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수열] 짝사랑 01
w.prisma
남자들만으로 꽉꽉 들어찬 이 남고에서 무슨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나, 라는 걱정 하나만으로 살아왔던 1학년이 여기로 전학을 와 적응을 하지 못했던게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3학년의 중후반에 접어들고 있을 즈음이였다. 어차피 나는 수시로 대학에 먼저 붙었기 때문에 10시, 11시까지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고 공부하는 동급생과는 달리 좀 많이 자유로운 감이 있었다. 그래도 3학년에게 도서실을 맡기는 건 좀 아니잖아요, 선생님. 1학년 때 책을 워낙 좋아한 턱에 얼떨결에 들어갔었던 도서분데 그게 어쩌다 도서실 전담을 하고 있는 국어 선생님 눈에 드는 통에 1학년 때 부터 도서 대출이라던지, 도서실 보조를 맡아왔다. 점심시간이나 석식시간이라던지 학생들의 도서실 출입이 잦은 시간마다 선생님께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게 넘기고 도서실을 나섰다.
“학년, 반, 번호.”
“1학년 7반 강민혁이요.”
“저기 너 13일까지 대출불가야, 선생님껜 비밀로 해드릴테니까 다음부턴 반납 꼬박꼬박 해,”
“감사합니다.”
저런 식으로 지금 몇번 째더라.. 솔직히 냉정히 안된다고 하려다가 그 1학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에 대출불가를 풀고 대출처리를 하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오는 익숙한 얼굴. 요 근래 일주일 간 도서실 출입이 제일 잦고, 반납도 꼬박꼬박 잘 지켜와 선생님이 유달리 지켜보고 있다는 그 장본인. 하지만 한 가지의 흠이 있다면, 그 녀석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밴드의 베이스를 맡고 있는 빼어난 외모의 2학년 김명수라는 것. 매번 볼 때마다 살짝 반짝이는 귀걸이가 단연 눈에 돋보였다. 저기요, 라는 말에 얼른 시선을 얼굴로 돌렸지만.
“2학년 10반 김명수요.”
“..어? 어, 저번에 빌려간 그 책 대출기간 내일까지니까, 내일 갖다줘.”
“네.”
삑, 삑, 바코드를 찍는 소리가 조용한 도서실을 아울렀다. 그리고 그 녀석은 유유히 도서실을 빠져나갔다. 그래, 사람을 외모만으로 판단하면 그건 정말 속물이야. 자기 최면이라도 거는 듯 반납한 책을 제자리에 꽂으며 생각했다. 그 포커페이스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은 어떤 웃음일까? 살벌한? 달큰한? 의외로(?) 선한? 요즘따라 제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그 2학년 10반 김명수라는 애가, 나는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다. 그게 어떤 감정에서 비롯된 생각인지는 아직 결론도 채 내지 못했지만은..
“뭐?”
“그 뭐냐, 우리 학교 밴드부. 공연 오늘 6시에 한다던데. 가자, 어?”
“뭐 여자애도 아니고 그런 걸 볼려고 하냐, 넌.”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 팔을 잡고 흔들며 호들갑을 떠는 남우현을 짜증스레 뿌리쳤다. 그런 시끄러운 음악이라면 질색이다. 그리고 동시에 든 두려움은 범접할 수 없었다. 그 눈빛, 매일같이 도서실에 찾아와 묵묵히 책만 빌리고 가는 그 기타 그 녀석을 차마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그 곳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남우현의 성화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였기 때문에 억지로 끌려오게 되었다. 아이돌도 아니고 그런 팬을 거느리고 있는게 연신 신기해 삼삼오오 모여있는 타 학교 여학생을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옆에 앉아 있던 남우현의 표정이 화색을 띄기 시작하고, 나는 무슨 영문인가 싶어 남우현의 (꺾이지 않는) 시선을 따라 봤더니, 일렉기타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그 녀석이였다. 익숙한 낯임을 보아하니, 우리 학교 학생임이 틀림 없었다. 도서실에선 거의 본 적이 없었지만. 그 녀석은 무표정을 띄고 있다 우리 쪽으로 웃음을 한번 흘려줬다. 뭐지? 나한테 한 건 아닐테고, 설마..
“남우현.”
“어, 흐흐.. 왜?”
“쟤 말이야, 저 기타 들고 있는 애.”
“아, 호원이?”
“호원이? 너 쟤랑 아는 사이냐.”
“어? 몰라, 하하하, 야, 호원이가 나 보고 웃어줬다.”
뭐야, 쟤 왜 저래.. 남우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헬렐레 하는 표정으로 다시 시선을 무대 쪽으로 돌리고 불러도 절대 말이 없었다. 하여튼 이상하다 했다. 생전 거들떠도 보지 않는 밴드부 공연을 보러 가자고 할 때부터.. 나는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지못해 나 또한 시선을 무대로 돌렸다. 그리고 머지 않아 눈에 띄는 그 귀걸이를 한 그 2학년이 보였다. 이름이 되게 특이했던 걸로 기억한다. 뭐였더라, 김..명수? 그래. 김명수였다. 최근 들어 이상하리만치 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각종 이상한 의문과 더불어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인상을 각인시키는게 목적이였다면 김명수야, 목적 달성 지대로 하셨네요. 어, 눈 마주쳤다. 나는 멍한 얼굴로 녀석과 눈을 한참동안 마주쳤다. 그리고, 그 녀석이 살짝 웃었다. 왜 웃나 했더니 내가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태가 꽤 우스웠던 모양이였다.ㅡ원래 넋을 놓고 있거나 멍 때릴 때는 버릇처럼 입이 벌어진다. 호불호가 나뉘는 버릇이기도 한다.ㅡ아씨, 진짜 쪽팔려.. 이게 뭐야..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도 웃긴 모션이였다. 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회피해 머리를 쥐어 뜯었다. 쪽팔림과 더불어 더 이상한 사실은.
… 자꾸, 이상하다.
그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무한 리플레이 되는 것만 같이,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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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prisma 입니다ㅎ
팬픽은 처음 써보는데 어째; 진부의 종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네요
부족한 첫 팬픽이지만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대들ㅎ♡
그렇게 길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단편에 속할 것 같네요!
혹 문제가 있으시다면 말씀을 해주세요 ㅠ_ㅠ..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추운데 다들 감기 조심 하시구.. 조만간 찾아뵐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