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직 잠도 덜 깬 아침에, 대충 몸에 교복을 끼우고 비몽사몽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내 어깨를 콕 찌르며 인사한다.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슬쩍 옆을 쳐다보니 역시 예상했던대로 옆집사람이다. 안녕하세요. 내가 까딱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니까 웃으면서 그래, 하고 대답한다.
- 원래 이렇게 일찍 학교가?
- 네……. 학교가 멀어서.
- 아,
그렇구나. 그리고는 정적. 몇번 안 마주친 사이라 사실 말할거리가 별로 없다. 잠에서 덜 깬 이와중에도 대화를 이어나갈 구실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왔는지 문이 열렸다. 느적느적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일층 버튼을 누르려다 옆집 사람이랑 손이 겹쳤다. 아. 내가 흠칫한 틈을 타 재빨리 일층 버튼을 누른 옆집사람이 멋쩍다는 듯 뒷머리를 한번 긁적였다. 가뜩이나 어색했던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다.
- 아, 맞다.
- 어?
- 저번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저씨라 불러야 해요, 오빠라 불러야 해요? 아니면 삼촌이라 불러야 해요? 내가 말뚱히 쳐다보며 물으니까 조금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다. 어느새 우리가 담긴 엘리베이터는 일층에 도착했는지 문이 열리고, 약간 고민하던 표정의 남자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 아직은 어리니까,
아저씨라 불러. 그러더니, 붕뜬 내 머리칼을 한번 쓰다듬어주곤 잘가, 손을 흔들며 옆집사람이 멀어진다.
- 아저씨도 잘가요!!!!!!!
나 역시 크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기분이 이상하다. 남자의 손이 닿았던 부분에서 열이 나는 것도 같았다.
w.아몬드
모처럼 찾아온 황금같은 주말이었다. 격주로 찾아오는 주말이라 웬만해선 집에서 뒹굴거릴 작정이었는데, 엄마 눈엔 그게 영 거슬렸던 건지 독서실에 가서 공부라도 하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돈도 없는데! 닫힌 현관문을 향해 크게 소리쳐보지만 이미 굳게 닫힌 문은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놀이터라도 갈까 싶어 걸음을 옮기려는데, 옆집의 도어락이 해체되는 소리가 들렸다.
- 어?
운동을 하러 가는 건지 운동복 차림인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멀거니 옆집 문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랐는지 남자의 눈이 둥그레졌다.
- 안녕하세요.
아저씨. 내가 살짝 목을 굽혀 인사를 하니까 그제야 아…. 안녕, 하고 인사를 해준다.
- 안들어가고 거기서 뭐해?
- 어...저 쫒겨났어요.
- 엉?
- 엄마가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라고 해서요.
근데 갈 데가 없어서. 울상을 지으며 말하니 그것 참 유감이로구나, 하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 그러면...
- …….
- 운동 같이 갈래?
- …그래도 돼요?
- 물론.
그럼 갈래요! 내가 반색을 하며 대답을 하니까 씨익 웃으며 손으로 내머리를 흐트러놓듯이 쓰다듬는다. 만날때 마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걸 보면 이 아저씬 남의 정수리 만지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 가자.
어느새 저 멀리 엘리베이터 앞으로 간 남자가 얼른 오라며 나에게 손짓을 한다. 되게 빠르네.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올라오고, 그제서야 나는 쪼르르, 남자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 * *
헥헥, 대충 보이는 벤치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분명 나보다 더 훨씬 오래 달렸으면서도, 내 옆에 앉은 남자는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운동선수라더니,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나 보다. 여고생 치곤 나름 운동을 잘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던 나는 조금 서글퍼졌다.
- 얼굴이 벌게졌네.
- 아저씨도요, 헥헥…,
- 물 좀 마실래?
그러면서 주섬주섬 생수병을 건넨다. 난 원래 누가 입댄 것에 내 입을 잘 대지않는 편인데, 일단은 너무 목이 말라서 그냥 마셨다. 목울대 너머로 넘어가는 물은 미적지근했다.
- 내가 아까 너 뛰는 거 봤는데,
- 네??
- 너도 어지간이 운동부족인 것 같더라.
아 예...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생수병에서 입을 떼니까 남자는 재밌는 걸 본 꼬마애처럼 웃었다.
- 주말마다 집에만 있지말고 나랑 운동이나 같이 하자.
혼자 운동하는 거 심심했거든. 그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 보충수업만 안간다면요.
이참에 운동선수한테 운동 좀 배워보지 뭐. 나는 사람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근데 저 운동 부족이라고 비웃으시면 안돼요. 내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니까 귀여운 여동생을 보듯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연다.
- 그래.
이제 갈까? 그러곤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나한테 손을 내민다. 나는 망설임 없이 남자의 손을 덥썩 잡고는 읏챠,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손 마냥 손이 무척 투박했다. 그러고보니까 엄마가 아무 남자랑 손 잡지 말라고 했는데...
- 벌써 해지려고 한다.
아무렴 어때. 잡은 손을 슬그머니 놓고, 오버스러울만큼 씩씩하게 양 팔을 흔들며 남자의 옆을 걸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남자의 손을 잡았던 오른쪽 손이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나는 괜히 한번 주먹을 꾹, 말아쥐었다.
늦었네용 |
올릴까 말까 하다가 시험도 끝났고, 원래 써놨던 부분이 있어서 마저 휙휙 갈겨 올립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나 표현이 있을 수 있어요ㅠㅠ 차차 수정할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