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TIME
19살 고딩 김민규 X 마법사 이지훈
어릴 적부터 마법사 같은 건 없다고 믿어왔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은적도 없고 판타지 소설은 더욱 읽은 적 없다. 심지어 어릴 때 동화책을 읽으며 마법사나 요정이 나오면“거짓말” 하며 외쳤다고 하셨던 엄마의 말을 빌리면 더욱그랬다. 자고로 축구는 여름에 땀을 흘리며 살을 부대끼며 해야 제 맛이고 한번쯤은 비가 오는 날에 우산도없이 집까지 뛰어가봐야 하며 친구가 여자친구가 생기면 욕을 하며 “예쁘냐?” 하고 물어 봐주는, 환상 따윈,마법사 같은 건 없는 삶을 살아 가는 것이 대한민국 고등학생다운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 물론 옆집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 말이다.〈o:p>〈/o:p>
그러니까 마법사 따윈 없다고 나불거렸던 어린 나의 입을 막아 버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때는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이었다. 이사 왔다는 옆집 형을 부르기 위해 대충 슬리퍼를 신고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4번 눌렀으나 나오지 않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누르기 위해 손을 올린 순간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맨 살에 느껴지는 한기와 머리를 질끈 묶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사람이 저를 멀뚱히 보고있을 때 나는 그 사람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집안에서 눈이 내리는 풍경에 열린 문을 다시 닫았다. 문은쉽게 닫혔으나 집으로 향하려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황스러움에 움직이라며 소리도 쳐봤지만 불가능했고다시 열리는 문에 몸까지 얼어버렸다. 그후에 들려오는 말은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 보다 더 당황스러웠다.〈o:p>〈/o:p>
“ 라면 먹고 갈래?”〈o:p>〈/o:p>
“ 형! 인간들이지 마요!”〈o:p>〈/o:p>
그렇다. 김민규 19년인생. 뜨거운 여름날. 눈을 내리게 하는 마법사를 만난 것이다.〈o:p>〈/o:p>
-〈o:p>〈/o:p>
“저 집에 보내주시면 안될까요..?”〈o:p>〈/o:p>
“안돼. 아 얘를 삶아먹을까 구워 먹을까.”〈o:p>〈/o:p>
“아 형 제발 빨리 가세요.”〈o:p>〈/o:p>
“지훈이 너 그러는 거 아니다 형 섭섭해.”〈o:p>〈/o:p>
ㅡ〈o:p>〈/o:p>
처음 둘의 대화에 겁먹었던 내가 바보 같고 한심스러운 과거는 버리고 나는 오늘도 아침밥을 챙겨 형을 깨운다. 마법사라면서 밤 늦게까지 연구한다던데 그건 모르겠고 형에게 밥을 먹이라는 엄마의 사명이 있기 때문에 깨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지리도 일어나지 않는 형에 식탁에 가서 정리가 되지 않은 싱크대를 정리했다. 이것저것 만지고 치우고 하니 시끄러워서 난 건지 마법이 발동 되어서 발이 따뜻했다. 형의 집은 항상 눈으로 뒤덮여 있어서 신발을 신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이 없으면 발이 너무차가워진다. 밖이랑 50도는 차이 나는 것 같다.〈o:p>〈/o:p>
아, 어쩌다 친해진 거냐면. 나도잘 모르겠다. 마법사 치고는 허술한 방어태세와 인간 한 명 정도는 자기 편이 되도 괜찮다던 정한이 형의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론들과 황금 같은 방학에 시간을 내서 아침밥 셔틀이 되어서, 그 정도 일 거같다. 친해지면서 관찰한 것이 있는데 가끔 다시 생각해봐도 소설책 같은 내용인 거 같다.〈o:p>〈/o:p>
첫째, 처음 만난 날 정한이 형의 연설에 포함되어있던 내용인데 북극에는마법사 마을이 있다고 한다. 마법사 마을 중 가장 큰 곳이고 대마법사님이랬나, 아무튼 제일 높은 분이 사신다고 했다.〈o:p>〈/o:p>
지훈이 형도 거기서 왔는데 눈 마법 연구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사는 얼음 계열 마법사들에게 조끼와 망토는 생명 같은 거라고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그냥 멋 내려고 입는 거 같았다. (이 말하고 한 대맞았었다.) 〈o:p>〈/o:p>
이곳에 와서도 눈 마법 연구를 계속 한다고 했다. 그래서 에어컨이없어도 시원했다. 아니 추웠다가 맞는 말이다. 놀러 올 때는항상 두꺼운 옷을 입었다. 문을 바로 열어주시지 않을 때는 정말 더워서 쓰러질 거 같았다. 〈o:p>〈/o:p>
“ 아 형 갑자기 생각 났는데요. 펭귄들이랑놀기도 해요?”〈o:p>〈/o:p>
“ 호구냐? 북극이라고.”〈o:p>〈/o:p>
“ 북극인데 왜요?”〈o:p>〈/o:p>
“ 너 고등학생 맞냐?〈o:p>〈/o:p>
방금 깬 형의 눈은 평소보다 작다. 근데 그 눈으로 째려보면 솔직히좀 무섭다. 이거 형한테 말했으면 분명 정강이 한 대 맞았을 것이다.〈o:p>〈/o:p>
“ 야 너 방금 내 욕했지.”〈o:p>〈/o:p>
“ 아닌데요? 형 마법써서 제 생각 읽었죠! 너무하시네!”〈o:p>〈/o:p>
“ 진짜 네 생각 읽어줘?”〈o:p>〈/o:p>
“ 죄송합니다. 오늘 아침밥은주먹밥 입니다. “〈o:p>〈/o:p>
“ 감사. “〈o:p>〈/o:p>
둘째, 형은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북극의 추위 없이 햇빛을 맞으면 피부가 녹아 내린다고 했다. 마법을쓰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이곳에 온 이유는 근신 때문이라 마법을 아파트 안에서만 쓸 수 있게 되어있다. 정한이형이 첫 날 같이 왔던 이유가 마법 결계를 치기 위해서 라고 한다. 결계 밖에서 마법을 사용할 지 형벌을받는다고 한다. 인간이 생각하지도 못 할 잔인한 벌이라고 한다. 벌이고뭐고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땐 햇빛아래에서 축구를 하느라 까맣게 탄 내 피부를 보고는 했다. 여름을가장 좋아하는 나는 형에게 근사한 여름을 선사해 주고 싶다.〈o:p>〈/o:p>
“ 형 그럼 땀 흘리면서 축구 해본 적 없어요?”〈o:p>〈/o:p>
“어. 우린 축구 할 때는공기 냉각화 시킨 다음 해야 해.”〈o:p>〈/o:p>
“형 아파트에 눈 내리게 해주면 안돼요?”〈o:p>〈/o:p>
이 말 끝나자마자 아파트가 아닌 내 머리 위에 폭설이 내렸던 적이 있었다. 뇌가얼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이 대화 할 때는 아직 만난 지 1주밖에 안 났을 때라 겁을 먹어도 비웃음을 보며 꾹 참아야 했었다. 〈o:p>〈/o:p>
셋째, 나는 형의 아침밥 셔틀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아침마다 밥을 배달 하게 된 것은 엄마의 탓이다. 형은많이 안 먹는 탓에 말랐는데 우리 엄마한테 걸려서 호되게 혼났다. (쪽팔림은 나의 몫이었다.)〈o:p>〈/o:p>
그 후로 나는 간단한 식사를 만들어 형의 집으로 가서 먹게 되었다. 처음엔꺼려하던 형은 몇 번 먹어보더니 어머님 요리 잘 하시는 구나 하며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내가 한 거라는건 꿈에도 모를 것이다. 〈o:p>〈/o:p>
“ 불닭 먹어봤어요?”〈o:p>〈/o:p>
“ 그게 뭔데.”〈o:p>〈/o:p>
“ 그것도 몰라요?”〈o:p>〈/o:p>
“ 넌 그럼 임금이 먹던 음식 먹어봤냐?”〈o:p>〈/o:p>
“ 제가 그걸 어떻게 먹어요.”〈o:p>〈/o:p>
“난 먹어봤는데. 세종대왕이먹던 거.”〈o:p>〈/o:p>
“ 형 나이가..?”〈o:p>〈/o:p>
“ 대략 900살.”〈o:p>〈/o:p>
“ 할아버지..”〈o:p>〈/o:p>
“ 디지고싶냐?”〈o:p>〈/o:p>
900살 먹은 할아버지 마법사 라도 늙는 다는 건 싫은 가 보다. 나중에 알았는데 마법사들에게 900살은 젊은 나이라고 한다. 우리 나이로 치면 20살이나 21살정도.〈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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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딴 생각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o:p>〈/o:p>
“헐 진짜 생각 읽었어요?”〈o:p>〈/o:p>
“아니 김민규 호구야 너 밥 한 입 먹었거든.”〈o:p>〈/o:p>
“아!”〈o:p>〈/o:p>
오늘도 호구 소리 듣는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o:p>〈/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