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자카파-Beautiful day
w. DanA
#01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어느덧 4월이 지나 5월이 되었고, 쑨양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 왔어요"
태환은 여전히 학원에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쑨양과 태환은 여전히 친한 친구로ㅡ쑨양은 계속 태환을 좋아하고 있었지만ㅡ지내고 있었다. 학원에서 만나는 일이 아니더라도 가끔 사석에서도 만나는 친구사이 말이다. 태환은 아직 쑨양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이 학원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다. 사실 쑨양이 말을 할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말한다면 태환이 서운해 할 모습을 보일 것이고, 그를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은 이유도 있고, 곧 떠날 자신을 위해 착해빠진 태환 자신이 내키지 않을 정도로 쑨양을 챙겨줄 것 같아 싫었기 때문이다. 쑨양은 있는 그대로의 태환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요즘 쑨양이 매일 같이 하는 생각은 '내가 조금만 더 태환을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텐데'였다. 태환을 일찍 만나 그를 조금 더 일찍 좋아하기 시작했으면, 부모님이 다시 중국으로 들어와 대학원에 들어가란 말씀을 하셨을 때 그를 거절하고 한국에 조금 더 남아있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귀국이 한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선, 귀국 일정을 미루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쑨양은 학원에 이번 학기까지만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절차도 밟아 두었으며, 중국으로 돌아가서 다닐 대학원에 관련된 절차도 밟아 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두 달 전의 나는 뭐가 그리 급했던 것일까'. 쑨양은 답답함에 머리를 쥐어 뜯었다.
어찌하겠는가. 쑨양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지금 쑨양에게 주어진 한국에 머물 수 있는 한 달여 정도의 시간을 즐기는 방법밖에 없었다. 가만보자. 지금 시간이 몇시인가. 학원이 끝나려면 20분 정도가 남았다. 쑨양은 문제를 풀고 있는 태환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박태환씨"
"네?"
"학원 끝나고 뭐합니까?"
"그냥...뭐...집에 가야죠."
"나랑 영화보러 갑시다."
"네?"
지금 이 사람이 나랑 뭐하자는 거지ㅡ하고 태환은 생각헀다. 약 2개월 간을 친하게 지낸 쑨양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오죽했으면 태환이 '우리 누나가 저런 사람을 만나야하는데..' 했겠는가. 하지만 굳이 그의 단점을 꼽자면, 자신을 너무 여자같이ㅡ정확히 찝어 말하자면 자신의 여자친구, 즉 애인같이 대한다는 면이었다. 지금같은 상황도 그랬다. 거구의 남자 단둘이 심야영화라니... 한국에서 친구가 많이 없어 외로워서 그런가? 하고 생각도 해보았자민, 항상 만나고 난 뒤에는 자신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며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간다던지, 밥을 먹으러 갔을 떄 의자를 빼준다던지. 자신을 여자터럼 대하는 쑨양의 태도는 단지 '외로워서'라는 이유 속에서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ㅡ다른 사람이 보면 쑨양의 마음을 알아 챌 수 있겠지만, 쑨양과 태환 둘 다 눈치가 없었기에 쑨양은 티를 내고 있는지 몰랐고, 태환은 쑨양의 마음을 몰랐다ㅡ.
하지만 문제는, 쑨양의 이런 행동들이 태환은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살짝 기분이 이상하긴 했지만, 이젠 태환 본인도 그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밤 역시 태환은 쑨양과 함께 데이트를 하게되었다.
#02
"영화 보러오길 잘했네요. 재밌었죠?"
"네, 재밌었습니다."
12시 경에 시작한 영화는 새벽 두 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선생님 따라 오는 덕에 알찬 불금 보냈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고맙네요. 갑시다, 시간도 늦었는데"
"아. 그럼 들어가세요. 전 택시타고 갈게요"
"택시타고요? 무슨 소립니까.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태워다 줄겁니다. 가요"
한참 늦은 시간이었지만 요일이 요일인지라 아직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불금은 불금인가봐요. 사람 되게 많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저러고 퍼마시고있네요"
"하하- 진짜. 저보다 두 살밖에 안많으시면서 생각은 할아버지 같아요."
"그렇습니까. 아, 다 왔네요."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차는 태환의 자취방 앞에 도착하였다.
"아- 뭔가 이렇게 불금을 날려보내기 아쉬워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쉽긴 하네요"
"그럼 저희 집에서 맥주 한 잔 하고 가실래요?"
"....네?"
쑨양은 당황했다. 예상치도 못한 초대라니!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았다. 머리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마음은 지금이라도 당장 태환의 자취방에 뛰어 들어가라고 시키고 있었다. 머리가 핑핑 돌았다.
"저희 집은 밖도 아니니까 위험하지도 않고... 이대로 가긴 섭섭하잖아요!"
아... 박태환씨. 지금 상황에선 세상이 무서운게 아니라 내 자신이 무서운겁니다.. 나도 나를 믿지 못한단 말이에요ㅡ라고 쑨양은 생각했다.
"무언의 긍정이죠? 가요!"
반 쯤 정신을 놓은 채로 쑨양은 태환의 자취방으로 이끌려 들어갔고, 작은 탁상 앞에 쑨양을 끌어다 앉힌 태환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약간의 마른 안주와 캔맥주를 가져왔다.
"자, 건배! 짠-"
건배를 마친 쑨양과 태환은 맥주를 쭉 들이켰다.
"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랑 이런 관계까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나도 내 학생이랑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박태환씨는 여기서 혼자 오래 살았습니까?"
"네, 뭐 대학 입학하고부터 계속 혼자 살았으니까.. 누나만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요."
"누나도 있습니까?"
"네. 3살 많은 누나 한 명 있어요. 선생님 부모님은 다 중국에 계세요?"
"음.. 두 분은 중국에 계시고, 나머지 두 분은 모릅니다"
"네?"
"입양됐거든요.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아주 아주 어릴 때."
순간 정적이 흘렀다. 쑨양이 입양아였다는 것을 태환은 모르고 있었고, 괜히 자신이 입방정을 떨어 쑨양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 같아 미안해졌다. 오랜 침묵 끝에 태환이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해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닙니다, 진짜 괜찮습니다. 그냥 나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도 됩니다. 내가 괜히 가족얘기 먼저 꺼낸 것 같아 더 미안하네요. 우리 다른 얘기 합시다"
다행이도 이야기의 화제를 돌리니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고,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다보니 어느 덧 동이 터 가고 있었다. 오전 6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쑨양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로 침대에 풀썩 쓰러지며, 잠에 빠져들었다. '하루를 알차게 보냈어ㅡ'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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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입니다, DanA입니다 ㅜㅜ
진짜 너무너무 오랫만에 글잡에 찾아온 것 같아요.. 글도 안써지는데 설상가상으로 컴퓨터까지 고장났거든요 :(
제가 입시생인지라 합격발표 날때까지 자주는 못찾아올것 같아요...ㅜㅜ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오랫만에 찾아왔는데 이런 망글로 찾아뵈어서 더욱 죄송해요ㅠㅠ 글쓰는게 이렇게 어려운건지 처음알았네요...
다음편에서 뵈어요!
읽어주시고 댓글남겨주시는 독자님들 스릉흡니다! 신알신, 오타지적, 질문, 암호닉 다 받아요! 환영환영!