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스토커
못난이
- 上 -
W. 여름바다
나는 그 아이가 싫었다.
어딜가나 따라오는 시선이 싫었다. 사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싫었던 건지 부끄러웠던 건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 때의 나는 그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는 거다.
***
그 아이와 나는 같은 반이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리고 올해도. 나는 그 아이와 같은 반이었다.
서로 정말 알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계속 우연이 겹치는건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아씨 어떡해. 이번에도 같은 반이야. 아 진짜."
"헐 야 이 정도면 누가 장난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딱 붙어다니냐?"
"야 기분나쁜 소리 하지마. 딱 붙어있긴 누가 딱 붙어있어. 안 그래도 계속 같은 반이라 짜증나 죽겠는데."
누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노골적으로 드러낸 짜증과 내 찡그린 얼굴에 정작 친구가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
그에 방금까지만 해도 내 짜증을 알아달라고 말하려 크게 벌어져있던 입이 한 순간에 꾹 다물렸다.
그리고는 결국은 또, 또 이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싫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아이의 눈이 싫었다.
그 아이와 눈을 마주하면 방금의 내 모습이 어떠했든 그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게되어서, 가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나와 마주한 그 아이의 눈에는 사람을 잡아끄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래서 싫었다.
그 아이의 눈을 보고있으면 나도 모르는 새에 꼼짝도 못하게 되니까.
그래서, 내가 눈을 뗄 수가 없으니까.
***
이따금씩 그 아이의 눈을 보고있으면 나는 왠지 부끄워졌다.
꼭 나를 보며 그 우주를 닮은 까만 눈동자로, '너는 못난이구나' 하는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