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나라 525년, 선왕이 승하하시고, 선왕의 살아있는 두아들중 맏이인 온평대군이 옥좌에 올랐다. 하지만 온평대군도 부정할 수 없는것이 한가지 있었다. 온평대군이 평생 나라를 다듬고 일군다고 해도, 현민대군에게 미칠 수 없는 것. "폐하" 여인이 내미는 술을 급하게 받아들던 온평대군. 온평대군의 실수로 술잔이 떨어져 축축하게 용포를 적셨다. 용포가 젖자마자 깜짝놀라 자리에서 일어난 여인은 옆에 서있던 궁녀에게서 손수건을 낚아채 온평대군의 용포를 닦아냈다. "송구하옵니다. 소녀의 실수로..." 온평대군은 어쩔줄 몰라하는 여인을 제지한후, 관료들을 살펴보았다. 제각기 허허거리며 부어라 마셔라 하는데, 유일하게 온평대군만을 올곧게 바라보고 있는자가 있었다. 현민대군, 그리고 최민호. "대군마마, 인사올립니다. 이아이는..." 종현이 아비의 말을 끊고 당돌하게 인사를 올렸다. 당돌한 가운데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보인다. 진기는 종현의 행동에 어쩔줄 몰라하며 송구합니다만 반복하는 우찬성에게 괜찮다는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무엇을 돕겠다는 말이냐?" "소인이 돕겠습니다. 소인이 전하의 뜻에 함께할것입니다."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정치는 야망만으로 하는것이 아닙니다. 야망만으로 정치를 한다면, 그것은 결국 욕망만을 채우는 일이되옵고, 얼마가지 못하는 독치가 되고 말지요." 저 아이는 알고 있다. 진기에게 필요한것이 무엇인지. 저 당돌한 눈동자에, 그 뜻이 담겨 있다. 다만, 걱정되는것은 김종현이라는 저 아이가 과연 언제까지 저 의지를 지킬까. 언제 뒤돌아설지 모르는게 바로 이 궐안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이 궐안에서 저 아이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송구합니다. 소인은 그저, 전하처럼 넓은 아량을 지니신분께 도움을 드리고 싶을뿐입니다. 또한.." "또한, 전하가 가지고 계시지 않은 무언갈, 채워드릴 자신도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것이라" "현민대군의 그릇엔 넘치고 또 넘치는 것이지만, 대군마마의 그릇엔, 단 한방울도 담겨있지 않은것." 종현이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리곤, 진기에게 또박또박 말을 하였다. 진기는 그런 종현에게 미소를 지었다. 00 (프롤)
본디 성질이 유하고 부드러운 온평대군은 왕으로써의 자질이 충분했지만, 관료들은 모두 온평대군의 동생인 현민대군이 왕위를 계승하기를 바라었다.
온평대군은, 그런 관료들을 경멸했다. 백성들을 위해 일할 관료들이, 한낱 권력에 취해 편을 가르고, 올바른 정책조차 배척하는것이 정치인가.
"경하드립니다."
"......"
"아...그래, 미안하오."
*
"김종현이라 합니다. 전하를 도우고 싶어 왔습니다."
"신은 전하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원하신다 들었습니다."
"...하여?"
"....너는 현민대군의 편에 서지 않는것이냐?"
"네가 지금, 현민대군을 모욕하는 것이냐."
"......"
설날맞이 픽, 프롤로그에요. 시대물. 커플링은 미정입니다. 어떻게 될진 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