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어야 어디야?]
아. 또다.
이 선배 나한테 자꾸 왜 이러니 증말.
[집이요]
사실 집 앞 카페에 친구가 불러서 잠깐 나왔지만.
[진짜?]
[네]
"누구야?"
"우리과 선배."
"올ㅋ 오징어 썸?"
"미쳤냐. 이 오빠 진짜 연애만 안 하면 좋을텐데."
"왜"
"집착 쩌름. 개쩌름. 진심 쩌름.
나랑 자기랑 사겨? 그것도 아니면서 맨날 어디냐고, 뭐하냐고, 계속 연락하고. 미칠 것 가틈."
"헐.. 힘쇼.. 선배가 그런다니 뭐라 할 수도 없겠네."
[징어야 고개 돌려봐]
무슨소리지, 돌려 봤자 창문 밖에..
선배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지. 소오름.
"뭐지. 소오름."
올ㅋ 정수정 나랑 찌찌뽕
"저 선배임. 아 왜 들어오는데 아.."
선배가 날 봐서 차마 썩창은 못 짓고 억지로 웃으며 정수정에게 작게 말했다.
아. 선배 진짜 들어오네.
"징어야!"
"아..ㅎ 선배님. 여긴 어떻게.."
"에이~ 내가 계속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그냥 오늘 왠지 여기 오면 너 만날 것 같더라."
"아..ㅎㅎ 저희 나가려던 참인데.. 수정아 일어나자."
"이쪽은 친구? 이름이 수정이야?"
"네..ㅎㅎ 징어 친구 정수정이에요."
"근데 징어야, 집이라며."
헐. 소오름.
"아.. 바로 근처고.. 잠깐 나온 거라."
"제가 잠깐 나오라고 했어요."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 그냥..
아! 밤이니까 위험한데 데려다 줄까?"
"아..ㅎㅎ 괜찮아요. 여덟시 밖에 안 됐고, 수정이랑 저랑 같은 아파트 살아서.."
"그래도 여자들끼리는 위험하지 않나?"
"네? 네.."
[ㅎㄹ 저선배소오름니한테맨날ㄹ저럼?]
정수정이 보낸 문자다.
문자를 확인하는 나에게 고개를 슬쩍 돌려 내 액정을 보려고 하는 선배.
선배가 보지 못하게 바로 닫고 새로운 메세지로 답장을 보냈다.
[ㅇㅇㅠㅠ 으뜨카뮤ㅠㅠㅠ]
"징어야..ㅎㅎ 누구야?"
"네?"
"문자.. 누구냐고. 우리 과야?"
"아뇨! 아뇨.."
"남자는 아니지?"
"네?"
정수정과의 시선 교환.
[남친이라고 해.]
정수정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나, 남친..인데..요."
"오티 때 남친은 없다 하지 않았나?"
"아, 아.. 괜히 남친 있다고 하면 애들한테 시달릴까봐.."
"..그래?"
선배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고
정수정과 나는 시선교환을 하며, 수고했음 굿잡, 아..간 떨어지는 줄, 따위를 눈빛으로 주고 받았다.
그런데 별안간 선배가,
"남친, 누구야?"
"네? 왜, 왜요?"
"그냥.. 궁금해서."
하.하. 왜.그.러.세.요.선.배.님.노.쿨.해.보.이.게.
"데려다 줄게, 가자."
-
데려다 주는 길에도 선배는 계속 수정이에게 고등학생 땐 어땠냐, 남친은 있었냐 등의 질문을 했다.
수정이는 지금 내 남친이 고등학생 때 부터 사귄 남친이라고 했고,
선배는 약간 나를 흘겼다.
왜? 우리가 사겨요?
이쯤되면 포기할 법도 한데 이번엔 내 가상 남친에 대해 물었다.
수정이는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목소리도 좋고 잘생기고..같은 말을 하며
내 가상 남친을 완댜님으로 만들어 선배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아파트에 도착했다.
동 앞에서 선배를 보내려고 하니, 기어코 따라오겠다고 한다.
망할 정수정은 먼저 자기 동으로 쑥 들어 가고.
"서, 선배님. 혼자 갈 수 있다니까요."
"위험할까봐 그래. 요즘 세상 무섭잖아."
니가 더 무서워요 샛기야..
"아, 아니 가족들도 있는데.."
"선배가 후배 위험할까봐 데려다 주는데, 왜."
"아니, 그래도.."
"징어 누나"
"어! 세훈아!"
어? 세훈이다 망태기 어디갔어 망태기
오늘도 겁나 귀엽고 겁나 머싯숨ㅠㅠ
"세훈? ..쟤는 누구야?"
아..
이 선배는 왜 내 주변 사람들을 다 꿰려고 하시나 진짜..
그런데 머리를 번뜩 스치고 가는 아이디어.
그래. 아이스크림 사 주면 되겠지.
"ㅇ, 왜 이제와~! 데리러 온다며~."
그냥.. 평소에 말이나 몇번 나두던 옆집 동생인데..
심지어 고딩인데.. 내가 이래야 되니..
아니,
잠깐의 쪽팔림은 이 껌딱지 같은 선배를 쫓아낼 수 있다.
결심하고 세훈이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이 못난 누나를 용서해, 세후나..
"어? 누, 누나?"
"선배! 제 남친이에요."
세훈이에게 절박한 눈빛을 보냈다.
[나 좀 도와줘ㅠㅠ 내가 진짜 이 선배때문에 미칠 것 같거든.]
그러자 세훈이가 나를 한번, 선배를 한번 스캔하더니,
"늦어서 미안. 친구들이 누나 얘기만 하면 안 보내줘."
라고, 대응해줬다.
"이쪽은 누구야? 누나, 나 질투 날려고 해."
"어, 어? 미안, 과 선밴데 밤길 위험하다고 데려준다고 해서.."
"누나, 멀쩡한 남친 두고 뭐하는 짓이야.
거절을 했어야지!"
아, 리얼리티가 너무 대단해서 나도 모르게 진짜 사귀는 것처럼 대답했다.
근데 세후니 인상 쓰는 것도 씹귀.
"거, 거절했지~! 근데 선배가 데려다 준다는데 뭐라고 해.."
"진짜.. 남친이네?
근데 누나? 징어야, 얘 몇 살이야?"
"저 열아홉인데, 왜 누나한테 물어요. 나한테 묻지."
선배의 찌질한 물음에 세훈이가 인상을 쓰면서 대답했다.
마치 내 여친한테 작업 걸지 말고 꺼져!라는 눈빛으로.
그런데 선배가 열아홉이라는 소리를 듣고 피식 웃었다.
"뭐야, 고딩이야?
징어야, 너 고딩이랑 사겨?"
"선배, 제가 고등학생때부터 사겼다고 했잖아요.
얘랑 저랑 같은 고였고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요.
제가 사람들이 이럴까봐 오티때 남친 있다고 안 한거에요."
"아.."
"대학교 들어왔다고 헤어져야 되요?"
뎡듀뎡 감쟈.
니가 고딩때부터 사겼다고 해서 잘 풀렸음.
"너.. 고딩 남친 안 부끄러워?"
"네. 저는요.
근데 다른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말할까봐 걱정되요.
선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아요.."
"설마 찌질하게 얘기하겠어?"
"세훈아.
아무튼 선배, 저 학교에 소문 나기 싫어요. 부탁해요."
"으,응.."
"그럼 들어가세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들어가자 누나."
세훈이가 자연스럽게 내 어께에 팔을 둘러 나를 안쪽으로 데려갔다.
엘레베이터를 타야하는데..
나 왜 21층 삼?
얘 왜 내 옆집?
아..어새캄이 몰려 온다.
"누나, 인기 많네?"
"쓰읍. 오세훈 샤답.
저 선배 진짜 나를 미치게 한다..
오늘은 고마웠어.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줄게."
"오늘은? 에이, 저 선배 믿을 것 같지 않은데."
"뭐?"
"믿더라도 계속 달라 붙을 거고, 계속 의심 할 걸요?"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니 말이 맞을 것 같아서 짜증나.."
"그럼 진짜 사귀면 되지."
"뭐?"
"사귀면 되잖아."
얘, 얘가 뭐래 지금.
띵
도착했다.
아직도 멍해있는 나를 보고 웃은 세훈이가 말했다.
"대답은 내일 듣는 걸로!
징어 여친, 생각 좀 해 봐."
마, 망태기 어디갔어, 내 망태기..
귀여워 죽는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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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잇숩니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