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박지민] 없어서 쓰는 무뚝뚝한 흑표범 X 소심한 뱅갈고양이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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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피스톨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일부 설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1
지민의 혼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압감이 어마어마한 흑표야.
흑표가 전 세계적으로 몇 남지 않은 데다가 지민이는 선조귀환이기 때문에 어딜 가나 관심을 받고, 일방적인 사랑을 받고, 그에 따른 시기와 질투까지 오롯이 견뎌내야 했지.
당연히 학교에서도 지민을 특별히 우대한 탓에 지민은 이례적으로 선거 한 번 없이 학생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어.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의 일 말고는 관심이 없는 타입이야. 집단을 돌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라는 거지.
따라서 처음 그가 학생회장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어.
그런 우려와 다르게 지민은 학생회를 이끄는 리더십이나 실무 면에 있어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고 걱정하던 이들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지민을 동경하게 돼.
그렇다면 단순히 학교 내 지위만 높아서 전교생의 롤모델이 됐을까? 그것도 아니야.
흑표 선조귀환에 학업은 물론이요 외모까지 완벽한 지민은 뭇 여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어.
정작 본인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주변 환경에 관심이 없지만.
2
이름은 뱅갈 고양이야. 하얀 털로 덮인 몸통과 그 위를 장식한 연한 회갈색 무늬가 매력적인 스노우 뱅갈 고양이.
중간종이지만 스노우 뱅갈이 두뇌가 명석하기로 소문난 집안이라 이름은 전국적으로 견줄 곳 없이 우월한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돼.
전교생의 90% 이상이 중종이라는 게 흠이었지만 졸업만 하면 대학을 골라 갈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한 학교라 어쩔 수 없었지.
3년동안 한 번 겪어도 충분할 위기는 입학식 당일부터 찾아왔어.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어깨를 짓누르는 중종의 기운에 이름은 잔뜩 풀죽은 표정으로 강당 한 구석에 서 있었지.
왼쪽에 악어, 오른쪽에 불곰을 낀 이름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제 쫑긋한 귀를 간신히 참으며 주먹을 쥐고선 무대 중앙을 뚫어져라 바라봤어.
그 때였어. 히터의 열기에 더운 듯 머리를 쓸어넘기며 걸어 나오던 지민과 눈이 마주친 것은.
이름은 순간 숨을 참았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고양이로 변해버릴 것 같아서.
의도적인 것인지 모를 지민의 짙은 페로몬이 이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어. 뿐만 아니라 지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이 그녀를 본능적으로 떨게 만들었어.
중종이야 숱하게 만나봤지만 선조귀환은 처음이었기에(물론 이름은 이 때까지 지민이 선조귀환인지 알지 못했어) 지민은 이름을 더욱 괴롭게 했지.
애처롭게 흔들리는 이름이의 두 다리를 본 불곰이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냐며 물어왔지만 이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한 마디 꺼낼 힘조차 없었으니까.
지민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축사를 마치자마자 이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당을 빠져나갔어. 강당의 모든 학생들은 지민을 향한 박수갈채를 보내는 데 여념 없었고.
그동안 지민의 시선은 한 곳을 향해 쭉 머물렀어. 정확히 말하자면 이름이의 머리 위로 반쯤 드러난 앙증맞은 귀와 갈색 줄무늬를 가진 꼬리에.
이 학교에 중간종이 몇이나 되더라? 하찮은 중간종 혼현의 잔상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어.
3
강당의 반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대회의실은 한 쪽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었어. 매 석식 시간이 되면 지민은 이곳으로 와 한참 동안 책을 읽곤 했지.
요즘 푹 빠져 있는 책은 고양잇과 반류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어.
본인이 고양잇과 표범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 것도 있지만, 며칠 전 입학식에서 봤던 뱅갈 고양이가 눈에 아른거리는 것이 흥미로워 고른 것 같기도 해.
이름처럼 작은 반류는 지민에게 있어 처음이야. 이 학교에는 덩치 큰 중종들만 넘쳐나서 더욱 신기했지만 애초에 학교 밖에서도 중간종을 만날 일이 없던 지민은 이름에 대한 모든 게 궁금했어.
" 고양잇과 반류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뭔가 놀랍네요. "
" 왔으면 인기척이라도 좀 내지. "
" 아 죄송해요. 오늘도 석식 안 드시길래 여기 계신가 해서. "
정국이 머쓱하게 웃으며 사과했어. 지민은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곧 지민은 가만히 서 있는 모양새가 신경 쓰였는지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선 정국을 마주했어.
" 알아오라는 건 알아왔어? "
" 당연하죠. 보고서 수준으로 써 왔다니까요. "
뿌듯하게 미소 지으며 내민 두 손에는 상당한 두께의 A4 용지가 들려 있었어. 지민은 저렇게 많이 조사할 필요까진 없었는데, 생각하며 받아 들었지.
그리곤 그 위의 빼곡한 글자들을 무심하게 훑어보다가 이름이의 증명사진이 담긴 페이지에서 넘어가질 못하고 한참이나 들여다 봤어.
그런 지민의 행동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주시하던 정국이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을 건넸어.
" 형이 왜 알아오라 하셨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
" 별 이유 아니야, 그냥 신… "
" 예쁘더라구요. "
" 뭐? "
" 아, 부끄러운데… 사실 뱅갈 고양이는 처음 봤거든요. 아무래도 제 주변엔 늑대밖에 없으니까. 근데 웬만한 늑대보다 훨씬 예쁜 것 같아요. "
그 말을 끝으로 정국의 두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어. 동시에 지민의 올곧은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고.
'예쁘다' 라는 건 분명 정국의 입에서 나온 적이 없던 표현이었어. 지민은 본인이 왜 그 표현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지 몰랐지만 썩 기분이 좋진 않았어.
다시 한 번 이름이의 사진을 찬찬히 뜯어보던 지민이 상당한 두께의 종이들을 소리 나게 내려놓고선 조용히 중얼거렸어.
" 정국아. "
" 네? "
" 처음으로 더 알고 싶은 애가 생겼어. "
입꼬리가 절로 수평을 찾은 정국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매사 무관심하던 지민에게 알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는 말은 생각보다 더 두려운 의미를 담고 있었어.
누군가에게 정을 잘 주지 않는 지민이 아끼는 동생과 괜한 감정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고, 혹시 모를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방이기도 했지.
순간 지민의 얼굴 위로 묘하게 겹쳐 보이는 흑표의 혼현에 정국은 입술을 꾹 붙이고 가벼운 목례 후 대회의실을 빠져 나갔어.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어느새 보랏빛으로 물들어 마치 지민의 야릇한 마음을 그려놓은 듯 했어. 뭔가 비밀을 들켜버린 아이의 표정이 여과 없이 드러났어.
4
모든 정규 수업이 끝나고 이름은 기숙사로 향하는 길이었어. 면학실은 다음 주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차라리 다행이었어.
중종과 완전히 붙어 앉아 쉬지도 못하고 내내 머리를 쓰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어지러웠으니까.
그래도 처음보단 면역이 생겨서 지민 같은 선조귀환만 만나지 않는다면 혼현을 보이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렇게 나름 뿌듯한 마음을 가진 것도 잠시, 저 멀리 맞은편에서 가까워지는 찬 기운에 다리가 뚝 굳었어.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팔을 쓰다듬은 이름이 조용히 튀어나온 벽 뒤로 숨었어. 제발 모른 척 지나가주기를 바라면서.
당연히 멀리서 걸어오던 것은 지민이었고, 지민은 숨은 이름이 바보 같아 옅은 미소를 감추지 못해.
숨었으면 제대로 숨을 것이지 꼬리를 다 내놓을 건 뭐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름을 위해 뒤를 돌아. 멀더라도 돌아가야 이름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테니까.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와중에도 온 신경을 그 작디 작은 뱅갈 고양이에게 쏟으며 지민은 생각해. 불쌍한 고양아, 어쩌다 표범의 먹잇감으로 걸려 들었니.
저 가여운 아이가 완전한 무방비 상태일 때 소리 없이 다가가 목을 콱 물까? 아니면 진이 다 빠질 때까지 쫓아 지치게 만들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지민은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약해 빠진 고양이에게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 건지. 자신도 가늠할 수 없는 묘한 마음이 혐오스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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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범 지민이와 스노우 뱅갈 여러분! 섹피 세계관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부가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선조귀환이란 인간과 인간이 낳은 아이가 크면서 반류(쉽게 말해 반인반수)로 각성하는! 그런 희귀하고 높은 계급입니다 ^ㅁ^ 세계관 읽기 귀찮다! 그냥 알기 쉽게만 대충 설명해줘라! 하신다면... 그냥 반인반수물로 봐주세요 헤헤 큰 어려움은 없을 거예요. 아차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인어>선조귀환>중종>중간종>경종 순으로 서열이 높은데 제 글에서는 인어와 경종이 없어요 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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