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오늘 있었던 일인데, 아직도 손이 덜덜 떨린다. 내가 손 찢어진 것 때문에 드레싱 받으러 외래 가고 있었거든? 나 손 찢어져서 앉아서 차트정리 이런 것만 한단 말야. 손 많이 움직이지도 않는데 변백현이 어제 드레싱할때 붕대를 완전 꽝꽝 감아놓은거야. 진심 어제 붕대 감을 때 둘이 막 소리지르고 싸웠는데.. "아 좀 살살 감으라고, 피 안통한단 말이야!" "살살 감았다가 다시 째져서 또 꼬매고싶냐?" "말 한번 예쁘게 한다, 백현아. 응?" "니가 얌전히만 다니면 이러지도 않지, 칠렐레팔렐레 철푸덕거려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결국 내가 졌지..걱정쟁이 변백현 덕에 붕대 꽝꽝묶고선 너무 답답해가지고 붕대 풀고 반창고만 위에 붙여놨어. 그리고 외래갈때 친구한테 다시 감아달라고 하려고. 외래가려고 붕대 감아야하니까, 안감으면 변백현한테 잔소리 엄청 들으니까..그래서 친구 찾았는데 병동에 투약하러 간 것 같길래 데스크 둘러봤어. 근데 이지은밖에 없는거야. 쟤한테 감아달라하느니 잔소리 천번 듣겠다 싶어서 걍 반창고만 붙이고 외래 내려갔지. 외래 내려가려고 엘베 탔는데 좀 멀리서 환자복 입은 남자가 막 뛰어와. 엘베 타려고 그러는 것 같아서 열림버튼 누르고 기다려줬거든. 그랬더니 링거행거 끌고 막 뛰어와서 타고서는 감사합니다, 이러고 숨을 막 몰아쉬더라고. 많아봐야 25? 정도 되보였어. 대학생인 것 같기도 하고..이런 잡생각하다가 엘베 도착하고 같이 내렸어. 그 사람도 외과 외래가는건지 외래 쪽으로 걸어가더라고. 그래서 나는 뒤에서 걷는데 갑자기 그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는거야. 나 완전 깜짝 놀래서 막 달려가서 어깨 잡고 바닥에 눕혔어.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가끔 복도에서 쓰러지시고 정신잃고 그러는 분 많아서 익숙해질 것도 같은데 나는 항상 모든 응급이 떨려ㅠㅠ그 남자 똑바로 눕히니까 입에 막 거품물고 토하고 진짜 갑자기 난장판이 된거야..근데 누운 상태로 토하면 잘못해서 기도막히는 경우가 있거든. 그래서 내가 막 입에 손 집어넣어서 토사물 다 빼고 목 뒤로 젖혀놓고 그러니까 의사 쌤이랑 인턴들이 오는거야. 그래서 나는 뒤로 빠지고 바닥에 주저앉아있는데 변백현이 내 어깨 딱 잡고서는 "괜찮아? 가서 손닦고 있어봐," 이러고 막 응급실로 뛰어갔어. 걔도 외과인턴이니까 외과 교수님 쫓아 간거지. 다른 간호사들이 와서 부축해줘서 화장실 가서 손 닦는데 엄청 따가운거야 손이..그래서 손 딱 보니까 아까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봉합해놓은게 다시 튿어졌는지 피가 철철나고, 아프기도 엄청 아픈데 그 상황에서 나는 변백현이 잔소리 할게 생각이 났어. 아니나 다를까, 변백현 내 드레싱해주러 돌아왔다가 경악했지..변백현이 좀 늦게와서 간호사쌤이 지혈해주셨는데 내 옷에 피범벅 된거보고 변백현이 또 잔소리 시작했지. "너 또 붕대 다 풀었지? 진짜 맞을래?" "아니이.." "아, 미치겠다..이거 봉합 다시 해야될 것 같은데. 너 이거 소독도 다시 싹 해야하잖아. 너 이제 죽었다.아파도 난 몰라." "니가 해줘,응?" "왜? 또 오만 엄살 다 피우시게?" 다들 소독해봐서 알겠지만 소독하는게 진짜..죽을 맛이거든. 변백현이 인상 팍 쓰고 잔소리 줄줄 내뱉길래 내가 으아아아 이랬더니 손목 잡고 소독약을 들이 붓는거야ㅠㅠ 진짜 극도의 쓰라림에 내가 변백현 허벅지 주먹으로 퍽퍽 때렸어. 근데 아까 나 막 맨손으로 그 사람 입안에 있는거 빼고 그랬잖아. 그래서 손 되게 더러웠는데 씻을 때 아파서 제대로 안씻고 대충 헹구기만 했거든. 변백현이 소독하다가 그걸 눈치 챈거야. "너 아까 손 제대로 씻었어?" "어?..아, 어." "제대로 씻긴 뭘 제대로 씻어, 아 너는 왜 꼭.." 변백현이 뒷머리 벅벅 긁으면서 한숨을 푹푹 쉬더니 갑자기 커텐 걷고 다른 인턴을 부르는거야. 나 막 딴 사람한테 넘기나 싶어서 쫄아가지구 야, 변백현..이러고 불쌍한척 했지. 근데 변백현이 그 인턴더러 날 잡으라는 거ㅠㅠ지가 잡고 있었으면서? 나 막 무슨 상황이지 하고 있는데 그 인턴이 내 손목 붙들자마자 변백현이 찢어진 곳 벌려서 소독약 쳐 붓는거야, 진짜 이 세상을 하직하는 줄..내가 막 소리지르면서 손목 비틀었지. 근데 소용 없음.. "그러게 내가 조심 좀 하라고 했잖아, 좀만 참아봐." "아, 미친 변백현 아 아퍼 아파아파아파!!" "니가 말 안들어서 그런거잖아, 참아." 아 짜증ㅠㅠ진짜 나 아파죽겠는데 변백현이 개정색하고 참으라하는거야. 갑자기 미친듯이 서러워져서 눈물 나고..변백현은 내가 갑자기 조용해지니까 고개를 들었는데 난 막 고개 푹 숙이고 울고있었거든. 나는 그게 변백현이 젤 맘약해지는 포즈라는 걸 알고있었지. 그래도 변백현 끝까지! 소독 다 하시드니 인턴보고 가도 된다그러고 눈물 막 닦아주는거야. "많이 아팠어?" "어 진짜 엄청." "미안해..근데 안그러면 염증생겨서 더 고생해." "그래도 너는 꼭 말투 그렇게, .." 저기까지 말하고 또 울었어 ㅠㅠ 변백현이 막 당황해서 계속 손으로 눈물 나는 족족 닦아내고 나는 계속 울고. 나는 배드에 앉아있고 변백현은 쭈그리고 앉아서 나 올려다보고 있었거든. 근데 애가 눈꼬리 착 내리고 쳐다보는데 아, 진짜 맘약해져가지고. 생각해보면 나혼자 땡깡부린건데 변백현이 미안해할건 없잖아. 그래서 그냥 빨리 꼬매기나 하라했어. 막 변백현 달려나가서 봉합할 준비 해 오고 마취주사 맞으면서 나는 또 울고ㅋㅋ너무 아팠어 진짜로ㅠㅠ마취하니까 봉합할 때는 안아프거든. 그래서 앉아가지고 변백현 집중하는거 구경했지. 얘가 눈이 별로 안 좋아서 일할때는 안경쓰고 있을때가 많은데 그게 또 좋은거야. 그래서 계속 쳐다보니까 변백현이 눈 딱 치켜뜨고선 잘생겼냐? 이러는거..근데 나는 그때도 삐진 척 하느라 입 꽉다물고 암말도 안했어. 봉합 다 하고 변백현이 허리 두드리면서 일어나서는 내 머리 막 흐트려놓는거야, 나 또 빡치고. 머리망으로 다 정리해놨는데 만지는거 진짜 싫어하거든. 근데 변백현은 저거 습관이라서 진짜 아무생각없이 맨날 만져. "아, 머리 다시 묶어야되잖아." "미안미안, 깜빡했다." "변백현 진짜..안그래도 지금 묶기 힘든데.." "그럼 내가 묶어주면되지." 저러면서 머리망 풀고 손으로 머리 빗어서 묶는데 진짜 다정하게 해주는데 삐진게 막 풀릴라고 그러는거..그래서 내가 피식피식 거렸더니 변백현이 드디어 풀렸다고 좋아하는거야. 아무래도 의대생들은 손재주 좋은 사람이 많거든, 막 정교한 일 잘해야하잖아. 근데 변백현 손이 진짜 예뻐서 딱 의사해야하는 손이야. 그 손으로 머리 빗어서 묶어주는데 누가 안넘어가..얘가 머리망까지 해서 실핀까지 꼽아줬지. 그리고 기분 좋아져서 결국 또 내가 먼저 패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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