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헤라디야 자진방아를 돌려라
공찬식 정진영
"있잖아 공찬식…내가…내가…아, 그러니까 내가…"
분명 몇주전부터 생각하고 계획했던 일인데, 이렇게 떨려서 아무말도 못할 걸 알고 미리 할 말까지 생각해서 외웠는데 막상 공찬식을 눈앞에 두고 고백하려니 눈앞이 캄캄하다.
영어단어 대신 외웠던 고백말이 이젠 생각도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고백하는 걸 포기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찬식과 나는 이제 고삼이 되고 반 또한 갈리게 될 수도 있을테니까.
"답답하니까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아, 알았어. 빨리 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할 말은 내가 너를…너…아, 씨…내가 널…"
말 한마디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였던가.
어렸을 적 나가서 따온 웅변대회의 상장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였다.
나 정진영은 공찬식을 좋아한다고 자랑스럽게 외!칩니다!
그래, 차라리 이 병신 같은 고백이 하기엔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분위기 잡고 말하려니 어색해서 미칠 지경이다.
꽉 쥔 손에는 점점 땀이 차고 어색한 분위기에 못 이겨 깨문 입술이 얼얼하다.
항상 고백을 받기만 했지 해본 적이 없는 터라 막막하다.
놀이터 미끄럼틀 밑 부분에 누워 무표정한 얼굴로 내 말을 기다리던 공찬식의 핸드폰에서 미미한 진동이 울린다.
길게 이어지지 않고 짧게 한번 울리다가 만 것을 보니 아마도 문자가 온 모양이다.
혹시 누구랑 약속이라도 있나, 여자애한테서 온 문잔가.
고백 한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친한 친구 사이니 무슨 문자냐고 물어보는 건 괜찮을 거 같아 뭐냐고 물어보니 미끄럼틀 밑 부분에 눕혀있던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대출 하라고."
"아…"
다행이다.
"야, 근데 나 지금 학원 가야되는데."
"…어? 간다고? 지금?"
"응, 갈께 정진영. 내일 보자."
야, 아니 공찬식. 네가 지금 가면 안 되는데, 나는 아직 너한테 할 말이 남았다고. 넌 나한테 지금 들어야 할 말이 많다니까.
이런 내 속마음을 당연히 모르는 공찬식은 미끄럼틀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더니 그대로 아파트 정문 쪽으로 성큼성큼…시발, 가면 안 되는데.
"야, 공찬식!"
"왜, 나 부르지 말고 놀 친구 없으면 차선우라도 불러서 같이 놀아. 걔 존나 한가해."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시간이 없는 건지 그게 아니라는 내 말도 무시하고 빠른 걸음으로 놀이터에서 점점 멀어진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난 아직 할 말을 못했다고, 안 돼, 안 돼.
"공찬식! 나 할 말 있다고! 이것만 듣고 가!"
"내일 해!"
"안 돼! 지금 해야 돼! 내가 너!"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공찬식은 이 아파트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그래, 지금 고백해야 돼 진영아. 넌 남자잖아? 그것도 완전 잘생기고 멋지고 용감한 남자. 그래, 남자답게 공찬식에게 고백을 해!…해!…해 !하라고!
"아, 내가 시발! 아! 너 좋아한다고! 진짜 너만 보면 환장하게 좋아해! 친구로서가 아니라 너랑 사귀고 싶어, 진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준비 해 둔 말이 아닌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아…고백했다. 드디어 공찬식에게 고백했다.
이제 남은 건 공찬식의 대답이다.
뭐라고 할까, 공찬식이. 더럽다고 할까, 꺼지라고 할까, 친구인 척 하면서 여태껏 나를 그런 눈으로 봤냐고 할까.
그래도 아마 공찬식은 내가 게이라고 소문은 안 낼 것이다.
그냥, 걔는 그런 얘니까.
보통 큰 소리로 한 고백이 아니니 안 들을래야 안 들을 수가 없는 내 고백을 들은 공찬식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대로 뒤를 돌아 내 앞으로 다가온다.
때릴려나? 때리겠지? 공찬식이 뭐라고 해도 쪽팔리게 울지 말아야지, 찌질해보이게 매달리지도 말고 그냥 나 혼자 좋아해야지. 그래, 나는 쿨한 남자니까.
어느새 놀이터에 들어선 공찬식이 뛰다싶이 걸으며 내 앞으로 다가온다.
"야, 정진영!"
어느새 공찬식은 손 뻗으면 다을만한 거리에 있다.
"나 좋아한다고?"
"응, 좋아해서 미안하긴 한데, 나 너 좋아해."
"아…나도…"
"어?…어?"
어? 뭐? 뭐라고? 뭐도? 나도? 너도?
"나도 너 좋아해."
"어…뭐라고?"
"나도 너 좋아한다고, 사귀자 우리. 너도 나 좋다며."
"헐…"
헐, 헐, 헐, 헐, 헐……이건 진짜 헐이다. 헐…
"야."
"응?"
"진짜? 진짜 나 좋아해? 진짜 너도 나 좋아?"
"진짜라니까, 나도 너 좋아. 나도 너 환장하게 좋아."
그래? 진짜 날 좋아해? 그럼…
에헤라디야 자진방아를 돌려라
는 똥글망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