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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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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교실

w.화의

 

 

 

쨍쨍한 햇볕도 다 지나갔다. 오렌지빛을 머금은 태양이 산 너머에서 너울거린다. 호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오늘도 변함없다.

 

일 층, 이 층……육 층 까지 징하게도 올라왔다. 평소 운동을 즐겨하지 않았다면 벌써 헥헥거리며 꼴사납게 땀이나 흘려대고 있었을 거다. 게다가 땀냄새도 날거고. 호원은 그런게 싫었다. 이래뵈도 데이트란 말이다. 그리고 호원 스스로도 깔끔한 성격이었기에 그런 모습을 싫어한다. 깔끔하게, 허점없는 그런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완벽주의자라고, 이호원은. 호원은 걸음을 옮겼다. 

성규가 있는 교실은 3-7반. 그것도 끝이다. 호원은 흠흠, 거리며 가방을 고쳐맸다.

 

호원이 문을 열었다. 드르륵, 하고 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교실이 너무 조용했다. 호원이 습관처럼 창가쪽 자리를 훑었다. 맨 끝자리에, 성규의 부스스한 머리가 보였다. 호원은 피식 웃으며 성규에게 다가갔다. 어라, 인기척을 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거지. 호원이 성규의 머리를 건드리려는 찰나, 성규의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자는건가."

 

호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약속시간은 오후 6시. 지금은 오후 5시 55분. 깨울까, 말까. 한참을 서서 고민하던 호원은 마침내 결정했다.

성규의 옆자리에 조심스레 앉아 문제지를 폈다. 공식을 봐도 모르겠던 문제들이다. 호원은 욕지기가 일었지만 성규의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성규가 전날 소리를 빽빽 질러가며 가르쳐줬던 공식을 대입해서 풀어봤다. 첫 문제는 틀림. 호원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에이 씨. 호원은 다음 문제에 도전했다. 두번째 문제는 맞췄다. 호원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세 번째 문제도 맞췄다. 이런 맛으로 수학을 푸는 거였나. 호원은 씩 웃으며 밀린 수학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올라왔다. 성규는 몸을 움찔거리다가 잠에서 깼다. 추웠다. 이호원 얘는 언제 오는거……. 응?

 

"으악!!!"

"……."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코앞에 호원이 엎드려 있었다. 한 눈 가득 들어오는 호원의 모습에 성규가 놀라 소리를 질렀으나 호원은 자고 있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성규는 주변을 둘러보다 아차 싶었다. 창 밖은 벌써 어두컴컴했고 흐릿하게 보이는 시계의 시침은 숫자 9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젠장.

 

 

"호원아, 이호원."

"……."

"이호원, 일어나. 아홉시야. 빨리."

"……으음……."

 

 

호원의 어께를 흔들며 이름을 부르자 인상을 쓰며 몸을 웅크린다. 이게 지금 제 집인줄 아나. 성규는 한숨을 푹 쉬며 호원의 등 뒤로 가서 호원을 폭 안았다. 호원의 몸이 움찔, 하고 굳는게 느껴졌다.

 

"임마, 빨리 안 일어나? 밤 아홉시라고."

"……."

"빨리이, 일어나~일어나~우리 호원이 우쮸쮸쮸~일어나~응?응?잉?으으응?"

 

 

성규가 말꼬리를 늘이며 호원을 깨우기 시작했다. 가 아니고, 사실 일어날 타이밍을 놓친 호원을 놀리는 것 뿐이었다. 성규는 호원의 몸이 마구 굳어지는걸 느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짜식, 그동안 내가 마음 고생한 것 좀 복수하자. 성규가 호원에게 더욱 칭얼거리며 밀착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호원이 갑자기 고개를 쳐든다.

 

"으악, 놀래라!"

"─떨어져."

"……."

 

 

싸늘하게 내뱉은 말에 호원도 성규도 놀랐다. 성규는 표정을 굳히고 호원에게서 떨어졌다.

썅, 이호원 미친놈. 호원은 자책했다. 아무리 당황했다고 해도 그렇게 말하는게 아닌데.

성규는 책상위에 널부러져 있던 자신의 필기도구를 가방에 집어넣는다. 호원이 그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성규는 손을 빨리 놀린다. 호원은 불을 켜고 성규를 똑바로 바라본다. 성규는 가방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떨궈진 고개를 들지 않고 움직임을 멈췄다. 호원이 성규에게 다가갔다. 성규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호원은 조금 머뭇거리더니 성규의 어께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눌러 앉혔다. 성규가 의자에 앉혀졌다. 호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미안해.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 형이,"

"멋대로 잠 깨워서 미안하다."

"아니, 형, 내 말 좀,"

"그냥 좀 추워서 너 감기걸릴까봐 깨운건데, 짜증났었나보네."

"김성규."

"……."

 

호원은 답답한지 성규의 팔을 세게 잡아당기며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성규가 몸을 살짝 틀며 호원과 마주봤다. 기분이 좋을 리 없는 성규는 화가 난 건지, 삐진건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호원을 바라봤다. 확실한건, 절대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는 거다. 호원은 눈을 꾹 감았다가 뜨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난 형이 갑자기 뒤에서 안아서, 당황해서, 아 씨, 그러니까."

"……너, 설마 스킨십에 어색한거야?"

"……."

 

호원의 얼굴이 단박에 붉어졌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귄다면서 손을 제대로 잡은 적도 없고-기껏해야 고백할 때 손목 잡은 정도랑 아까 내 팔 잡은거?그것도 손 잡은건가?일단 신체적인 접촉?아 이러니까 말이 이상하네. 아무튼- 포옹을 한 적은 더더욱 없으며-아까 그 백허그는 빼고- 키스는 무슨-간접키스도 한 적이 없었다. 성규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이, 이호원 저, 저자식…….

 

"풉, 경상도 남자라더니 진짜 뼛속까지 경상도 남자잖아."

"……."

 

호원이 답잖게 입술을 삐죽 내민다. 그 얼굴이 평소의 호원과는 너무 달라 성규는 또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 모습에 호원이 또 발딱 일어섰다. 신나게 웃고있던 성규의 웃음이 딱 멈췄다.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있는 성규를 보곤 호원이 짧게 말한다.

 

"여기서 딱 기다려. 금방 올 테니까."

"어?야, 야, 이호원!"

 

 

호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을 나갔다. 혼자 황망히 앉아있는 성규가 호원이 나간 문만 바라보고 있다. 내가 웃어서 그런가? 기다리라 해놓고 뭐 안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성규는 혼자 구시렁거리며 책상에 고개를 박았다. 그러고보니 아까 잠에서 깼을 때 호원의 얼굴이 먼저 눈에 띄었었지. 그래서 잠이 확 달아났었고. 성규가 호원의 책상을 힐끔 보자 펼쳐진 문제지가 보였다. 으이그, 저 바보. 그렇게 일렀는데도 또 안 풀고 그냥 가져왔……응?

 

"……뭐야 이거."

 

장 수로 따지자면 11장, 문제 수로 따지자면 정확히 71문제. 성규가 중요한 문제만 뽑아서 손수 만들어 준, 그러니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문제지. 난이도별로 골고루 정리한, 그러니까 적당한 문제지. 근데 이 문제지가 다 풀어져 있다. 그것도 이호원의 필체로 깔끔하게 풀이과정도 적혀져있고.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온통 백지였었는데. 성규는 동그라미의 갯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쉰 셋?"

 

쉰 셋, 53, 오십 칠, fifty three, 하나 둘 셋 넷 ……오십 삼. 이럴 수가. 쉬운 문제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골고루 맞췄다. 성규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정녕 이호원의 점수가 맞단 말인가. 성규가 의심스러운 듯 문제지를 찬찬히 뜯어봤지만 답은 하나였다. 자신에게 혼나거나 타박을 들으면 들었지, 거짓말은 안 하는 호원이다. 이건 이호원이 푼게 맞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하나도 모르겠다며 자신의 얼굴만 빤히 쳐다봤었는데…….

 

 

 

*

 

 

 

 

 

 

"하아, 김, 성규, 도망, 안 갔,네."

"……호원아, 너 어디갔다왔어?"

 

호원이 가쁜 숨을 내쉬며 교실 앞문에 등을 대고 성규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멀리서도 이마에 맺힌 땀이 보이는게, 어디 달리기라도 하고 온 듯 하다. 성규가 호원에게 묻자 호원은 비척대며 제 옆자리에 늘어지게 엎어진다. 힘 없이 달랑거리는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쥐여져 있다. 성규가 비닐봉지를 뺏아들자 호원이 씩 웃는다.

 

"우리 밥도 안 먹고 빈 교실에 엎드리고 잠이나 자고 있었잖아. 오늘 수업은 아직 안 했으니까 이거 먹고 수업 해야지."

"어, 맞다. 너, 문제지 말야……."

 

성규가 봉지를 풀던 손을 멈추고 호원에게 말한다. 호원이 말도 말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 풀었어. 내가 푼거야. 누구한테 '야, 이거 좀 풀어놔라'한 거 아니니까 걱정말고."

"아니, 71문제 중에 53개나 맞았더라?"

"……어?진짜?"

 

책상에 고개를 박고 있던 호원이 성규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하나, 둘……동그라미를 세는 호원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었다. 성규가 멍한 표정으로 말한다.

 

"너,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그랬잖아."

"어, 몰랐지, 어제까지는."

"오늘은, 어떻게 알았는데?"

"……어제 수업 받았으니까. 어제 소리 빽빽 질러가며 공식 설명한거, 자꾸 생각나서."

 

호원의 답변에 성규의 얼굴에 홍조가 피었다. 얘, 얘가 지금 뭐래. 그러니까, 내가 설명해줘서 그렇다고?

 

"응. 안 잊혀져서, 까짓거 한 번 풀어보자-하고 풀었는데 이만큼이나 맞았네."

"……."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는 호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규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너, 우리 반 담임 이름 뭔지 알아?"

"김상호."

"우리 반에 부반장 습관이 뭐랬더라?"

"자꾸 턱 괴는거. 가까이서 보면 토나온다면서. 잘 알면서 왜 물어, 갑자기?"

"……."

 

성규는 입을 틀어막았다. 자꾸 비식비식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어렵다.

성규의 표정이 가관이었는지 호원이 인상을 쓴다. 뭔 일 있어?

 

"호원아, 너, 수학 말고 다른거도 해볼래?"

"어?"

"이제 수학이랑, 영어도 해보자."

"갑자기 그건 왜?나 수학으로도 힘든데."

"넌 잘 할거야, 호원아. 내가 장담할게. 정말, 진짜, 최고로 잘 할거야."

"어, 어, 응."

 

 

성규가 눈을 반짝거리며 자신의 두 손을 붙잡자 호원이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친다. 그래서 얼덜결에 응, 하고 대답해버렸다. 아직도 성규의 얼굴이 가깝다. 아, 입술 닿을 것 같다. 호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뭐야, 너 얼굴 새빨개."

"어, 아, 아까 뛰어서 그래."

"그래? 그럼 뭐. 어쨌든 영어도 하기로 한거다?"

"어, 응."

 

호원은 후딱 대답하곤 의자에 앉아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도 뺨이 화끈거린다. 그런 호원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규는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봉지를 풀었다.

편의점에서 사온 듯, 삼각 김밥 몇 개와 음료수 두개. 성규가 호원의 팔을 건들며 물었다.

 

"저녁 먹고 수업 하자며, 안 먹어?"

"……먹어야지."

 

호원은 상기된 볼을 조금 가라앉히고 음료수를 마셨다. 왜 이리 더워. 손부채질을 하는 호원을 본 성규가 옆에서 같이 부채질을 해준다. 작게 오므린 입술이 퍽 귀엽다. 그리고 호원은 성규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정말, 진짜, 레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갔다.

 

쪽,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호원의 입술이 성규의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다. 성규가 멍하게 호원을 올려다본다. 호원도 멍하게 성규를 내려다본다. ……어?

 

 

"……?!"

"……어, 어어?"

 

성규의 얼굴이 단박에 빨개졌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지도 않고 호원만 빤히 쳐다봤다. 호원은 호원대로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 놀라 성규만 바라봤다. 음, 그러니까 입술을 집중적으로.

먼저 정신을 차린 성규가 버벅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 너, 방금 뭐한거야!"

"……뽀뽀했는데."

"그, 그게 무슨, 야, 너, 손도 제대로 못 잡잖아!"

"아닌데."

 

김성규, 당신은 방금 말실수를 한 거다. 경상도 남자는 (은근) 쪼잔한 오기가 있어서 누가 '넌 ~못하지?'하면 정색하고 '할 수 있는데'하고 진짜 한다! 진짜로! 거의 왠만한 사람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그걸 해낸단 말이다. 호원도 조금, 아주, 아주 조오오오금 그런 타입이라, 무의식적으로 반박하고는 성규의 손을 잡았다. 응?잉?읭?이호원이 내 손을 잡았네?성규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손과 호원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지만 호원은 그 예전의 이호원이 아닌 듯, 손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 깍지까지 껴버렸다. 누가?이호원이.

 

"어, 어어어?"

"왜, 또 나 못하는거 뭐 있는데?"

"……."

 

 

엄마, 우리 호원이가 달라졌어요. 성규는 점점 붉어지는 얼굴을 숨기지도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호원의 고개가 따라왔다. 왼쪽으로 돌리자 왼쪽으로 따라왔다. 눈을 데룩데룩 굴리자 왼손으로 뺨을 감싸쥔……. 뭐?뺨?이호원이 뺨을 감싸쥔다고?

 

"으으앙?"

"뭐야, 이상한 소리 내고."

"……너, 소, 손."

"아까부터 자꾸 시선도 피하고."

"너, 내, 뺘, 뺨……."

"말도 더듬고."

"아, 아니, 너,"

 

 

호원이 눈을 날카롭게 떴다. 으아니, 이게 정녕 이호원이란 말인가. 방금 전까지 수줍어하던 그 이호원이 맞는가. 손도 못 잡던, 맨날 쎈척만 하던 그, 그러니까, 이호원이 맞느냔 말이다!

급변한 상황에 성규가 당황스런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호원은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아까, 나 부끄러우라고 백허그를 했겠다."

"어, 야, 어?응?뭐라고?잠, 잠깐만?호원아?"

"누구는 생각해서 참고 있는건데, 눈치도 없이."

"어, 어, 얘, 호원아?"

 

호원이 성규의 손을 놓고 허리를 휘감아 확 끌어당겼다. 졸지에 성규는 호원의 품에 안긴 꼴이 되고 말았다. 뻣뻣하게 안겨온 성규에 호원이 혀를 가볍게 찼다. 이래서 뭘 하겠어.

 

"나는 진짜, 형 생각해서 참은 건데 자꾸 놀리니까 못 참겠다."

"……엉?"

"여자 유혹할 때 처럼 해야겠네, 형은. 알고보면 참 둔하다니까."

"뭐, 뭐가 어째?"

"봐, 지금도 나한테 안겨있으면서."

 

호원의 입술이 호를 그렸다. 그제야 성규는 자신의 상황을 깨달았다. 안겨있다, 꽉. 게다가 호원의 입은, 아니 뭐, 꼭 보려고 했던 건 아니고, 우연히, 아주 우연히, 자신의 눈에서 10센치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가, 가깝네, 음.

 

 

"이대로 키스나 해버릴까."

"뭐, 뭐?!"

"아냐, 못 들은 척 해."

 

 

……그렇게 크게 말하는데 누가 못 들은 척을……하나요, 이호원씨. 게다가 그 개구진 표정은…….

 

 

"허, 허. 허허허."

"뭘 그렇게 넋 빼고 웃어. ……오늘은 내가 저거 다 풀어왔으니까 수업 하지 말자."

"아깐 하자며."

"그냥 데이트 하자."

"……으응?"

 

 

느닷없는 데이트 신청에 성규는 그제야 제 페이스를 찾았다. ……요놈, 맘껏 놀렸겠다.

 

"싫어."

"왜 싫은데?"

"너, 열 여덟 문제 틀렸잖아. 그거 설명은 안 들어도 되?"

"응."

"내가 안 돼. 앉아, 빨리."

 

성규는 자신의 허리에 감겨있는 호원의 손을 단호하게 풀어내고 의자에 앉았다. 빨리 안 앉아? 성규가 눈썹을 위로 치켜떴다.

 

 

"안 앉아?"

"흐응."

 

호원이 다시 미소짓기 시작했다. 어쩐지 오싹해져왔지만 제가 뭘 하려고. 성규는 애써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으며 가방을 열어 샤프를 찾아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는데, 돌렸는데, 돌렸는데…….

뭔가 말캉한게 입술에 닿았다. ……어? 호원이 얼굴이 참 가까이 있네. 와, 눈이 참 크구나. ……응?설마, 우리, 지금, 뽀, 뽀,뽑,뽑호 하고 있나요?

얼이 빠진 듯, 성규가 입을 살짝 벌리자 호원이 이때다 싶어 혀를 집어넣었다. 성규의 눈이 커졌다. 호원은 슬며시 눈을 감고 성규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할짝할짝 핥아오는 호원의 혀에 성규는 멍해졌다. 아에이오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요? 혹시 이거, 세간 사람들이 말하는 케이 아이 에스 에스, kiss가 맞아요?한참을 멍하게 있던 성규가 정신을 차리고 호원을 팍, 하고 밀쳤다.

 

"푸핫, 야!"

"……아, 좋았는데."

"뭐?좋았는데?너 임마, 너, 형을 놀리니까 좋냐?"

"안 놀렸어. 키스하는거, 싫어?"

"……."

 

하나님 아버지, 알라신이시여, 부처님, 공자님, 맹자님. 제발 호원이를 원래대로 돌려주세요. 성규는 이제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급변한 호원의 모습이 감당이 안 된다. 물론, 솔직하게, 아, 젠장, 그러니까.

 

 

"좋아, 좋은데!"

"거 봐, 좋으면서."

 

호원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성규를 꼭 안았다. 호원이 성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냥 말해도 되잖아, 왜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속삭이니, 응?

 

 

"영어, 할게. 형이 가르쳐주면 소소한거도 다 기억나니까 할게. 김성규 말대로 아주 잘 할 것 같아."

"……."

"수줍은 이호원이 아니라서 실망했어?"

"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면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할거야. 이호원 방식대로 할 거라고. 그러니까 각오해."

"……하아."

 

 

호원이 성규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아득해져오는 정신에 성규는 넋이 나갈 지경이다. 내가 오늘 무슨 짓을 한 거지.

 

"먹던 거 마저 먹고, 집에 가자. 데려다줄게."

 

성규를 안았던 팔이 풀어지고 넋이 나갈 듯 말 듯한 성규가 의자에 앉혀졌다. 호원은 삼각김밥을 뜯어 성규의 손에 쥐어줬다. 성규는 맛이 느껴지지도 않는 삼각김밥을 먹으며 멍하게 호원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 방식이라 이거지?여자, 유혹할 때?"

"응."

"……하아."

 

 

성규는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자신은 수줍고 딱딱하고 과묵한 경상도 남자 st의 이호원에게 반했던것 같은데, 왜 이 모습도 좋은지 모르겠다. 아니, 더 반했─다고 해야하나?

 

"아이고, 내가 어쩌다 이런 놈한테 빠져서."

"풋."

 

호원이 웃었다. 피식피식, 성규의 입에서도 웃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방과후 수업이, 앞으로는 참 길어질 것 같다.

 

 

 

 

 

 

 

 

 

 

 

 

 

 

 

 

 

 

포ㅓㄱㅍ푹퐆퐆ㅍ포풍 똥망 스토리 에잇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퉤퉤퉤투테ㅜ테ㅜㅌ퉤

 

부끄러우니 물러가겠어용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예전에 써놓고 묻어뒀던 단편 끌올, 저는 부끄러우니 물러가요.......흑ㅎ그흑흑ㅎㄱㅎ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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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 너무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달달터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성규도 귀엽고 호원이도 귀엽고ㅠㅠㅠㅠ 잘봤어요!
12년 전
독자2
헐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왤케 달달해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2년 전
독자3
헐달다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봤어여
12년 전
독자4
오오오오오 대박 달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달달한 야성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5
내사랑야성내야성제가바로야성덕후입니다닉밝혀도되요?이런글자주올려주세요사랑합니다
12년 전
화의
헐 야성분자 요기잉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6
달달달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8
핡 ㅠㅠㅠ좋다좋아
12년 전
독자9
헐 야성이라니 헐 내사랑야서유ㅠㅠㅠㅠㅠ
12년 전
화의
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사랑 야성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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