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잡아두고 구속하는것이 싫은것이야?"
"…애쓰지마."
"그러하다면 내가 너를,너를 놓아주겠노라.나의 곁에만 있어다오."
애초부터 가능할리 없었다.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라니.21세기사람과 조선시대 멋모르는 양반이 함께 알콩달콩 사랑,그딴거 할수 있을리가 없잖아. 눈을 꼭 감은 성규가 우현에게 붙들려있던 손을 강하게 내쳤다.그 와중에도 성규의 손에는 우현이 선물로 주었던 고운 옥가락지가 끼워져있었다.이딴것,버리면 그만이야.
"난,씨발.돌아가야한다고."
"어찌 자꾸 그러한단말이야,응?이곳에서 나와 이곳 문물을 받아들이며 살아,성규."
"무슨 개소리야!난,난…싫단말이야!"
이 구질구질한 흙바닥에 초가집이든 기와집이든!쓸데없이 왕자리차고있는 너든!다 싫단말이야! 성규가 악을 내질렀다.그에 성규를 다시한번 잡으려던 우현의 손이 멈추어 허망하게 땅으로 떨어졌다.
"결국은…"
"……."
"내가 싫었던것이 아니더냐."
"그게 아니라…!"
"진작 그리 너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그랬느냐.그러하였으면,"
조금이나마 너에게 연정을 붙이지 않으려 노력이라도 해보지 않았겠느냐.이미 나의 정인이 된 후에 그런말을 하면 나는…어찌하느냐ㅡ?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목소리로 겨우 자신을 당황한채로 쳐다보는 성규에게 물었다. 내 너에게 질문을 하였다.난 이제 어찌해야한단말이냐,성규. 씨발,실수다.지금이라도 말이 헛나가 그런것이지 절대로 당신을 싫어한적이 없다며 우현의 뒤를 껴안고 함께 다시 웃어야하는데,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넌 너의 그 잘난 세계로 돌아가거라."
"…남우현."
"먼 훗날 너의 역사책에 내가 기록되어있을지 모르겠구나,그 책에서는 이런 남정을 정인으로 삼으려던 남우현이 아닌 조선의 왕 남우현이 보이겠지."
그것이 더욱 체면에 좋지않겠나.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은 우현이 우스갯소리를 던지며 성규를 품에 안았다.내,너를,많이…사랑하였다. 성규의 귀에 나긋나긋한 몇마디 말을 속삭인 우현이 성규를 품에서 떼어내 밀었다. 떠나가라,성규.이것은 너를 정인으로 품으려 원했던 우현의 부탁이 아닌,조선의 왕 남우현의 명이다.조선을 떠나 너의 세계로 돌아가라.
"그리고,"
"남우현,씨발 너…"
"나를 잊어라.잊고 잘 살아가는것이다.행여나 나의 이름이 들리면 그저 조선의 왕을 아는체하듯 행동해라."
거의 울듯 울먹이는 우현의 뒤로 파란빛이 돌며 서서히ㅡ아주 서서히 작은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했다. 마치 때가 되었다는듯이 주변의 새들이 일제히 날아들며 울음소리를 내었고,새들의 커다란 울음소리에 묻어가며 우현도 울음을 터트렸다. 자꾸만 문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성규가 당황하여 발에 힘을주었다.씨발,왜 빨려들어가고 난리야 이거?
"내 이리 너를 맹렬히 사랑하는데…"
"우현아,남우현."
"내가 어찌 너를 잊어야한다는말이냐,너를."
우현이 아주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모든것을 잃은듯이.이제 반쯤 들어가 곧 사라질것같이 위태로운 모습을 한 성규가 우현에게 윽박질렀다.너,내가…씨발,너 안잊어!남우현!다음생에서!아니!씨발,돌아가서!널 찾을거라고! 발버둥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성규에 우현이 고개를 들었다.성규…나의 정인.
"남,우현!너!그러니까 내가!널!"
"성규야…"
"사,랑한다고!씨발,좋아해!사랑해!"
성규의 사랑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파란 소용돌이는 성규를 집어삼킨채 사라졌다.언제 거센 바람이 불었냐는듯 흔들리던 나무는 잠잠해졌고 우현은 그자리에서 성규의 말만을 한참 곱씹었다.결국은 성규도 나의 마음이었으니까,혼자 하였던 사랑은 아니구나.
"…성규야."
나의 사랑하는 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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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