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망상/김영권] 과외
"오셨어요?"
영권이의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고3 수험생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멍하니 서있자 녀석은 컴퓨터 키보드를 빠르게 탁탁 쳐가며 게임에 열중해 있다 날 쳐다보지도 않고는 말을 걸어온다. 이것이 진정 고3의 모습인가. 이제 수능도 얼마 안남아 특강을 해주려 기껏 와줬건만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어이가 없다. 녀석에게 빠르게 다가가 등짝을 짝, 내리치며 당장 안끄냐고 소리치자 녀석은 등따갑다며 오두방정을 떨다 내게 한판만이란다. 이게 선생님이 왔건만 한판만이라니 기가 막혀서 당장 안끄냐고 미간을 지푸리고 말하자 녀석은 그제서야 슬슬 컴퓨터를 끄기 시작한다. 컴퓨터를 끄고 책상 앞에 앉고 녀석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너무나도 순수한 표정으로 헤헤- 웃는다.
"너 진짜 미쳤어? 지금 수능이 며칠 남았는데 무슨 게임이야!"
"저 여태까지 공부하다 선생님 기다리면서 지금 한 판 한거예요!"
"너 저번에도 그 말 했거든? 얼른 책 펴."
내 말에 영권이는 잔뜩 볼을 부풀리며 '진짠데...'라며 툴툴 거린다. 책을 펴자 다행히 숙제는 다 되있어 안심을 했다. 진짜 공부도 안하고 밤새 게임만 한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처음 맡는 제자라서인지 좋은 대학에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숙제하면서 모르는 문제 있었냐고 묻자 녀석은 없었다며 뿌듯하다는 듯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근데 저 진짜 지금 성적이면 충분히 선생님네 학교 갈 수 있어요.' 왜 또 안나오나 했던 얘기가 또 시작된다. 좋은 성적으로 왜 우리 학교에 오겠다는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절대 안된다고 인상을 팍 찡그리고 말하자 녀석은 자기가 가겠다는데 왜 안되냐며 꿍얼거린다. 자기가 갈 과도 다 생각을 해놨다며 부모님한테도 다 얘기를 해놓은 상태라고 나만 허락을 하면 된단다. 절대 안된다고 단호한 내 말에도 녀석은 포기를 모른다.
"저도 선생님처럼 수능날 아파서 망치면 선생님네 학교 가도 되요?"
"자꾸 그런 나쁜 소리 할래? 네 성적이면 스카이에 턱걸이라도 들어갈 수 있어."
"턱걸이로 들어가느니 차라리 선생님ㄴ..."
"턱걸이라도 스카이 가. 너 나중에 분명 후회해."
내 단호한 말투에 녀석은 입을 꾹 다물었다. 좋은 성적 놔두고 왜 굳이 우리학교에 오겠다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녀석에게 턱걸이로 들어가기 싫으면 얼른 공부하자고 말하고는 녀석의 틀린 문제를 풀이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풀이를 설명해주는데도 정신은 어디나가 있는건지 수업 내내 집중 못하는 듯한 녀석의 모습에 안되겠다 싶어 문제를 풀라고 내주자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다행히 문제엔 잘 집중하는것 같아 가만히 녀석을 쳐다봤다. 멍하니 녀석이 문제푸는 모습만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날 한번 힐끔 바라봤다 다시 문제를 쳐다본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려 날 빤히 쳐다본다. 풀라는 문제는 안 풀고 빤히 바라봐오는 시선에 왜쳐다보냐는 듯 멀뚱히 쳐다보자 녀석은 혼자 실실 웃다 내게 묻는다.
"왜이렇게 빤히 쳐다봐요. 저한테 반했어요?"
녀석의 말에 나도 모르게 풉-하고 바로 웃음이 튀어나오자 녀석은 미간을 좁힌다. 흘겨보는 그 시선에 녀석이 귀여워 '어린게-' 머리에 살짝 아프지않게 꿀밤을 때리자 녀석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다시 문제집에 고개를 박고는 문제를 푸는 모습에 녀석의 말이 자꾸 머릿 속에 맴돈다. 절로 오르는 입꼬리에 자꾸 웃음이 난다. 아, 김영권 진짜 귀엽네. 얼굴에 엄마미소를 한가득 담고 계속 쳐다보는 시선을 녀석도 느끼고는 '아, 웃지마요!'하고 심통을 부린다. 자꾸 웃음이 나는걸 어떡하라고.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웃자 녀석은 재빠르게 문제를 풀고는 내게 툭 밀어 문제집을 내민다.
"제대로 풀었지?"
"그럼 제대로 풀지 대충 풀었을까봐요?"
삐진건지 톡 쏘는 녀석의 말투에 귀여워 손을 얹어 녀석의 머리를 쓸자 녀석이 하지말라며 내 손을 치워낸다. 별 것도 아닌걸로 삐지는걸 보고 있자니 귀여워죽겠네. 녀석을 보고 실실 웃다 해설지를 꺼내 채점을 했다. 머리가 좋은건지, 진짜 나 없을때 공부를 하는건지 다 맞은 문제지를 보고는 '오-'하며 쳐다보자 녀석은 그까짓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거만하게 날 쳐다보고 있다. 난이도도 꽤 있었는데 잘 풀어낸걸 보면 이러다 진짜 스카이에 가는건가 싶어 나까지 기분이 들뜨려 한다. 내 첫 제자가 스카이라니! 어디가서 자랑 좀 하고 다닐 수 있겠다. 녀석이 가는게 꼭 내가 가는 것마냥 기분이 좋다. 잘했다며 녀석의 두 볼을 꼬집어 흔들자 녀석이 아프다며 으으거리다 내 손을 떼낸다. 기특하다 기특해.
"우리 영권이 진짜 예쁘다. 예뻐. 잘했어-"
"말 좀 그런 식으로 하지마요."
"왜. 아직도 삐졌어?"
"삐지긴... 그런거 아니예요."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에 입이 댓발 나온걸 보면 누가 봐도 삐졌는데 녀석은 퉁퉁 부은 표정을 하고는 안삐졌단다. 녀석의 팔을 툭툭 치며 삐지지말라고 풀어주고 있는데도 녀석의 표정이 꿈쩍도 안한다. 평소와는 좀 더 쳐진 표정에 웃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자 녀석이 사과를 왜하냐며 말을 툭 내뱉는다. 왜하긴 네가 삐졌으니까 하지. 어떻게 풀어줘야할지 모르겠어 그저 녀석의 표정을 살피자 녀석은 고갤 들어 날 쳐다본다. 꽤나 심각한 그 표정에 화 풀라는 의미로 씩 웃는데도 녀석의 표정에 전혀 변화가 없어 입꼬리를 슬그머니 내렸다. '문제도 잘 풀었는데, 맛있는거 사줄까?'하고 묻는데도 대답이 없다. 평소 같았으면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난리치던 녀석인데... 어찌해야하나 녀석의 눈치만 살피자 녀석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해온다.
"내가 진짜 어린애예요? 진짜 안반했어요?"
"어..?"
"난 선생님한테 반했다구요."
녀석의 말에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건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 녀석은 금새 고개를 훽 돌려버린다. 귀까지 빨개진 녀석의 모습에 당황스러워 내 얼굴까지 빨개지는 기분이다. 녀석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분위기가 급속도로 조용해졌다. 어색함만 감도는 그 분위기에서 어서 벗어나게야겠다 싶은 마음에 급히 샤프를 필통에 넣고는 가방을 챙겼다. 가려는 내 행동에 날 쳐다보고 있는 그 시선을 맞추기가 겁나 고개를 푹 숙이고 가방을 들고 일어서자 녀석도 따라 일어선다. '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나의 말에 녀석은 급히 내 팔을 잡았다. 녀석이 긴장하고 있는지 녀석의 떨림이 팔을 타고 내게까지 전해져오고 있다. 내가 떨고 있는건가.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고 아무 생각이 안난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에 가만히 멈춰있자 녀석이 조심스럽고 단단한 목소리로 내게 말해온다.
"스카이 안가요. 선생님네 학교 갈거예요. 가서 CC할거니까 그 땐 진짜 어린애취급 하지마요."
영궈니 |
그래요 제가 스카이 가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데 남자다운 영권이도 써보고 싶어서...ㅋ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