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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e Want

Written by.흑지

 

 

 

*

 

 


헷갈리게 하는 것도 정도 것이지. 한두 번도 아니고, 세훈은 종인의 애매한 태도에 화가 났다. 결국 또 약에 손을 대고 말았다.
중독성이 거의 없는 대마가 아닌, 코카인에 손을 댔다. 그 중독성이란 일반 시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였다. 이미 창고에 있는 마약양도 대폭 줄여놓은 상태였다.
거래하는 사람도 한정적으로 몇 안 되게 바꾸고, 양도 줄이고. 물론 이건 이 일에서 점차 손을 떼겠다는 뜻이었다. 제 자신 역시 약에서 멀어지기 위함이었는데.
세훈은 덜컥 짜증이 났다. 백색가루를 코로 들이마시며 색색거리며 숨을 내셨다. 조금만 흡입했을 뿐인데도 꽤나 효과는 강력했다. 혈이 빨리 돌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허리가 꼿꼿이 세워졌다. 몸에 절로 아드레날린이 샘솟았다.

 

 

“오세훈, 너 또 약해?”

 

 

또 잔소리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어느새 제 방에 종인이 들어와서는 잔뜩 날이 선 눈으로 저를 째려보고 있었다.

 

 

“네가 알게 뭐야.”

“…애처럼 이럴래? 내가 너랑 싸웠어? 뭘 했어?”

“뭘 해보지도 못했으니까. 내가 이러는 거 아냐.”

“뭐?”

“그냥 차라리 너랑 친하게 지내지 말 걸.”

 

 

그냥 너한테 관심 다 끄고 예전처럼 내 멋대로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또 멋대로 안 되잖아. 외동으로 살았기 때문인 걸까.
그냥 갑자기 나타난 형제가, 형제가 아닌 동거하는 그런 의미쯤으로 해석이 된 건. 아니면 그냥 복잡한 이유 없이 단순히 좋아하는 걸까? 헷갈려, 나는 네가 좋은데.
너는 나를 매번 헷갈리게끔 하니까. 그게 짜증이 나고 네가 미워.

 

“나 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신경 안 써도 된다며.”

“근데 자꾸 네가 헷갈리게 하잖아.”

“가족이면 걱정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넌 나 진짜 가족으로 생각해? 형제? 단순히 그런 거야?”

 

 

종인이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어. 뒤늦게 나온 음성이 잘게 떨렸다. 반문하려는 듯 입술이 달싹였다.
그럼 내가 그 이상으로 뭐라고 널 생각해야 되는데? 난 너 형제라고 생각했어. 나이만 같지 특별한 거 없는 형제.
왠지 김종인의 말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찌릿찌릿 스파크가 일었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했다? 세훈은 저도 모르게 종인의 어깨를 밀쳤다. 쉽게 밀려난 몸이 방문에 닿았다.

 

 

“내 마음 안 받아주는 것도 솔직히 짜증나.”

“신경 쓰지 말랄 때는 언제고.”

“안 쓰려고 했는데….”

“….”

“자꾸만 내 머릿속에서 네가 떠올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문득, 자꾸만.”

 

 

노력해. 잊으려고. 나도 더 이상 너한테 필요이상으로 관심 쏟지 않을게. 그 말에 피가 역류하는 듯,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제어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강한 스파크가 일었다. 닥쳐. 제발, 닥쳐. 왜 그렇게 선을 그으려고만 해. 비참해지려고 했다.
뇌 속 깊이 들어온 약들이 바쁘게 혈액으로 침투했다. 흥분, 고조, 희열 모든 것들도 지금 김종인이 하는 말 앞에서는 모두 분노로 바뀌어져,
세훈을 더욱더 펄펄 뛰게 만들었다. 이성의 끈이라곤 저만치까지 날아간 상황이었다.

 

 

“나 제 정신 아니야. 김종인.”

“…알아.”

“자꾸 열 받게 하지 말고. 잘 들어.”

“….”

“이미 내 감정이 내 스스로가 생각해도 컨트롤이 안 될 만큼, 널 많이 좋아해.”

“…그만해.”

“왜 내 감정 표현하는 것조차도 못하게 하는데.”

“…무서우니까.”

 

 

나는 너를 잃는 것도. 다가올 미래도, 현실도 너무 두려워. 세훈아. 왜 너는 지금만 보고, 현재만 보고 나를 품으려고 하니. 종인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네가 무서워. 앞뒤재지 않고 지금 내게 몇 번이나 고백하는 너를 거절하는 이유는 이거야. 세훈아. 세훈이 폭발직전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세훈의 안색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붉어진 얼굴하며, 붉은 눈, 얕은 실핏줄이 터져, 눈 흰자마저도 붉었다.

 

 

“그래서 넌 내가 싫어?”

“…싫다곤 안했잖아.”

“그럼 좋아?”

“….”

 

 

좋지만, 그게 그런 의미는 아니….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입이 막혔다. 입술을 물어뜯듯, 세훈이 종인의 아랫입술을 제이로 잡아당겼다.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그만 말해. 그렇게 말을 이은 후, 멍 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종인의 입술을 다시 뜯었다.
윗입술을 축 잡아당기자, 종인이 그제야 당황한 듯 저를 밀어내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도화선은 네가 그었어.”

“…오세훈.”

 

 

정신 차려. 겨우 내뱉은 종인의 입술이 다시 세훈의 입술로 먹혀들어갔다. 제 입술로 종인의 입술을 감싸듯, 품었다가, 혀로 입술사이를 가르고 밀어붙였다. 급하게 들어온 혀에 종인이 당황해서 몇 번이나 밀어내려고 자신을 붙든 세훈의 팔뚝을 잡고 뒤로 밀었지만, 쉽게 밀려나지 않았다. 평소 때와 다른 악력이었다. 종인의 팔을 붙든 세훈의 손이 어느 때와는 다르게 사람의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괴물처럼 꽉 물고 있었다. 손톱이 길지 않은데도 이렇게나 팔뚝이 으스러질 것 같은 걸 보면. 종인은 결국 제 손을 허공으로 내려놓았다. 맞닿은 입술에서는 아무 맛도 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담배향이 났다.

 

 

“…하, …진정해. 제발.”

“진정? 그걸 할 수 있었다면 진즉에.”

 

 

진즉에 했겠지. 이토록 폭주하지는 않았겠지. 물론 약 때문이라지만, 그 약보다도 더 강하게 내 신경을 건들던 김종인 너 때문에.
 나는 결국 제어하지 못하고 미쳐버리고 말았다. 아직 갈아입지 않은 교복의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입을 맞추자, 동그랗게 눈을 뜬 김종인이 무어라고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 말조차 하지 못하게 혀를 뒤섞었다.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않는 시시한 붉은 덩어리들을 손수 돌려주면서 점점 입술을 귀로 맞닿았다.
귓불을 깨물자, 종인이 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들이 증폭이 되자, 걷잡을 수 없도록 미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세훈, 너는, 너는 제정신이 아니어도. 나는 제 정신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바지 버클을 끄르던 내게 김종인이 소리쳤다. 입술을 벅벅 닦으며 원망스러운 눈길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김종인은 울고 있었다. 언제부터 울었는지도 모르게 볼이 축축했다. 미안한데, 종인아. 한 번만 닥쳐주면 안될까.
어차피 사귀지 않을 거라면 갖지 못할 거라면. 한 번만, 한 번만 가져보면 안될까.

 

 

“돌았어? 너 약에서 깨면 후회 안 해?”

“….”

“나 다시는 너 안 볼까. 생각중이야. 이 집에서 나가버릴까 생각중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어차피 이 집에 끼어든 이방인은 나고. 넌 원래 주인이고.”

“….”

“사라져줄게.”

 

 

문고리를 돌려, 제 방을 빠져나가려는 종인의 손목을 세훈이 급하게 잡았다. 잘못했으니까. 진정해. 안 그럴게.
다시는 안 그런다고 약속해. 약속하라고! 종인이 성을 내자, 세훈이 제 옷을 추스르며 말했다. 미안해, 정말. 다시는 안 그럴게. 가지마.

 

 

“…너 정말 어쩌려고.”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애처럼만 굴어? 너를 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너랑 더 사이가 깊어지는 건 두려워. 우리가 매일 같이 얼굴보고, 형 호칭 안 쓰고 착각하나 본데, 네가 누구고, 내가 누구야? 너는 이 집에 첫째아들이고, 나는 둘째아들이지만 엄연히 나이로 따지면 내가 형이야. 형이라고 부르는 건 애초에 기대도 안했어.
그래도 이건 아니지. 네가 좋다고 네 멋대로… 정말 실망이다. 오세훈.

 

 

“어색한 건 죽어도 싫은데, 어떡하지?”

“예전처럼 날 대하던가.”

“그것도 불가능한데 어떡하지….”

“아니면 내가 널 받아주던가….”

 

 

결국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려내고 나서야, 세훈의 눈을 똑똑히 마주볼 수 있었다. 평상시와도 비슷한, 한 없이 흰 그의 얼굴을.
받아줄까? 받아주면. 그만 할래? 약도 끊고. 담배도 줄이고. 맨 정신에 입도 맞추고. 그럴래? 받아줄까?

 

 

“…지금 누구 놀려? 받아주겠다고? 그냥 하는 말이면….”

“그냥 하는 말 아니야.”

“…그럼.”

“세훈아, 좋아해.”

 

 

나도 널. 감추고 있던 속마음을 말하자, 무언가 답답했던 속이 시원하게 뻥 뚫렸다.
또 다시 그런 감정으로 안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를 끌어당긴 세훈의 품에서 시간이 멈춘 듯, 눈만 끔벅였다.

 

 

“도망치지 않을게. 나 역시 널 좋아해.”

 

 

미안해.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가 꿈결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는데도 불안함에, 걱정에, 종인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은 이렇게 되고 말았다. 모든 걸 놓고 사랑을 택하는 건 자신이 없었다. 이 마음을 받아주면서부터 모든 건 사랑 뒤로 밀리고 말았다.
가슴 벅차도록 울리는 심장박동을 마주한 채, 뒤늦게 손을 올려, 세훈의 등을 감싸 안았다. 벌써 두 번째, 포옹이었다.

 

*

 

 

오랜만에 온 학교였다. 경수는 급하게 앞자리를 살폈다. 박찬열이 없다. 김종인은 있다.
왜 없지?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제 앞에 갑자기 나타난 세훈을 보고 깜짝 놀라, 딸꾹질을 해댔다. 왜 놀라고 그래? 묻는 세훈의 목소리에는 정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우리가 계약관계에 얽힌 친구였구나.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딸꾹질을 계속 하면서 그의 말을 들었다.

 

 

“…넌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미안.”

“한 두 번도 아니고 대체.”

“…끅, 조심할게.”

“그 말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귀찮아졌어. 힘들어졌어. 세훈이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너 우리 무리에서 뺄 거야. 다른 애랑 다녀. 친구가 없지? 없으면 만들어줄게.
박찬열이랑 다닐래? 박찬열도 빼버릴 거니까. 아니면 김준면? 조소를 흘리며 세훈이 물었다. 순간, 그가 정말 악마로 보였다가도,
내 곁을 지나가며 앞에 앉은 종인을 대하는 태도에, 책상에 놓여 있던 손을 내려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 수업 잘 듣고.
어느 때 보다도 세훈은 선하게 웃으며 눈초리를 부드럽게 휘었다. 그리고, 김종인의 머리칼을 정리해주듯 쓰다듬었다.
경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정신없이 눈을 돌렸다. 김준면은 2분단 중앙이었고, 또 누가 있지? 혼자 다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나를 찾아왔던 내 과거와 눈이 마주쳤다. 내 과거는 티 없이 깨끗하고 슬픈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안녕, 내 과거.’

 

 

경수는 다시 등을 돌려버렸다. 과거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가장 행복했던 내 과거, 그리고 현재, 그 사이에 끼어버린 더러운 과거들,
그 전에 가장 행복했던 과거를 꼽으라면 아마, 내 과거라고 칭하는 그 아이와 함께 했던 때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이미 톱니바퀴는 잔뜩 녹이 슬고, 더러운 잿더미를 묻히고 있었다. 더 이상 바퀴가 굴러가지 않았다.
나는 변백현에게 갈 수 없다. 가고 싶어서 안간 힘을 써 봐도. 내 마음이 그걸 막았다.
안 돼.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어. 내 밑은 이미 더럽혀졌어.

 

학교에 다시 온 걸 후회했다. 차라리 그냥 병원에서 갇혀있을 걸. 내 과거는 날 집요하게 쫓았다.
마치 다시 올 걸 기다리고 있다는 듯,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듯.

 

 

“왜 밥 혼자 먹어.”

“….”

“나한테는 이제 말 안하기로 한 거야?”

“…가, 남 이사 혼자 먹든 말든.”

 

 

나도 먹을 사람 없는데, 같이 먹을래? 묻는 그가 내 건너편에 앉았을 때, 나는 밥을 모두 버리고 굶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거짓말,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백현은 성격이 모난데 없이 둥글었다. 착하고 개구지고, 또 누구나 호감을 가질 법한 인상이었다. 그래서 인기가 많았다.
백현은 친구가 매우 많았다. 나 하나쯤은 우스웠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경수가, 나 밥 안 먹어. 식판을 들고 돌아서려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귀로 꽂혔다.

 

 

“세훈이가 널 부탁했어.”

 

 

다시 식판을 내려놓고 밥을 먹었다. 꾸역꾸역 밥을 씹는지, 아니면 그냥 삼켜버리는지도 모를 만큼, 천천히 먹어.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목에 무언가 걸린 듯 딸꾹질이 났다. 천천히 먹으랬잖아. 어쩐지 잔소리를 하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도 다정해서 눈물까지 맺힐 뻔했다. 경수는 손을 밑으로 내려, 제 바짓단을 움켜잡았다.
교실에 가서, 바로 약을 먹어야겠다. 심장의 떨림이 증폭되어, 꼭 돌연변이처럼 제 자신이 변할 거 같아 두려워졌다.
백현이 물을 떠왔고 이내 제게 밀었다. 물 마셔. 그의 손에 들린 컵은 한 개밖에 없었다.
밥 먹을 때 물먹으면 안 좋아. 그래서 그는 밥 먹을 때는 물을 먹지 않았다. 또 옛 기억이다. …제길! 변백현은 위험했다.
과거 그 자체였다. 떠오르는 것마다 온통 과거투성이었다. 물을 꿀꺽 삼키며 경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 다 먹고 가.”

“…속 안 좋아.”

“나랑 있는 거 불편해?”

“어, 불편해.”

“…그럼 나 하나쯤 없다고 생각해.”

 

 

내가 없어질게.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 어쩐지 백현의 말에 심장이 덜컥 멈추는 것만 같았다. 네가 왜 없어져? 없어지면 안 돼.
나는 내 과거를 부정하면서도 내 과거를 여전히 잊지 못했다. 백현아, 지금 네 존재가 싫지만 나는 여전히 널, 너를 좋아하고 있었나보다.
네가 막상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걸 보면.

 

“그런 생각 하지 마.”

“그럼 어떻게 해야, 내가 옆에 있을 수 있는데!”

“옆에도 있지 마.”

“….”

“너도 나 하나쯤 없다고 생각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의 눈이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널 보면 내가 미쳐버릴 거 같아. 백현아. 원래도 미쳐있지만, 너는 나를 더 미치게 만드는 과거의 매개체니까.
경수는 여기까지 생각했다가, 저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따지듯 대답했다. 너 병원 왔었다며? 내가 정신이 없어서 기억은 안 나지만. 나 네가 본대로 좀 미쳤어.
또라이야. 상종하지 마. 나 같은 거, 그냥 잊어.

 

백현은 잊으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경수를 더 이상 잡지 않았다. 다 알면서도 감수하려고 한 제 자신을 봐주지 않는 경수를 원망치 않았다. 그냥 아, 아직은 이르구나. 닫힌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겠구나. 그냥 작게 한 숨을 내쉬었을 뿐이다. 백현은 얼마 먹지 못한 밥을 모두 비워내고, 교실로 향했다. 4분단 맨 앞자리에 있는 김종인 자리, 옆 박찬열 자리. 벌써 며칠 째, 거의 일주일동안 비워져있는 자리였다. 그리고 김종인의 뒷자리가 바로 도경수의 자리였다. 김종인의 자리는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종이 울리기 직전까지 비워져있었다. 백현은 제 자리에서 포스트잇을 가져와, 종인의 자리에 앉았다. 포스트잇을 떼고, 비어있는 책상에 붙인 후 열심히 무어라고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적었을 때, 그 포스트잇을 떼어, 경수의 자리 책상위에 붙여두었다. 핸드폰 번호, 그리고 힘들 때 전화해. 그게 다였다.
경수의 눈망울이 조금 젖어있다. 약이 쓴지, 물 컵을 들고 인상을 찌푸리며 한참을 꿀꺽이며 물을 넘겨대었다.

 

 

“…너 뭐야, 제 자리로 돌아가.”

“전화해.”

“싫어.”

“얼굴보고 말하기 껄끄러우면 전화라도 해줘. 제발.”

 

 

진심어린 부탁이었다. 종이 쳤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이 쳤는데도 여전히 종인은 오지 않았다.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도, 4분단 첫 번째 줄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잘거리며 떠들던 박찬열도 없었다. 김종인은 분명 오세훈과 같이 있을 터였다. 요새 많이 친해진 거 같던데, 도경수를 챙겨주지 못할 만큼. 오세훈은 마음 쓸 곳이 명확하게 정해진 듯 했다. 그래서 짐짝도 아니고, 오세훈이 짐처럼 들고 있던 도경수를 건네받았다. 당사자는 원치 않는데, 나 역시도 도경수가 이렇게까지 나를 부정하는데 옆에 있고 싶지는 않았는데…. 경수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예전보다 더욱더. 모든 걸 알아버려서 그런가, 아니면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게 남아있을까? 그런 불안함 때문일까?

 

 

“김종인 자리 왜 비어있어?”

“아! 오세훈, 면학부 면담이요.”

“아 진짜? 오세훈이랑 상담중이구나. 옆자리도 비어있어서. 짝꿍이랑 땡땡이라도 친 줄 알았네.”

“에이, 걘 정학이잖아요.”

 

 

박찬열, 정학. 저번 주 목요일부터 계속 그랬다. 백현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박찬열은 정학 당할 짓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오세훈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을 뿐이다.
 그래서 도경수 학교 안 나와? 나 때문에? 내가 그런 거야? 무슨 일인데! 흥분한 찬열의 을 두세 번 억세게 뺨을 내리치던 세훈이 말했다. 도경수 건드리지 마.
너도 배에 칼 좀 찔려봐야 정신 차릴래? 입안이 터져 입술 옆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무슨 말이야? 되물으려던 찬열이 다시 복부를 가격하며 린치를 가하는 세훈에 컥- 짧게 기침해 피를 토해냈다. 도경수 제 정신 아니야. 제 정신인척 살고 있지만, 사람을 칼로 찌른 적이 있어. 아마 화나면 너도 찌를 걸? 걔 무서워. 그러니까 제발 관심가지지 말고 도경수한테서 손 떼. 나도 뗄 거니까. 왜, 난 경수와 친구였어. 미련을 못 버리고 말을 내뱉은 찬열을 발로 짓이겨냈을 때,
그 때가 돼서야 나는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그들에게로 뛰어들었다.

 

 

‘그만해.’

‘…너 어디 있었어.’

‘다 들었어.’

‘지금 네가 들은 게 문제가 아니라. 놔 봐.’

‘박찬열, 죽어. 그만 때려.’

 

 

본의 아니게 그들에게로 뛰어든 그 순간부터 나는 맞고 있던 박찬열을 구했고, 오세훈에게 짐이었던 도경수를 건네받았다. 도경수가 어떻게 짐이 될 수 있어?
그렇게 스스로에게 반문하듯 되물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타인이 감당하기엔 도경수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었다. 언제 튀어버릴지 모를 작은 공.
하지만 나는 그 공을 놓치기 싫어서, 땅에 튀기지 않았다. 손에 땀이 배기고 배어, 습기가 가득차고 손에 힘을 준 것도 무감각해질 만큼 오랜 시간을 쥐고 있었다.
그 공이, 내 손에 숨이 막혀 울부짖고 있을 때마저도 나는 도경수를 놓지 못했다.

 

박찬열은 피해자였다. 가해자는 오세훈이었지만, 가해자인 오세훈의 언질에 그는 그러겠다고 대답했고 학교에서 박찬열은 정학처분을 받았다.
명문고인 국제사립고의 명색에 맞지 않았지만 오세훈의 힘이면 충분히 이사장을 누를 수 있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정학이라고 했다.
박찬열이 처음으로 조금 불쌍하게 느껴졌다. 백현과 경수만큼 오래된 친구사이. 경수와 나. 우리 둘의 사이에서 천천히 떨어져나갔던 박찬열.
그의 눈은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누구도 놓치기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그보다 좀 더 큰 건, 도경수였겠지.
머릿속이 어지럽혀졌다. 나만 가지도록 허락해주었던 그들인데, 박찬열도 오세훈도.

 

왜 정작 도경수는 나를 보지 않을까? 우리들의 행복했던 기억마저도 정말 모두 잊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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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10편이 왔어요. 하루 연재는 정말. 좋으네요.
제 글을 제가 볼 수 있는 것도 좋아요.ㅠㅠㅠ 엉엉..ㅠㅠ

10편은 어둡지만, 세종이 드디어 사구리네요. 이제야. 10편이 되서야 사구리네요..(감격)
(((박찬열))) .. 이리와열.. 본의아니게 제일 불쌍하게 되었ㅜㅜ

제가.. 매번.. 장편내면. 다음작품쓰기 급급하고 바쁘다고. 미루고 밀뤘지만..
이번엔 WWW하나만 잡고 가는 만큼. 진득하게 잡고 쓰니까..좀 집중도 잘 되고 자신이 생겼어요.

빠른 시일내에 완결내고 더 멋진 세종픽으로 돌아올게요.

암호닉끌어올게여

72%님 파레라님 잉여님 리마님
aa님 백백님 정모카님 모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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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72%에요!아정말볼수록찬열이만불쌍해져가는..☆★..빨리제가데려갈수있게해주세여현기증나솔직히말하면종인이가좀ㅋㅋㅋ미웠는데..좋아한다는애한테너무심하게한다는생각이들었거든여..이번편앞부분특히..근데결국사귀네요..축하해..백도는..어떻게될까요..경수백현이둘다불쌍한..ㅠㅠㅠㅠㅠ빠른시일..완결..안돼..☆★..
10년 전
비얀코
72%님 ... 찬열이 어떻게여.. 제가 나중에 잘 풀어낼 거긴 하지만.. 지금 현재로썬 ..너무 안타까워여..ㅠㅠㅠ 김종인 마음도 이해가 가요.ㅠㅠ 어제 였나? 청춘에게 고함이라는 작품을 읽고 잤는데. 제가 생각하던 종인이 캐릭터랑 딱 들어맞아서.. 놀랬어요. 원래 이렇게 쓸 예정이였지만.. 세종사구리..☆★ 배틀호모. 결국 사귀네여!! 백도 으뜩해여.. 저 이거 완결내고 쓰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는 게 있어서.. 허허..
10년 전
독자2
호호로 암호닉 신청가능 할까요??ㅠㅠㅠ이런 금가튼 세종픽이라니!!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비얀코
호호님 안녕하세요!!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봐주셔서 감사하그여 ㅠㅠㅠ!
10년 전
독자3
ㅠㅠㅇ불썽한찬열이..맞고정학먹고ㅜㅜㅠ경수랑백현이잘됐으면좋갯내여ㅜㅜㅜ아련아련하다...ㅠㅠㅠ
10년 전
독자4
저번화에 암호닉 신청한 슈슈입니다ㅎㅎ 찬열이는 어느 하나든 잡으려 애쓰는데 위험한 도전을 원치않는 세훈이가 모든 걸 배제하네요ㅠ 안타까운 마음만 들고… 세훈이가 이럴수록 주변에서 하나둘씩 무리에서 멀어지는 느낌은 저만 드는 걸까요?ㅠㅠ 하지만 위험한 정도가 심함을 알기때문에 막는걸보면 세훈이도 착잡한심정인걸 알겠어요ㅠ 백현이는 아예 무리(세훈이가 시킨)를 통해 처음부터 시작해보려는거군요ㅠㅠ 빨리해결되었으면 하네요~ 이번 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엎치락뒤치락하다 끝내 꽁꽁 싸매왔던 마음을 털어내는 종인이… 사귀는 세종인게 맞…겠죠?ㅎㅎ 이제 세종의 달달한 분위기를 기대해보면서!! 비얀코님 흥미진진한 글 잘보구가요~^^*
10년 전
백흑지변
슈슈님.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해요.ㅠㅠ 감동감동..ㅠㅠ 열심히 써볼게요.. 감사합니다!^-^하트
10년 전
독자4
잉여에요! 차녈이는 정학을 묵었네요..경수 곁에 차녈이가 없으니까 백도가 본격적으로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세종 드디어 사구리네요 제 속이 다 시원한ㅠㅠㅠㅠ잘보고가요하트! ♥닥비찬♡
10년 전
독자5
제가 누굴까요 그래요 리마입니다. ㅋㅋㅋ 드디어 사구려요 예ㅜㅜㅜㅜㅜㅜㅜ헐러루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6
요ㅙ 난 찬열이랑 경수랑 백현이가 불쌍해보이지..?왜지..오세훈이 나쁜놈같아 보여..ㄷ..삥!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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