린 결말은 여운이 짙게 남아서 일상생활이 잘 안되서요..이 작품도 꽤오래 여운이 남을 것 같아요.좋은 작품 감사했습니다!다음 작품기다리고 있을게요!!
8년 전
비회원90.70
브금제목이뭔지혹시아시나요?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비정상회담 God, save the Queen 03-недоста 난슬 02.04 23:37
비정상회담 God, save the Queen 02- 初 婚姻6 난슬 02.03 23:23
비정상회담 God, save the Queen 01-初愛12 난슬 02.02 23:03
빅스 [VIXX/켄택] 계단 - 세 칸 1 나의 별님 03.03 23:0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뷔민] 가정파탄시키는거 참 쉽죠 8 9 슈기 03.03 18:2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Dangerous Zone; 출입을 금지합니다-117 Name W 03.03 14:03
빅스 [VIXX/켄택] 계단 - 두 칸1 나의 별님 03.02 23:45
빅스 [라비/홍빈/랍콩] 모델과 대학생의 상관관계 공지 9 모랍대콩 03.02 23:29
기타 소속사 직원이 직접 말해준 한 소속사 현 상태 36 03.02 22:4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음성녹음 파일 04 눙눙누 03.02 21:57
방탄소년단 [뷔국] 로즈마리의 폐비 041 레몬밤 03.02 19:04
기타 삼촌이 음악방송 PD라 들은 썰 36 03.02 17:42
엑소 [EXO/세준] Fairy (체벌)9 부두 03.02 15:3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뷔민] 역시 우리의 청춘 러브 코미디는 완벽하다 056 우거지우걱우.. 03.02 07:56
기타 많은 아이돌이 알았으면 하는 한 아이돌의 진짜 모습 16 03.02 06:40
기타 철벽치는 남돌들(ㄲㅇ) 29 03.02 06:34
인피니트 [인피니트/다각] KOCC-13 다각 03.02 00:32
KOCC [다각] -1 03.02 00:2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뷔민] 이모션 로즈 56 아이어니 03.01 23:5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해안가 下7 굥기 03.01 16:5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다각] 리얼리티 프로그램 화목한 가족 5 8 슈기 03.01 12:4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뷔민] 박지민을 만나서 생긴일 21 10 슈기 03.01 09:0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랩홉/단편] 1verse (부제: 1절만 해라, 쫌.)21 원벌스 03.01 03:09
세븐틴 [세븐틴/김민규] 19살, 그 불완전한 나이. 2426 chaconne 03.01 02:41
빅스 [VIXX/한상혁] 어느 가장 예쁜 날 - 상혁 번외 02 6 담장 02.29 23:37
빅스 [VIXX/켄택] 계단 - 한 칸2 나의 별님 02.29 23:3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뷔민] 이모션 로즈 46 아이어니 02.29 21:25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