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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투비/이민혁] 후회 | 인스티즈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내가 잠시 찾아온 줄 알아. 
그 빗방울이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키면 너를 무척 그리워하는 줄 알아.





이삿짐을 싸다가 책장 위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던 졸업앨범을 발견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것을 집어 들고 표지에 붙어있던 먼지를 후 하고 불어낸 후 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금빛으로 쓰인 학교 이름에서 내 고교 시절 추억의 향이 나는 듯했다. 졸업앨범의 두꺼운 표지를 넘기자 그 속에 오랜만에 마주하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친구들 한 명 한 명, 아 얘는 그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며 회상했다. 그렇게 졸업 앨범을 한 장씩 넘기다 내 시선이 멈춘 곳은 정갈하게 적인 네 이름 석자와 앳되 보이는 네 얼굴. 오래된 너와의 추억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새록새록 피어나는 기억의 샘물에서 너를 건져냈다. 아름답게 윤기나는 조약돌이었다.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넌 항상 청춘이었으며, 넌 항상 아름답고, 윤기났다.





민혁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우리가 같은 반이 된 해였다. 민혁은 어느 곳에 있던 누구에게나 관심을 받는 학생이었다. 선생님들한테서는 애정을, 남학생들에게서는 선망을, 여학생들에게선 사랑을 받았다. 시선을 끄는 외모에 자상한 성격과 뛰어난 운동신경이 그 이유였다. 그와 나의 첫 인연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우리는 2학년 첫 중간고사를 봤다. 1학년 때부터 반 1등을 도맡아 해오던 나였기에 이번에도 이변은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내 성적표에는 '2'가 찍혀있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중간고사 성적대로 자리를 재배치하셨고 나는 민혁이 반 1등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처음 본 날, 그는 나를 보며 푸르게 싱긋 웃었다. 하지만 열등감에 눈이 먼 나로써는 그런 그가 가식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게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지내던 게 일주일 즈음 지났을 때였다. 환절기 때문인지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렸다.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던 중 벨소리가 울렸다. 집에는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방 밖으로 나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민혁이 있었다. 처음에는 꿈인가 싶었다. 내가 몸이 많이 아프구나. 걔가 우리 집에 올 리 없지. 하며 문을 닫으려는 찰나, 민혁이 문을 턱-하고 잡았다.

" 어허, 너무했네. 이렇게 문전박대 하기 있어? "

민혁이 장난스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제야 꿈이 아님을 알아채고 나는 한 발 뒤로 주춤했다. 그 와중에 푸석한 피부가 신경 쓰였다. 젠장. 내가 왜 이런 걸 신경 쓰지. 꼴에 여자라고 그런가. 나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 우리 집은 왜 왔어. "

오랜 시간 말하지 않아서 있지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하, 초췌한 몰골에다 가뭄처럼 갈라진 목소리라니.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민혁은 이런 내 목소리가 그저 웃긴지 소리 내어 웃었다. 덕분에 민망함이 배가 되었다. 쥐고 있던 현관문 손잡이를 꼭 붙잡고 문을 다시 닫으려고 했다.

" 아, 웃어서 미안. 귀여워서 그래. "

멈칫-,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와 달리 내 마음은 심하게 요동쳤다. 그래서 더 괘씸했다.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왜 이럴까. 설마 저 재수없는 녀석을 남자로 보기라도 하는 걸까. 나름 튼튼하다고 자부했던 내 자존심이 그 때문에 벌써 두 번이나 금이 갔다. 비참함에 고개를 더욱 숙였다. 민혁은 자신의 가방에서 얇은 회색 종이를 꺼냈다. 학교 안내장이었다. 

" 이거 전해주러 왔어. 사실 굳이 읽어봐야 되는 건 아닌데, 그냥 너네 집 구경도 할 겸 네 얼굴도 볼 겸 해서 왔지. 
그리고 이건 노트 정리한 거야. 수업 못 들었다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

진짜 미련한 놈. 왜 이렇게 착한 거야. 이렇게 나는 그의 세심함에 '다시 한 번 더' 흔들렸다. 





민혁은 날 처음 본 순간부터 친절했다. 매일 아침 잠이 덜 깨 비몽사몽하면서도 '안녕' 하는 인사를 잊지 않았고, 내가 조금 추워하는 것 같으면 교실 창문을 닫아주는 세심한 사람이었다. 그의 친절이 재수 없었지만 사실 싫냐고 물으면 그에 '응'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누구든지 그럴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 마음이 이상하게 변한 건 그가 날 위해주었을 때, 그와 짝이 된 후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내 감정을 의심했다. 그를 볼 때마다 어디론가 숨고 싶은 느낌이 절대 설렘이 아닐 것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투명인간 취급하면 민혁을 무심결에 신경 쓰고-어쩌면 온 신경을 다하고 있었을지도-좋아하게 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요상한 느낌이 반복되자 나는 이내 의심을 거뒀다. 그의 자상함이 나를 무장해제 시킨 것이다. 철벽처럼 높고 두터웠던 나의 경계심이 허물어짐과 동시에 우리는 친구가 됐다. 들뜬 기분이었지만 애써 봄바람에 내 마음을 달랬다. 습관처럼 민혁과 같이 걷는 등하굣길이 즐거웠다. 지금은 모두 아픈 기억이 되어버렸지만.

 



쉬는 시간, 책상 위에 엎드려 곤히 자고 있는 민혁에게 내 분홍색 담요를 돌돌 말아 머리 아래에 놓아 주었다. 그러자 민혁이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는 방향으로 나도 책상 위에 엎드렸다. 햇빛에 달궈진 책상이 뜨겁지도 않은지 민혁은 곤히 눈을 감은 채로 잘만 잤다. 민혁의 존재는 마치 분홍색 꽃 같았다. 새 학기를 연상케 하는 설렘과 꽃만치 예쁜 얼굴이 그와 꽃의 공통점이었다. 나는 민혁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꽃잎점을 셌다. 나를 좋아한다, 안 한다. 가슴팍에서 책상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달아오름을 느꼈다. 발끝에서부터 올라온 찌릿한 감정이 나를 어디론가 숨고 싶게 만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기분 좋고 뜨거워지는, 나의, 어쩌면 '우리'의 봄날의 기억.





평화롭던 우리들의 나날에 천둥이 내렸다. 며칠째 민혁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등굣길에서도, 하굣길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허한 민혁의 빈자리를 보니 내 마음도 허해지는 듯했다. 선생님께서는 민혁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이유는 알려주시지 않으셨다. 나는 방과 후에 비타민 음료 한 박스를 들고 그의 병실을 찾았다. 때마침 그의 병실에서 담당의가 간호사와 함께 나왔다. 그들의 표정이 어딘가 어두워 보였다.

" 어린 나이에 벌써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니.. 의사하면서 이런 경우를 많이 봐왔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찌르는 듯이 아파. " 

그리고 그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한동안 병실 문 앞에서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만지면 닳을까 아까워서 가슴 한 켠에 꼭꼭 간직해두던 사랑이었는데.. 그러지 말걸. 미처 말하지 못한 내 마음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쓸모 없어질 줄 알았다면 실컷 만지고 볼 걸 왜 아껴뒀을까. 민혁은 병실 침대에 누워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담담해 보였다.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여유 있는 듯했다. 곧이곧대로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는 민혁을 보며 나는 말버릇처럼 또 그 말이 튀어나왔다.

" 끝까지 미련해, 이민혁. "

왜 하필 너야. 내가 너를 얼마나 많이 좋아하는데. 그다음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다시 삼켜버렸다. 민혁은 결코 어른이 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중학교 때부터 몇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이렇게 될 줄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했다. 담담한 듯 들리지만 가끔씩 툭툭 올라오는 울컥함이 그의 말투에서 생생히 느껴졌다. 자꾸만 슬퍼졌다. 나는 그때 그날처럼 울었던 적이 없다. 속절없는 운명을 애써 부정하기 위해 엄마 잃은 아이처럼 그에게 기댔다. 나는 너무 어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나이였다.





민혁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 후 문득문득 그는 내 세상에 들어와 하루 종일 신경을 빼앗았다. 집에 벨이 울릴 때마다, 쉬는 시간 책상에 엎드릴 때마다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어느 날, 책상 위 교과서를 정리하다 예전 민혁에 내게 준 공책을 발견했다. 수업 못 들어서 속상해하지 말라며 건네던 그 공책. 돌려주는 걸 깜박했다. 여전히 정갈한 글씨체였다. 얇은 종이에 뒷장에 쓰인 검은색 글씨가 비쳤다. 예전에 봤을 때는 몰랐는데, 하며 한 장을 넘겼을 때, 나는 숨이 턱 막혔다. 한순간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이 정갈한 글씨체는 틀림없이 민혁이었다.

' 좋아해서 미안해'

차마 하지 못하고 입가에서 맴도는 말을 다시 삼켜버린 건 우리 둘 다 마찬가지였다. 결국에 남은 건 후회뿐이라는 걸 알지 못한 채 그저 숨기려고만 들었다. 나는 그에게 항상 미련하다고 했다. 정작 미련하고 바보 같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민혁의 졸업사진은 입학할 때 찍었던 증명사진으로 대체되었다. 제법 성숙해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 속에서 유독 앳된 민혁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또다시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도 그는 이렇게 환한 미소로 울고 있는 나를 달래고 있겠지. 오랜만에 꺼내어 본 나의 조약돌이자 분홍색 꽃. 그 속내는 비록 부정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억울함과 일찍 말하지 못한 후회의 반복이지만. 텅 빈 방, 나는 장판에 홀로 앉아 우습게 울고 있다. 내 청춘을 설레게 해줘서 고맙다고 닿지 못할 말만 되뇌며 말이다. 눈을 감고 그의 넋을 기렸다. 창문에 가뿐히 내려앉은 빗방울이 하나둘 굵어지더니 이내 쏴아 하는 시원한 소나기기 내린다. 그도 내가 보고 싶은가 보다. 





그는 죽기 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내가 잠시 찾아온 줄 알아. 그 빗방울이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키면 내가 너를 무척 그리워하는 줄 알아. "  














반복재생

정말정말 오랜만이에요ㅠㅠㅠ 현생에 치여서 오랫동안 오지 못했네요.
시험도 끝났겠다 글 좀 적어보려는데 당최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서 결국 이렇듯 클리셰한 스토리로 쓰게 됬네요ㅠㅠ
저는 유독 날씨, 계절에 관한 글을 많이 쓰는 거 같아요(찔림)
이번 글은 특히 질질 끌고 구성도 엉망인 거 같아서 마음에 안 드네요..하...
이런 노잼 보스인 글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의 혜자같은 마음에 감사를 표합니다..ㅠㅠ
(그나저나 민혁이 저 짤 넘나 예쁜 것ㅠㅠㅠㅠ청초해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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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너무 슬퍼요ㅠㅠㅠㅠㅠㅠ
7년 전
반복재생
저도 쓰는 동안 미녁이가 너무 불쌍해서 슬펐어요..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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