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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l조회 899l 1

 

 

 

 

 

 

'12월'

 ver.독백

 

 

 

 

 

 

아침 8시 24분. 참 뭔가 애매한 시간인 것 같아. 오늘따라 밖이 너무 소란스럽네. 그 소리에 잠이 깬 것 같아.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고 달력을 봤는데, 오늘이 우리가 처음 만날 날로부터 526일이 되는 날이야. 딱 500일이면 500일이지, 526일이라니. 날짜도 애매한 것 같아. 아직도 잠에 취해서 몽롱하기만 한데, 달력 옆으로 보이는 너와 내 사진이 너무 예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예쁘다구 해줘. 너랑 내가 같이 있는 사진이잖아. 잠시 고민 해봤는데, 오늘은 꼭 밖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래 사실 거짓말이야. 너랑 찍은 사진을 보니까 네 얼굴이 너무 보고 싶어져서 네가 있을 만한 곳으로 가려해. 아니, 난 널 만나러 가는거야. 내가 늘 말했지, 네 얼굴 비싼거 알지만 좀 보여줘요, 예쁘니까. 거짓말 아니야 이 말. 넌 정말 예뻐. 그래서 너무 예뻐서 계속 보고 싶어서 그런거야, 널 놀리는게 아니라. 오랜만에 널 보러가는 건데 네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가야겠지? 파란색 니트와 청바지, 그리고 까만 스니커즈. 단정한 걸 좋아하던 네가 가장 좋아했던 내 모습이야. 이러고만 나가고 싶지만 날이 추우니까 이 모습이 조금 가려져도 이해해줄거라 생각해.

 

 

 

 

 

 

 

 

 

 

41번 버스. 너를 만나러 가기 위해 참 많이 탔던 그 버스야. 버스를 타고 가는 풍경을 보면서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을 하나, 하나 다시 되새겨봐. 참 우리 예쁘게 만났다. 그렇지? 버스가 돌아가는 시간 만큼, 내가 널 생각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있어. 그만큼 널 만나러 가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는게 흠이긴 해. 왜 널 보러 가는 버스는 이거 하나 뿐일까. 이러니까 내가 맨날 징징 댔던 거야. 한시라도 빨리 너를 보고 싶은데, 이렇게 빙빙 돌아가고 있으니 널 보며 할 얘기가 얼마나 쌓였겠어. 지나오면서 본 풍경얘기도 해주고 싶고, 버스안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들도 있고, 널 만나지 못한 시간동안 내가 한 생각들을 전해주고 싶고, 그리고 널 너무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고. 봐봐, 지금도 이렇게 할 얘기가 많잖아. 그러니 어서 버스가 도착했으면 해.

 

 

 

 

 

 

 

 

 

 

드디어 도착했어. 너와 함께 걷던 거리를 나 혼자 걷고 있으니까 솔직히 좀 어색하다. 내가 도착할 때 넌 항상 버스정류장에서 날 기다려줘서 이렇게 혼자 걸을 일이 없었잖아.  지금 이렇게 걷고 있으니까 그 날이 생각이나. 오늘 처럼 추운 바람이 불던 날. 바로 그 날이 말이야. 그 날도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불고, 또 추운 날에 걸맞게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어. 기억나? 넌 추위를 많이 타서 너무 춥다고 나한테 말했었는데. 그렇지만 나는 너와 함께 있어서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너는 그런 날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만나서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고, 시시콜콜한 얘기도 하다가 저녁 노을이 져갈 쯤에 길을 나섰어. 내리는 눈을 보고, 맞으며 이 거리를 함께 걸었지. 저 멀리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있는 작은 동네를 향해서. 무엇이 그렇게 즐거웠던지 너의 얼굴은 추운 겨울과는 다르게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난 너의 그런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아니 생각이 아니라 너는 아름다웠어. 골목길 사이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나를 향해 웃어 주는 너. 그 보다 더 아름다운게 있을까. 하지만 한 편의 영화와 같던 그 장면이 그 때의 나에겐 너무 아름다웠지만, 지금의 나를 너무 슬프게 한다는 걸 너는 몰라줬으면 해.

 

 

 

 

 

 

 

 

 

 

그렇게 눈을 맞으며 도착한 동네에는 너의 집이 있었지. 낮은 갈색 담벼락 뒤로 보이는 작은 집. 매번 역시 너희 집이랑 너랑 닮았다며 놀리는 나를 보고 그러지 말라며 짐짓 화난 표정을 짓던 너. 토라진 표정을 짓는 너를 향해 미안하다며 너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애를 쓰는 나. 너는 내가 얄밉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때 너의 표정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너는 모를 거야. 아, 혹시 이거 기억하고 있니? 우리는 그 날 약속 하나를 했어. 너는 정말 예쁜 곳을 봤다며 나와 함께 가보고 싶다고 말했어. 나는 너와 함께니, 당연히 그러겠다고 너와 손을 맞잡고 손가락을 꼭, 꼭, 걸고 너와 약속을 했어. 그리고 나는 집으로 들어가는 너를 보며 돌아섰지. 그런데 그 날 네가 집으로 들어가다 말고 다시 나온거야. 너는 나를 보며 살며시 입을 맞추고 수줍에 웃으며 '잘 자'라고 말해줬었어. 지금은 그 때가 내 기억의 한 조각이지만, 아마 나는 그 날 밤잠을 설쳤었 던 것 같아.

 

 

 

 

 

 

 

 

 

 

그렇게 너를 만나러 길을 따라 걷다보니, 너와 추억이 가득 담긴 너의 집 앞이야. 거리를 따라 걸어오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거리가 참 많이 변했더라. 그런데 너의 집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야. 나 지금 네가 아직 이 집에 살고 있을 것 같다는 한심한 상상을 해. 언제나 내가 널 이 곳에 데려다 주고, 또 내가 찾아오면 넌 이 문을 열고 나를 반겨줬으니까. 지금 네가 이 곳에 살고 있다면 넌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혹시나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널 위해 작은 선물을 하려해. 아무도 없이 소복히 쌓은 눈을 배경삼아 너만을 위한 노래. 이게 바로 내 선물이야. 너무 뻔하다고? 그래도 들어주라. 성시경의 두 사람을 부를건데, 네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니까 꼭 들어주라.

 

 

 

 

 

 

 

 

 

 

혹시 듣고 있었니? 그럼 참 좋을텐데. 노래를 하면서도 그렇고 노래가 끝난 지금도 그렇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정말 하기 싫은 생각이야. 맞아 내가 너를 잊어야한다는 그 생각이야. 그래 너를 잊어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 물론 내가 너를 쉽게 잊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내가 어떻게 너를 잊어. 너처럼 아름다운 아이를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생각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지금 생각했으니까 당분간은 좀 안해도 괜찮을까? 아니, 너를 잊는다는 생각 그만해도 괜찮을까. 그러니까, 있잖아 내말은. 올해 겨울은 좀 많이 추웠던 것 같아. 새하얀 눈도 내리고, 새하얀 입김도 나고. 너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추위를 많이 탔는데, 이런 추운 겨울을 너 혼자 보내고 있을 생각을 했어. 너무 춥다며 울상을 짓고 있을 너의 모습을 상상을 하니 또 마음이 두근거려. 그 모습 조차도 나에겐 너무 예쁠 것 같거든. 정말 내가 너를 참 많이 좋아했나봐. 아니 좋아하나봐. 이런 상상만으로도 좋아서 두근거리잖아. 나는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네가 좋아서 두근거리는데 어떻게 너를 잊어. 아예 그만 할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을 너를 잊는 다는 생각하지 않을래.

 

 

 

 

 

 

 

 

 

 

어느새 돌아가봐야 할 시간이 됐어. 요즘 나를 찾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져서 말이야. 신기하지? 예전 같았으면 둘이 또 만나냐고 막 놀렸던 사람들이, 또 어서 만나러 가라며 말했던 사람들이, 나를 막 찾는다? 정말 신기해. 아마 네가 없는 내가 좀 불안한가 봐. 좀이 아니라 많이인가? 그래도 생각보다 나 되게 잘 지내고 있어. 편식하지 말라며 말하던 네 목소리가 생각나서 밥도 잘 먹고 있고. 손이 상한다며 손톱을 뜯지 말라던 말이 생각나서 네가 하지말라던 버릇도 하나씩 하나씩 고치고 있어. 물론 일도 열심히 하고 있지. 다만 지금 내 생활에서 익숙하지 않은게 하나 생겼을 뿐이야. 너도 알겠지. 맞아, 바로 네가 없다는 게 너무 어색해. 하지만 걱정은 마. 나 요즘 바쁘다니까. 날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너에게 또 할 말이 있어. 너무 고맙다는 말이야. 뭐가 고맙냐구? 넌 나에게 꿈만 같은 시간들을 선물해줬잖아. 난 그게 너무 고마워. 그래서 네가 없는 이 어색한 시간들을, 너와 했던 그 시간들로 버텨나가 보려 해. 한편으론 네가 없는 이 생활이 익숙해 지는게 두렵기도 해. 하지만 너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그래야겠지.

 

 

 

 

 

 

 

 

 

 

너의 집 앞에 있던 시간이 꽤 오래 지났나봐. 어느새 눈이 그쳤어. 바람도 멈추고. 오후 2시를 향해 가는데, 햇빛도 비치기 시작해. 그리고 요즘에 날이 조금씩, 조금씩 따뜻해 지고 있는 것 같아.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해. 12월이, 겨울이 온 지 얼마 됐다고 따뜻해 진다니. 그래, 아마 내 착각인가봐. 그런데 착각이라도 따뜻해 진건 좋은 것 같아. 그럼 아까 네가 추울까 걱정했다는 건 취소 해야겠다. 남자가 뭔 말을 그렇게 바꾸냐고 뭐라 하는건 아니겠지? 이제 너의 동네를 다 벗어나서 다시 버스정류장 앞이야. 이제 막 60번 버스가 도착 할 것같아. 너와 정 반대편에 사는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 2대 중 1대. 41번과 60번. 당분간 이 두 버스를 못 타게 될 것 같아. 요즘 내가 바빠서 말이야. 눈치가 빠른 너니까 바로 알아챘겠지? 그래 이건 핑계야.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내가 네가 있는 그 곳에 가는 게 조금 무섭고, 아파서 오늘을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이 곳을 향해 안 오려고 해. 대신에 완연한 봄이 찾아오면 너를 보러 다시 올게. 그 봄엔 말이야, 너를 닮은 꽃을 사서 네가 좋다고 말했던 환한 미소를 짓고 너에게 인사할게.

 

 

 

 

 

 

 

그럼 우리 봄에 만나자. 안녕.

 

 

 

 

 

 

 

 


 

 

 

 

 

 

 

 

 

 

 

 

 

*故김광석 미발표곡 '12월'을 모티브로 한 것! 언젠간 다른 버전이 나올 예정..

 처음쓰는 거라 민망해 죽을 것 같은 심정.. 이름하나 나오지 않지만 난 현성이라 할거야..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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