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턴가 가끔, 아니 좀 자주 그 여자가 생각났다. 펼쳐논 수학 연습장에 무심코 새어나온 속마음이 얼룩졌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느꼈다. 나는 그 여자를 자주 생각했다. 옆집 여자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던 그 날, 아니 잠깐 스쳤던 그 날, 그 시간, 그 순간을 지우개로 벅벅 지워냈다. 그 여자에 대해 아는게 없는 만큼 지워버리는건 쉬웠다. 그런데 종이 위에 구멍이 벙 뚤렸다. 일부러 일부러 지워낸 그곳이 더 괴기하게 하얀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선명하게 남은 연필자국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처음은 얼굴만 보았고 두번째는 전신을 훑어보았다. 처음엔 잔머리가 두어개 나부끼지만 어디 휘어진 곳 없는 새까만 단발 그리고 새까만 눈, 칼집을 내어 벌어진듯한 눈초리를 보았다. 두번째로 목격한 여자는 어두운 카키 색의 뻣벗한 천으로 된 민소매를 입었다. 버튼을 누르기 위해 손을 뻗었고 팔과 허리 사이의 겨드랑이가 미끈하게 움푹 패여 단단한 뼈가 보였다가 순식간에 감춰졌다. 그녀가 입은 가슴골이 드러나지 않는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팔꿈치... 팔꿈치가 매우 하얗고 약간의 복숭아 여린빛이 감돌았다. 엘리베이터 안의 나의 공간은 없었다. 오로지 그녀의 향으로 찼다. 아우라인 것인지 향수 냄새인지. 아, 샤워코롱인가? 정체 모를 향은 거울을 흐렸다. 그 향은 내 온 몸을 적셨고 발 끝부터 사라졌다. 저녁 때엔 허리까지 남아있었고 밤이 되도록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도통, 그 여자에 대해 생각할 수록 전혀 아는 사실이 없다는, 그 사실에 다가갔다. ---------------------------------------------------------------------------------------------------- 처음이라서 일단 짧습니다! 혹시 보셨다면, 앞으로 내용이 궁금할 것 같다면 점이라도 하나 찍어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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