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션 로즈
"저, 저기."
"에? 아까 그 사람이네."
"서울말 쓰는 거 봐선 여기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 맞아요. 나 서울 살다가 왔어요."
"이름이 뭔데요?"
"제 이름이 기억이 안 나요. 진짜로."
"여기 어떻게 오게 됐어요?"
"그러게요. 눈 뜨니까 여기던데."
"저랑 이야기 좀 더 할 수 있을까요?"
"그럼, 저 지내는 곳으로 잠시 가실래요?"
"그럼 감사하죠."
지민의 뒤를 따라 걸었다. 얼핏 보이는 그의 손목이 거뭇거뭇했다. 태형이 그의 팔을 잡고 손목을 들여다 보았다. 검은색이 사이로 살짝 살짝 노란색이 보였다. 이게 뭐지.
"저도 이게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음.. 만져봐도 돼요?"
"네. 만져보세요."
그의 로저는 무언가로 색칠을 한 듯 까맸다. 치료가 되고 있는 거라고도 예측했다. 로저가 고장나는 케이스는 처음이었기에 태형도 잘 몰랐다.
조금 걸으니 나오는 그의 지내는 집은 조그마했다. 들어가자마자 반기는 건 어떤 할머니셨다.
"아가, 왔어?"
"네, 할머니. 여기 저랑 할 말이 있다 해서 데리고 왔는데, 괜찮아요?"
"그럼, 잘 왔어요 총각도."
"그, 잠깐 들어가 있어요. 할머니, 여쭤볼게 있어서요."
"어어, 물어봐요."
"저 아이, 언제 여기 왔어요?"
"한 삼 주 전쯤 왔어요."
"어떻게 오게 됐어요?"
"아이구, 여기 저 큰 도로 보이죠? 저기서 사고가 났지 뭐예요. 저 아가가 저기 치여서 쓰러져있는걸 마을 사람들이 데리고 왔는데, 내가 데리고 왔죠. 참하게 생겼길래."
"그럼 저 아이 이름은..?"
"아,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더라고. 몇 살인지도, 이름도 모르고. 자기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대."
"할머니, 감사 드려요. 저 아이랑 이야기 좀 나눠볼게요."
"그래, 총각."
태형이 충격을 받고 그가 들어간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가만히 앉아있었다. 들어오는 태형을 보더니 말했다. 무슨 이야기 했어요? 아, 별 거 아니에요. 물어볼게 있어요.
"몇 살이에요?"
"모르겠어요."
"전에 기억이 아무것도 안 나요?"
"네. 여기도 어딘지,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요. 근데 괜찮아요. 여기 사람들이 잘해줘서 알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계속 여기에 살아갈 수는 없잖아요. 그 전에 살던 곳도.."
"내가 기억을 잃은 이유는, 그때가 너무 끔찍해서 그런 거겠죠."
"..."
"혹시 과거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어요?"
"...네. 좀 알고 있죠."
"그럼 이름만, 이름만 알려주세요. 이름이 없으니 힘들더라고."
"박, 박지민이에요. 박지민."
"그렇구나. 지민이. 이름이 계집애 같네."
"더 알고 싶은 건 없어요?"
"아 맞다. 나이도."
"어, 26살 이였어요."
"어, 생각보다 나이가 많네. 그냥 듣지 말 걸. 난 거울보고 한 23살은 될 줄 알았더니."
"..."
"농담."
"하하하.."
"근데, 당신은 이름이 뭔데요?"
"김태형이요. 김태형."
"태형씨?"
"네."
"잘생겼네요. 내 스타일."
민박집에는 계속 머물 수 없었다. 돈이 궁해져 가자 태형이 지민이 살고 있는 집에 양해를 구했다. 흔쾌히 허락을 구한 태형은 일을 하는 대신 또 다른 방에서의 숙박을 허락 받았다. 둘은 할머니를 도와 열심히 일을 했다. 둘이 함께 지낸 시간이 한 달 정도 되었을 때였다. 지민의 방이었다.
"지민아."
"응."
"나 심심해."
"그래?"
"응."
"나 뽀뽀해도 돼?"
"어?"
"뽀뽀해도 되냐구."
"..."
"싫음 말ㄱ.."
태형이 먼저 지민의 입에 입 맞췄다. 이건 박지민이 먼저 시작한 거야. 진하게 입 맞춘 둘이 입을 떼어냈다. 지민이 프스스- 하고 웃었다. 좋네. 그 날 이후로 둘은 연인 사이가 되었다. 둘은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알콩 달콩 예쁘게 사귀었다.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들을 보내오고 있었다.
어느 날 태형이 일을 하다가 배가 고팠는지 지민에게 말했다. 지민아, 나 배고파. 나도. 우리 뭐 먹으러 갈까? 그래! 태형이 지민의 손목을 끌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할머니도 계시지 않았다. 가볍게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라면 두 봉지를 꺼냈다. 냄비를 꺼내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바닥이 먼지 투성이였다.
"더럽다."
"..."
"...?"
지민이 갑자기 놀란 눈으로 태형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다시 한 번 말해봐. 더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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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급전개... 으엉.........
이런 똥글망글을 읽어주시는 많은 독자분들 너무 감사해요 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