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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달보드레하다: 약간 달큼하다 

*달큼하다:감칠 맛이 있게 꽤 달다 


 

 - 


 

 

 

"김동영! 김동영! 꺄아아아아 우리오빠가 또 골 넣었어!" 

아파, 수정아. 대체 김동영이 뭐가 멋있다는 거야. 저봐라. 또 자기 공 넣었다고 깝 부리는거. 김동영은 언제 철들려나. 

"정재현~" 

옆에서 아주 예쁘장한 목소리가 재현이를 응원했다. "아..." 아까 재현이랑 물총놀이를 하던 예림이라는 아이다. 눈도 크고 얼굴도 하얗고 마르고. 정말 인형처럼 생겼다. 하긴 재현이도 이런 애가 옆에 있으면 당연히 좋아하겠지? 갑자기 씁쓸한 생각이 들어 농구경기를 보고싶지 않아졌다. 농구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농구장을 벗어나면서 뒤돌아봤을 때 재현이는 공을 넣고서는 예림이란 아이를 보고 웃어줬다. 역시 왕자님. 잘 어울리기도 해라. 너무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을 보고 짜증이 솟구쳤다. 

"여주야, 농구경기, 왜 응원 안 왔어?" 이온음료를 마시며 운동장 벤치로 온 재현이는 나를 보고 물었다. 뭐라고 말해야할까. 갔는데 너랑 예림이가 너무 잘 어울려서 짜증나서 와버렸어라고 할까 . 

"아... 어쩌다보니 못 갔어, 미안해......" "에이, 아쉽다아~" 뭐가? 라고 묻는 말에 재현이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 농구하는 거 보면 니가 반할 슈도 있잖아." 헐.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해버리면 난 어떻게 해야하지. 대답을 못하고 괜히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나한테 재현이는 왕자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학교 일찍 마치니까 영화볼래?" 

 

'재현이-여주야, 나 이제 버스탔어.' 오마이갓. 체육대회가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씻고 준비했는데도 왜 준비가 덜 된거야. 

"안 예뻐..." 사실 나갈 준비는 다 했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왠지 예림이란 아이보다 더 예쁘게 준비허고 싶었지만 약속에 늦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나가야만 한다. 

 

"여기 두장이시구요, 지금부터 입장가능하세요~" "감사합니다" 제일 가까운 시간을 예매했나보네. "지금 들어갈까?" "응!" 우리가 가야할 13관쪽으로 가려는데, "어? 쟤 우리반 민형이아니야?" 응? 재현이가 가르킨 곳에는 혼자 콜라와 영화 포스터를 들고 서 있는 이민형이 있었다. 이민형이랑 마주치기 전에 그냥 가자,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민형은 이미 우리쪽을 봐버렸다... 

"이민형 안녕!" "....안녕" 사람좋게 잉사하는 재현이와 망설이다 인사를 건넨 나를 번갈아쳐가보던 이민형은 "안녕."이라고 내뱉은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영화포스터로 시선을 돌렸다. 

약간 당황한 듯한 재현이에게 어서 가자고 재촉을 했고 이민형은 영화재미있게보라는 재현이에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민형은 왜 어딜가나 있는거야. 괜히 기분나쁘게. 

 

"재현아 우리 무슨 영화보는거야?" 영화선택을 전적으로 재현이에게 맡긴 나는 영화관 자리에 앉고 나서야 영화제목울 뮬어보았다 "아주 재미있는거.^^" "....?" 개구지게 웃는 재현이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불안함을 느꼈다. 

"....." 아무리 아무거나 보자고 했지만 공포영화를 볼 건 뭐야.... 나 이런 건 못 본단 말이야. "여주야, 나갈래?" 울상이 되어있는 나를 보고 재현이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재현이는 아냐 괜찮아, 라고 억지웃음을 짓는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더니 "안되겠다, 나가자."라며 내 손목을 잦고 나왔다. 

"미안해, 보기전에 공포영화 괜찮냐고 물어봤어야 하는건데." "... "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재현이의 손 때문에. 내가 너무 뚫어져라 내려다봤기 때문일까. "아...미안해"라며 얼른 손을 떼는 재현이를 보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더 잡고 있어도 되는데. "돈 아까워서 어떡해."라며 미안해하는 나에게 재현이는 "대신 버블티 사줘~"라며 애교아닌 애교를 부렸다. 

 

"학교 생활은 어때?" 

버스에서 내려서 집에 돌아가는 길. 그냥 계속 버스타고 집에 가라는 내 말을 거부하고 굳이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있는 재현이의 손에는 딸기스무디버블티가 들려있다. "뭐 나름 재미있어! 애들도 착한 거 같고!" "전에 학교가 더 좋아, 우리 학교가 더 좋아?" 아맞다, 여기로 전학오고나서 전에 학교 생각은 한번도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아직 전학 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됐으니까 전에 학교가 더 좋긴 한데.... 여기도 거기 못지 않게 되게 좋아!" "거짓말은 못하네."라며 낮게 웃는 재현이의 목소리가 참 좋다. "애들이랑은 사이 괜찮은거지?" 물론이지,라고 대답하는 순간 이민형이 스쳐지나갔다. 아니, 이민형이랑은 완전 최악이야. 하지만 그런 것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거의 다왔어,라고 얘기하려는 순간 재현이는 물었다. "학교도 좋다, 애들도 좋다, 그럼 난 어때?" 응, 되게 좋은 친구지, 라고 대답하는 나에기 재현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번 더 물었다. 

"남자친구로써, 난 어때?" 

"...." 갑작스러운 재현이의 고백에 당황한 나는 대답도 못한 채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 "미안, 내가 괜한 얘기 꺼낸 거 같다 신경쓰지말구 어서 들어가! 나 먼저 갈께!" 나를 보고 조금은 슬프게 웃으며 돌아서는 재현이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얼른 재현이의 옷깃을 잡았다. 

"좋을 거 같아." "...?" "남자친구로써도, 좋을 거 같다." 그 말을 할 때 가로등은 눈이 활처럼 휘어지는 재현이를 더 멋있게 비춰주었고, 바람도 딱 적당했던 것 같다. 

 

'재현이-여주야, 지금 너네 집 앞이야!" 아 ㅠㅠㅠ 내가 어쩌다가 재현이랑 사귀게 된 거지.ㅠㅠㅠ 미친 거 같다 내가 어쩌다가 재현이랑 사귀게 된 걸까. 제발 데릴러오지말라는 나의 부탁을 뿌리치고 재현이는 이제 우리집앞에 도착했다고 한다. 내려가서 재현이 얼굴 어떻게 보지 ㅠㅠㅠㅠ 앞으로의 학교생활은?ㅠㅜㅠㅠㅠ 아. 동영이 오빠는....? 아 ㅠㅠㅠㅠ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ㅠㅠㅠㅠ 

"김여주, 뭘 그렇게 꾸물거려~? 늦겠다 얼른 나가~ 너 자꾸 늦으면 동영이한테 아침에도 데릴러 오라고 한다~" "네네~ 지금 나가요! 다녀오겠습니다!" 

 

"안녕!" 문을 닫고 나오니 앞에는 재현이가 서있었다. "하하하... 재현아 안녕!" 어색허게 인사하는 나를 보더니 재현이는 늦겠다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그래서 너 데려다주고 나니까 11시가 넘은거야. 우리집 통금시간이 11시거든." 옆에서 쫑알쫑알 얘기하는 재현이는 이 주변 시선들이 안 느껴지는걸까! 나는 지금 몹시 불편하다구 ㅠㅠㅠ 전교생이 다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야. 모든 사람이 재현이 한번, 나 한번, 재현이가 잡고 있는 내 손 한번. 이렇게 쳐다본다. 으아, 너무 부담수럽다... 내일부터는 재현이랑 같이 못 오겠다. 아침에 먹은 토스트가 다 올라올 기분이야. 

 

드르륵- 

"야! 정재현! 김여주!! 너네 뭐야!" 이럴줄 알았어. 교실을 들어서자마자 수정이와 슬기는 우리한테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고, 덕분에 반아이들의 시선이 다 우리쪽으로 쏠렸다. 물론 이민형도. 

"조용히좀해..." 조용히 하라고 말하며 재현이와 내 자리로 가는 우리에게 수정이와 슬기는 어떻게 조용히 할 수 있겠냐며 소리쳤다. "그래서 너네 뭔데?" "무슨 사인데!"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지내는 이민형까지 뒤돌아서 우리를 쳐다보는 이 상황이 불편하다. "사귀는 사이." 나랑 잡은 손울 들어보이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재현이의 말은 수정이와 슬기 뿐 아니라 우리반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뭐? 언제뷰터!" "김여주 우리한테 그런 말 없었잖아!" "어제부터. 그리고 이제 아침자습시작하니까 자리 좀 돌아가지? 이제 알았잖아?" 재현이의 말에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슬기와 수정이는 나를 보고'김여주 넌 죽었어.'라고 입모양으러 말했다. 휴, 재현이랑 사귀게되서 기분이 좋은 것보다 이것저것 꼬인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는 건 왜일까. 내가 재현이를 좋아하긴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신경쓰인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신경쓴다, 그치?' 아침자습시간 수학문제가 안 풀려 끙끙대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재현이가 공책에 써 놓은 메모를 보았다. '그러네ㅠㅠ' '그래도 너랑 사귀는 건 안 달라지는데.' 약간은 부끄러울법한 저런 말을 쓰면서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재현이가 좋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여주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 "내말이 맞았지?" "그래그래, 다 맞으. 어젯밤에 사귀게된 거라 말할 겨를이 없었어. 아침에 학교에서 말해야겠다싶어서." 그래도 너무해, 라고 말하면서도 나름 흡족해하는 슬기와 수정이는 나와 재현이의 사이를 축하해주는 듯 했더. "이제 동영이오빠랑 나랑 사귀는 일만 남은 건가~?" "정수정, 그럴일없음." 또 투닥거리기 시작한다. 

"여주야, 밖에서 김동영오빠가 찾아...!" 

"헐! 김여주! 빨리 가봐. 동영이오빠!" 그래그래, 수정아. 나도 들었어. 뭔 말 할지 알 거 같아서 더 나가기 싫다.... 

 

"김여주, 너 뭐냐" 

복도에서 삐딱하게 기댄 채 나를 노려보는 동영이오빠는 개구쟁이같은 김동영이 아니었다. "아하하... 오빠 안녕...?" "뭐냐고." "뭐가...?" 어색하게 웃는 내 모습에 동영이오빠는 열려있는 뒷문으로 재현이를 보며 물었다. "내가 아침에 들은 거. 뭐냐고." "아하하...오빠 그게..." "진짜 같이 등교했어?" 아, 아침자습직전에 우리반에서만 얘기했으니까 우리 사귀는 건 아직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럼 최대한 나중에 얘기해야지. 김동영은 재현이를 싫어하니까. "아, 오늘 아침에 뭐 준비해야 할 거 있어서 같이 등교했지! 하하... 오빠 걱정하지마~" "진짜 내가 생각하는 거 아니지?" 김동영 미안, 나중에 다 얘기할께. 오빠가 싫은 건 절대 아니야 ...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당연하지, 라고 대답하자 동영이오빠는 그지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오늘도 수업 잘 듣고. 오늘은 집에 갈 때 같이 가자." 안도의 눈빛으로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가는 동영이오빠의 모습은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여주야,가자!" "응?" "밥먹으러가자~" 설마 급식실도 같이 가자는 건 아니지 재현아? "정재현 꺼져!!! 김여주 우리랑 점심 먹을거거든?" "아뭐라는거야, 여주는 당연히 남자친구랑 먹을거야. 그치, 여주야~?" "아 꼽사리 끼지 마라? 어? 김여주 우리랑 먹을거다!" "아, 그럼 넷이 같이 먹으면 되겠다!" "에? 너랑 우리랑? 완전 싫~어~." 

저기 얘들아... "얘들아... 나 점심 안 먹을건데." "뭐?" 셋 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똑같다. 귀여워라. "나 오늘 점심 안 먹을거야...하하하..." "왜?" "오늘 속이 안 좋아서 엎드려있고 싶어.... 하하..." 너네랑 같이 밥먹다가는 체할 거 같아서.... "그럼 우리끼리 먹는다?" 급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슬기와 수정이를 급식실로 보내고 계속 그냥 교실에 남아서 나랑 있겠다는 재현이도 겨우 급식실로 보냈다. 

"휴..." 뭐야, 이민형은 아직도 교실에 있었네. 아맞다, 목걸이... 어제 목걸이 사건부터 시작해서 엄청 많은 일이 있었네... 휴... 애들도 다 밥먹으러갔고, 난 뭐하지? 수학문제나 풀어야겠다.... 아니, 이 문제는 왜 이렇게 안 풀려!!!!!아!!!!짜!증!!!나!!!!!몇분째야!!!!!!!!!!!!!! "야" 아씨 깜짝이야. 고개를 들어보니... 이민형이다. 

"어?" 

"너 정재현이랑 사귀는 거, 진짜야?" "...." 뭐지, 왠지 맞다고 대답하고 싶지가 않다. 그런게 아니야,라고 변명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쳤다. 왜일까. 이 상황은 뭘까. "어제 영화보러가서 사귀는거?" 진짜 뭐라 대답해야하나... 왜 나는 맞다고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 "...그렇구나..." 아무대답을 하고 있지 못하는 나를 보더니 이민형은 그냥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뭐 할말있어?" 어제부터 갑자기 말을 걸지 않나, 오늘도 내가 재현이랑 사귀든 안 사귀든 상관도 없을텐데 먼저 말꺼내고. 

드르륵- 

"여주야!" "....아니." 내 물음에 이민형은 뭔가를 말할 듯 말 듯 하더니 교실로 돌아온 재현이를 보고나서는 아니라는 대답을 하고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걸까.  

"여주야! 민형이랑 뭔 얘기했어?" "아무얘기도 안했어...!" 정말이냐고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재현이가 귀여워서 픽하고 웃었다. "왜 웃어~" "그냥~" 이런 실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정재현, 밖에." 표정이 굳은 채 교실로 돌아온 수정이와 슬기가 딱딱한 목소리로 밖에 나가보라고 했다. 재현이가 나가는 뒷문으로 빼꼼 비친 사람은 어제봤던 예림이란 아이였다. 

"김여주!" "응?" "너, 쟤 알지" "응" 별 생각없이 안다고 대답하는 나에게 수정이는 표정을 더 딱딱하게 굳혔다. "그럼 쟤가 재현이 좋아하는 것도 알겠네?" 어쩐지, 어제 재현이를 보는 눈빛이 남다르다고 생각은 했었다. "김예림, 완전 유명해. 중학교 때 정재현이 멀리 있는 중학교 다녔는데, 그 때 같은 중학교 다녔었고, 중학생 때 부터 정재현 좋아하는 애로 유명했대. 고등학교 같은 학교로 올려고 아빠 졸라서 이쪽으로 이사왔고. 정재현이라고하면 껌뻑 죽는애래. 중학교때도 정재현 좋아하는 애는 다 찾아가서 뭐라했고. 정재현이 딱 두번 여자친구 사겼었는데 첫번째 여자사겼을때는 직접 찾아가서 다 방해하고 헤어지게 만들었대. 두번째 여자친구사겼을때는 맨날 울고, 그 좋아하던 정재현도 안 만났다잖아. 뭐 걔네 사이에서도 나름의 일이 있었겠지만." "그랬구나..." "뭐가 그랬구나야!!! 김예림이 방해안했던 두번째 여자친구는 걔보다 두살많고 엄청 예쁜 언니였으니까 그랬다고 쳐도, 넌 쟤한테 한살밖에 안 많고 쟤보다 못생겼잖아. 어떻게 방해할지몰라!" 별 신경안쓰이는데?라는 내 대답에 정수정은 등짝을 때리면서 복도에 나가서 뭔 얘기하는지나 보고 오라고 했다. 꼭 굳이 그렇게 해야하나, 싶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복도를 나가봤지만 재현이와 예림이란 아이는 복도에 없었다. 

 

"반장! 반장 없나?" 

재현이는 선생님이 들어오실때까지 들어오지않았다. 뭐하고 있는거야.  

"늦어서 죄송합니다!!!" 헐레벌떡 뛰어온 재현이는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재현이의 교복이 젖어있었다. 예림이가 안겨서 울었구나... 뭐라도 얘기해주길 바랬지만 조금 피곤해보이는 재현이는 묵묵히 책을 꺼내서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재현이는 참 알 수 없는 아이다. 착해, 잘생겼어, 공부잘해, 운동잘해, 정말 믿기지 않도록 완벽한 아이같다. 과연 얘가 진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가 재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딱 거기까지다. 그러고보면 재현이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는 거 같다. 차라리 예림이란 아이가 더 많이 알고 있겠지. 물론 만난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4년을 넘게 본 아이보다 많이 알고 싶은 건 욕심이라는 걸 안다. 재현이는 왜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나한테 사귀자고 한 걸까. 

"전학생!!!전학생!!! 전학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딴 생각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볼펜으로 재현이가 쿡 찌르자 그제서야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고, 선생님이 나에게 뭔가를 시키셨다는 걸 알게됐다. "네?" "지금 수업하고 있는 곳 읽어보라고." "아.... Surround yourself with people..." 다행이다. 웃으며 볼펜으로 어디 읽어야할지 가르쳐준 재현이 덕분에 영어본문을 무사히 읽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었어?" "응? 아냐..!" "뭔데- 내 생각하고 있었어~???" "...응"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나한테 물어본 재현이는 너무나 진지한 표정을 한 내 대답에 약간 당황한 듯 했다. "뭐야~ 수업시간에는 집중을 해야지~" 응응,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재현이가 화장실을 갔다 온다며 나가자마자, 수정이는 재현이 자리에 앉았다. "야, 방금 내 친구가 카톡왔는데, 아까 점심시간에 김예림, 점심시간에 정재현한테 안겨서 엉엉 울었대. 정재현은 그냥 미안한 표정으로 계속 안아줬다는데?" 역시 그랬구나. "김여주!!!!!!" "응????" "너 정재현 좋아하는 거 맞긴맞아?!!!" "...응" "근데 왜이렇게 반응이 없어?" "....나는 재현이 잘 모르니까... 예림란 아이는 훨씬 많이 알고 어쩌면 나보다 훨씬 재현이를 좋아할지도 모르니까, 재현이가 그럴수도 있겠지... 갑자기 내가 불쑥 튀어나와서 재현이여자친구가 되어버리니까 예림이란 아이는 속상하겠지... 나도 이렇게 얼떨떨한데......" 킁. 코끝이 왜이렇게 찡하냐. 눈물이 나는건 아닌데. 뭐지, 정수정이 왜이렇게 조용하지? "...헐. 언제부터 앉아있었어?" 옆을 쳐다봤을 때 재현이 자리에는 정수정이 아닌 재현이가 앉아있었다. "방금!" 해맑게 웃는 재현이는 정말 방금 온 것 같았고 내 얘기는 못 들은 듯 했다. 다행이다. 

 

"다들 오늘도 수고했다, 잘가라-" 

"감사합니다-" 

혹시나 재현이가 집에 같이 가자고 할까봐 일부러 느릿느릿 책을 챙겼다. "오늘은 집에 가서... 이것도 하고...." "여주야!!" "응!! 재현아 먼저가! 나는 책 챙기고 나가야 될 거 같아! 잘가!" "여주야! 집에 같이 가자!" "응??" "빨리 가자아~" 일부러 책 느리게 챙기고 있는데.... "재현아 오늘은 같이 못가아..." "왜?" "나랑 가야되니까. 김여주 빨리 챙겨. 가자." 헐. 김동영이 우리 교실에 들어올 줄이야. 가방을 챙기는 내 손이 빨라졌다. "그리고 김여주가 왜 너랑 같이 가야되는데?" "...." "끝끝!!! 다 챙겼다!!! 오빠 가자!!!! 재현아 우리먼저갈께!!!! 내일봐 안녕!!!!"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둘이 만나는 걸 피해야겠다는 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휴...." "너 뭔데" "응?" "너 뭔데, 저 새끼가 같이 가자고 하는건데" 동영이오빠 손을 잡고 일층까지 후다닥 내려오자 오빠는 그제서야 정색을 하고 물었다. "아....오빠....~" "거짓말 할 생각 하지말고 똑바로 얘기해." 이렇게까지 됐는데 또 거짓말했다가 나중에 들키면 나 진짜 죽겠지. 그냥 얘기해야겠다... "남자친구....." "뭐?" "남자친구야...." "언제부터" "어제밤...." "김여주.....너 진짜..." "근데 오빠 왜 싫어하는거야? 지금까지 한번도 내가 남자친구 사귀는 거 터치한 적 없었잖아... 이유라도 알아야 나도 사귀든 말든 하지... 오빠 개인적인 감정을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용기내어 소심한 말대꾸를 하자 동영이오빠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무섭게... "...가자." 화를 낼거라는 예상과 달리 동영이오빠는 나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땅으로 떨어트리며 가자고했다. 

 

집에 오는 내내 동영이오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오빠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고 내 시선을 느꼈는지 못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영이오빠는 내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나를 집앞에 데려다주고는 가버렸다. 오빠는 왜 이렇게 화를 내는걸까.  

오빠의 슬픈 모습을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동영이오빠는 어릴때부터 똑 부러지는 오빠였다. 자기 할일은 자기가 딱 하고, 어디가서 당당하게 말도 잘하고. 소위 말하는 엄친아 캐릭터였다. 외동아들인 동영이오빠는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자랐고, 오빠는 그 기대에 부응하며 살려고 했다. 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할 수 없다며 항상 밝고 당당한 표정으로 지냈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 힘든날에는 나를 찾아오곤 했다.  

엄마와 동영이오빠네 이모가 자주 만나는 덕분에 각각 외동아들, 외동딸인 우리는 어릴때부터 친남매처럼 지냈다. 우리는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얘기들은 서로한테 하곤 했다. 내가 동영이오빠한테 의지하듯 오빠 역시 자신에게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러울때나, 착한아이캐릭터를 집어던져버리고 싶을때면 나한테 와서 털어놨다.  

그런 오빠의 슬픈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건 일년전쯤이었다. 학원을 가려던 나는 갑작스러운 오빠의 SOS에 급하게 우리의 아지트로 나갔고, 거기서 오빠는 아주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이유를 말하지 않고 계속 서럽게 울어대던 오빠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했다. 하지만 그냥 내가 어떤 애랑 중학생스럽게, 유치하게 사귄 뒤 헤어질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오빠가 우는 걸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오빠가 그 여자친구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기댔는지. 그런 오빠에게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오빠는 다른 말없이 말없이 한참을 울다 나를 한번 꽉 안아주고는 가버렸다.  

그 다음날, 오빠는 나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전에 밝은 오빠의 모습을 보여줬고, 나는 전날의 일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도 오빠와 나는 한번도 그 일을 꺼낸 적이 없었고 오빠는 계속 나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동영이오빠에게서 그때 그 작고 슬픈 오빠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잘못한건가. 사과해야할까?  

 

띠링- 

[당근주스만 마시는 김동영-오늘은 미안했다. 생각해보니 너가 엄청 당황스러웠을 거 같네.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아냐 그냥 나중에 얘기하면되겠지! 나중에 오빠 괜찮을 때 얘기해줘. 나도 오늘 짜증내서 미안해! -전송] 

아맞다, 재현이는 어떻게 됐을까. 재현이 혼자 교실에 남겨졌을텐데. 또 까먹고 있었어...ㅠㅠㅠㅠㅠ 

[재현아 집에 잘 갔어? 연락늦게해서 미안해ㅠㅠ -전송] 

휴대폰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곰돌아 나는 왜 이렇게 미안한 사람이 많은 걸까? 전에 학교는 진짜 대책없이, 뇌없이 살았는데. 여기는 일주일만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 ㅠㅠ... 

 

 

"여보세요?" "여주야" "재현이야? 목소리 왜그래?" "집앞에, 나올래?" 

자기 전이라 추리해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잠긴 듯한 재현이 목소리를 듣고선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여주야...." 땅을 보고 있던 재현이는 내가 나가자마자 나를 보더니 나를 안았다. 아니, 나에게 안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우리 알게 된지 1주일도 안됐고, 사귄지 하루밖에 안됐는데,라고 거부할 수도 없이 재현이는 작은 아기새처럼 안겨있었다.  

"재현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안고 있던 재현이는 나에게서 떨어지며 말했다. "이제 됐다. 정재현 충전 끝!" 라고 외치며 재현이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고 황당하면서도 귀여운 재현이의 모습에 나는 그저 따라 웃고만 있었다. 재현이는 다시 나를 안더니 "김여주는 쌩얼도 예쁘네." 라고 작게 속삭였다. 아맞다, 나 쌩얼이였지. 휴, 망했다.....ㅎㅎㅎ.....  

 

"여주야! 나 이제 가야겠다. 지금 가도 통금 넘기겠다... 집가서 다 혼나고 연락할께! 들어가!"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재현이의 뒷모습이 어둠속으로 사라질때까지 보고나서야 집에 들어왔다. 피곤한 하루였다. 자야지! 잘자 다들! 재현이도, 동영이오빠도, 곰돌이 너도. 

 

여러분, 밍글이예요. 

기다리신 분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늦게 와서 죄송해요ㅠㅠ 

사실 제 글솜씨가 좋지 않아 계속 쓸까말까 고민도 했고, 사실 저번주도 그렇고 아까도 그렇고 컴으로 올리는데 제대로 안 올라가더라구요 ㅠㅠ 

근데 이번주도 밀리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서 폰으로 하나하나 다 쳤습니다 ㅠㅠㅠㅠ 

수시를 준비하는 저는 고3마지막 내신시험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3주정도 못 올 것 같습니다 ㅠㅠㅠㅠ 

그때까지 기다려주실꺼죠?ㅇㅅㅇ 

다들 엔시티하세요, 그럼 5화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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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ㅜㅜㅠㅜㅜㅜ와ㅜㅠ재현이랑 사귀다니ㅠㅠㅠㅠㅠ여주는 복받았네여ㅠㅠ작가님 감사합니닷ㅜㅠㅠㅠㅜ
7년 전
밍글밍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5화에서 뵐께요!
7년 전
독자2
꼬미입니당!!!!아.... 시험기간에 이렇게 글을 올리시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시험기간,,,ㅠㅠㅠㅠ 애블봐리 시험기간,,,,,,,,,ㅠㅠㅠㅠㅠㅠㅠㅠ떨레고 갑니다~!!!!
7년 전
밍글밍글
아항상제글읽어주시는꼬미님!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 ㅠㅠㅠㅠ 시험잘치세요!
7년 전
독자3
밐형이..민형이분량 늘려주세여... 밍형이가 꿀잼...민형...
7년 전
밍글밍글
ㅎㅎㅎㅎㅎㅎ이제 시작인데요!!!ㅎㅎㅎ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7년 전
독자4
아ㅠㅠㅠㅠㅠㅠㅠ넘 설레 재현이ㅠㅠ 작가님 시험 좋은 성적 있길 바라고 3주 뒤에 봐여 사랑해요❤❤
7년 전
밍글밍글
으아 독자님 ㅠㅠㅠ이렇게 하트를 날려주시다니...ㅎㅎㅎㅎㅎ 3주뒤에뵐께요!감사해요!!
7년 전
독자5
작가님 저와같은 수험생이시네요 ㅠㅠ 저희모두 화이팅합시다 ♥ 글에서 재현이가 여주는 생얼도 이쁘네 이러는데 제가 다 찔리는거 있죠....하하 작가님 글재밌어요 ♥♥
7년 전
밍글밍글
ㅎㅎㅎㅎ감사합니ㅏㄷ!!! 수험생기간화이팅하자구요!!!ㅎㅎㅎ 3주뒤에뵐께요!!
7년 전
독자6
꿀돼지입니다ㅜㅜ재현이랑 연애하면 어떤 기분일까요ㅠㅠ넘넘 부럽네요ㅠㅠㅠㅠ흑흑 작가님 2주 뒤에 뵈어요
7년 전
밍글밍글
독자님! ㅠㅠ 댓글을 이제 봤어요 ㅠㅠ 한주만 더 기다려주시면 다음주 주말에 오도록 노력할께요! 다음주는 애들데뷔도하고 ㅠㅠㅠㅠ 행복합니다! 다음주에 봐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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