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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래빗 전체글ll조회 550l 1
 
 
 
 
 


 
 ##이번 편은 2~3화 사이의 일화들을 '순영'의 시점으로 다룬 화입니다.##
 
 
 
 

[세븐틴/권순영] 비꽃 04 | 인스티즈

 
 
 
  '나는 별도 피지 못하는 겨울밤인데, 어쩌자고 어둠 속 홀로 핀 꽃을 만난걸까.'


 
 

 

[세븐틴/권순영] 비꽃 04 | 인스티즈

 
 
 
 
비꽃
: 비가 시작될 때 몇방울 떨어지는 비
04.



 
 
 
 
 

[세븐틴/권순영] 비꽃 04 | 인스티즈

 
 
 
 

 
 


01. 첫날 밤



"여기 아저씨 방이에요?"


눈도 보이지 않으면서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이 방을 느껴보려는 소녀의 모습에 흥미가 갔다. 일어나고 부터 쉴 새 없이 쫑알거리는 그 모습이 신기하여 딱히 그 질문들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소녀는 뭐가 그리 궁금한지 묻는다 계속.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체,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러다 피로 붉게 여기저기 얼룩진 소녀의 새하얀 원피스와 그 아래로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맨발이 저절로 눈에 들어왔다. 데려올 때 어디에 떨궜던 건가... 슬쩍 시선을 돌려 내 방을 둘러봤다. 밤하늘이 보이는 작은 창과 기괴한 그림이 담긴 액자들. 낡은 매트리스와 옷장, 의자에 걸린 내 코트, 벽에 걸린 권총들. 찬찬히 훝어봐도 저 소녀와 어울릴만한 건 없는 것 같다. 내일 여자들 몇 명에게 설이의 옷 몇 벌 사오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고민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 저 소녀를 걱정하는건가? 내가? 생각만으로도 어이가 없다.


아냐. 이건 죄책감이야. 전원우가 나에게 떠맞긴 짐.


마땅한 천이 떠오르지 않아 창문가로 다가가 커튼을 길게 찢었다. 부우욱-거리며 쉽게 찢어지는 소리에 소녀가 놀란 토끼눈을 하고 내 쪽을 쳐다본다. 손에 찢은 천을 몇 번 길게 돌돌 말은 체, 그대로 소녀의 발을 잡아 올렸다. 균형을 잡지 못한 소녀는 놀란 듯 짧은 외마디 소리를 내더니 그 뒤 침대로 풀썩 떨어져버렸다.


"어..어... 아저씨 이게 무슨."


".........."


"어... 제가 일어나고 싶은..."



무슨 상상을 한 건지 얼굴이 빨개져선 올라가는 원피스만 밑으로 내리더니 천으로 발을 감싸듯 말자 말이 없어졌다. 이렇게 만져보니 발도 이 소녀만큼 작다. 이 작은 발에 군데군데 고여있는 생체기가 영 맘에 들지 않다.


"발이 이 지경이 되도록 왜 말을 안 해."


어느 새 일어나 침대에 걸쳐앉은 소녀의 눈이 날 향했다. 난 말없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눈을 맞출 수 있도록 시선을 맞춰줬다. 그러자 소녀가 웃는다. 입동굴이 늘어지도록. 하얀 얼굴이 살짝 연분홍빛을 띄는 것 같기도 하다.



"....고맙습니다."



난 결코 고마운 사람이 아니다. 저주, 비방, 비난에 대한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이런 말을 들을 사람은 아니다. 내가 전원우를 죽인 걸 알아도 이 소녀가 이런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할 수 있을까. '고맙습니다' 라고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제부터 네 환경은 예전과 너무도 다른 걸 느끼게될거야. 이곳에 온 걸 후회할 정도로. 널 지켜줄 사람도 없고 널 돌봐줄 사람도 없어. 무섭다고 질질 짜지도 말고."



라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데 발에 닿는 내 손길이 간지러운지 소녀의 발이 움찔 움찔 움직인다. 이렇게 작은 걸 뭘 해보는 것도 오랜만이라 천을 동여맨 발이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일어나 손을 털며 말했다.


"후.. 됐다. 자라 이제. 늦었네."

매트릭스를 하나 더 들어오든가 해야지. 내 방이 아니면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였지만 저 뒤에 앉은 나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를 보면 차마 저 아이보고 나가라고 할 수는 없고. 오늘은 내가 빈 형제의 방에 가서 자든 밖에서 자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낡은 쇠문고리를 돌렸다.


철컹.


....?


철컹! 철컹!


몇 번이고 문고리를 돌려봐도 열리지 않는다.



씨팔....

낮게 욕을 읊조리니 문 밖에서 키득거리며 웃고 있는 몇 형제들 목소리가 들린다.


"열어라."


내가 이런 장난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짓을 했다는 건 오늘 단체로 미친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최승철이 있겠지.


후......


"아오!"


쾅!
쾅!

쾅!

열이 올라 한손으로 넥타이를 거칠게 풀고는 문을 부쉴 듯 발로 차기 시작했다. 더 거칠어지는 소리에 킬킬거리며 웃는 형제들의 소리조차 잠잠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모두 도망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선은 오늘 밤 이 방을 나갈 수 없음이 확실해졌다. 열리진 않고 내 발길질에 여기저기 파인 쇠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침대에 앉아 숨을 골랐다. 단추를 두어개 거칠게 풀고 선반에 놓인 물병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최승철 팔 하나 분질러놔야겠군... 물병을 다시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자 그제서야 벌벌 떨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이 눈에 보였다. 




"추워?"


어깨를 잡는 내 손길에 소녀가 움찔거린다. 너무 세게 잡았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열린 창을 닫고 성치 않은 커텐을 쳐버렸다. 
다시 침대에 앉자 이제 소녀가 벌떡 일어나 허둥되기 시작했다.




"제... 제가 방 주인도 아니고 바닥에서 잘게요."


팔을 뒤로 젖힌 체, 소녀의 행동을 지켜봤다. 소녀는 침대 밑에 옆으로 눞는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한 번 쉬고 소녀를 안아 올려 침대에 던졌다.




"이제 네 방이기도 해. 거기서 자. 난 알아서 잘테니까."


"그.. 그럼! 같이.. 같이 잘래요?"


"허..."


"아니아니. 저 진짜 나쁘게 말한 게 아니라요. 저 정말 코도 안골고 뒤척이지도 않고요. 조용히 옆에서 잠만 잘 수 있어요. 진짜에요. "



손까지 내저으며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지었다. 그리곤 몸을 숙여 소녀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초점없는 소녀의 눈이, 거기에 촘촘히 박혀있는 긴 속눈썹들이 파르르 떨린다. 달콤한 향내가 은은하게 난다. 소녀는 내가 어느정도 가까이 왔는지는 모르는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래. 자. 같이."


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내가 어느정도 가까이왔는지 느꼈는지 소녀가 얼굴이 빨개지며 뒤로 몸을 뺀다. 




소녀의 옆에 누웠다. 넓지 않은 탓에 가녀린 어깨가 자꾸 부딪혔다. 몸을 틀어 옆으로 누운 뒤 소녀를 쳐다봤다. 어느 새 잠이 든 소녀는 새근거린다.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누워본 것도 얼마만일까... 굳은 살 투성이인 손가락으로 말랑한 소녀의 볼을 콕 찔러봤다. 그러자 소녀가 잠시 인상을 찡그리더니 이내 다시 편안해진다. 한 손으로 소녀의 목을 감싸본다. 살짝 힘을 주기만 하면 죽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뭘 뿌리는 것도 아닌거 같은데 어디서 계속 달콤한 향이 풍기는 것 같다. 꽃향기... 이 꽃이 활짝 펴 향기가 자신을 감싸버리기 전에 꺾어버려야하는 걸 순영은 알고있다. 꽃향기에 침식당하기 전에....

꺾어버릴까...

그리고 순영은.... 손에 닿았던 감촉을 거둬들인다. 위험하다. 소녀에게 이 곳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자신이 너무 모순적이게 느껴진다.




하... 어디가 제일 위험하단 건지.


소녀는 알까. 그날 밤, 순영은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다는 걸.















[세븐틴/권순영] 비꽃 04 | 인스티즈





02. 색시




"오빠, 진짜 이제 그 꼬마가 오빠 마누라야?"

"뭔 개소리야."



빨간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바퀴벌레다리같은 속눈썹을 눈에 다닥다닥 붙이고는 나에게 앵겨붙는 여자를 내쳐버렸다. 정장에 묻은 향수냄새가 벌써부터 역겹다.



"아니~ 여기 오빠들이 다 그러잖아. 오빠가 또 색시 데려왔다고~"

"글"그런거 아냐."

"그치? 그런일이 있었는데.... 흠 그럼 뭐야? 갖고 놀려고 데려온거야? 뭐 놀것도 없어 보이던데."

"............."

"얼굴은 반반하던데 오빠 버릴거면 우리 줘라. 우리가 잘 키울게."




탕!



짧은 총성소리와 함께 역겨운 향수냄새를 풍기는 여자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여자의 옆으로 지나간 총알이 뒤의 벽을 뚫었다.



"오... 오빠... 지금 나 쏜거야?"


"아니. 쐈으면 너 지금 여기 못있어."


"야!!!!!"


"그 구차한 입 좀 다물어. 다음엔 여기야."


손가락으로 여자의 가슴을 누르자 여자가 아무말없이 털썩 주저앉아 덜덜 떤다. 이유없이 짜증이 난다.



휙- 무언가 뒤에서 날라오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발로 차냈다. 탁- 소리와 함께 내가 차낸 검은 물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소음기다. 고개를 들자 최승철이 한 팔엔 기브스를 한 체, 날 향해 손을 흔든다. 바닥에 떨어진 소음기를 들었다.




"여어~ 안 죽었네. 호시-"

"뭐냐."

"총 쏠 땐 소음기 좀 장착해. 소문낼 일 있나."


남이사. 주운 소음기를 권총에 장착하곤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너무하네. 누구는 팔이 부러져도 현장뛰고 오는데 누구는 한가하게 시간이나 떼우고 있고."


뭐, 별로 금간 것도 아닌 것 같은 팔을 들어보며 엄살을 피운다. 그래서 최승철이지만.


"너도 놀던가."


"실력은 여전하네. 갑자기 임무 다 넘기길래 뭔 일 생긴 줄 알았더만."


"......그 정도는 밑에 애들이 해도 괜찮잖아."




사실 내 손에 죽는 사람이 어떤 이유로 죽는 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나의 일은 죽이는 것 뿐. 어떤 이유도 동기도 중요치 않았다. 그런데 요즘 피냄새를 풍기며 지친 구두 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갈 때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소녀가 눈에 밟혔다고 하면 최승철이 믿어줄까. 더러운 내 손과 혹여 그 하얀 손이 맞닿을까봐 무섭다고 하면 이해할까. 아니, 미친 취급하겠지.



"..... 뭐, 그렇지."




.
.


최승철에게 밖의 정황을 들으며 방으로 향하는데 내 방앞에 시끌벅적하다. 무슨 일이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저 방에 혼자 두고 나오는게 아니였는데.



"........."

"헉... 헉... 뭐야 권순영 갑자기 왜 뛰어... 어?"


헛웃음이 나왔다. 방문앞에 모여있던 형제들과 여자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길을 내어준다. 방안엔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륵 거리며 웃는 소녀와 몇 명의 형제들, 그리고 여자들이 보였다.


-언니, 이 옷은요? 이 옷은 어때요?

-음... 나는 별로. 연분홍 원피스인데. 뭐 노출도 없고 내 스타일은 아니네.

-에이~ 순영이 색시한테는 딱일거 같은데? 이 아저씨는 괜찮은 것 같아.

-와...진짜요?  연분홍색. 완전 이쁠 거 같은데요? 이건요?

-이거? 음... 뭐라고 말해야...... 어머.

-...? 응? 언니 왜요? 너무 이뻐요?



너는 뭐가 좋다고 이리 어두침침한 곳에서 매일 환하게 웃고 있는건지. 네가 뭔데 이곳을 이렇게 웃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만드는거야? 여긴 그러면 안돼. 이 곳 사람들은 결코 행복하면 안되는 사람들이야.




"........"

"무
"다 나가."



내 한 마디에 소녀 빼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눈치를 보며 나가버린다. 사람이 가득했던 방 안이 어느새 휑 해졌다. 소녀는 바닥에 널러진 옷 몇 벌을 움켜진 체 눈알만 굴리고 있다. 그 시선이 자꾸만 분산되는게 싫다. 두 손으로 소녀의 얼굴을 잡아 내 쪽으로 시선을 맞춰주었다.


"아저씨, 다 아저씨가 사주시는 옷들이에요?"

여전히 싱글거리며 웃는 소녀의 모습에 뒤에 있는 최승철을 노려봤다.


"아... 나는 형제한테 설이 좀 전해달라는 말밖에 안했어."


후.... 이런 식으로 주고 싶었던 게 아닌데. 몇 번이고 퇴짜놓고 몇 번이고 골라오라고 시켰던 옷들이다. 최승철이 항상 자기 취향같은 변태같은 옷들만 사오는 바람이긴 하지만. 내가 처음봤던 네 모습같은 옷들인데... 이렇게... 바닥에 널려져 이미 많은 사람의 손을 탄 옷들이 조금은 너덜거려 보인다. 다 버리고 다시 사야겠네.


"후.... 다시....."

"너무 좋아요! 최고의 선물이에요."


내 목을 와락 껴안는 소녀의 손길에 말을 멈췄다. 이딴 것들이 뭐가 좋다는 걸까. 나를 감싼 소녀가 따뜻하다. 소녀를 내 몸에서 떨어뜨린 후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봤다.


"그렇게 웃지마. 너꺼 아니야."


"푸핫- 야. 권순영 그럼 네꺼냐? ㅋㅋㅋ 설아, 이 옷 구하려고 내가 몇 번이나 심부름을..."


항상 쓸데없는 말이 긴 최승철을 살짝 흘겨봤다. 그러자 최승철이 입을 다물곤 기브스한 팔을 감싼다.



.
.




밖으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하고 내뱉는 숨결에 독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난간 밑으로 수다스러운 여자들이 몇 보인다.


-그럼 두번째 색시인거네?
-아니라는데?
-근데 좀 닮지 않았냐?
-맞어, 맞어 느낌이 비슷해.



시끄러-.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다. 몸을 돌려 더 깊이 담배를 빨고 내뱉는다.


"오, 이제 설이 앞에선 담배도 안피나봐."


"지랄. 그냥 밖에서 피는거야."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아무 의미 없이 시선이 담배 연기를 따라간다. 뿌옇다. 앞이.




" 권순영. 설이한테서 그 여자 보지마."


"............"


"그 여자 이제 그만 잊어. 네 인생 챙겨."


"하... 누구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 여자에 대한 애증.... 설이 볼 때 그 눈에 그대로 담겨있는거 같거든."


맛없다-. 
반도 타지않은 담배를 버리곤 그대로 최승철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내가? 그 여자랑 설이를? 웃기지도 않는다. 코트를 챙겨 여미곤 술집으로 빠르게 향한다. 목이 탄다. 술이 고프다.




.
.




얼마나 마셨는지 바닥이 일렁거린다. 기연시 찾은 내 방문 앞에서 숨을 고른다. 녹슨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눈을 감고 있어도 언제나 날 맞아주는 목소리가 또렷히 보인다.



"아저씨!"

날 향해 더듬더듬 오더니 기연시 벽에 머리를 찧고 만다. 멍청하긴.



"으... 술 냄새. 아저씨 술 마셨죠?"
'으... 오빠 술 마신거야?'
찌잉 머리가 울린다. 이젠 그립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린다. 소녀의 걱정어린 얼굴이 일렁인다. 얼굴을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떠본다.




"색시... 내 색시."


"네? 아저씨 괜찮아요?"
'오빠 괜찮아?'



더듬더듬 소녀를 붙잡아 소녀의 얼굴을 붙잡는다. 아니, 이제 누구의 얼굴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탓이야 이건. 작고 하얀 두 손이 얼굴을 잡고 있는 내 투박한 손을 잡는다.



"저 여기 있어요, 아저씨. 너무 보고싶었어요 "
'사랑해 오빠.'

"


난 그 여자의 저 작은 미소조차... 사랑했다.


"왜... 왜 다시 왔어...?"


"네...?"


"색시야."


"...? 아...저씨 저 설이에요."


"가지마 이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앞에 있는 그 여자에게 원망어린 입맞춤을 했다. 도망가려하면 할수록 붙잡고 거칠게 나에게 당겼다. 서로 엉겨붙어 발버둥치다 침대로 쓰러졌다. 꽃이 만개할 수록 나는 그 꽃에 역으로 삼켜져 버린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여전히 날 향해 미소짓는 그 여자의 순수한 얼굴이 그려진다. 색시야....널


꺾어버릴까.


고개를 숙여 그 여자의 목덜미로 얼굴을 가져갔다.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달콤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여자가 아니야. 고개를 들어 내 밑을 내려다봤다. 옷과 머리는 여기저기 헝클어져있고 눈물에 젖은 얼굴로 떨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손에 힘이 풀렸다.



"아니... 난...."


"아저씨......"



소녀의 눈에서 흘려내린 눈물이 똑똑 볼을 타고 내 손에 떨어진다. 한 방울 한 방울. 소녀를 닮은 눈물이 계속 떨어진다. 

한 방울 한 방울 머리 위로 마치 비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세븐틴/권순영] 비꽃 04 | 인스티즈


"




03. 밤과 별

 
 
 

이름있는 조직원은 물론이고 고위급 사람들이 죄다 모이는 모임이였다. 일 년에 한 번 씩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어울리지도 않게 친목이란 걸 다지는 자리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들 사이에서 비위 맞추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였지만 자리도 자리인지라 보스의 명을 거절하진 못하고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큰 모임답게 몇 일이나 계속되는 통에 아지트에 들어가지 못한 날도 몇 일. 보스 뒤에 서서 팔짱을 낀 체, 다른 조직원들을 훝어봤다. 다른 조직원들 역시 염탐이라도 하듯 서로를 훝어본다.



'들어와-.'


보스의 짧은 지시와 함께 문 밖에서 화려한 차림의 여자들이 들어온다. 이런 모임에 굳이 여자를 부르는 이유는 뻔하다. 뭐 나와 별 상관은 없지만. 여자들은 이 곳에서 비위를 맞춰주다가 몇 명은 함께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노리개가 되기도 한다. 피곤하군. 이런 지루한 틈에 끼어있자니 잠시 눈이라도 붙이고 싶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보이는 낯익은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꼬마.


내 작은 혼잣말에 보스는 아는 사이냐는 듯 눈치를 준다. 여자들 사이에 서 있는 꼬마는 자꾸 올라가는 치마를 밑으로 내려본다. 혹여 자리를 벗어날까 옆 여자의 옷자락을 살짝 잡고 있다. 화려하게 올린 검은 머리는 소녀의 흰 목선을 도드라지게 보여줬다. 새빨간 립스틱이 이질적이면서도 섹시하게 보였다. 주변 늙은 노인네들이 벌써 소녀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게 보였다.




"저 아이는 새로 들어온 애인가요."

"글쎄요. 저도 잘."



보스가 흥미롭다는 듯이 소녀를 훝어본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꾸만 나는 열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웃기게도 야릇한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한 꼬마 말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 저에게 주시..."


"죄송합니다. 그렇겐 안되겠는데요."


"자네...지금."


"제껀데 잘못들어왔나보네요."


그대로 가볍게 목례를 하곤 가운데 서있는 소녀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이상하게 자꾸만 머리가 뜨겁고 화가 났다.






"아..아저씨 아파요..."

잠시 서서 숨을 고르고서야 소녀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소녀의 손목에 빨갛게 자국이 났다.


"너... 여기가 어디라고 온거야. 어?! 이 꼴은 뭐야!"


"어... 으... 그게...."


어깨를 잡고 흔들며 윽박지르는 내가 겁이 났는지 운다.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소녀에게 입혔다. 꽤 큰 지 꼴이 조금은 우습다.


"어..읍..흑.. 언..언니들이 아저씨 볼 수 있다고.. 해서..."


"뭐?"


"읍..흑... 이쁜 옷 입고... 아...아저씨 보러.. 가는 거라고..."


"..............."


"보고싶었단 말이에요.."


그냥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서럽게 울며 미안해요를 연발하는 아이에게 더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소녀를 업고는 이미 깜깜해진 골목을 걸어 아지트로 향했다. 골목 사이로 내 구두 소리만이 메아리쳐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까만 밤하늘 사이로 오늘은 별이 몇 개 보인다. 등에 업힌 소녀 한 번, 하늘에 떠 있는 별 한 번 번갈아 봤다. 


"지금 밤이에요?"


"응... 까만 밤이야."


"보고싶다...."


"볼품없이 까맣기만 한 데 뭐가 보고싶다는건지... 네가 지금 보이는게 밤이야."


"다를거 같은데... 그래도 밤이 까매서 별이 빛나는 거잖아요. 난 밤이 좋아요."


"........."


저렇게 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밤하늘에 뜬 별처럼 넌 어쩜 이렇게 혼자 빛나는지.


"난 별이 좋아."



.
.






-보스 호출.


보스가 부른 이유야 뻔하다. 저번에 설이를 데리고 나온 일이겠지. 묵묵히 보스 앞에 섰다.


"그래서... 그 아이는 누구길래."

"아무도... 아닙니다."

"흠... 아무도 아닌데 그런 짓을 했다라....."


보스의 주름진 눈은 매섭다. 그 주름진 눈이 휘어진다. 내 턱을 당기더니 톡톡 친다.
 
 
"호시- 그래도 위아래라는게 있잖아."
 
 
손 좀 봐줘-. 라는 짧은 말과 함께 보스가 일어나서 나가버린다. 그리고 내 주변으로 덩치들이 서서히 몰린다.
 
 
젠장-.
 
 
 
 
 
.
.

퉷-. 입에 고인 피를 뱉고 한 손으로 입을 훝었다. 피가 뭍어나온다. 뻐근한 팔을 돌리다 느껴지는 통증에 나도 모르게 아- 라며 탄성을 질렀다.

 

 

"괜찮냐?"

 

"병신됐나 구경하러 왔냐?"

 
"뭐 그런 것도 있고-."

 

최승철이 내 팔을 어깨에 걸치곤 나를 일으켜 세운다. 윽. 얼굴이 찌푸러진다. 자근자근 잘도 밟았군. 다리가 부러졌는지 걷기가 힘들다.

 

 

"나도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권순영. 설이가 너에게 이런 존재인지는."

 

"............"

 

"네가 말한 애들은 진작 다 반 죽여놨어. 섬으로 보내거나."

 


"그런거 아냐."

 

"........."

 

"그 애는 내게 아무것도 아냐."

 

피를 너무 흘렸는지 정신이 아늑해진다. 앞이 흐릿해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걔는 그냥..."

 

눈이 감긴다. 몸이 무겁다.

 

 

 

 

 

그냥 잠시 내리는 비꽃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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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암호닉❤️
세젤예덕이 이스트팩 봄봄 윤천사 자몽 데스티니 스포시 쯜리퍼 일공공사 제주도민부승관 잔별 닭키우는순영 달다구리 지하 비타민 뿌블리랑갑서예 핫초코 0512 0103 원블리 말랑이 밍구 달빛 꽃소녀 아이스망고 가마 여기봐 천상소 달빛 순뿌염 원우야밥먹자 라볶이 호시기두마리치킨 부링클 성수네꽃밭

8년 전
독자1
암호닉신청 가능한가요ㅜㅠ [부링클]입니다! 분위기 넘나 발려요..
8년 전
래빗
핫 사랑이죠 ㅎㅎ 의식의 흐름으로 쓴 글인데...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137.157
색시....색시 어감이 너무 좋아요ㅠㅠㅠㅠ 순영이가 색시 색시하니까 섹시하...죄송합니다
8년 전
래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순영섹시! 호시섹시!ㅋㅋㅋㅋㅋ
8년 전
비회원151.164
내가 순영이의 비꽃이 되ㄹ수만 있다면..암호닉 성수네 꽃밭 신청이요!
8년 전
래빗
넵! 추가했습니다~ ㅎㅎㅎㅎ
8년 전
독자2
라볶이에요ㅜㅜㅜ 순영아ㅜㅜㅜㅡ 도대체 너의 색시는 어떤 사람이었니ㅜㅜㅜ
8년 전
래빗
그 여자가 어떤 여자였을까요? 흠.
8년 전
독자3
꽃소녀입니다!!!!
아...수녕아....ㅠㅠㅠㅠㅠ브금 덕분에 분위기가 더 강조되는거같애요....그냥 잠시 내리는 비꽃일뿐이래...ㅠㅠㅠ

8년 전
래빗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ㅎㅎㅎ 브금이 신의 한수??ㅋㅋㅋ
8년 전
비회원165.61
닭키우는순영!!!!!!!!!!! 으아 지금봤어요 확실히 전처럼 인티지박령이 아니니까 늦게보게되네요ㅠㅠㅠㅠㅠ으엉 뭔가 먹먹하고 그래요 설이는 때묻지 않은 아이인데 순영이는 자기가 있는 곳과 설이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뭔가 발려요 설이는 순영이 좋아하는데ㅠㅠㅠㅠㅠ아그리고 승철이와의 러브라인은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해요 점점 날이 더워지니까 정신을 못차링네요제가 하하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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