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아릿하게도 입안에서 퍼지는 첫사랑.
그,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다.
*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거지만 어언 3년이 지난 과거의 나는 그대를 좋아했노라, 하고 말하고 싶다.
가장 시린 겨울이자, 가장 따스한 겨울의 사람이었다.
이렇다 할 연줄이 존재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대와 네가 어찌한 전생의 죄로 이렇게 만났음을 나는 그저 한탄한다. 빨대를 물어 쓰디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최신 유행곡이 시끄럽게 카페 안을 뒤덮었다. 그리고 겹쳐서 보이는 너. 펜을 손에 쥐고서 무엇이 그리 심각한지 미간까지 찌푸리고 있는 건지 꿈틀거리는 네 눈썹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네가 내 웃음의 이유였던 것이. 너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 상태로 눈만 치켜뜨고 뭐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 눈빛을 보고 생각했다. 아, 저런 눈빛이라면. 저런 눈빛이라면. 내가 이대로 잠식되어도 괜찮겠구나.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저어대다 조각 케이크 한 조각을 가져와 마주 앉은 사람 쪽으로 밀었다. 이제야 고개를 들어 보는 사람에 펜을 대신 포크를 쥐여주었다.
"드시면서 하세요."
경계하는 듯 날을 세우고는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그는 내게 간파당했다. 외강내유, 그렇다고 해서 겉이 그렇게 날카로운 사람도 아니었다. 조금만 보듬고 공간을 주면 한없이 흐트러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포크를 들고 머뭇거리는 사람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연이라면 닿겠고, 아니라면 끝이겠지. 그러기에는 자신이 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
연락이 왔다. 알바생한테 부탁을 했었다. 저기 저 사람 그릇 두고 가면 이거 전해달라고. 냅킨에는 제 번호와 신세 진 것 같으면 밥이나 한 끼 사달라고. 그러면 디저트는 내가 사겠다고. 사실 이건 반신반의. 무모한 도전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게 시작이었다. 민윤기와의 시작.
'케이크 잘 먹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정갈한 멘트에 웃음이 났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존재길래 나를 이렇게 웃게 하는가. 내가 이리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던가. 몇 초 사이에 수많은 의문점이 머리를 어지럽히다 결국은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 잘 드셨으면 된 거네요. ㅎㅎ
의문들이 무색하리 만큼의 답장. 그는 답장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때 물어 볼 걸. 그리고는 일주일 정도 답장도 없었다. 확인은 했지만 답장은 없었다. 솔직히 그럴만도 한 게 답장을 할 껀덕지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이제 그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가 용기를 내준 기점으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토요일에 시간 되십니까.'
- 예, 됩니다.
'저번에 봤던 카페 앞, 6시.'
메모장도 아니고. 만납시다. 그런 말 하나 없이 그냥 툭. 어쩌면 그에 끌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평범하게 입고 나가야겠다라는 생각과 달리 이것저것 따지고 보니까 꽤나 꾸민 것처럼 보였다. 뭐, 이 정도야 괜찮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는 정장을 입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식적인 첫 만남에 정장. 캐주얼하게 입고 온 저와는 비교과 되는 옷차림이었다. 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차로 저를 이끌었다.
문을 열고 타자마자 그의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외부와 차단된 그만의 공간. 시원한 박하 향이면서, 어딘가 사랑스러운 복숭아향. 형용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향. 그는 입을 쉽게 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제가 가는 내내 열심히 떠들었던 것 같다. 물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해가면서. 예를 들자면, 차 뽑은 지 얼마 안 지나신 것 같네요. 저번에 케이크는 입에 맞으셨는지. 그는 예, 아니오. 두 단어만 써가며 대답을 잘도 했다. 꿀 먹은 벙어리도 아니고. 물론 그가 운전 중인 것을 감안하면 그러려니 할 대답이었다.
그가 핸들을 잡고 저를 데리고 온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지금까지 수두룩하게 만났던 여자들과도 한 번 오지 않았던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 그가 들어서자 셰프들이 인사를 하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저를 앉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서는 조리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많은 사람 속에 그가 눈에 잘 띄었음은 아마 남들에 비해 눈에 띄는 머리를 해서일까, 그게 아니라면 이미 내 마음에 그를 담아두고 있었던 걸까.
*
이게, 하나의 단서.
민윤기를 추억할 수 있는.
*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거지만 어언 3년이 지난 과거의 나는 그대를 좋아했노라, 하고 말하고 싶다.
가장 시린 겨울이자, 가장 따스한 겨울의 사람이었다.
이렇다 할 연줄이 존재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대와 네가 어찌한 전생의 죄로 이렇게 만났음을 나는 그저 한탄한다. 빨대를 물어 쓰디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최신 유행곡이 시끄럽게 카페 안을 뒤덮었다. 그리고 겹쳐서 보이는 너. 펜을 손에 쥐고서 무엇이 그리 심각한지 미간까지 찌푸리고 있는 건지 꿈틀거리는 네 눈썹에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네가 내 웃음의 이유였던 것이. 너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 상태로 눈만 치켜뜨고 뭐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 눈빛을 보고 생각했다. 아, 저런 눈빛이라면. 저런 눈빛이라면. 내가 이대로 잠식되어도 괜찮겠구나.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저어대다 조각 케이크 한 조각을 가져와 마주 앉은 사람 쪽으로 밀었다. 이제야 고개를 들어 보는 사람에 펜을 대신 포크를 쥐여주었다.
"드시면서 하세요."
경계하는 듯 날을 세우고는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그는 내게 간파당했다. 외강내유, 그렇다고 해서 겉이 그렇게 날카로운 사람도 아니었다. 조금만 보듬고 공간을 주면 한없이 흐트러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포크를 들고 머뭇거리는 사람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연이라면 닿겠고, 아니라면 끝이겠지. 그러기에는 자신이 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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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왔다. 알바생한테 부탁을 했었다. 저기 저 사람 그릇 두고 가면 이거 전해달라고. 냅킨에는 제 번호와 신세 진 것 같으면 밥이나 한 끼 사달라고. 그러면 디저트는 내가 사겠다고. 사실 이건 반신반의. 무모한 도전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게 시작이었다. 민윤기와의 시작.
'케이크 잘 먹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정갈한 멘트에 웃음이 났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존재길래 나를 이렇게 웃게 하는가. 내가 이리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던가. 몇 초 사이에 수많은 의문점이 머리를 어지럽히다 결국은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 잘 드셨으면 된 거네요. ㅎㅎ
의문들이 무색하리 만큼의 답장. 그는 답장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때 물어 볼 걸. 그리고는 일주일 정도 답장도 없었다. 확인은 했지만 답장은 없었다. 솔직히 그럴만도 한 게 답장을 할 껀덕지가 존재하지 않았으니. 이제 그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가 용기를 내준 기점으로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토요일에 시간 되십니까.'
- 예, 됩니다.
'저번에 봤던 카페 앞, 6시.'
메모장도 아니고. 만납시다. 그런 말 하나 없이 그냥 툭. 어쩌면 그에 끌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평범하게 입고 나가야겠다라는 생각과 달리 이것저것 따지고 보니까 꽤나 꾸민 것처럼 보였다. 뭐, 이 정도야 괜찮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는 정장을 입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식적인 첫 만남에 정장. 캐주얼하게 입고 온 저와는 비교과 되는 옷차림이었다. 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차로 저를 이끌었다.
문을 열고 타자마자 그의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외부와 차단된 그만의 공간. 시원한 박하 향이면서, 어딘가 사랑스러운 복숭아향. 형용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향. 그는 입을 쉽게 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제가 가는 내내 열심히 떠들었던 것 같다. 물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해가면서. 예를 들자면, 차 뽑은 지 얼마 안 지나신 것 같네요. 저번에 케이크는 입에 맞으셨는지. 그는 예, 아니오. 두 단어만 써가며 대답을 잘도 했다. 꿀 먹은 벙어리도 아니고. 물론 그가 운전 중인 것을 감안하면 그러려니 할 대답이었다.
그가 핸들을 잡고 저를 데리고 온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지금까지 수두룩하게 만났던 여자들과도 한 번 오지 않았던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레스토랑. 그가 들어서자 셰프들이 인사를 하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저를 앉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서는 조리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많은 사람 속에 그가 눈에 잘 띄었음은 아마 남들에 비해 눈에 띄는 머리를 해서일까, 그게 아니라면 이미 내 마음에 그를 담아두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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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하나의 단서.
민윤기를 추억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