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어디 있든
무엇을 하든
누구와 있든
나는 당신을,
저 흰 장미처럼 순수했던
우리를 기억할께요.
고마워요.
내가 꽃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
그대 덕분에 참 많이 행복했어요.
잘 가요.
도련님 전정국 + 시각장애 김태형 00
prologue
태형은 정국과 함께 있을 때 유난히도 더 아이같았다.
" 정국아 어디있어, 정구가아아..."
엄마 손을 놓친 어린아이처럼,
잠시라도 정국의 인기척이 들리지 않으면 목소리에 옅은 울음을 메달고서 애타게 정국을 찾았다.
" 형, 저 여깄어요 "
" 어디있었어? 나 놔두고 가지 마 "
" 화장실 갔다왔어요, 형 놔두고 안 가요
걱정하지 마요 "
곧이어 정국이 쇼파에 앉는 소리가 들리자
태형이 더듬더듬 소리를 따라 움직여 정국의 품에 안겼다.
그런 태형의 뒷머리를 자연스럽게 쓸어주던 정국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쥐고 태형의 고개를 슬며시 들어올렸다.
" 형, 눈 "
" ..싫어. 안 해 "
" 또 이러네. 얼른 눈.
이거 해야 눈 좋아진다니까요"
" 싫어. 그거 아파. 넣으면 막 따갑고 그래, 싫어. "
정국이 손에 쥐어든 것은 적색의 안약이었다.
보통의 탁한 백색의 안약이 아닌, 붉은색의 안약.
절대 고개를 들지 않겠다는 완강한 의지를 표현하듯
정국의 가슴팍에 깊게 얼굴을 묻는 태형을 살살 어르고 달랬다.
" 이거 잘 넣으면 선물줄께요 "
"...선물..? "
정국의 품 안에서 웅얼거리며 대답한다.
" 응, 선물 "
" ...뭔데..? "
" 비밀. 이거 넣으면 줄께요 얼른 얼굴 들어봐요 "
잠시 고민하는 듯 고른 숨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정국의 무릎께를 배고 누웠다.
" 눈 떠요, 크게 "
정국의 말에 눈을 뜬 태형.
" 옳지 "
혹여나 마음이 바뀔까 서둘러 안약을 집어 양쪽 눈에 두 방울씩을 떨어뜨렸고
다 넣자마자 눈을 꼭 감은 태형이 입술을 깨물며 아파했다.
꼭 감은 태형의 긴 눈꼬리로 미처 흡수되지 못한 적색의 안약이
피눈물처럼 흘러내렸다.
고통스러움에 자신의 옷을 꼭 쥐어오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아픈소리 하나 내뱉지 않는 태형이 안쓰러워
태형의 얇상한 얼굴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꼭 감은 두 눈 위에 자신의 얇은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 선물! "
눈도 안 따갑겠다. 안약도 다 넣었겠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태형이 활기차게 소리치며 정국더러 선물을 내놓으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 빨리! 선물! "
" 괜찮아요? "
" 완전 괜찮아! 선물! "
아이같은 태형의 모습에 씩 웃더니 부엌으로 가 손에 초코 아이스크림을 들고오는 정국.
손수 아이스크림의 껍질을 까 태형의 손에 쥐어주었다.
막대를 쥐어주자 손에 느껴지는 이물감 때문이었는지 멈칫 하더니
막대를 잡지 않은 손으로 아이스크림 부분을 확 쥐는 태형의 모습에 쓰레기를 버리던 정국이 기겁을 하고 달려왔다.
" 형! 거기를 잡으면 어떡해요! 이거 막대 달린건 아이스크림이라니까! 또 궁금하다고 막 만졌죠! "
" 차가..."
아이스크림의 차가운 냉기 때문인지 정국의 소리침 때문이었는지
적잖이 놀란 태형이 아이스크림을 잡았던 손을 털레털레 흔들며 차갑다고 말했다.
정국이 그런 태형의 손을 물티슈로 꼼꼼히 닦아주고는
아이스크림을 고쳐 쥐어주었다.
" 얼른 먹어요, 녹겠다 "
" 응! "
시각장애.
태형은 눈이 보이지 않았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정국과 태형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태형은 쭉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앞이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쳐오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정국은
자신의 주치의에게 태형의 상태를 의뢰했었고
너무 늦어 완벽하게 시력을 되찾긴 불가능하지만
꾸준한 치료를 받을 경우엔 사물의 색깔과 형태정도는 구분할수 있다는 진단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보다는 낫겠지 하여 치료를 시작했다.
" 정국아! 나 이거 넣고 점점 세상이 회색이야! "
확실히 차도는 있었다.
" 형, 형은 만약에 색깔을 볼 수 있으면 무슨 색이 제일 보고싶어요? "
" 나? 으음...하얀색!! "
" 하얀색? 하얀색이 무슨 색인 줄 알아요? "
" 완전 막 깨끗하고 세상에서 제일 밝은 거! '
" 왜 하얀색이 보고싶어요? "
" 까만게 싫어서! "
정국의 눈이 아닌 허공을 바라보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태형의 얼굴을 바라보는 정국은 가슴이 아려왔다.
- Prologe end -
안녕하세요오오
이 글 봤는데! 하시는 분들 계실거에요, 연재를 할까말까 생각중에 독자분들이 없어도
제 나름대로 소재가 아까워서....그냥 자기만족 형태로 셀프독자가 되어 글을 연재하기로 결정하고
갑자기 국민이 너무나 보고 싶은 바람에 태형이의 상대역을 치환(여주)대신 정국이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네..그렇다구요...이제 전 셀프만족 하러갈께요.....(독백)
+ 수정전 글에 댓달아주신 분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