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과 함께 들으시면 좋습니당.. 그냥 제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이기도 하고..☞☜//)
Waltz in the silencew.마쇼 1 겨울은 그 끝자락에서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죽어가고 있었다. 봄이란 것은 만물이 새롭게 생을 시작하고, 전과는 다르게 변화를 꿈꾸는 계절이었다. 모든 것은 변해가고 있었다. 세훈은 거울 앞에 걸어 둔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그 끝은 안 풀리게 잘 동여 메고, 아직 채 물러나지 않은 추위를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문을 열자 싸늘한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웠다. 세훈은 겨울의 서늘함과 그 이면의 포근함이 좋았다. 세훈은 겨울이 좋았다. 세훈은 봄이었다. 세훈은 계절이 흘러가는 것에 민감했다. 벌써 봄이 찾아왔지만, 세상이 굴러가는 것은 온통 겨울이었다.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진짜 봄이 와도 여전히 세상은 차가웠다. 물론 봄을 충분히 만끽할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이 분명했다. 세훈도 마찬가지였다. 집과 회사, 그 이외의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알지 못했다. 같은 땅덩어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출근이나 퇴근길 위에서 간간히 듣는 라디오에서 접하는 것이 전부였다. 삭막했다, 서로 할퀴고 죽이고 헐뜯는 세태따위는 모르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세훈은 빈 깡통이 되기를 자처했다. 타인 앞에서는 절대 각박하고 더러운 이야기는 하지 않으리라, 오늘도 최선을 다 하리라, 열심히 웃자. 다짐하며 현관 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 겨울에는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지독하게 앓던 감기는 눈과 함께 그 자취를 감췄고, 겨울이 지나간 후에 봄의 따뜻한 햇볕은 그 자리에 남겨진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준면은 변화하는 것들이 싫었다. 오직 준면만이 그 자리에 멈춰진 듯 했다. 준면에게는, 또 준면은 온세상이 겨울이었다. 겨울은 괜히 겨울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세계에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사방을 꽁꽁 얼리고, 생명조차 잠재워버렸다. 준면의 세계는 완전한 침묵이었다. 준면의 일과는 간단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그렸다. 때가 되면 밥을 먹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식사도 거르고 작업을 계속하곤 했다. 준면은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남들과 같은 일상이 그리울 때면 그저 TV를 켜고 예능프로그램을 보거나 가수들이 잔뜩 나오는 음악방송을 보는 척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준면이 침묵 속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 세훈의 맞은편 집에는 하얀 남자가 살았다.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는 단지 오지랖 넓은 아줌마들의 안주거리로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릴 뿐이었다. ‘아, 그 하얗고 작은 청년, 집에 남자 한 명 들락거리잖아.’, ‘어제 밤에는 그 하얀 남자 밖에 나가는 거 봤어요. 아, 근데 자세히는 못 봤어.’ 그의 모습은 이웃들 사이에서는 신비주의로 남았고, 누구도 그 이상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세훈은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밥은 대충 거르고는 출근했다. 그리고 하루종일을 회사에서 보내다 집에 돌아왔다. 아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돌아왔었다. 업무시간이 연장되고, 주어진 일이 늘어난 세훈은 야근을 피할 수가 없었다. 세훈이 하는 일은 간단했다. 타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이나 소설등과 계약하거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또 시간이 되면 당일의 연재물들을 업데이트하고, 독자의 반응을 살폈다. 세훈의 세계에서는 허구의 인물들이 거짓을 실제처럼 꾸며내고, 허구의 사건들을 만들어냈다. 봄의 세계에는 갖은 소리가 넘쳐흘렀다. 세훈은 자신의 일에 나름대로 만족했다. 세훈이 집에 돌아올 때가 되면 거리에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만 울렸다. 늦은 시간이었다. 한 달 째 반복되고 있는 매일이 낯설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 이외의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상은 세훈에게는 두려움이었다. 세훈의 업무시간을 늘이는 데는 한 웹툰 작가가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자고로 사람사이의 정이라는 것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짧게나마 이야기하거나 허물없이 살을 부대끼거나 하며 두터워지는 것인데, 이 사람은 사무실에 제 낯 한 번 비추지 않았다. 너무나도 비즈니스적인 사람이었다. 계약서에 도장도 그의 친지가 찍어다줬다고 했다. 작품이란 것은 대게 그 사람의 인품이나 가치관을 숨길 수 없이 보여주곤 한다. 그래서 언제나 작품을 읽다보면 그 작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혹은 어떤 삶을 살아 왔구나의 정보는 짐작할 수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 김준면 ’, 지나치게도 정직하고 바르게만 보이는 이름만으로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 지, 세훈은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의 그림은 말도 없고 그 어떠한 소리도 담고있지 않았다. 김준면의 그림은 침묵만을 담고 있었다. 그저 존재하는 데에만 이유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 준면의 집에 들어오는 이는 준면을 제외하고 단 한 명뿐이었다. 김민석. 준면은 민석이 좋았다. 다른 의미가 아닌, 순수한 가족으로서의 정이었다. 조금 더 보태자면, 민석은 준면의 세계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철저하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립된 채 살아가는 준면을 민석은 그냥 두었다. 동정심, 연민 혹은 죄책감. 그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준면은 그저 그가 있다면 그제서야 안심하곤 했다. 민석은 준면에게 죄인이었고, 준면에게 민석은 슈퍼맨이었다. “ 준면아, 네가 이 모든 걸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어. ” 준면의 기억 속에 있는 마지막 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민석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길었던 잠에서 깨어나 잠깐 눈을 떴을 때, 사방이 빛으로 둘러싸여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을 때, 준면의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였던 것도 같았다. 준면은 그렇게 또 길고, 오랜 잠을 잤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세상은 이미 침묵이었다. 깊고 길었던 무의식 속에서 준면은 과거의 기억과 함께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지워냈다. 준면은 수화를 배우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글을 쓰거나 간단한 그림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준면에게 모든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민석이 그의 곁에 있다면 준면은 무슨 일이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집 안에 있을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세상은 준면이 듣지 못해도 소리로 가득 차있었고, 소리는 준면을 위협했다. 소리를 가진 것은 준면을 다치게 했다. 준면에게 있어 소리는 이제 의식의 순간들 너머 희미한 진동이거나 혹은 미사여구로 나열된 글자들의 연속이었다. 준면은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잠들라치면 저 먼 무의식이 기억하는 그날의 진동과 울림들이 온 몸을 때리고 부수며 그 잔해들을 허공에 동동 띄우는 것만 같았다. 준면의 세계에는 소리가 없었다. 애초에 소리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준면의 집 또한 하얗고, 조용하고, 또 고요했다. 색을 가지거나 소리를 가진 것이라곤 없었다. * 간만에 찾아온 주말이었다. 세훈에게는 휴식이 낯설었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겨하는 편도 아니었다. 세훈은 선천적으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기껏 있는 취미라고는 음악 감상이나 독서가 전부였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휴식은 오히려 세훈에게 지루함이었다. 세훈에게는 돌파구가 없었다. 오아시스나 숨을 쉴만한 구멍이 없었다. 항상 몸은 쉬고 있어도 마음을 내려놓고 쉬는 법을 몰랐다. 누군가와 휴식을 취한답시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잔뜩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머릿속에는 이내 잡념만 쌓였다. 만족하며 살아왔지만 되려 그 만족과 편안함은 모든 것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긴장감, 또 사람에 대한 목마름과 갈증으로, 갈증은 어느새 공허함으로 이어졌다. 세훈에게 쉬는 일은 노동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세훈은 그저 멍하니 앉아 남들이 휴식하는 모양을 따라하며, 이미 수도 없이 봤던 영화를 또 돌려 보고 있던 중이었다.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생각의 파도위에서 정처없이 흘러다니던 세훈의 의식이 흐트러졌다. “ 누구세요 ” “ 저, 택배기산데요. ” 근 한 달, 일 할 시간도 부족해 수면을 줄여가며 일을 하던 세훈에게 시키지도 않은 택배가 올 리 만무했다. 세훈은 통과의례마냥 인터폰 너머 비치는 얼굴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었다.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 아, 이거 택배 시키신 분이 김민석… 씨라고, 부재중이면 옆집에 맡겨달라고 하셔서요. 어, 발송인한테 문자 남겼으니까 아마 집에 돌아오시면 택배 받아 가실 거예요. ’ 하얀 남자에게로 온 택배였다. 하얀 남자에게. 하얀 남자의 집에 드나든다던 남자가 배송시킨 택배인 모양이었다. 하얀 남자. 이름은 김준면. 굴러가던 세훈의 눈동자가 김준면, 세 글자 위에서 멈칫했다, 멈췄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김준면, 김준면, 김준면…. 이름을 되새기던 세훈은 뒤늦게야 이름의 주인이 침묵의 그림을 그려내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 아, 김준면… ” 소리도 색도 없던 그림들, 그리고 그 장면, 장면을 그려내는 흔적도 자취도 없이 살아온 듯한, 그림의 주인.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세훈의 머릿속에 호기심이 가득 일었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면 누구든지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이름도 아니었다. 물증은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이 두 김준면은 동일 인물임을 가리키고 있었다.확신이 들었다. 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던 때라면 이름정도야 그저 훑고 지나가는 문자에 불과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또 그 명제는 사람에 대한 유구한 호기심에도 적용되곤 한다. 하나를 알면 둘을 알고 싶다. 세훈은 하얀 남자 김준면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가 살던 삶은 어땠는지, 왜 작가 김준면의 그림은 말이 없는지, 또 왜 사람 김준면은 자신을 꽁꽁 숨기고 가두며 살아가는지. 사람 대 사람으로, 오세훈은, 김준면이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더보기안녕하세요ㅠㅠ이 똥글을 읽으려고 이까지 걸음해주신 독자님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사실 첫 글이라 다 어색하고 낯설어요 브금 어떻게 까는 지도 몰라서 아까 물어보고 왔어요ㅋㅋ..혹시 분량이 너무 적다 싶으시면 꼭 말씀하시고또.. 뭐 .. 그.. 뭐지.. 구독료가 너무 많다 싶으시면 말씀하시고..뭐.... 암호닉.... 그런거... 신청 .... 하셔도 되긴 되는데... (하는 분이 있으시려나...소금소금)아무튼 잘 부탁드려요!!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천천히 천천히 써나갈 생각입니다막 답답하고 속이 터질 것 같아도 참아주세요♡♥꽉찬하트. 사랑합니다.(부끄)
Waltz in the silence
w.마쇼
1
겨울은 그 끝자락에서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죽어가고 있었다. 봄이란 것은 만물이 새롭게 생을 시작하고, 전과는 다르게 변화를 꿈꾸는 계절이었다. 모든 것은 변해가고 있었다.
세훈은 거울 앞에 걸어 둔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그 끝은 안 풀리게 잘 동여 메고, 아직 채 물러나지 않은 추위를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문을 열자 싸늘한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웠다. 세훈은 겨울의 서늘함과 그 이면의 포근함이 좋았다. 세훈은 겨울이 좋았다. 세훈은 봄이었다.
세훈은 계절이 흘러가는 것에 민감했다. 벌써 봄이 찾아왔지만, 세상이 굴러가는 것은 온통 겨울이었다.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진짜 봄이 와도 여전히 세상은 차가웠다. 물론 봄을 충분히 만끽할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이 분명했다. 세훈도 마찬가지였다. 집과 회사, 그 이외의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알지 못했다. 같은 땅덩어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출근이나 퇴근길 위에서 간간히 듣는 라디오에서 접하는 것이 전부였다. 삭막했다, 서로 할퀴고 죽이고 헐뜯는 세태따위는 모르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세훈은 빈 깡통이 되기를 자처했다. 타인 앞에서는 절대 각박하고 더러운 이야기는 하지 않으리라, 오늘도 최선을 다 하리라, 열심히 웃자. 다짐하며 현관 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 겨울에는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지독하게 앓던 감기는 눈과 함께 그 자취를 감췄고, 겨울이 지나간 후에 봄의 따뜻한 햇볕은 그 자리에 남겨진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준면은 변화하는 것들이 싫었다. 오직 준면만이 그 자리에 멈춰진 듯 했다. 준면에게는, 또 준면은 온세상이 겨울이었다.
겨울은 괜히 겨울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세계에 그 누구도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사방을 꽁꽁 얼리고, 생명조차 잠재워버렸다. 준면의 세계는 완전한 침묵이었다. 준면의 일과는 간단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그렸다. 때가 되면 밥을 먹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식사도 거르고 작업을 계속하곤 했다. 준면은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남들과 같은 일상이 그리울 때면 그저 TV를 켜고 예능프로그램을 보거나 가수들이 잔뜩 나오는 음악방송을 보는 척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준면이 침묵 속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 세훈의 맞은편 집에는 하얀 남자가 살았다.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는 단지 오지랖 넓은 아줌마들의 안주거리로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릴 뿐이었다. ‘아, 그 하얗고 작은 청년, 집에 남자 한 명 들락거리잖아.’, ‘어제 밤에는 그 하얀 남자 밖에 나가는 거 봤어요. 아, 근데 자세히는 못 봤어.’ 그의 모습은 이웃들 사이에서는 신비주의로 남았고, 누구도 그 이상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세훈은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밥은 대충 거르고는 출근했다. 그리고 하루종일을 회사에서 보내다 집에 돌아왔다. 아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돌아왔었다. 업무시간이 연장되고, 주어진 일이 늘어난 세훈은 야근을 피할 수가 없었다. 세훈이 하는 일은 간단했다. 타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이나 소설등과 계약하거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또 시간이 되면 당일의 연재물들을 업데이트하고, 독자의 반응을 살폈다. 세훈의 세계에서는 허구의 인물들이 거짓을 실제처럼 꾸며내고, 허구의 사건들을 만들어냈다. 봄의 세계에는 갖은 소리가 넘쳐흘렀다. 세훈은 자신의 일에 나름대로 만족했다.
세훈이 집에 돌아올 때가 되면 거리에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만 울렸다. 늦은 시간이었다. 한 달 째 반복되고 있는 매일이 낯설었다. 고양이의 울음소리 이외의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상은 세훈에게는 두려움이었다.
세훈의 업무시간을 늘이는 데는 한 웹툰 작가가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자고로 사람사이의 정이라는 것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짧게나마 이야기하거나 허물없이 살을 부대끼거나 하며 두터워지는 것인데, 이 사람은 사무실에 제 낯 한 번 비추지 않았다. 너무나도 비즈니스적인 사람이었다. 계약서에 도장도 그의 친지가 찍어다줬다고 했다.
작품이란 것은 대게 그 사람의 인품이나 가치관을 숨길 수 없이 보여주곤 한다. 그래서 언제나 작품을 읽다보면 그 작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혹은 어떤 삶을 살아 왔구나의 정보는 짐작할 수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 김준면 ’, 지나치게도 정직하고 바르게만 보이는 이름만으로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 지, 세훈은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의 그림은 말도 없고 그 어떠한 소리도 담고있지 않았다. 김준면의 그림은 침묵만을 담고 있었다. 그저 존재하는 데에만 이유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 준면의 집에 들어오는 이는 준면을 제외하고 단 한 명뿐이었다. 김민석. 준면은 민석이 좋았다. 다른 의미가 아닌, 순수한 가족으로서의 정이었다. 조금 더 보태자면, 민석은 준면의 세계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철저하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립된 채 살아가는 준면을 민석은 그냥 두었다. 동정심, 연민 혹은 죄책감. 그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준면은 그저 그가 있다면 그제서야 안심하곤 했다. 민석은 준면에게 죄인이었고, 준면에게 민석은 슈퍼맨이었다.
“ 준면아, 네가 이 모든 걸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어. ”
준면의 기억 속에 있는 마지막 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민석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길었던 잠에서 깨어나 잠깐 눈을 떴을 때, 사방이 빛으로 둘러싸여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을 때, 준면의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였던 것도 같았다. 준면은 그렇게 또 길고, 오랜 잠을 잤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세상은 이미 침묵이었다. 깊고 길었던 무의식 속에서 준면은 과거의 기억과 함께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지워냈다.
준면은 수화를 배우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글을 쓰거나 간단한 그림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준면에게 모든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민석이 그의 곁에 있다면 준면은 무슨 일이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집 안에 있을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세상은 준면이 듣지 못해도 소리로 가득 차있었고, 소리는 준면을 위협했다. 소리를 가진 것은 준면을 다치게 했다. 준면에게 있어 소리는 이제 의식의 순간들 너머 희미한 진동이거나 혹은 미사여구로 나열된 글자들의 연속이었다.
준면은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잠들라치면 저 먼 무의식이 기억하는 그날의 진동과 울림들이 온 몸을 때리고 부수며 그 잔해들을 허공에 동동 띄우는 것만 같았다. 준면의 세계에는 소리가 없었다. 애초에 소리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준면의 집 또한 하얗고, 조용하고, 또 고요했다. 색을 가지거나 소리를 가진 것이라곤 없었다.
* 간만에 찾아온 주말이었다. 세훈에게는 휴식이 낯설었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겨하는 편도 아니었다. 세훈은 선천적으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기껏 있는 취미라고는 음악 감상이나 독서가 전부였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휴식은 오히려 세훈에게 지루함이었다. 세훈에게는 돌파구가 없었다. 오아시스나 숨을 쉴만한 구멍이 없었다. 항상 몸은 쉬고 있어도 마음을 내려놓고 쉬는 법을 몰랐다. 누군가와 휴식을 취한답시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잔뜩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머릿속에는 이내 잡념만 쌓였다. 만족하며 살아왔지만 되려 그 만족과 편안함은 모든 것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긴장감, 또 사람에 대한 목마름과 갈증으로, 갈증은 어느새 공허함으로 이어졌다. 세훈에게 쉬는 일은 노동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세훈은 그저 멍하니 앉아 남들이 휴식하는 모양을 따라하며, 이미 수도 없이 봤던 영화를 또 돌려 보고 있던 중이었다.
「딩동-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생각의 파도위에서 정처없이 흘러다니던 세훈의 의식이 흐트러졌다.
“ 누구세요 ”
“ 저, 택배기산데요. ”
근 한 달, 일 할 시간도 부족해 수면을 줄여가며 일을 하던 세훈에게 시키지도 않은 택배가 올 리 만무했다. 세훈은 통과의례마냥 인터폰 너머 비치는 얼굴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었다.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 아, 이거 택배 시키신 분이 김민석… 씨라고, 부재중이면 옆집에 맡겨달라고 하셔서요. 어, 발송인한테 문자 남겼으니까 아마 집에 돌아오시면 택배 받아 가실 거예요. ’ 하얀 남자에게로 온 택배였다. 하얀 남자에게. 하얀 남자의 집에 드나든다던 남자가 배송시킨 택배인 모양이었다. 하얀 남자. 이름은 김준면. 굴러가던 세훈의 눈동자가 김준면, 세 글자 위에서 멈칫했다, 멈췄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김준면, 김준면, 김준면…. 이름을 되새기던 세훈은 뒤늦게야 이름의 주인이 침묵의 그림을 그려내던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 아, 김준면… ”
소리도 색도 없던 그림들, 그리고 그 장면, 장면을 그려내는 흔적도 자취도 없이 살아온 듯한, 그림의 주인.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세훈의 머릿속에 호기심이 가득 일었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면 누구든지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이름도 아니었다. 물증은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이 두 김준면은 동일 인물임을 가리키고 있었다.확신이 들었다. 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던 때라면 이름정도야 그저 훑고 지나가는 문자에 불과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또 그 명제는 사람에 대한 유구한 호기심에도 적용되곤 한다. 하나를 알면 둘을 알고 싶다. 세훈은 하얀 남자 김준면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가 살던 삶은 어땠는지, 왜 작가 김준면의 그림은 말이 없는지, 또 왜 사람 김준면은 자신을 꽁꽁 숨기고 가두며 살아가는지.
사람 대 사람으로, 오세훈은, 김준면이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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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ㅠㅠ
이 똥글을 읽으려고 이까지 걸음해주신 독자님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첫 글이라 다 어색하고 낯설어요 브금 어떻게 까는 지도 몰라서 아까 물어보고 왔어요ㅋㅋ..
혹시 분량이 너무 적다 싶으시면 꼭 말씀하시고
또.. 뭐 .. 그.. 뭐지.. 구독료가 너무 많다 싶으시면 말씀하시고..
뭐.... 암호닉.... 그런거... 신청 .... 하셔도 되긴 되는데... (하는 분이 있으시려나...소금소금)
아무튼 잘 부탁드려요!!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천천히 천천히 써나갈 생각입니다
막 답답하고 속이 터질 것 같아도 참아주세요♡♥꽉찬하트.
사랑합니다.(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