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뭔가 슬럼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마지막 무대에 서는거 같다 http://www.instiz.net/bbs/list.php?id=name_enter&no=32232053&page=1&category=17)
의 외전정도...? 윤기가 말하는 감정들과 생각은 내가 했던것과 같아. 하지만 빗속에서 소리치진 않았어. 그부분은 픽션이야.
미련없이 마지막 무대에서 내려온 후.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어.
다음 무대를 준비해야 할 것만 같았고, 다시 작업실로 가야 할 것만 같았어.
뒷풀이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한참을 생각했어.
난 내일 뭘 해야 할까.
모레는 어딜 가야 할까
이제는...그 비어버린 시간들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까지 그 생각들은 끊이질 않았어.
아침에 눈을 떳을때. 사실 기분이 좋았어. 홀가분 했어.
이제부터는 밤늦게까지 연습하지 않아도 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돼.
친구들과 여기저기 다닐 수도 있고, 내게 주말이라는 시간도 생겼어.
근데 가슴이 뻥 뚫린거 같아.
허전해
마음이 너무 시려
옷을 두껍게 입어도 배가 부르게 아무리 많이 먹어도
조금도 채워지지 않았어.
진짜 딱 미치기 직전인거 같았어.
술을 마시면 나아질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네에서 가장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마셨지.
흐트러질줄 알았던 정신은 오히려 또렷해졌고, 여러번의 토악질 후에는 감정에 솔직해 질 수 있었어.
추적추적 비는 내렸고, 우산없이 걸었어.
그 차가운 겨울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그러다가 문득 비를 맞으며 공연했던 날이 떠올랐고, 그게 발화점이 되서 불이 활활 타오르듯 무대에서의 감정과 기억들이 타올랐어.
처음 무대에 섰을때, 처음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을때, 존경하는 멘토를 만났을때.
가슴이 벅차고 목이 뜨거워지고 코끝이 찡해졌어.
그 차디찬 비를 맞으며 하늘에 원망했어.
왜 나였냐고 왜 하필 나였냐고
그렇게 나한테서 뺏어갈꺼였으면 애초에 재능을 주지말지
꿈을 꾸지도 못하게 해버리지
왜 이제와서 그걸 가져가냐고
나한테 그것뿐인데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나한테 이럴순 없어.
다시 일어설 기회 조차 주지않고
나한테는 목소리가 전부인데 왜 그걸 빼앗아 가
바닥에 엎어져서 소리질렀어.
이럴수는 없는거라고.
다음날까지도 비는 여전히 내렸고, 나는 밤새 열로 앓았지.
대신 마음은 정말로 홀가분했어.
어제 남아있던 미련까지 정말 보내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