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0월 4일
벌써 아내 김여주와 결혼한 지 일 년이 넘었다. 그 사이 여주와 더 좋은 곳에 살기 위해 작은 마을로 이사를 왔다. 맑은 공기 마시면서 좋은 글 쓰라는 우리 예쁜 아내의 배려이다. 곧 편성이 들어갈 드라마만 잘 된다면 권순영 그 자식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수 있는데. 이번에는 기필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보여 줄 거다. 보아하니 권순영 그 자식도 동시간대에 성수 주연의 ‘반지’ 라는 드라마를 집필했다고 하는데 분명 노린 것일 거다. 이래서 그 자식이 싫다니까.
명색이 로맨스 작가이지만 추리 소설을 더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다. 로맨스만으로 사람들을 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내 아내만 봐도 그런걸. ‘내 사랑 디노’ 와 같은 로맨스 드라마보다 ‘내 형부, 범주의 여자’ 와 같은 막장 드라마를 더 보니까.이참에 한 번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해 볼까... 나는 주로 작업을 하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불을 끄고 컴퓨터 앞에 앉아 내가 구상한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X는 짜증난다는 듯 표정을 찌푸리며 소리를 친다.
“내가 아니라는데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확신하는 거죠?”
경찰 썩 물러나라는 듯이 X에게 팔을 휘두르며
“Z에게 물어보십쇼. 당신이 그 남자를 죽이는 걸 봤다고 하잖아. 이런 명백한 증인이 있는데 당신은 왜 자꾸 아니라는 거야? 당신이 그렇게 원하는 증거, 찾아 올 테니까 방해하지 말고 좀 가요.”
(클로즈업) Y, 경찰과 X를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본다...
“똑똑”
열심히 구상한 내용을 쓰던 중 노크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아내가 어떤 청년들과 서있다. 처음 보는 남자들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니 김여주가 그런 내 모습이 웃기다는 듯이 웃었다.
“옆집에 하숙생들이 새로 왔더라고. 얘기를 하다 보니 둘 다 외국에서 왔다고 해서요. 타지에 와서 고생하는 거 보니까 안타깝기도 하고,.. 어쩌다 친해졌는데 당신한테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데려왔어. 준 씨, 슈아 씨, 인사해요. 우리 남편이에요."
“안녕...하세요. 준입니다.”
“조슈아입니다.”
“반가워요. 여주 남편 전원우입니다.”
아까는 몰랐는데 인사를 하고 자세히 보니 굉장히 잘생긴 청년들이다.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하고. 준이라는 남자는 약간 한국말이 어눌한 데에 반해 조슈아라는 남자는 생각보다 한국말에 능숙해 놀랐다. 교포인가...
“아, 남편. 오늘 회관에서 마을 잔치가 있대. 남편 많이 바쁜 거 아니면 같이 가는 거 어때”
“알겠어. 나 지금 쓰는 것만 마무리하고 갈게. 먼저 가 있어.”
여주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방문을 닫았다. 다시 집중하려고 안경을 쓰는데 문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여주가 준과 조슈아와 나갔나 보다. 아까 쓰던 게 뭐였더라...
(클로즈업) Y, 경찰과 X를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본다... 바라본다... 바라... 본다...
마저 쓰려고 했으나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가끔은 글이 이렇게 잘 안 써질 때도 있지. 결혼 전에는 이럴 때마다 시가를 한 대 피우곤 했는데 결혼 후에는 여주와 미래의 아이를 위해 일체 끊기로 하고 손을 안 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오늘 작업은 마무리 하고 옆집으로 넘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030년 5월 28일 (현재)
오늘 전원우와 김여주가 죽은 날 그 둘 중 한명이라도 만난 사람을 알 수 있었다. 이지훈...?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유명한 사람 이름 같아 인터넷을 켜 이지훈이라는 이름을 쳐 보았다. 아, 전원우가 죽기 전 마지막 작품에 ost 써 준 작곡가구나. 왜 이렇게 이름이 익숙했나 싶었더니 작곡가로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이지훈이라는 사람.
5월 25일 오전 8:00 전원우는 이지훈과 만남.
굉장히 이른 시간에 만났네. 도대체 이 두 사람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일찍 만났을까. 날짜가 5월 25일인 것을 보니 그 부부가 죽은 것을 발견한 건 그들이 죽은 지 하루 후인가 보네. 분명 이 마을에 그들과 친한 사람이 많았는데 왜 그들을 늦게 발견한 걸까. 매일 그들 집에 드나들던 사람들인데. 이번 사건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분량이 너무 적은 거 같은데... 항상 미숙한 글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1017 님 감사해요 ♡
내일부터는 시점이 작가 시점으로 바뀔 거 같아요!! 범인은 정해져 있으니 열심히 추리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