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에는 인생을 바꿀만한 터닝포인트가 존재 한다고 합니다 저에게 그 터닝포인트를 어떤 망할 인간이 선사해주고 갔네요 아...생각해보니 인간이 아니네요 제길 * 만약 내 인생을 둘로 나눌수가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눌것이다. 그 정도로 그 사람은 나에게 아주 큰 전환점이자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주고 갔다. 하루에도 한번씩 내가 만약 '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을 하곤 한다. 아마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고 2의 삶을 살고있지 않을까, 평범하게 소소한 일탈을 꿈꾸며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여고생이지 않았을까 아니다 아이돌에 빠져 매번 방송국에 가지 않았을까. 뭐든간 좋을 것 같다. 청춘 낭랑 18세 한 여고생, 혼들 돌봐주느라 먼저 돌아갈것 같다고 전해라 썅. * 때는 바야흐로 중 3 여름 방학식때였다. 그 여름방학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굴었는지, 난 아침부터 좋아 행복해 죽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들어가면 이런 황금같은 여름방학도 보충때문에 누릴 수 없다며 이때 많이 놀아두라는 언니들의 말이 떠올라서일까 아님 엄마의 방학때는 고등학교 선행학습을 해야한다는 억압이 떠올라서일까 나는 오늘만큼은 즐기자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방학식이 뭐 있겠는가, 뻔하지. 지루한 교장과 교감 선생님들의 말에도 내 머릿속에는 끝나고 뭐하고 놀까 놀 생각이 꽉꽉 차있었다. 과연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그렇게 이리저리 생각을 하자 어느새 재미없고 형식적인 여름 방학식이 끝났다.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꺄르르꺄르르 웃으며 학교를 나섰다. "김탄소, 너 왜이렇게 오늘따라 하이텐션이냐?" 업된 나를 조금은 이상하게 보는 친구의 시선에도 나는 실없는 웃음으로 응대해줬다. 그래 생각해보면 이날은 평소보다 너무 하이퍼였어 내가. 맛있게 엽떡을 친구 여럿이서 헤치운 후 우린 노래방으로 향했다. 다들 매운거 먹어서 입술들은 뻘개가지고 매운거 먹었으니 이제 속 뚫렸다며 노래를 하러 가야한다는 한 아이의 주장에 계획에 없었던 노래방을 우리의 계획에 넣어 버렸다. 그렇게 그 아이의 리드에 따라 우린 엽떡 근처 단골 노래방에 도착을 하였다. 이 노래방을 말하자면 우리가 갓 중딩 됬을때부터 꼭 한달에 한번씩은 와서 놀고갔던 그런 정말 단골 노래방이다. 지하로 내려가야되서 다리 아프긴 하지만 항상 주인 아저씨께서 데스크를 보셨기 때문에 우리를 알아보시고 매번 보너스 타임을 두둑히 주셨다. 근데 오늘은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데스크에 앉아있었다. 솔직히 오늘 처음 봤지만 이 사람 정말 잘생겼다. 그다지 진하지않은 쌍커풀이지만 적당히 큰눈에 오똑한 코, 뭔가 먹을 복이 많을 것 같은 입술, 화룡점정으로 날카로운 턱선까지 캬- 진짜 잘생겼다. 저런 분홍 후드 어울리는 사람 찾기도 어려울꺼야. 내가 거의 넋을 빼고 볼 동안 친구들은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봤는데 아무렇지도 않은지 평소와 같이 서비스 많이 달라며 애교를 부리고는 결제를 끝낸 후 였다. "뭐해 안 들어가고." 친구들이 날 툭툭 치는게 웃긴건지 아님 내 표정이나 얼굴이 웃기게 생긴건지 나랑 눈 마주치자 분홍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는 히끅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살짝 환상이 깨긴했다. 뭔가 입꼬리만 올려 씨익 웃을것같은데 저건 무슨 신들린듯이 히끅거린다. 뭐 잘생긴 사람에게 웃음을 줬다니 복 받겠네, 어서 들어가기나 하자. 모두들 안무도 제대로 모르면서 본것들은 있어가지고 칼군무로 유명한 춤 어려운 그룹들 노래도 삐끄덕 거리면서 노래에 맞춰 따라 춘다. 얼마나 삐꺽거리는지 무슨 알파고인줄, 다들 기름칠 좀 해야겠어. "아까 너 랩몬스터 파트하는데 웃겨 죽는줄." "지는. 니 아까 슈가 파트하는데 그게 슈가냐 솔트지, 존나 짝퉁인줄." 중간에 화장실이 너무 가고싶어 친구 하나 잡아가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조금 더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야 나오기때문에 그냥 앉아있는 애 데리고 나왔는데 화장실에 오자마자 갑자기 다음 예약된 곡이 자기 노래라면서 알아서 볼일 보고 오라며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뭐 내가 7살 애기도 아니고 쿨냄시 풀풀 풍기며 업신 거리는 표정으로 친구를 보냈다. 만싱창이로 취해쏘취해쏘 변기에 앉아서도 발로 까닥까닥 박자를 타며 흥얼거렸다. 근데 갑자기 어디서 탄내가 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 똥 냄새가 이런가 하고 넘겼는데 점점 갈수록 무언가가 타는 냄새가 더 나는 것이다. 대충 장의 흐름을 끊고 공기의 흐름을 읽기 시작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으아니! 공기의 흐름이 슈가슈가한데? ...가 아니라 불이 떠올랐고 또한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겠지 애써 생각하고 내가 있던 칸을 나섰는데 글쎄 앞에 약간 열려있는 화장실 문 사이에서 눈에 보일정도로 까만 연기가 스물스물 들어오는게 보이는 것이다. 지하라는 지리학적 요소는 나를 절망에 빠트리기 쉬웠다. 환기 할 곳도 없고 사람도 없고 나갈 곳이라곤 저 연기로 꽉차있는 곳이겠지 게다가 잠깐 나오느라 폰도 친구들한테 맡기고 왔단 말이다. 그래도 티비 프로그램이나 어렸을 때부터 배운 건 있어가지고 얼른 수도꼭지의 물을 틀어 소매에 물을 묻힌후 입과 코를 틀어 막았다. 차마 저 연기를 뚫고 탈출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너무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연기 때문일까 아님 공격적으로 날 덮치는 공포 때문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내가 있었던 칸에 들어가 구석에서 입과 코를 막고 덜덜 떠는 것 밖에는 없었다. 머릿 속은 가족 친구들 생각에 과부화 될정도로 꽉 채워졌으며 내 눈에는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진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던 것 같다. 미안한 마음도 컸지만 내 인생이 아쉽다는 맘도 컸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거면 그동산 나는 왜 미친듯이 공부에 집중한걸까 조금 더 나를 위해 살껄 그리고 인간적으로 키스도 못 해보고 죽는건 너무하지 않은가. 물 묻은 소매가 점점 온도가 올라가며 건조해지는 걸 느낄때 아 내가 공기를 마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도 턱턱 막히고 머리도 아프고 마치 종이가 물에 젖듯 나도 일산화탄소에 젖어 들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이렇게 죽어갈거면 차라리 저 연기들을 뚫는걸 시도라도 해보자. 그런 생각을 하니 머리도 더 안 아파지고 몸이 빠릿빠릿 움진여지는 것 같다. 그냥 이성을 잃고 탈출하겠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것같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나는 화장실을 나오는데 성공을 한다. 문을 열면 연기들이 나를 덮쳐 암흑으로 덮어버릴거라 생각했지만 연기는 그냥 연기라는걸 증명하듯 나를 스쳐지나간다. 매케한 연기때문에 앞도 잘 안보였지만 정말 감만 믿고 발을 움직였던 것 같다. 그렇게 얼만큼 갔을까 내 눈에 다른 사람의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 형체를 향해 가까히 다가가자 그 사람이 나의 존재를 느꼈는지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어이 친구, 안녕."
* 모두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