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
"뻔뻔한 건 여전하네,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막 들어오고."
"도어락 비밀번호, 바꾸지도 않았으면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좋아하는 슈크림빵을 가득 사 집에 돌아오니 내 신발 외 낯선이의 신발 한 켤레가 놓여져 있었다.
설마 하며 고개를 드니 뻔뻔한 낯짝으로 쇼파에 앉아 마치 평소에 매일 본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권지용이 앉아있었다.
그가 떠난 뒤에도 바꾸지 않았던 도어락 비밀번호, 권지용의 생일과 내 생일을 합쳐놓은 비밀번호 였는데
바꿔야지 하면서 귀찮은 마음에 미루고 미뤘던 게 결국 이 지경 까지 와버리다니 휴… 권지용 몰래 탄식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변한 게 하나도 없네."
"넌 많이 변했네."
"응, 나 잘나가잖아. tv에서 자주 보지? 그냥 한국 왔는데 네 생각 나서 와봤어."
"차라리 그냥 한국에 오지 말지 그랬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잔인한 말 내뱉는 것 조차 변하지 않았네."
오랫만에 만난 얼굴이 결코 반갑지 않았다.
권지용의 여자 문제로 실컷 싸우고 난 다음날 유학 간다는 짧은 문자만 남겨 놓고 파리로 훌쩍 떠나버린 권지용은
만나지 못 했던 그 몇 년 사이에 유명하고 세계적인 쥬얼리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런 비싼 몸을 이끌고 누추한 집 까지 와줬으니 대접은 해야할 것 같아서 발걸음을 옮겨 부엌 한 켠에 놓여져 잘 사용하지 않던
커피 메이커를 꺼내 커피를 내리곤 잔에 담아 권지용의 앞에 쿵 소리 나게 놓자 권지용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그냥 내쫓을 줄 알았는데, 커피까지?"
"안 좋은 대접 받을 줄 알면서 굳이 찾아와야 했어?"
"응. 보고싶었으니까."
"헛소리 하지말고 마시고 가."
"나 주위 여자들 다 정리했어."
"……."
"굳이 너 때문에가 아니라 워낙 바쁘다 보니 여자 만날 시간도 없더라구."
커피를 홀짝이며 조근조근 말 하는 권지용의 시선은 여전히 나에게 닿아 있었다.
차마 시선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아 딴 곳을 보며 서 있으니 권지용이 푸흐 하고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날 미워하면서, 영원히 기억해 주길 바랬어."
"…변태야?"
"어, 그럴지도? 그래도 오랫만에 얼굴 보니까 좋네."
"별로."
"너야 매일 tv, 컴퓨터 틀면 보이는 게 내 얼굴이니까."
"네 자랑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왔어?"
"아닌데."
"대체, 날 찾아 온 이유가 뭐야. 놀리려고 왔어? 예전에 놀았던 여자가 어떻게 망가져있나 구경하러 왔어?"
아무렇지도 않게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권지용의 얼굴을 보다 울컥 하고 화가 치밀었다.
아무렇지 않게 여자들을 집에 들여 내가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하고, 몸을 부딪힌 후에 마치 자기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렸다.
네가 나한테 무신경해서 다른 여자랑 잤어, 네가 질리게 행동해서 다른 여자 좀 만나봤어, 너 하나로 부족했어.
그렇게 끝 까지 날 잔인하게 난도질 하고 훌쩍 말 없이 떠난 주제에 이렇게 몇 년 만에 내가 보고싶다고 집까지 찾아 온 권지용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악에 받쳐 눈물까지 차올라서 소리를 지르는 날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눈만 꿈뻑이는 권지용이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제 입술을 맞대왔다.
부드럽게 입술을 맞대어 고개를 틀다 갑자기 확 하고 날 벽 쪽으로 밀어 붙이곤 억지로 입을 벌려 뱀처럼 제 혀를 내 입 속으로 구겨 넣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읍…."
벗어나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틀어도 권지용은 내 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결국 힘이 풀려 그대로 권지용이 리드하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부드럽게 치열을 훑다가도 어느 때 보다 거칠게 입 안을 헤집다가… 권지용의 난폭한 키스 속에 그리움이 잔뜩 묻어나 있는 것 같아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내가 때리고 고개를 틀어도 꿈쩍 않던 권지용이 갑자기 정지버튼을 누른 것 처럼 제 행동을 멈췄다.
"그토록 내가 싫고, 날 저주해 ?"
"……."
"ㅇㅇㅇ, 진짜 그래?"
"……."
끅,끅.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대답을 하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은 많이 그리웠다고, 귀찮음을 핑계로 바꾸지 않았던 비밀번호도 언젠가 네가 다시 올 것 같아서 바꾸지 못 했다고.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처음 보는 권지용의 표정에 더 울음이 터져나왔다.
잔뜩 상처 받은 눈으로 날 쳐다보던 권지용은 쇼파로 발걸음을 옮겨 쇼파 위에 놓여있던 작은 쇼핑백을 내 손에 쥐어줬다.
"네 거야."
"……."
"첫 작품이고,"
"……."
"네가 그리워서 만들었어. 첫 작품은 네게 선물주고 싶었어."
"…끅, 으윽."
"사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갈게, 잘 있어."
권지용이 가볍게 내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가 뗐다.
그 온기가 남아있기도 전에 권지용은 뒷 모습을 보이며 또 내 곁에서 떠났다.
쾅 하고 현관문이 힘 없이 닫혔다.
권지용을 영영 못 볼 것 같았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 * *
한 번 쯤 써보고 싶었던 소재임.... 그냥 쓰지 말아야 할 것을 써버렸음...T-T
나쁜(사실은 나의 무신경함?에 질린) 그리고 잘나가는 쥬얼리 디자이너 지디와 지디를 못 잊고 살았던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선물은.. 뭔지 나도 모름.. 반지나 목걸이 브러치 중에 하나겠져 뭐
아 제목은 추억에 잡힌??? 이런거라네여ㅇㅇ 친구 대화명이길래 뽀☆려☆왔☆음☆
이런 망상은 또 어디에서 찾아보기도 힘들 듯^^;;;;;;;;;;;;;;;; 이제 내 머리속에서도...
흑ㅎ긓긓그흐긓ㄱ흐 사실 소재가 떨어졌어요!!!!!!!!!!!!!!!!!!!! 집착 쓰고싶다 집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