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Sloth)
w. 열세번째달
"피디님, 일하셔야죠."
나는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벌써, 시간은 아침 9시. 그가 분명히 일어나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가 깨우는 손길에도 전혀 미동도 없이 오히려 죽은 것처럼 침대에서 일어나질 않는다.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시간을 정해놓곤 막상 그 시간이 되면 미뤄버리는 사람이었다. 민윤기는.
"민윤기, 일어나라고."
"야, 누가 반말하래?"
"그러게, 일어나셨어야죠."
나보다 어린 게. 말이 많아.
그는 툴툴거리며 이불을 꽁꽁 싸매곤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날 두 눈을 껌뻑거리며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심히 부담스러웠고 나는 그 눈빛을 피하기 위해 애써 딱히 정리할게 없는 것을 일부러 정리할 것을 만들어 정리하는 둥 굉장히 어색하게 이곳저곳 기웃거리고고 있는데 갑자기 훅하고 이끌리는 힘에 중심을 잡지 못한 내가 뒤로 넘어졌고 나는 어정쩡하게 침대에 앉았는데 민윤기가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뭐야, 놓으세요."
"너도 사실 일하기 싫잖아."
계속 이러고 있자.
민윤기는 나를 더욱 세게 안았고 나는 그렇게 멀뚱멀뚱 안겨있었다가 정신 차리고는 민윤기의 손을 떼어내며 일해야 한다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런 나를 민윤기가 째려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내가 싫냐며 물어온다. 애처럼 찡얼거리듯 말하는 그를 향해 ' 싫어하면 제가 여기에 있을까요? ' 라고 답변했더니 그는 어딘가 신이 난 아이처럼 환하게 입동굴을 보이며 웃었다. 그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참, 단순한 사람이었다.
"오늘 김남준 씨 오시기로 했다면서요."
"아, 그 새끼. 싸가지 없는게 맘에 안 들어. 지가 잘난 줄 알아."
"피디님도 피디님이 잘난 줄 알잖아요."
"나는 원래 잘났고."
허, 하는 코웃음을 치자 드디어 그가 일하려는 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기지개를 펴며 그는 옆방의 작업실로 향했고 나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그를 쫄래쫄래 쫓아갔다. 그는 음악 장비의 전원을 키고 미리 만들어놨던 파일을 재생하고 ' 브릿지 없애고 훅을 좀 더 강하게 하면 되겠다. '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 바라봤다.
"네? 왜 절 바라보세요?"
"네가 하라고."
"피디님 일 안 하세요?"
"난 다른 의뢰받은 일이 있어서."
거짓말. 민윤기는 일을 하나 의뢰받으면 다른 일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해도 일체 거절하고 의뢰받은 일에 몰두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근데 그런 사람이 일을 받았다고? 거짓말도 정도껏 쳐야지. 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나는 또 그에게 져주고 자리를 바꿔앉아 음악을 다시 손본다. 사실상 음악의 80%는 민윤기가 끝내고 내가 다른 사람과 조율하며 마무리하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분업이 되었지만 오늘따라 거짓말하고 빠져나가는 그가 괘씸했다. 작업을 하다가 이렇게 일한 지 벌써 1년이 돼간다는 생각을 하자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시간들에 피식거리면서 작업을 하다가 오늘 만나서 조율하기로 했던 남준 씨가 와서 같이 음악을 조율하고 우리 둘 다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일을 마무리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작품 만들어진 것 같아요."
"아뇨, 남준 씨가 정확하게 짚어내주신 덕에 일이 빠르게 처리되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아, 벌써 시간이.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네, 조심해서 가세요."
그렇게 남준 씨가 돌아가고 시곗바늘은 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밥도 못 먹고 일을 했네. 점심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야 느껴지는 배고픔에 뭘 먹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침실 쪽에서 민윤기가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어쭈, 어디 가려고 옷도 갈아입고.
"민윤기 씨 어디 가세요."
"밥 먹으러."
뭐야, 나는 밥도 못 먹고 일했는데.
속으로 투덜투덜 욕하고 있었는데 작업실 문으로 다가가던 민윤기가 뒤를 돌면서 왜 안 나오냐며 묻는다. 내가 어리둥절하게 ' 네? ' 라 하자 그는 ' 왜 안 나오냐고, 가자 밥 먹으러. ' 라고 모자를 다시 고쳐 쓰며 말한다. 그에게는 흰색 캡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 약속있는거 아니셨어요? ' 되묻자 그는 ' 나 약속 없는데? 빨리 나와. 점심시간 끝나간다. ' 밥 먹으러 간다는 기쁨에 나는 급한 대로 화장을 수정했는데 민윤기는 작업실 문에서 등을 대고 기다리다가 나에게 와서는 예쁜데 뭘 자꾸 덧발라. 라고 설렐 듯한 말을 하지만 난 이게 빨리 나가자는 표시임을 알곤 ' 사람 구실은 하고 가야죠. ' 라고 답하곤 가방 정리를 마친 뒤에서야 우리는 작업실에서 나갈 수 있었다.
"초밥 괜찮지?"
"당연히 괜찮죠."
우리는 서로 음식 취향이 맞았던 지라 별문제 없이 점심 메뉴를 정했고 가게까지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주문한 초밥세트가 나왔고 배고팠던 나는 내 앞에 앉아있는 민윤기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초밥 먹기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연어초밥이 하나 남았길래 피디님 드세요. 라며 초밥을 잡아 그의 입 쪽으로 갖다 댔더니 그는 받아먹고는 맛있네. 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 정도 포만감이 들 때쯤 나는 왜 이렇게 사람이 능력은 좋은데 가끔 나태한가가 제일 궁금해 입에서 우물거리던 초밥을 넘기고는 피디님. 이라고 부르니 장국을 마시던 그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피디님은 왜 능력은 좋은데 일을 잘 안 하세요?"
"뭐, 글쎄."
"그거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딱히? 그냥, 잘 됐지. 뭐, 이렇게 예쁜 너랑도 만나고."
"민윤기 씨, 그런 거짓말 작작하세요."
"거짓말 아닌데."
그가 코를 찡그리더니 다시 장국을 마신다. 나는 이게 뭔가 하는 마음과 함께 다시 식사를 시작했고 서로 배고픔을 확인하고 초밥집을 나왔다. 이제 작업실로 돌아가야겠지. 라는 생각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틀었더니 민윤기는 왼쪽 방향으로 틀어버린다. ' 피디님 어디가세요?! ' 소리치자 그는 느긋한 목소리로 ' 빨리와. ' 라면서 작업실로 돌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더 멀어졌다. 나는 급하게 민윤기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고 ' 이따 6시에 지민 씨 온다면서요! ' 갑자기 생각난 예정에 소리치자 민윤기는 ' 그게 왜? ' 라고 오히려 내가 잘못되었다는 듯 말하길래 내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지금 3신데 지, 지민 씨 6시에 오신다면서요!"
"지금 몇 신데?"
"3시요. 가셔서 음악 확인하고,"
"3시면 충분하네. 그리고 음악은 네가 디렉팅 맡았잖아. 괜찮아."
"아니, 제가 괜찮지 못해요! 지금 근무시간이잖아요!"
"일은 원래 쉬엄쉬엄 하랬어."
"피디님은 하루 종일 쉬잖아요!"
"그냥 모른척하고 따라와 주라."
"아니, 어디 가는데요?"
"데이트, 그리고 피디님이 아니라 민윤기 씨."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민윤기는 내 손을 잡더니 이끌었다. ' 3시간이면 충분히 놀고도 남지. ' 귓가에 신이 난 듯한 그의 낮은 음성이 맴돈다.
13th Month |
(일단 대구리를 박는다) 일주일간 두부를 먹으며 제 자신을 뉘우쳤습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오랜만에 글쓰는거라 글이 잘 써지지도 않고.. 한 번 글 날려먹고 다시 쓰려니 죽겠고... 여러분, 이 글은 2번 날려먹고나서야 완성된 작품입니다. (한숨) 아, 그리고 암호닉에 대해서 말씀 드리자면 제가 재신청 말씀드렸자나여... 근데... 마음이 약해진... 열세달은... 1차, 재신청 구분짓지 않기로 했습니다. 1차때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은 그대로 암호닉 진행되구요 재신청 하신분들은 암호닉 신청된 것이니 나중에 텍파 공지에 신청해주시면 돼여:D 이 무능한 작가를 욕하시옵서서... 하지만 이 이후로 올라오는 신청글은 일체 받지 않겠습니다. 다들 오래 기다리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