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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EXO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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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은 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굉장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다 내쳐버리고 그저 아지트에서 잠시 몸을 쉬게 하였다. 루한은 별로 그래보이지 않지만. 그는 그의 방에 쳐박혀 나오지를 않았다. 방안에서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멤버들 중 누구 하나라도 알지 못하였다. 딱히 알려하지 않았다. 지금 그 누구보다 힘들어 할 상황인걸 알기 때문이다. 다들 루한을 배려해주었다. 밥을 먹지 않아 걱정이 되어 다들 누가 루한의 방으로 들어가보라고 일을 떠밀때 마침 루한이 방 밖으로 나왔다. 다들 어찌할줄 몰라하고 그저 멍하니 루한을 쳐다보고만 있다. 그런 그들을 보는 루한은 작게 미소를 띄었다."찾자, OO."자신이 잡지 못했던 OO를 다시 찾으려 한다.멤버들은 루한에게 물을것들이 잔뜩 있었다. 방안에서 도대체 무얼했는지 무슨생각으로 OO를 찾자는건지 왜 찾는건지. 하지만 쉽게 묻지는 못하고 그저 루한의 말에 따랐다. OO을 찾는것은 쉽다. 하지만 루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쉽게 정보를 넘기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던 멤버들이다. 그걸 루한은 아는지"나쁜 짓 안해. 나 또 OO 잃기 싫거든."멤버들을 안심시키는건지 저말만 툭 던져놓고 사라져버린다. 루한은 꾸준히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말은 아주 많지만 그저 문자메세지창에 찍어보내는 내용은 '어디야' 일 뿐이다. 이 말들 아끼고 아껴서 너의 얼굴을 보며 얘기해주고 싶다.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이란걸 알면서도 루한은 매일매일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OO의 위치를 찾은 날이면 널 찾았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아무도 그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루한은 자신을 본 OO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기에 그것이 두려워 만날 시간을 미루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요즘 밖에 잘 나가지 않던 종대가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외출을 한다. 멤버들 수가 하도 많아 다들 눈치 못채는것 같지만 그들을 통솔하는 루한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처음엔 무언가 속이 풀린 듯 입에 한껏 미소를 지니고 오더니 하루하루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수록 실망한 표정이 한눈에 보였다. 무엇을 봤기에 저러는 것일까? 어딜갔다오는거지? 루한은 그냥 단순한 호기심을 가졌다. 크게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사소한것에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종대이니까. 하지만 매 같은시간 외출을 하는 종대를 보니 그 호기심은 날로 커져만 갔다. 결국 종대의 뒤를 밟게 되는 루한. 종대는 아지트에서 나와 큰 길가로 향했다. 그리고 한 자리에 서서 두리번거린다. 그 뿐이다. 시시하고도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뒤에서 종대를 살펴보다 그냥 돌아가려 한 루한은 종대가 늘 밖에 나오는 이유를 봐버렸다. 저 길 너머에 편의점으로 OO가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마음대로 발이 움직였다. 편의점을 향해 떼는 발걸음은 어느새 뜀박질이 되어 길을 건너고 있었다. 그와중에 바보같은 종대는 OO와 루한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두리번거리며 OO를 찾고있을 뿐이다. 편의점이 더더욱 가까워진다. 루한과 OO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얼마만일까. 너와 이렇게 가까이 있던 순간이. 루한은 편의점 문 앞에 잠시 멈춰서 숨을 골랐다.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OO의 뒷모습이 보였다. 루한은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속엔 기쁨도 안도감도 슬픔도 깃들어 있었다. 문을 밀어 열었다. 꾸벅 자신에게 인사해 오는 알바생을 뒤로하고 OO에게로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갔다. 무심한 얼굴로 라면묶음을 몇개씩 품에 안는 너. 속상한 마음이 드는 루한이다. 한번 숨을 골랐다. 그래도 겉잡을 수 없이 뛰는 심장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라면에게로 뻗는 손에게 루한도 손을 뻗었다.잡았다."밥을 먹어야지."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루한을 올려다 보는 OO. 많이 놀란 듯 안고있던 라면들은 죄다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OO도 혹시나 멤버들을 볼 수 있을까 하여 조금 먼길을 돌아 온 편의점이지만 루한을 보게 될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나보다. 잔뜩 겁을 먹은 OO의 얼굴에 루한의 얼굴에도 점점 짙은 슬픔이 묻어나온다. 내 손에 묻은 붉은 것들을 씻어내고 싶었다.루한이다. 루한이 내 앞에 서있다. 다시 만나게되면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온 몸이 작게 떨려왔다. 이게 두려움인지 또다른 설렘일지 누가 알겠냐만은 숨이 턱-하고 막혔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아무리 뒤로 물러나봤자 그에게 잡힌 내 손목이 내가 달아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난 뒤로, 또 뒤로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그럴수록 점점 죄여오는 손목에 힘. 아직 그에게 할말도 무슨 말을 들을지도 정리해보지 못했는데. 자꾸 숨이 막혀온다."나가자.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바로 답을 해줄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지금일줄이야. 아직 더 준비가 필요한데. 도망치고 싶다. 입을 작게 벌린 채 그저 벙쪄 있으니 그가 힘으로 날 끌어 문쪽으로 나아갔다. 그제야 번쩍 드는 정신. 나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온 힘을 다해 팔을 휘둘러 그의 손에서 내 손목을 빼내었다. 그가 날 돌아본다. 슬프고도 아련한 눈이 날 쳐다본다."싫어요."딱딱하게 존댓말을 써가며 그를 밀어냈다. 이제 옛날의 우리는 아니니.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니 그게 상처가 되는 지 금방이라도 그의 촉촉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괜한 기대감에 이곳까지 나온것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 처음으로 방안의 가득 찬 어둠이 조금은 그리웠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문 앞은 루한이 막고 있고 그렇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누군가가 날 도와줬음 좋으련만. 운명의 장난인지. 신이 내 바램을 들어준것인지 그때 편의점 문이 활짝 열렸다. 종대.. 종대다. 그는 편의점 안에 들어오고도 아무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둘의 사이에서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루한이 종대를 한번 흘깃 쳐다보고는 다시 몸을 돌려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몸이 본능적으로 다시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에 종대가 루한을 지나쳐 나에게로 왔다."OO야, 우리 나가서 얘기할까?"루한과 똑같은 물음이다. 내 양손목을 살짝 쥐어잡은 채 눈높이를 맞춰주고 물어오는 종대에 몸에 잔뜩 든 힘이 풀렸다. 종대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루한이 보였다. 여전히 그 슬프고도 아련한 눈.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려 종대를 바라보았다. 종대와 함께라면, 다른 멤버들도 함께라면 괜찮을꺼야. 마음이 멋대로 단정지었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한은 이것이 잘된일인지 뭔지 씁쓸한 미소를 띄었다. 지금 새삼스럽게 확연히 깨달았다. 넌 날 너무도 두려워하는구나.
암호닉 조화 님, 배쿵배쿵 님, 토끼 님, 루루 님, 됴덕 님, 루한 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