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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나는 시간을 확인한 후에 크리스에게서 선물받은 향수를 꺼내 뿌렸다. 평소에는 향수를 잘 애용하진 않지만, 크리스를 만날때는 꼭 나도 익숙하지 않은 향으로 범벅을 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날보다 유독 더 많이 신경을 썼다. 왠지 오늘 그와 반드시 새벽을 함께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은 매혹적인 그 향을 양쪽 손목과 귀 뒤에 뿌리며 내 온 몸에 베이길 바랐다. 그는 내 살에 코를 박고 향을 맡는걸 좋아했다. 크리스가 가만히 웃으면서 나의 향을 맡으면, 그것만으로도 그저 나라는 사람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나쁜 모습이던지, 좋은 모습이던지. 그래서 나는 그를 더욱 끌어안곤 했다. 나는 또 다시 그를 안고 놔주지 않을테고, 그는 내 향에 취할 것이다. 아마 오늘도 그러겠지. 
그 모든건 요즘 며칠새 어떤 다른 사람을 만나 조금은 감정의 변화가 있는 나를 그는 여전히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에였다. 그래야, 이기적인 내 마음이 억지로나마 편할 것 같았으니까.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했다.  


 

오세훈. 너는 어떤 향수를 쓸까. 좋아하는 브랜드는 있을까. 아니, 네가 향수라는걸 뿌리긴 할까. 
그의 곁을 가끔 지나치다 보면 그의 생김새처럼 시원하고 차가운 향이 퍼지긴 했는데, 그게 그의 옷에 뿌리는 탈취제인지, 아니면 그가 뿌리는 향수인지, 또는 그의 천연 체취인지는 확실히 모르는 일이였다. 다만, 나는 그의 향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후각에 민감하지 않다. 냄새를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길거리를 걷다가 익숙한 음식 냄새가 코끝에 풍겨오면 나는 그 냄새가 무엇인지 맞히지 못했다. 친구들은 나를 그것도 못 맞히는 바보라고 놀렸고, 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 후로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냄새 맡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끝내 음식이라던지 흔한 꽃 향기라던지 내 후각으로 맞혀낸건 결국 거의 없었다. 
나는 그정도로 후각에 둔했던 사람인데. 크리스가 나에게 향수를 선물했을때도 다섯번은 맡아야 겨우겨우 기억해냈고, 크리스의 서운한 얼굴을 보면서도 끝내 기억해내지 못했는데. 


 

오세훈은 나를 격하게 밀어붙이는 나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단 두 번만에 그의 향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내가 너의 곁을 스친 단 두 번만에.  


 

나는 한 사람으로 인해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었다.
요즘, 내가 그렇다.  
 


 


 


 


 


 


 


 


 


 


 


 


 


 


 


 


 


 


 


 


 


 


 


 


 


 


 


 


 


 

 

요즘Ⅲ
w. Shelter



































오세훈의 가족과 함께 했던 유람선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이 곳은 만인이 찾는 장소인 마냥, 크리스는 당연하다는 듯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의 차가 방향을 확실하게 하면 할 수록 나는 점점 그를 말리고 싶었다.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했다. 이 곳은 크리스가 아닌 다른 남자와의 첫 만남이 깃든 장소였기 때문이였다. 


크리스는 먼저 운전석에서 나와 조수석에 앉아있는 나를 꺼내주었다. 내가 휘청이며 땅에 발을 딛자 곧 내 몸체를 잡고 정신차리라며 볼을 툭 건들더니 이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내가 해사하게 웃으며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는 당장이라도 나에게 입을 맞춰올것같은 표정을 했다. 하지만 곧 그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전화때문에 마저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회사에서 전화가 오는건지 핸드폰을 한 번 보고 다시 나를 본 그는 곧 나에게 입모양으로 들어가 있으라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웃음기를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바깥 바람이 너무 추워서 밖에서 함께 크리스를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오늘따라 옷을 얇게 입고 왔는데 하필 지금 이렇다. 그리고 그는 한 번 전화를 받기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10분은 넘기기 때문에, 기다릴 힘이 없어져 배도 고프고 춥기도 한 나머지 기다리지 않고 들어가겠다고 했다.


먼저 입구로 들어서자 자동문이 천천히 열리고 호텔 안의 직원들이 보였다. 흰 옷으로 전체 무장을 한 그들은 나를 보고서 놀란듯이 총알처럼 튀어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붙어서 나의 자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V.I.P 호실로 안내한다. 보통 손님들은 자신들이 서있는 자리에서 꾸벅 인사하는게 다인데, 아무래도 내가 크리스의 가까운 지인임을 알고서 이런 대접을 해주는듯 싶다. 크리스는 어디서든지 알아주는 고급스러운 남자니까.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모습은 고맙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색했다. 그런 접대를 받아야할건 크리스지, 내가 아닌데. 불과 3년 전 까지만 해도 이런 호텔에 들어오기는 커녕 이보다 못한 골목 어귀의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는것도 쉽사리 할 수 없었는데. 
나는 그 짧은 순간에 예전의 시절이 떠올라 씁쓸하게 웃으며 그들의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타이밍이지만 지금쯤 집에 있을 한 사람도 떠올랐다. 이사는 이미 끝낸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제 곧 내 애인과 함께 할텐데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는건 조금 아니다 싶어서, 잠시동안은 그 사람을 지우기로 했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자, 옆에 있던 웨이터가 어디 불편하냐고 물어온다. 나는 인상을 풀고 별거 아니라고 대답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크리스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와 내 앞에 놓여진 긴 쇼파의자를 당겨 앉았다. 나는 그를 보며 웃어주지 않고 살짝 삐진듯 우물거렸다. 그동안 나는 핸드폰도 안만지고, 또..다른 사람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는데,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 먼지를 털고 자켓을 벗는 모습이 조금은 얄미웠다.




"날씨가 너무 춥다. 뭐가 먹고 싶어?"
"......."
"저번부터 스테이크가 먹고싶다고 했지."
"......."
"시간이 없어서 못사준게 마음에 걸려. 혹시 오늘도 그게 먹고 싶어? 그걸로 할까?"
"그래. 그런데 크리스."
"어."
"다른 할 말은 없어?"
"할 말? 있지."
"뭐?
"사랑해."
"....그런것도 말고."
"하하, 알겠어."
"......"
"혼자 놔둬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넙죽 하는거 아니야. 그런것도 말고,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 하고 왔는지 설명정도는 해줘야지. 난 이렇게 목이 빠져라 당신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밥이 문제가 아니잖아."
"그래. 그렇다면 다 설명해줄게. 방금건,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야. 알지? 요즘 비밀리에 아주 중요한 일 하고 있는거. 관련된 부서에서 귀책을 어디로 넘겨야 할까 하는 문제때문에 상의 전화가 와서 협의 좀 해주느라 어쩔 수 없었어."
"...알아, 중요한 일이라는건. 그래서 받지 말라고 하진 않았잖아."
"고마워. 정말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안에 있었어도 추웠어."
"그랬구나. 미안해, 다음엔 정말 안받을게."




저번에도 나를 두고 전화를 삼십 분간 하길래 삐진척을 조금 해줬더니, 다음엔 정말 나에게만 신경쓴다고 하겠다던 약속이 떠올랐다. 불과 이틀 전이였는데,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땐 삐지지 않았는데 오늘은 약간 그럴 기미가 보였다. 나에게서.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말을 꺼낼까 하다가, 그래도 저번보다는 시간이 조금 단축되었으니 이해하자는 마음에 이내 고개를 숙이고 네번째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의 표면을 만지작거렸다. 크리스와 나만의 커플링이다. 이걸 보고있자니 바보같이 화가 조금 누그러드는 느낌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크리스의 핸드폰에는 또 다시 전화가 울린다. 저 놈의 전화는 24시간 풀 가동이지. 여과없이 그는 나에게 잠시 손짓하며 전화를 받았다. 안 받겠다는 약속한지 일 분도 흐르지 않았는데. 그 약속, 방금 해놓고서.


그가 전화통화를 하는 바람에 별다른 대화 없이 시간을 조금 보내고 나니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꽤 오래 걸려 만드는 음식들일텐데 그동안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 음식들은 샐러드와 스테이크 정식이였다. 저번에 먹었던 메뉴가 인상깊었다고 하자, 크리스는 그걸 그대로 주문해주었다. 크리스는 그제서야 통화를 끝냈고, 미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먼저 먹으라며 손짓했다. 나는 그의 행동에 살짝 기분이 상해 웃지 않고 멍하니 식탁 위를 바라보았다. 




"음식이 맘에 안들어?"
"아니."
"그런데 왜 보고만 있어. 여자애들처럼 식사 전에 사진이라도 찍을거야?"
"그런거 아니야."
"그럼? 배고프다며. 어서 먹어."
"...먹을거야."




사실 내 마음은 잘 모르는 남자다. 처음부터 나 좋다고 따라다닌 사람이였지만, 이 사람은 원래부터 상대방의 마음을 잘 몰랐다. 그저 나라는 사람을 무턱대고 좋다고 한거다.  가만히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또 얄미워졌다. 그러나 상대는 내 애인인데, 계속해서 이런 생각을 하면 뭐할까 싶어 그냥 포기하자는 마음에 들리지 않게 한숨을 쉬며 못이기는척 포크를 들었다. 샐러드 안의 닭가슴살 고기를 보랏빛 채소와 함께 집어 먹었는데, 가장 작은 크기의 고기를 골랐는데도 곧 퍽퍽함이 느껴졌다. 




"맛있어?"
"응."
"얼굴 좀 보고 말하지."
"...먹고 있는 얼굴은 못생겼어."
"예뻐. 얼굴 좀 보자."




나는 그의 답지않은 칭얼거림에 눈만 살짝 올려 그를 쳐다보았다. 언제부터였는지 손에 깍지까지 끼고 나를 관람한다. 머쓱해져서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고기를 씹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 우물거렸다. 옆에 있는 와인잔이 보였다. 그 안에 담긴 투명한 물도. 퍽퍽함에 목이 메여서 물을 먹고 싶은데, 여기서 물을 먹으면 크리스가 싫어할지도 모른다. 간식이든, 밥이든 뭘 먹을때 물을 함께 먹는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금새 살이 찌는 습관이라고 했던가. 내가 살이 찌는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고기가 퍽퍽해도 살이 1g이라도 찌지 않으려면 그냥 생 목으로 꾹 눌러 삼켜야 했다. 그런 내 표정이 좋을리가 없다.  




"민석아."
"응."
"오늘은 너와 내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은데."
"응."




언제는 뭐 다른 이야기를 했나. 매일마다 '어제는 어땠고, 또 어제는 그래서 좋았어. 다음에도 그런 포지션으로 할게.' 등등 관계를 가질때 좋았던 점, 맘에 들지 않았던 점을 숨기지 않고 말했던 크리스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꽤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며 말하는게 조금은 수상했다. 그런 얘기는 진지하게 하지 않는게 좋은데. 괜히 아랫배가 아파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내 좋지 않은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작은 고기만 찾아 집어 먹었다.




"너와 같이 상의하는게 좋을것 같아서 오늘에서야 말해."
"그게 뭔데, 크리스."
"있지."
"응."
"너랑 나...언제부터 함께 사는게 좋겠어?"




나는 음식을 씹던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예고없이 들려오는 그의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두어번 깜빡였다. 이해가 쉽게 가지 않았다. 그때 입 안에서 먹던게 재채기와 함께 튀어나오려는걸 잽싸게 손으로 틀어막았다. 순간의 위험은 방지했다.
생각치도 못했던 말이다. 놀라서 크리스를 똑바로 쳐다보니 그는 다시 한 번 물어왔다.




"언제부터 우리 집에 들어와 함께 사는게 네 마음에 들겠냐고 물어보는거야."




나는 그제서야 이해를 했다. 자신과 언제쯤 함께 살림을 차려 살건지를 물어보는 말인 것 같다. 그 이상도 그 이하의 뜻도 아니였다. 하지만 내가 놀란 이유는, 단호히 말하자면 나는 크리스를 사랑했지만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기 때문이였다. 앞으로 나는 고민을 해야하는 걸까. 한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건, 그 순간이 이 문제의 첫 시초가 될거라는 이야기인데. 전혀 각오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진정한 위험은 여기에 있었다.




"크리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너랑 나는 연인 사이인데, 언젠가부터는 함께 살아야 하지 않겠어? 너에게 그 시기를 물어보는거야."
"알아. 하지만 지금은 그게 너무 이른게 아닐까 싶어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냐면, 그게.




"조금 자세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너와 나만 아는 은밀한 결혼식까지 할까 해."
".....크리스."
"그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준비하도록 하지."
"잠시만."
"..무슨 문제라도?"
"...아니야. 그건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할게."
"농담? 지금 이걸 농담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하는거야, 설마?"
".....그게 아니면 아직은 납득이 가질 않아서."
"특별히 납득이 가야 하는 일인건가. 아, 예전 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가봐. 당신."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잘 모르겠어. 설명해줘."




그의 말에 문득 심장이 크게 뛰어옴을 느꼈다. 혹시 내가 잠꼬대로 그와의 결혼 약속이라도 했던건가. 무슨 일을 말하는거지.




"내가 하자는건 뭐든지 다 하겠다고 했잖아."
"......"
"기억하지."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걱정한 그런 일이 아니였음에 진심어린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는 곧 이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머리가 아파왔다. 오랜만에, 그에게서 나만 보고 알 수 있는 서슬퍼런 광기가 보였다. 처음 나를 가지고 싶어할때도 그는 내가 평소에 알지 못하던 모습을 보였었다. 꼭, 그때와 같다.  




".....그런것들, 결혼이라던지 하는 것들은 네가 하고싶어서만이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크리스."
"너도 나와 결혼을 하고 싶은게 아니였어?"
"그게, 그러니까. 크리스. 아직은 조금. 그러니까 내 말은,"
"조금은 의외인걸. 네 반응."




크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여유로운 미소는 잃지 않고 있다. 이 모든건 다 그에게서 배운거다.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상대를 향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웃어주는 것. 그는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했던 약속은 지킬게. 너는 내 애인이기 전에는 가족과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니까."
"은인 이야기는 꺼내지 마. 지금은 그 얘기를 하고싶은게 아니야."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거지?"
"......."
"내가 시기를 논하면, 너는 바로 나와 같이 살자고 할 줄 알았어. 그런데 내 예상이 조금 빗나갔군."
"크리스, 그게 아니야. 지금 바로를 따지기 전에 이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거야. 그렇다는걸 말하고 있는거야, 나는."
"문제라니. 우리 둘에게는 아무것도 문제 되지 않아."
"그래. 우리 둘만, 당신과 나만 생각하면 우리 사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거야. 하지만 우리 둘을 빼고 모든걸 바라봐. 그럼 분명히 다른 문제들이 있어. 그것들이 곧 당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거라고."
"네가 엉망진창이 되지 않으면 되잖아. 너는 아버지와 상의 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려고 하는거지, 지금. 너에게는 가장 큰 벽이 그 분이시니까. 그렇지?"
"...명목이 필요하다면 그게 아니라고는 하지 않을게. 하지만 그건 둘째 치고 그걸 제외한 중요한 여건들도 많이 있고, 다른 여러가지 문제들과 네가 충돌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 크리스. 가장 중요한 문제를 생각해."
"들어나 보지. 어떤 문제를 말하는건지."
"네 위치를 잊지 말라는 소리야."
"내 위치?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가 너와 함께 하고싶다는데, 그깟게 지금 문제가 된다고 말하는거야?"
"무슨 소용이냐니. 내가 지금 필요 이상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거야? 너는 지금 나와 함께 살자고 하는거잖아."
"그래. 맞아."
"...그렇다면 당신은 잘 생각하고 말하는거야?"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그렇게 되면, 네가 가진 모든것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내 아버지만이 중요한게 아니야, 네가 가진 것들은 어떻게 할건데."




조금 조용하다 싶었던 크리스의 핸드폰이 다시 한 번 진동이 울렸다. 나의 시선은 그의 핸드폰으로 향했고, 크리스는 나의 두 눈만을 주시하고 있다. 진동은 끊이지 않는다.




"지금도, 봐. 지금도 네 회사에서 전화가 오고 있는게 아니야? 너는 그 모든것들을 책임져야 하는 남자야. 오늘 뿐이라고 생각해? 아니. 그건 내일도 마찬가지일거야."
"이런건, 간단히 끊으면 돼."




그가 핸드폰을 집어들어 종료버튼을 내 눈 앞에서 눌러버렸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그의 과감한 행동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현실을 깨우쳐주기 위해 조금 냉담한 말을 쏟아부었지만 크리스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과연, 너의 말. 그게 진심일까. 지금이라도 농담이였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내 진심을 무시하지 말아줘. 다 없어져도 상관없어. 지금 민석이 네가 말하고 있는 모든걸 각오하고서 너에게 말하는거야. 그래서 함께 상의를 하자고 하는거라고."
"그게 아니잖아, 크리스."
"어떻게 아니라는걸 네가 증명하고 있지? 내 마음에 들어와봤어?"




나는 꼿꼿이 세운 허리를 조금 굽혔다. 그의 당돌한 기세에 눌린것이다. 하지만, 굳이 크리스의 마음에 들어가보지 않아도 '김민석에 대한 마음' 구절에 있어서는 확인 할 수 있는 문제였다. 물론 이 남자가 나를 많이 아끼고 사랑한다는건 알고 있다. 문제는, 우리 둘의 사랑의 관점이 다르다는 거다. 크리스가 나에게 주는 사랑과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의 개념은 완전히 천지 차이라는 뜻이다. 
크리스는 내가 그에게 건 사소한것부터 큰 약속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걸 기억하고 되새기지만, 그가 나에게 건 약속들은 그 어떤 사소한 약속일 지언정 기억하지 못한다. 방금도 그랬다. 나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전화를 받는것만 봐도 얼마나 그가 자신의 사랑에 있어서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 수 있다. 또, 나를 제압하려든다. 이번엔 결혼 이야기로 내 말문을 막히게 한다.
예측할 수 없는 남자라는건 알지만, 내가 바라는건 그게 아니다. 크리스가 나에게 주고 싶어하는 사랑은 결혼과 물질이겠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엔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향한 너의 약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내가 네 옆에 없다는게 불안해서 한 지붕 아래 살자는 의견을 제시한다는걸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네가 불안해서지, 내가 불안해서가 아니잖아. 이제는 네가 알아차려야 할 차례다. 나는, 그런 뜻에서 너를 사랑하고 있는게 아니야. 지금 당장은 내가 그런 사회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너와 내 사이를 중요한 사람들이 알게 되는 순간 망가져버릴 네 모습이 싫어. 그런 사회가, 무척이나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가 싫어하는 짓을 했다. 눈 여겨둔 와인잔을 들어올려 한 입에 마셨다. 아직 위장으로 넘어가지도 않은 보기좋은 음식들이 크리스의 눈에는 몹시 보기 싫을것이다. 




"민석아. 네가 놓치고 있는게 있어. 어차피 내가 따로 손을 벌리지 않아도 그 회사는 이미 내 거야."
"그런 문제와 엮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크리스. 알아. 그게 현실이라는건. 네가 약 한 달을, 아니. 일 년을 넘도록 회사에 나가지 않고 부재를 한다 해도 그 건물은 어찌됐건 다 너의 소유가 될거라는건 알아. 내가 모르는 사실이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아무도 너를 손가락질 하지 않을것 같아?"
"손가락질이라니. 네가 나와 함께 살아주지 않으면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해.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내가 너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만나서 내 회사를 물려줄 씨를 남겨야 한다는 말이야. 너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거야?"
"......"
"지금도 나는 네가 물을 마셔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
"......네 가족이 원하면, 그렇게 해야하는게 사실이잖아."
"..뭐라고?"
"내가 아무리 뜯어말려도, 넌 어차피 나중이 찾아오면 나보다 네가 가진 것들의 지분이 커질게 분명해. 그럼 그때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야 하잖아."
"....민석아."
"그게 맞잖아. 우리는 처음부터 사람들 눈을 피해서 만나야 했던 관계잖아. 남자와 남자의 결혼을 이루는 관계가..당연한거라고 생각해...?"
"......"
"그게....맞는거잖아."




사실은, 이 남자를 비밀스럽게 만날때까지만 해도 현실에 관해 눈을 감는게 습관이였다. 하지만 지금, 원치않게 찾아온 현실 직시 분위기에 그를 만났던 몇 년간 흘리지 않던 눈물이 갑자기 차오른다. 옆에서 머리를 건들면 툭, 떨어질것 같았다.
내 남자는, 왜 이렇게 잘나서. 왜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자리에 서 있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걸까. 세상의 한 가운데에는 너라는 축이 있어서 나는 너를 망가뜨릴수가 없어.


조금만 낮은 위치에 있었어도 나는 당장에 이 남자와의 결혼을 허락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를 가로막는게 너무나 많았다. 그의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일 년 중 이틀 정도를 만날때면 많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에 염치가 없어져 고개도 들지 못했다.




"정말...그게 문제라고 생각해?"
"그게 아니면 우리 미래에 있어서 다른 문제 될게 뭐가 있겠어."
"생각보다 많이 냉정한 남자였구나. 민석이 넌."
"냉정하지 않아. 사실을 말한것 뿐이야."
"그럼 처음부터 나를 왜 만나준거지? 남자 대 남자로써 사랑하는게 불공평한 일이면, 결혼까지 못할 그런 불결한 일이면 너는 왜 나를 받아준거야?"
"불결하다고 하지 않았어. 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 그리고 너는 나를 만나기 위해 네 회사에 나를 넣은거잖아. 나는 그 결과를 순순히 받아줬을 뿐이야."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런 뜻은 아니였어. 서서히 널 좋아하게 됐다는 말이야."
"......."
"지금 이런 사실들을 생각하지 못한채로, 그냥 너라는 사람을 좋아했다는 이야기야."
"......."
"어쩌면 내가 무지했던걸지도 모르겠어. 네가 이런 미래를 생각할 줄 알았다면, 진작에 우린 미래에 대해 논의를 했었어야 했는데."
"......."
"네 욕심이라고는 하지 않아. 크리스. 나는 여전히 네가 좋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커져간다는걸 알았어. 그래서 나는 여전히 네가 좋은데, 아주 많이 사랑하는데, 아직...아직은 우리 이럴때가 아닌것 같아."
"아직이라고 한다면, 내 미래에는 네가 있을까? 나중에 내가 가족들을 설득이라도 하면, 그때 너는 나에게 한걸음에 올래?"
".......생각해보지 않은 미래라 잘 모르겠어. 하지만 방금 생각해봤는데,"
"......."
".....그럴 일은, 없을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만큼의 말을 퍼붓는건, 내가 생각해도 무척이나 냉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그의 마음을 단번에 거절하는것 같아서였다. 나는 도대체 이런 대화속에서 그에게 어떤 답을 줘야할까. 그래야 크리스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나는 단지, 결혼을 하지 않고서도 비밀스러운 애정을 피우는게 좋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차가운 비수가 꽂힌 말을 해버리게 된걸까. 




"크리스, 너는 태어날때부터 모든걸 쥐고 태어나서 잘 모르지."
"......"
"그 자리는 자고 일어나면 하루 아침에 손 쉽게 만들어지는 자리가 아니야."
"......"
"나는 많은걸 겪어봐서 알잖아. 그 모든건, 다른 사람은 노력한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걸 나는 잘 알잖아..."
"......"
"네가 걱정되서 그래. 나는 아무것도 잃을게 없어...하지만, 너는 잃을게 많아질거야."
".....네가 없어지면 나는, 내 모든걸 다 잃는거나 마찬가지인데도."
"......."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거니."
"....나에 대한 네 마음은 알겠어. 정말, 확실히 잘 알겠어. 이런 부족한 나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사랑을 주고 있다는거, 알고 있어서 더 미안해."
"알면서. 안다면서."
"......."
"...너도 날 사랑하다면서 왜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해."
"...나중에 가면 크리스 네가 나를 탓할까봐 그러는거야."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건데도..."




처음에는 그에게 많은걸 맞추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어려운 우리 집안을 살린것도 크리스였고, 내 인생에 한줄기 빛이 되어준것도 크리스였으니까. 나를 데려간 이 남자의 옆에 서면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받을 나였으니까, 모든걸 그에게 맞추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이런 냉정함은 배운 적 없었다. 그래서, 미안해졌다.


나는 분명히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남자와 가정을 만들어 나간다는건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였다. 사랑하지만, 가질수 없다는걸 애초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때가 되면 크리스를 보내줘야 한다는것도 어느순간부터 체념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생각보다 마음이 많이 어린 남자였다. 그래서 너는 이렇게밖에 나에게 표현하지 못하는거지. 네가 지켜야 할 약속을 기억하지 못해도 난 좋았다. 결혼하자는 말은 네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표현이라는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 너를 기쁘게 하지 못해.




"미안해, 크리스."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올것을 예상하고 그에게 흉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이든, 집이든 어디든 가야했다. 아무래도 크리스와 나는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바로 집으로 가는걸로 정했다. 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고서 의자에 걸쳐둔 크리스가 선물한 자켓을 들고 우뚝 섰다. 
내 온 몸에, 내가 들고 있는 모든 것들에, 크리스의 손길이 묻어있지 않은게 없구나. 내가 너에게 맞춘만큼, 너도 나를 위해 많은걸 해주고 있었구나.
더 이상 생각하기 힘들어 조금은 떨리는 손으로 자켓을 힘겹게 쥐고 그의 곁을 스쳤다. 그의 옆을 다 스치기도 전에 나는 크리스의 손에 손목이 잡혔다. 




"....헤어지자는 말은 아닌거지."
"......."
"내가 너무 섣불렀다는거, 알았어."
"......."
"헤어지자는 말, 아닌거지. 그렇게 알아들어도 되는거지."
"......미안,"
"다음번에 만날때도, 이 향수 뿌리고 나 만날거지."
"......."
"다음번에 내 품에 안길때도, 그때 그 남자가 서있어도 너는 나한테 바로 입 맞출수 있지."




그의 물음에 나의 대답은,




".....미안해."




그저 미안하다는 말 뿐이였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김민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원래 이쯤되면 집으로 돌아오던데, 오늘은 좀 늦는건지. 아니면 크리스인지 뭔지 하는 애인을 만나고 오는건지. 나는 언젠가부터 그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렸다. 일반적으로 나보다 그가 더 늦게 들어오는 편이다. 엄마는 이틀 전부터 해외로 출장을 떠나계셨다. 김민석의 아버지 또한 엄마와 비슷한 위치로 출장을 나가셨다. 김민석만 돌아오면 이 집은 나와 그만의 공간이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서 나는 조금 두려워졌다. 또 얼마나 그 놈과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건지. 아니면, 바깥에서 험한 일을 당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그럴리 없잖아."




하지만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래라는게 있다. 설마 정말로 위험한 일이 있는건 아니겠지. 이 집이 넓어서 그렇지, 바깥에서 보면 이 집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아이, 씨."




나는 갑자기 뭐에 홀린것마냥 내 방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옷들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회색 후드를 억지로 쑤셔 입고 당장에 현관 밖을 박차고 나섰다. 칼바람이 머리위로 쏟아져 흐른다. 살인적인 추위라는걸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다시 들어가서 옷을 입고 나올까 하다가 그럴 시간이 없을것 같아 그냥 뛰면서 열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집 밖을 조금 벗어나니 작은 빌라단지들이 보였다. 이 길로 오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길은 이 곳 뿐이니까.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밖을 서성였다. 어딜 둘러봐도 익숙한 뒷통수는 보이질 않는다. 한참이나 뛰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때문에 내가 김민석을 걱정하고 있는거지? 그러나 다시 답이 번뜩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니까. 




"....어?"




츄리닝에 손을 넣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힘없이 걸어오는게 보였다. 덩치나 키를 보니, 내가 지금 찾고 있는 그 사람이 맞는것 같은데. 전화번호를 모르니 찾아오기 전에 전화를 할 수도 없었고, 몇 번 얼굴 본 사이라고 무심코 걱정은 되고. 아무런 연락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니 두려움이 한웅큼 밀려와 무턱대고 찾아오긴 했는데 찾긴 찾았네. 그런데 이제 저 사람에게 뭐라고 하면서 말을 붙여야되는거지. 예상하지 못한게 또 여기 있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가 보이지 않는 길로 뱅 돌아서 그의 뒤에 따라 붙어야겠다. 
마치, 이 동네를 산책했다는것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그의 뒷모습을 야무지게 쫓고 있었다. 옆에 내가 데리고 다니는 개라도 있었으면 더 자연스러웠을텐데 그러지 못한게 아쉬웠다. 빠른 걸음을 이용해 빌라 단지 뒤에 몸을 숨겨서 그가 왔던 길을 나는 반대로 뛰어갔다가, 다시 그의 작은 뒷모습을 발견하고 뒤에서 한껏 따라 붙었다. 다행이다. 놓치지 않아서. 하지만 김민석은 아직 모르고 있는듯 했다. 나는 조금 더 조용히 따라 붙기로 했다.


한 걸음 걷고 한 숨 쉬고. 또 한 걸음 걷고 또 한 숨 쉬고. 오늘따라 축 처진 어깨가 안그래도 작은 체구가 더 작아보였다. 하얗게 나오는 입김이 모든걸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 너는 힘든일이 있었구나. 문득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걷다가, 그제서야 왜 혼자일까를 생각했다. 원래 늘 혼자 걸어왔던가. 아니면 그의 애인이 바빠서 데려다주지 못한건가.




"...왜 자꾸 따라와."
".....!"




..아,알고 있었어?




"옆에 좀 와서 같이 걸을래?"
"......"
"나 춥다고."
"....알면서 왜 뒤도 안돌아봤대요."
"너가 싫어할까봐. 나 찾으려고 나온것도 아니잖아."




너 찾았던거 맞는데. 




"...네. 동네 산책하면서, 그냥. 익숙한 모습 보이길래 조용히 따라왔어요."
"그러니까 빨리 와. 나 추워."




나는 뒷목을 만지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묘하게 웃으며 빠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제 내가 조금 마음에 들었어?"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럼 말 안놓을게요. 형이니까."
"얼마 전에는 그렇게 일을 만들어놓고 갑자기 기분이 풀린건 무슨 이유야?"
"....뭘요."




낯짝이 그렇게 두꺼운가. 내 앞에서 상체까지 적나라하게 벗어놓고 -벗긴거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며칠 전 일을 본인 스스로 내뱉다니. 남자 애인이 있는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당돌한건가 싶었다.
처음에 이 남자에게 농락을 당했을땐 정말로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맘대로 이 남자를 눕혀놓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별 짓은 다 해보려 했다. 하지만 경험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움직여서였는지 그에게 더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중요한건, 이 남자에게 오늘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졌다는거다.




"저녁은 먹었니."
"네."
"날이, 엄청나게 춥다."
"11월이잖아요. 새삼스럽게."
"세훈아."
"...네."
"술, 마실줄 알아?"
"왜 모르겠어요. 갑자기 술은 왜요."
"아니, 그냥. 마냥 어린애인줄만 알았는데 술도 마실줄 아네. 발랑 까졌어."
"누가 할 소리를 해요. 형은 나보다 더 까졌어요."
"왜. 내가 남자 만나고 다녀서?"




처음 같이 걷는 길인데, 처음으로 그가 나를 돌려보았다. 그의 눈은 붉어져있었다. 설마 내가 까졌다고 해서 바로 반응 온건가. 그렇다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그냥 던진 말인데 갑자기 그런 반응을 보이면 어떻게 해. 그렇게 따지면 나도 형한테는 까졌다는 말 못해. 같은 입장이니까. 




"가시돋힌 말 하지마요. 그런 뜻 아니였어요."
"....너도 이제 이해하겠지."
"무슨 뜻이에요, 그건 또."
"너 나 좋아하는거 아니였어? 이해한다는 말인줄 알았지."
".....또 그런다."
"농담이야."
"......."
"아, 너 농담..싫어하지..참."




농담이였다고 하는 말에 지은 표정이 마치 길 잃은 다람쥐 같았다. 오렌지 빛을 내는 그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려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손으로 꾹 눌러내고 싶었다. 내가 다시 버럭하며 화를 낼까봐 짧게나마 노심초사 하는 그 모습이,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귀여웠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냐는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 좋아하는거 티내고 싶지 않다. 너는 내 죽을때까지 안고 갈 비밀이 되버렸는데, 그 비밀의 대상이 알아버리면 이야기가 상당히 꼬이잖아. 섬뜩해, 그런건.




"........뭐 힘든 일이라도 있나봐요."
"......"
"왜, 다른 날처럼 종알대지 않아요."
"......"
"추워서 입이 얼었어요? 물어봐도 말을 안해."
"....넌 언제부터 그렇게 말이 많았다고 그래? 지금 네가 더 이상한거 알아? 관심없는 사람한테 이렇게 말 많이 하니?"
"...아, 됐어요."




일단 안전하게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건 내 눈으로 확인했으니 이쯤에서 멀찍이 떨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꾸 그러면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것까지 말하게 될 것 같다. 힘들다. 이런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건. 지키기 힘들다. 나도 남자라고. 나도 표현하고 싶은 남자인데, 자꾸 이런식으로 자극 당하면 또 어떤 일을 벌이게 될지 모른다. 비밀이고 뭐고 다 집어치울지도 모른다고. 




"술이 조금 마시고 싶어져."
"..편의점에서 술이라도 사오던지요."
"같이 마셔줄래?"
"됐어요. 내일 출근해야되요."
"나도 내일 출근해야 해. 그러니까 같이 마시자."
"무슨 논리래요. 싫다니까요."
"매정해."
"매정해도 어쩔 수 없어요."
"....그럼 네 집 앞 벤치에서 조금만 나랑 얘기 하면, 안될까. 그것도."
"........"




그럴 줄 알았다. 이 남자, 분명 무슨 힘든 일이 있는게 분명했다. 평소와는 다른 뒷모습이 어딘가 안쓰러워 보였다. 설마 애인이랑 나쁜 일이라도 생긴걸까. 내심 기대가 된 나는 그의 사생활을 조금씩 알아가기 위해 그의 고민을 듣기로 했다. 아직 고민이라고 하진 않았지만, 서서히 김민석에 대해 알아가는 내 모습의 변화를 지켜보는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건 둘째 치고, 그의 힘든 뒷모습을 보기 싫었다.




"그러던지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나는 내 비밀을 감싸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였다.













































































결국 그의 성화에 이기지 못해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사왔다. 나란히 벤치에 앉은 꼴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다.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어졌다. 바깥이 그렇게 춥다면서 옆에서 따라 걸으라고 할때는 언제고, 대체 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건지. 참, 나. 하고 나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내뱉으니 김민석이 슬쩍 나를 돌아보고는 피식 웃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그의 옆모습을 봐주었다. 손이 시렵다. 차가운 바람에 차가운 맥주라니. 이 사람은 알면 알수록 어이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추위를 타지 않는지 귀만 살짝 빨개진채 눈은 갈 곳을 잃고 이 와중에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못내 맘에 안들어서 내 손을 들어 그의 허공에 손짓했다.




"김민석씨."
"....응."
"뭘 그렇게 생각해요."
"아무것도."
"얘기 하자면서요. 그 얘기나 해봐요."
"...그럴까."




사람이란 동물은 참 신기하다. 어제와 오늘의 감정이 다른 동물이다. 나는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민석이 싫었고, 그가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싫었으며, 분명 그에게 못된짓까지 하려 했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는 같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꼴이라니. 사람이란 동물은 두 번 생각해도 참 신기한 동물이였다. 말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그런 마음 아픈 동물.




"뭐부터 얘기해야 네가 알아들을까."
"일단 주제 먼저 말해봐요."
"주제...너무 많아."
"그럼 간단한 키워드만 말해보던지요."
"애인."
"...그래요. 그거 아니면 당신이 힘든 일이 없겠죠."




마음 아픈 동물중엔, 그리고 나도 속해있다. 그가 애인 얘기를 꺼내려 하니, 차가운 바람이 마치 내 심장까지 관통하는것마냥 시려웠다. 이 남자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가능한 일이다. 내가 그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건. 김민석은 내가 장난의 대상일 뿐이니까.




"...들어줘도 괜찮겠어?"




내가 널 좋아하는걸 안다기라도 하는건지. 떠보는식의 말투가 맘에 들지 않았다. 나는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대충 고개를 끄덕여보았다. 그리고 또 헛웃음을 짓는게 보였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벌써부터 애인 얘기 하려니까 아주 웃음이 입에서 떠나가질 않는 모양인가보네.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누구 좋으라고 남의 얘기를 들어주고 있는건지.


나는 그에게 대답하기 전에 차가운 맥주 캔을 따는걸로 대신했다. 그가 그런 나를 보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맥주를 내밀었다. 




"...뭐요."
"나도."
"뭘."
"캔, 따줘.."
"애에요? 이런것도 못따고?"
"손이 너무 시렵단 말이야."
"그럼 그건 어떻게 들고 있대요."
"......."
"악!!"




이, 미친 김민석이!


나를 바라본 채로 예의 무표정을 한 상태에서 맥주캔을 내 발 위로 떨어뜨리는 조금 모자란 행동을 해보였다. 지금 뭐하는거야. 시위하는거야? 좋게 따달라고 한 번 더 말하면 누가 안따줘? 아, 정말 어이없다.




"지금 뭐하는거에요? 아프잖아요!"
"아팠어?"
"그럼 안아파요? 나는 그럼 이거, 이거 맥주캔 내용물 좀 당신한테 쏟아도 되요? 옷 속에다가? 어? 추워 죽겠는데?"
"그러지 마. 내가 미안해."
"아, 진짜. 집 안에 들어가자니까 말도 더럽게 안듣고."
"그러니까 따달라구 했잖아..."




김민석이 허리를 숙여 내 발등에서 굴러떨어진 맥주캔을 저만치서 집어 들어 올렸다. 동그란 머리통이 한 번 숙여졌다가 올라오는게 보이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얘기나 해요.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나는 그가 어느새 들고 온 맥주캔을 홱 뺏어들고 캔을 따주었다. 한 번 굴러서 그런지 시원하게 올라오는 기포가 내 손을 타고 내렸다. 추워 죽겠는데, 기포까지. 때아닌 맥주파티네.
대충 캔을 따서 손을 탈탈 털며 김민석에게 넘기니 그는 제 손에 맥주가 흘러내리든 말든 아무데나 잡아들었다. 그리고 '고마워' 입모양으로 세 글자를 말하며 웃어보였다. 또,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내 손을 덥썩 잡았다.




"뭐하는.."
"나, 그만큼 아팠다."
"......."
"세훈이 발등에 떨어진 맥주캔만큼, 아팠어."
"......."
"이해 못하겠지."
"...맥주캔이 왜 아파요. 아픈건 내 발이지."
"...그러니까."
"......"
"내가 맥주캔의 입장이거든."
"......."
"가만히 있는 네 발등에, 내가 맥주캔을 떨어뜨렸잖아."
"....그런데요."
"....내 애인은 가만히 있었는데, 내가 나타난거였어. 나는 그래서 많이 아프다."
"........"




밤 바람이 조금 더 차갑게 분다. 그의 옷이 얇았는데, 속으로 바람이 들어갈까봐 걱정이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장황하지 않게 설명해도 나는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상당히 본질적인 갈등에 서있구나. 나는 코를 한 번 훌쩍이고 그에게 잡힌 손을 가만히 내려두었다. 그는 내 맥주 묻은 손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같이 따라와 내려두었다. 




"오늘 내 애인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더라."
"무슨 말을 했는데요."
"놀라지 않을까, 네가."
"세상 살면서 놀랄건 이미 다 놀랐다고 생각해요."
"많이 컸네."
"뭔데요. 그게."
"네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할거야."
"...일단 말이나 해봐요."
"...나한테, 같이 살자고 했어."
"그게 뭐 어때서요. 같이 사는것 정도는 할 수 있는거 아니에요?"




현재 김민석에게는 애인이 있었고, 언젠가 김민석에게도 그럴 날이 올거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이 궁금해졌다. 김민석 너는, 오케이를 했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내 마음이 시려올텐데.




"그럴 수 있지."
"그래서 형은 뭐라고 대답했는데요?"
"나?"
"네."
"내가 뭐라고 대답했게?"
"...뜸들이지 말아줄래요? 무슨 밥솥이에요? 말 할때 제대로 잇는 법이 없어."
"밥솥이라니.."
"그렇잖아요. 맨날 뜸을 들여, 들이긴. 답답하게."
"왜 그렇게 급해?"
"급한게 아니라요. 아!"




성질이 난다. 그냥 집에 들어가버릴까 보다. 내가 애꿎은 땅을 발로 세게 치자 김민석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내 발을 멈추게 했다. 이러지 마시라구요. 흑심 품은 사람이니까.




"미안하다고 했어."
"......."




그의 대답을 내가 잘못 들은줄 알았다.




"그렇지 못하겠다고. 미안하다고 했어."




그는 나를 쳐다보지 않은 상태에서 여전히 허공만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내가 감히 미안하다고 했다. 어떻게, 한다고 뱉은 말이 겨우 그것 뿐이네. 미안하다고 하니까 모든게 다 틀어지는 느낌이더라. 그래."
"왜..그랬어요?"
"글쎄..왜 그랬을까."
"같이 사는게 그렇게 어려웠어요? 왜 미안하다고 한건데요."
"너는 네가 살면서 가질수 없는게 뭐라고 생각해."
"..전."




아직 그런건 생각해보지 못했다. 모자람 없이 자란 나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전부 내 손안에 있었으니까. 엄마가 물려준거고, 엄마 덕을 본거지만 일단 내가 살면서 가질수 없는거란건 없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생겼다. 


애인이 있는 남자. 그것 뿐이다.




"....아직 없어요."




끝내 입을 달싹이다 거짓말을 해버렸다. 비밀을 지키기란 여간 쉬운게 아니였다.




"언젠간 생기면 너도 이해할거야."
"......."




아니. 나는 지금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나에게는 그 사람이 그래. 내가 가지고 싶어도 그의 미래까지는 가질 수 없는 그런 남자였어."
"그럼 뭐하러 사귀고 있는건데요. 형이 가졌으니까 사귀고, 뭐 그랬던거 아니였어요? 그럼 그건 겉으로만 애인 행세하는, 뭐. 엔조이 그런거였어요?"
"...엔조이.."




눈을 깜빡인다. 속눈썹이 상당히 긴데, 그 속눈썹 끝에 서리가 걸쳐진것도 같았다. 내가 잘못 본거겠지.




"그 사람이 나를 엔조이로 생각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어. 하지만 그게 아니니까 더 미안해."
"......."
"거절하면서도 바보같았던게, 어제의 나도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오늘의 나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공존했어. 나는 결국 나쁜 사람이라는거야."
"...왜, 안받아줬어요."
"그 사람이 가진게 너무 많아. 나는 그의 모든걸 망칠 자신이 없어."
"왜 망치는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그냥, 모든게 괜찮아질거라고 얘기해줘."
"......."
"그냥, 전부 다, 괜찮아질거라고."
"....괜찮아질거에요."
"......."
"힘든거 모르는거, 아니에요."
"......."
"나도 어느정도는 그 마음 이해하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 어떻게 알아들어도 상관없다.




"생각보다 당돌한 말을 하네, 너."
"아예 모르는건 아니라는거에요."
"나랑 내 애인 사이를 얼마나 잘 안다고."
"모든 연인들이 다 그런거 아니겠어요? 잘난 사람 있고, 못난 사람 있고."
"그래."
"못난 사람이 잘난 사람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대부분 잘난 사람이 못난 사람 좋아하더라구요."
"........"
"형은 위너라고 생각해요. 못난 사람이라서 그만한 사랑 받는거라고. 어떻게 함부로 같이 살자는 말을 할 수 있었겠어요."
"........"
"좋으니까..그랬겠지."




그리고 나는 이 후로는 김민석에게 아무런 조언도 해주고 싶지 않아졌다. 더 가면, 김민석이 애인에 대한 마음이 누그러들까봐. 여기서 끝내는게 내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나는 김민석의 양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세게 흔들어댔다.




"아, 머리아파."
"좀. 정신 좀 차려요."
"나 정신없어 보여?"
"네."
"....그럼 정신 없어보이는 짓 좀 해도 돼?"
"뭘요, 또."
"잠깐만 이리 와봐."
"말로 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내 앞으로 돌진했다. 이런일은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두 팔을 벌려 나를 껴안았을 뿐.
그리고 나는, 밀어내지 않았다. 그를.




"아닌 밤중에 위로 고마워."
"........."
"넌 이런 맥주캔 같은 사람 되지마."




이미 되버렸다면요. 이미 내가 그런 사람이 되버렸다면, 당신이 뭐 어떻게 할건데요.





"그건 내 마음이죠."
"힘들건데. 많이."
"힘들어도 내가 힘들건데요."
"혹시, 지금 너도 나처럼.."
"...그런거 아니에요. 그냥. 미리 말하는거 뿐이에요. 나는 그런 사람 되도, 절대로 피하지 않을거에요."
"그래. 너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만나. 그럼 너도, 그 사람도 둘 다 괜찮을거야."




나는 가만히 김민석의 등을 쓰다듬었다. 애정이 깃든 손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도록, 조금은 투박하게 쓸어내렸다. 김민석은 추웠는지 오들오들 떨었다. 하지만 내 심장만큼은 떨지 않는것 같았다.
 
 
그 남자는 뭐때문에 김민석에게 같이 살자고 했을까. 얼마나 좋았으면, 함께 살자고 했을까. 하지만 나는 그가 거절했다는 것에서 살짝 쾌감을 느낀것도 사실이다. 말은 김민석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모든게 괜찮아질거라 말했지만, 현실은 이미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는 함께 살고 있는 셈이였다.
한 두 번 만난 우리 사이를 쉽게 넘지 못한다는 그 사람의 기구한 운명에 나는 한 발 빠르게 김민석에게 다가간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김민석이 품안에 안겨오는것을 말리지 않은듯 싶었다.




"들어가요."




김민석은 그제서야 팔을 풀러내고 내 곁에서 떨어졌다. 다 먹지 않은 맥주캔이, 바람에 휩쓸려 넘어져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었다.
 
 
맥주캔은 될지언정, 절대로 저렇게 힘없이 쓰러지진 않을거다. 김민석, 너는 곧 거절할 틈도 없이 나라는 사람과 함께 하게 될거야. 지금도, 너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와 함께 살고 있잖아. 나는 크리스라는 남자와 달라.
 
 
절대로, 너를 맥주캔으로 만들지 않을거니까. 그렇게 힘든 자리는 내가 먼저 자처할거니까.
 

그렇게 우리 둘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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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이든 / 너구리 / 치즈스틱 / 연 / 두부 / 텐더 / 히융융 / 초코푸딩 / 모카 / 노란색연필 / 변골반 / 낑깡 / 낫닝겐 / 핫바 / 조무래기 / 홍홍아직도랩을한다 / 올빼미 / 망고주스 님♡ 

  

조금 어색하게 풀어낸것 같지만, 그건 제가 피곤해서 그런걸로.. (데헷) 

아무래도 민석이는 크리스가 갑자기 함께 하자고 한것에 대해 많은 혼란을 느꼈을거에요. 그리고 그안에는 저 긴 대화에 포함되어있지 않겠지만 

세훈이라는 이유도 걸려있겠죠.  

그걸 표현해내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지만 여기 ps에 간략히 설명드립니다ㅜ_ㅜ 

세훈이를 향한 민석이의 마음 표현은 이제 다음편부터 나타날거에요. 오늘은, 간단히 크리스와의 에피를.... 

(간단하지만은 않은걸로 느껴집니다만...ㅋㅋㅋ) 

  

저번편에 달아주신 댓글도 정말 잘 보고 있어요, 우리 사랑하는 독자님들.. 암호닉 포함되어있는 분들, 비회원분들 전부 다 사랑합니다. 

그 댓글을 보면서 하루하루 기쁨을 느끼고 얼른 써서 다음 편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말로 답글을 달아드려도 그 마음 다 전달하지 못해서 그냥 감사하다는 작은 글자로 모든 마음 드리려 합니다.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연재 기간에 비해 참...빨리 찾아오는 완결입니다..ㅋㅋ 앞으로 2편 내지에서 끝날것 같은데 

그때까지도 함께 달려주시면 감사드리겠어요ㅠㅠ 독자분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 제 12병원도 금방 데려온다고 했는데, 부득이하게.. 두 글을 한번에 연재할 수가 없어서 이 단편이 마치면 다시 연재할 예정입니다 

기다려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하다고 하고 싶어요ㅜㅜ 매번 그런 말씀 드리는거지만, 사람 욕심이란게...ㅠ_ㅠ 

죄송합니다! 사랑해요! 

 

+ 오타가 너무 많습니다. ㅠ_ㅠ

수정했어요......(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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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선댓이요!
10년 전
독자2
우와 저 거의 처음으로 1등한거같아요 ㅋㅋㅋ 물론 저는 치즈스틱이에요! 오늘 뭔가 읽어도 읽어도 글이 있는 기분이였어요.. 글에 완전히 빠져가지고 제가 혼란스러워 하는 민석인지 그런 민석이 보면서 가슴아파하는 것 같은 세훈인지ㅠㅠㅠ 작가님의 그 묘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제가 작가님을 사랑하는 이유♥ 브금도 뭔가 잔잔한듯 잔잔하지 않아서 글이 더 와닿는것 같아요 그나저나 우리 민석이 많이 헷갈리나봐요 물론 저같아도 헷갈리겠지만 흫흫 혼란스러워 할 민석이도 이해가 가지만 오늘은 뭔가 세훈이가 너무 짠해서 기억에 남네요..ㅠㅠㅠㅠ 애써 감추려는 그게 보여서 좀 짠해요 더구나 저도 지금 세훈이랑 같은 심정이거든요 지금 ㅠㅠ 그냥 읽어도 몰입도 만땅인 작가님글인데 딱 제상황이니까 엉엉엉엉 더 슬프네요ㅠㅠ 민석이가 더 많이 세훈이한테 기대주길! 오늘처럼! 그래서 둘이 얼른 알콩달콩 행쇼하기류ㅠㅠ 아 그럼 희수형한테 미안한 일이 되는건가요..? 희수횽미안해요ㅠㅠ 어쨌든 오늘 글은 진짜 몰입도가 대박이였던 것 같아요..하.. 아 맞다 요즘 날씨 진짜 춥죠ㅠㅠ 이번주 부터 춥다고 했나?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작가님! 저처럼 감기 초기 증상 오시면 안돼요 으으으.. 저는 오늘로 시험이 끝나서 행복해요! 아이 신나! 근데 작가님글 보고 더신나! 아이좋아! ㅋㅋㅋ 오늘도 좋은 글 진짜 진짜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언니♥ 다음 글도 열심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랑해요~♥
10년 전
Shelter
우리치즈스틱님 엉엉 제가너무늦게답글을달아드리는것같아서너무나너무나미안할따름이에요ㅜㅜ '요즘'에서는나중에한꺼번에답글을달아드리려고했는데 시간이지나도안돌아온다고미워할까봐....답글먼저일단달아드리러왔어요♡ 갤노트3은 까만하트가안써진다는게단점..휴..ㅠㅠ
근데우리치즈스틱님이 세훈이같은감정을가지고있다는건..아정말그일에대해 언니처럼상담해주고싶은데..그게무슨일인지는모르겠지만많이답답하겠어요 그렇죠? 간단하게마음을조금정리해주자면..마음아파하지말고 시간을가지고조금더지켜보면방법이나오지않을까하는그런생각이들어요.. 곧있으면개인블로그열어서거기에서쓰고싶은글같은거많이연재할예정인데 거기에와서힘든일있으면남기고그래줘요ㅜㅠ 나또마음쓰이게하지마시구요 이쁜동생같은분이그러시면 나우럭우럭......무쪼록잘해결되길바래요....뭐라더해주고싶은말은많지만 넘겨짚는일은안좋은거니까..ㅜㅜ늘하는말이지만 이렇게제글을아껴주고좋아해주셔서고마울따름인거아시죠.. 늦게글들고와도기다려주고 답글없어도길게댓글작성도해주시고. 제가더많이사랑하고...감기걸리지마시고 아프지마시고 감기초기증상이왔다할지언정물리치고!!!!빨리낫길바래요 우리이쁜치즈스틱님ㅜㅜ 나진짜금방올게요 미안해요..흑흑..ㅠㅠ..사랑합니다 ㅠ

10년 전
독자6
엉엉 제가 고백할때는 거들떠도 안보더니 여자친구 사겼어요ㅠㅠㅠㅠ.. 고얀노뮤ㅠㅠㅠㅠㅠ 작가님 개인 블로그 여시면 전 진짜 거기에 붙어다닐꺼에요 늉뉴유ㅠㅠㅠㅠ 기다리고 잇을게요♥
10년 전
독자3
선댓이요~
10년 전
독자4
으아ㅠㅠㅠ선댓이요라고 댓글까지 달아놓고 하루 뒤에 댓글다네요ㅠㅠㅠ 댓글 기다리셨나요..?ㅠㅠㅠ만약 기다리셨다면 죄송합니다ㅠㅠㅠ 그냥 오며가며 가끔씩 댓글 하나 달고 가는 그런 독자가 되려고 했는데 어느세 이렇게 길게 댓글을 쓰게 되네요.. 그만큼 이곳이 독자님과 쉘터님의 피드백이 잘되는 공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 이렇게 댓글을 길게 쓰는 걸 보면.
제 12병원을 8회부터보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 맞이하는 완결이네요. 쉘터님의 완결은 어떤 방식일까 많이 궁금합니다. 사실 쉘터님도 그러시겠지만 제 12병원하고 요즘같이 연재하다보면 혼란이 자주 오실텐데.. 저 또한 매한가지랍니다ㅠㅠ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요즘 먼저 연재해주시고 제 12병원 연재해주신다니 저야 감사할따름이죠ㅠㅠ 오늘은 bgm을 아쉽게도 못들었어요.. 쉘터님 글의 숨은 리더와도 같은 bgm을ㅠㅠ 다음에 글 복습하면서 꼭 들어봐야겠어요ㅠㅠ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잘 떠올라서 좋아요. 그리고 그런 심리표현을 항상 잘 풀어내주셔서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답니다.
마치 누군가의 경험담이나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풀어 쓴것 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요. 글쓸때 남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어려운 게 자신의 생각을 잘풀어내고 누군가가 그 글을 보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글을 쓰면서 제일 어려운 점이 생각하는데 쉘터님의 글은 매번 참 매끄러운 것 같아요.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네요. 비도 오고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진다하니 몸 조심하시구요. 저는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ㅠㅠ 너무 독자들이 기다린다 라는 압박감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잘읽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Shelter
요즘이라는단편을연재하고부터 독자님의댓글이정말제마음을울리셔서너무너무감사했어요..개인적으로답글달아드리고싶었는데시간이부족해서 나중에완결나면한꺼번에답글달아드리려고했는데ㅠ이번에연재하는것도너무지체되고그래서죄송스러운마음에먼저답글달아드리러왔어요.그동안댓글달아주신거너무너무잘봤구요ㅜㅜ 독자님말씀대로 왠만하면피드백많이해드리려고노력해요!알아주신다니감사할따름이에요ㅠㅜ그냥소통하는게너무좋아서그랬는데이렇게좋은독자님한분을또알아가게되고그렇네요..♡ 제가비지엠설정하는거에되게민감해서 선곡할때마다정말많은고민을하고올리는데, '숨같은' 이러한표현을해주시니까 막..보람이느껴지고그러네요ㅠㅠ♡ 그리고제글에대해칭찬을너무많이해주셔서너무너무감사드리구..앞으로도열심히연재해야겠다는생각이들어요ㅎㅎ마음같아서는 동시에두개의글을연재하고싶은데 그럼제머리가과부하가 걸릴것만같아서..최대한'요즘'먼저완결을빨리내려고합니다ㅠㅠ기다려주셔서감사드리고 읽어주셔서감사드리고 또오히려저에게감사하다고해주셔서두배로더감사드립니다..그리고매일기다리게해드려서죄송해요ㅜㅠ..압박이라는걸 안받을수는없는처지지만 그래도독자님때문에한결나아지는것같아요.. 앞으로도저랑이렇게자주소통해주셨으면좋겠어요 소중한내독자님♡ 감사합니다 정말로사랑해요ㅜㅜ..♡
아.그리고저는이미감기가걸렸는데 우리독자님은걸리지마시고 따뜻하게입고다니세요ㅎㅎ 첫눈까지내렸는데독자님사는지역에는눈이내렸는지모르겠네요^^ 아프지마시구요 다음에빨리뵙도록할게요. 감사해요♡

10년 전
독자5
아...혼란스러워요... 분명 세민이들 보려고 읽었던 글인데 왜 전 클쓰에게 더 마음이 가는거죠ㅠㅠㅠㅠ 우럭...민석이를 향한 마음이 너무 깊었던 것 뿐인데...안쓰러운 크리스...ㅠㅠㅠ 그냥 마음이 애잔해져서 울고 갑니다ㅠㅠ 다음 편 기대할게요!
10년 전
Shelter
안녕하세요ㅎㅎ저도..크리스마음이너무슬펐지만어쩔수없는결말이나와야했기에..추가한장면이라..지금생각해도마음이많이아프네요ㅜㅜ 일단이글의중심은세민이기에,아무쪼록좋은글들고오도록노력하겠습니다ㅎㅎ답글도많이늦었고 연재도늦고있죠..죄송해요ㅠㅜ죄송하다는말밖에는..ㅠㅜ자꾸이런저런사정이생기는데 그걸일일히변명드리면어느세월에글을쓸까싶어서^^;재밌게봐주셔서감사드리구요ㅎㅎ 클민..행쇼한번외치고갈게요 ㅎㅎ감사합니다.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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